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
#50화.
첫날은 별다른 위기 없이 넘길 수 있었다.
강병규 덕분에 식사도 꽤나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고, 전투 역시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체력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용사들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했다.
체력회복력이 매우 뛰어나 조금의 휴식만으로도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었다.
그것은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첫날보다는 조금 강한 몬스터가 출몰하기는 했지만, 서우진의 팀은 여전히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셋째 날부터는 달랐다.
“아이스 자벨린!”
진태성의 외침과 함께 커다란 얼음창이 검은 곰의 가슴을 꿰뚫었다.
치명타였는지 검은 곰은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단말마와 함께 쓰러졌다.
“허억, 허억-!”
하지만 진태성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후방에서 공격을 하는 포지션이었음에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정도였다.
그 말은 곧…….
“꺄악! 아저씨!”
서걱-!
이지아의 비명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서우진의 검이 검은 곰의 목을 잘라냈다.
“젠장, 너무 많아요!”
항상 침착하던 유홍설의 입에서도 거친 단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위험한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검은 곰은 그리 강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첫날 출몰한 늑대 형상의 몬스터보다는 강했지만, 서우진이 느끼기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너무 연속적으로 전투를 이어갔다.
조금의 쉴 틈도 없이 말이다.
‘이 정도면 몬스터 웨이브 아니야?’
북방에서 토벌을 실시하지 않은 해에 일어난다는 몬스터 웨이브.
쌓이고 쌓여 결국 그 수가 한계를 벗어나면, 몬스터들이 매시브 가디언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뜻했다.
서우진은 직접 그것을 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든 버텨본다고는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뛰어난 힘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능력만을 따지자면 오히려 서우진보다도 높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
서우진처럼 철저한 훈련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쓸데없는 힘의 낭비가 생겼고, 결과적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체력과 마력 모두 말이다.
‘어떻게 할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서우진에게 위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
서우진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스킬을 사용한 적이 없다.
오직 검술로만 몬스터들을 상대해왔다.
그 말은 서우진의 마력이 아직 빵빵하게 남아 있다는 뜻도 되었다.
‘스킬 몇 가지만 사용하면 지금 위기는 충분히 넘길 수 있어.’
거창한 것도 필요 없다. ‘가속’과 ‘오러’ 정도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검은 곰은 스킬을 사용한 서우진의 검을 절대 막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스킬의 사용을 망설였다.
단순히 눈에 띄는 것이 싫기 때문은 아니었다.
서우진이 아무리 그것을 꺼린다고 해도, 며칠을 같이해 온 동료가 위험한 상황까지 외면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이런 경험도 한번 겪어봐야 저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마침 저쪽에서 지켜보는 기사들도 있으니, 정말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저들도 아일린처럼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끼어들 테니 말이다.
‘좋아, 그럼 좀 더 지켜보자.’
숨을 헐떡이며 고군분투하는 애들이 조금 가엾긴 했지만, 조금만 더 고생을 시키기로 했다.
“하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이지아의 주먹이 검은 곰의 전신을 두드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력이 다 떨어진 건가?’
쉴 새 없이 스킬을 남발하던 이지아의 주먹이 더는 불을 뿜지 않았다.
순수한 근력과 속도만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검은 곰은 충분한 타격을 입었다.
물론 스킬을 사용할 때보단 약했지만, 검은 곰에게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퍼버버벅-!
단순한 주먹질에 곰의 거대한 육체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어?”
이지아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스킬도 아닌 단순한 주먹질이 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본 유홍설 역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검으로만 검은 곰을 상대했다.
그리고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이제 다들 알았네.’
이 정도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너무 많은 마력을 소비했다.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었음에도 말이다.
이 팀에서 꼭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은 김다혜와 진태성뿐이었다.
그 둘의 공격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선 성립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지아와 유홍설은 다르다.
그들의 신체능력이라면, 검은 곰쯤은 맨손으로 찢어죽일 수도 있었다.
‘근데 그걸 깨닫는 게 너무 늦었네.’
이미 너무 많은 체력이 소모되었다.
마력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충분히 여유로운 전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바닥이 났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지.’
고작 3일 차.
앞으로 남은 4일은 오늘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더욱 효율적인 전투를 벌이면 된다.
서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반 슬레인이나 아일린이 자신을 볼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조금씩 성장해 가는 용사들을 보니 괜히 뿌듯해졌다.
‘뭐, 내가 직접 가르친 건 하나도 없긴 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는 정말로 한계인 것 같았다.
더는 김다혜와 진태성의 공격이 이어지질 않았고, 강병규의 지원 역시 끊어졌다.
게다가 근접 공격을 하고 있는 두 여자의 몸에서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슬쩍 기사들이 서 있는 방향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죽기 직전이 아니면 절대 나서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더 몰아세웠다가는 내일이 힘들어질 텐데.’
아니면 낙오하거나.
서우진은 이제 개입하기로 결심하고는 스킬을 발동했다.
“오러, 가속.”
마력으로 불타오르는 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허공을 유영했다.
핏-!
짧은 파공음과 함께, 남아 있던 검은 곰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십여 마리가 한 번에 모조리 베어진 것이다.
두 스킬의 조합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 아저씨?”
이지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것은 다른 용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그들은 지금껏 서우진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 못지않게 잘 싸우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서우진도 스킬을 사용해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전혀 아니었다.
“지, 지금까지 설마 봐주면서 싸운 거예요?”
유홍설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예상치 못한 일에 많이 당황한 듯싶었다.
“봐준 건 아니고요.”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몬스터를 상대로 봐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제가 이렇게 하는 게 여러분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렇지 않아?”
마지막 질문은 이지아를 향한 것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우진을 보고 있던 이지아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아저씨 말대로 도움이 됐어요!”
이지아는 서우진의 말뜻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전투의 막바지에 확실하게 깨닫지 않았던가?
“홍설 씨도 마찬가지셨을 텐데.”
서우진이 웃으며 말하자, 유홍설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시네요.”
유홍설은 정말로 감탄했다.
서우진이 등급과 레벨에 맞지 않게 강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긴 하지만, 그들은 소수였다.
용사들 대부분이 서우진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단 주변 정리부터 하죠. 피 냄새 맡고 또 몰려올지도 모르니.”
“아, 네!”
피곤하긴 하지만, 할 일은 해야 했다.
서우진의 말대로 피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다시 몰려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몰랐으니까.
검은 곰의 무게는 상당했지만, 일행은 쉽게 전장을 치울 수 있었다.
싸우는 것에 비하면 무거운 것을 드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피 냄새를 지운 뒤, 집안으로 들어갔다.
“씻고 싶은데…….”
피로 범벅이 된 이지아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첫날과는 달리, 지금은 씻을 여유가 없었다.
체력과 마력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회복하는데 집중을 해야만 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 투덜거릴 뿐, 억지를 부리진 않았다.
“너는 대체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지? D급이라며? 아, 무시하는 건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을 한 것은 강병규였다.
그는 혹시나 서우진이 오해할까 싶었는지, 재빨리 뒷말을 붙였다.
물론 서우진은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좀 익숙해서.”
“익숙하다고? 이게?”
강병규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우진을 쳐다봤다.
“너 무슨 전쟁터에 나갔다 왔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게 익숙할 리가…….
“비슷해.”
농담처럼 물은 것이었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방의 토벌은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이었으니까.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넘겼고, 셀 수 없는 죽음을 목도했으며, 그만큼의 짐도 짊어졌다.
기사들이 차려준 밥상만 먹어왔던 용사는 상상도 하지 못할 지옥이었다.
“비슷하다니…….”
강병규뿐만 아니라, 모두가 서우진을 쳐다봤다.
“그럼 그때 그 상처가?”
이지아와 김다혜는 서우진의 전신에 새겨져 있던 흉터들을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레벨 업을 한 덕분에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그때 본 것은 서우진이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때 얻은 것도 있고, 나중에 훈련을 하면서 얻은 것도 있지.”
흉터 중에는 반 슬레인이 새겨놓은 것들도 적지 않았다.
서우진을 바라보는 이지아의 눈에 안쓰러움이 서렸다.
그것을 보자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덕분에 강해졌으니까 후회는 안 해. 오히려 고맙지.”
병사들이나, 푸른 방패 기사단이나, 반 슬레인이나.
매시브 가디언에서 받은 게 너무도 많았다.
그때야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다른 용사들을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 굴리긴 한 것 같지만.’
아직도 반 슬레이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이런 얘기보단 일단 휴식을 취하는 게 급선무야.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틈틈이 쉬어둬야지.”
서우진은 대화의 주제를 돌리며 팀원들의 휴식을 종용했다.
하지만 강병규가 간절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강해질 수 있어?”
그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은 딱히 없었다.
“그냥 오늘처럼만 계속…….”
피유우우웅- 펑!
그때 갑자기 들려온 낯선 소리에 서우진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신호탄?”
모두가 동시에 집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하늘을 수놓은 붉은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긴급구조요청을 뜻하는 색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