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0)
510화.
강한 놈이다.
디아로크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세운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마기와 화염을 지닌 놈이었다.
‘이놈도 마찬가지고.’
서우진은 뒤를 힐끗- 바라봤다.
양팔을 잃고, 전신에는 끔찍한 화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눈동자에 서려 있는 전의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결코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서, 서우진?”
녀석의 시선이 서우진을 향했다.
이제야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래.”
“드, 드디어 와, 왔군.”
바들바들 떨리는 몸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시간을 끌면 안 되겠어.’
딱 봐도 디아로크의 상세는 심각했다.
당장 죽지 않는 것도, 그저 초극의 경지에 도달하며 생명력이 극에 달한 덕분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고 있어라.”
서우진은 디아로크에게 말하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잔뜩 웅크린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권속의 모습이 보였다.
‘짐승형.’
지능은 그리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므락쿠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떨어지는 정도.
디아로크와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를 벌인 탓인지, 놈도 그리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서우진은 순식간에 계산을 끝마치고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빠르게 끝내자.’
완벽한 상태로 만났어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놈이었다.
하물며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버린 지금은 더욱 쉬웠다.
굳이 시간을 끌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서우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놈을 향해 다가가며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끼에에에에에엑-!
자신의 불리함을 알아차린 것일까?
놈이 비명과도 같은 포효를 터트리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찌이익-!
덕분에 ‘카 라니엘’은 놈의 거죽을 스쳐 지나가는 것에 그쳤다.
‘도망을 가?’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이성보다는 본능이 더 강한 짐승형의 권속이라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망을 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뒤따라오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인지, 화염까지 흩뿌리고 있었다.
‘어이가 없군.’
지금까지 만난 권속들 중 이렇게 도망을 치는 놈은 처음이었다.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할 지경.
하지만…….
‘그냥 가게 둘 순 없지.’
경험치도 경험치였지만, 놈을 놓쳤다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게 분명했으니까.
서우진은 ‘신속’을 사용했다.
순간적으로 신형이 길게 늘어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는다.
화르르르륵-!
화염이 앞길을 막아섰다.
‘뜨겁군.’
불에 미친 마법사인 디아로크를 저딴 꼴로 만든 것이 이해가 될 정도의 열기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게 움직이며, 화염을 그대로 통과했다.
화아아아악-!
너무도 빠른 속도에 불길은 감히 서우진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밀려난 공기의 흐름이 접근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덕분에 서우진은 도망치던 놈의 꽁무니를 손쉽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지금!’
권속은 서우진의 접근을 눈치채곤 다급히 방향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카 라니엘’이 더 빨랐다.
화르륵-!
놈이 뿜어대던 붉은 화염과는 다른, 흑색의 지고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지고화’는 너무도 쉽게 놈의 화염을 살라 먹으며, 그대로 뻗어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디아로크가 사용했던 게르마돈의 숨결보다는 현저히 약했지만, 훨씬 더 치명적인 폭발이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악-!
검은 불꽃은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강가스테어나 아르제베토 수준도 아닌 놈이 막아내기엔 힘들지.’
심지어 정상인 상태도 아니지 않은가.
화염 내성이 강한 것 같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고화’를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검게 타오르는 ‘지고화’에 뒤덮여 발버둥치는 이름 모를 권속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고통이 심한 것인지, 아니면 서우진을 향한 공포가 너무 강한 것인지.
놈은 땅바닥을 뒹굴며,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대로 놔둬도 상관없겠지만.’
놈은 죽는다.
온몸을 불태우는 작열감(灼熱感) 속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터였다.
‘굳이 그때까지 놔둘 필요는 없겠지.’
천에 하나, 만에 하나.
혹시 모를 변수 자체를 제거해 두는 것이 좋았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의 검극(劍極)을 놈에게 겨누었다.
거대한 혼돈기가 흘러나오며, 고통스러워하는 권속의 몸을 구속했다.
‘꿰뚫는다.’
스킬은 필요 없었다.
그저 하고자 하는 의지면 충분했다.
‘카 라니엘’은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밀려들어 갔다.
그리고…….
푸욱-!
마치 두부를 꿰뚫듯, 날카로운 검극이 놈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경험치가 차오르는 느낌이 뒤로하고,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거두었다.
머리가 뚫린 권속은 자신의 숨결에서 흘러나오던 화염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집어삼켜졌다.
말 그대로 잿더미로 화하는 놈을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어느새 자리에 주저앉은 디아로크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서우진은 곧장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괜찮냐?”
괜찮을 리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의 기운이 빠르게 꺼지고 있었던 것이다.
디아로크는 고개를 들어 서우진을 올려다봤다.
저런 몰골을 하고 있었음에도, 용케 눈빛은 맑았다.
“끄, 읕인가?”
“그래, 놈은 죽었어.”
“다, 해, 행이군.”
말을 더듬으며 웃는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얼굴 근육을 억지로 컨트롤하느라 참으로 기괴한 표정이 지어졌다.
“이젠, 죽어도 여한…….”
“개소리하지 말고.”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놈의 말을 끊었다.
“아직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벌써 죽긴 이르지.”
전쟁이 한창 남았다.
그런 와중에 초극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를 벌써 잃을 순 없다.
“잊은 거냐? 나한텐 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디아로크는 이전에도 서우진을 돕다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살았다.
‘마테아의 광명’이 있었으니까.
“그, 그건…….”
디아로크도 까먹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듯한 태도를 취한 건 아마…
“어차피 하루에 한 번씩 쓸 수 있다. 지금은 너 외에 살려야 할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거부할 이유도 없지.”
‘마테아의 광명’의 힘이 자신을 살리는데 낭비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생각 따위를 한 듯했다.
“그러니까 개소리는 그만하고, 그냥 편히 받아들여.”
디아로크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열려 했지만, 서우진은 반론을 더는 듣지 않았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에서 성스러운 빛이 터져 나왔다.
빛은 순식간에 디아로크의 전신을 휘감으며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
잘려 나간 팔이 자라난다.
화상으로 흘러내리던 피부가 재생하고, 부상을 입었던 육체가 빠르게 수복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처럼.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디아로크는 완벽히 회복되며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고맙군.”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편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움직임으로 서우진과 눈을 마주치며 고마움을 표했다.
“헛소리하는 거 보니, 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닌 모양이군.”
서우진이 코웃음과 함께 디아로크를 놀렸다.
녀석이 발끈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의외로 참는다.
자신을 두 번이나 살려준 은인에게 화를 낼 정도로 인성 파탄자는 아니었으니까.
“전장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조금 더 놀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싸움은 여기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병사의 목숨이 사라지고 있을 터.
서우진은 분위기를 전환하며 디아로크에게 물었다.
“압도적이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쪽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내가 떠나오기 전까지는.”
“그래?”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국 연합이라고 하더니, 역시 한 수는 있나 보군.’
제국이나 아이에르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삼국 연합에 속한 왕국들은 모두 강력한 힘이 있었다.
특히 기사의 왕국인 레닌스탕은 더욱 그러했다.
몬스터들을 상대로 승기를 잡고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젤론이라면, 분명 이번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젤론?”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서우진이 눈을 끔뻑이자, 디아로크가 설명을 이어갔다.
“트리안의 대장군이다. 내가 본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지휘관이기도 하지.”
녀석의 입에서 순순히 남을 인정하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만큼 대단한 양반이라는 거겠지.’
디아로크가 저렇게 말을 할 정도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가보기는 해야지.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려면.”
“동의한다.”
디아로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서우진과 디아로크가 합류한다면, 수천, 수만의 병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가자.”
서우진이 전장의 향기가 풍겨오는 곳을 향해, 먼저 이동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
디아로크는 뒤를 따라가지 않고 가만히 서서, 완전히 재로 변해 버린 권속의 사체를 바라봤다.
‘…쯧.’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몸을 돌려 서우진이 향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마력까지 완전히 회복한 덕에, 속도향상마법을 사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무리도 없었다.
쐐애애애애애액-!
서우진에 비하자면 조금 손색이 있긴 했지만, 디아로크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움직임으로 전장에 복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죽여! 절대 이곳을 넘어오지 못하게 해!”
“지원이다! 지원이 왔어!”
“으아아아아! 이 망할 새끼들아!”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전장의 광기가 여실히 느껴졌다.
살기 위해 적을 죽이는 병사들의 절규가 귀를 파고들었다.
디아로크의 발이 빨라졌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젤론은 퇴각을 하지 않고 여전히 전투를 수행 중인 모양이었다.
‘내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나?’
터무니없는 과대평가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젤론의 판단이 맞았으니, 뭐라 질책하기도 힘들었다.
“천공검.”
앞서 간 서우진에게서 막대한 양의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진 특유의 생소한 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은, 그대로 검의 형태로 변화되었다.
하늘을 가릴 정도의 크기를 지닌 거검(巨劍).
너무도 커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천공검’이 천천히 전장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 뭐냐?”
“피해! 뒤로 후퇴하라고!”
그것을 본 병사들이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질러댔다.
‘하긴 나라도…….’
저런 힘을 직접 목도하면 도망을 치고 싶을 것이다.
디아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거대한 검이 전장에 꽂혔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세상이 멸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