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2)
512화.
물론 당장 시행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 해도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조금 더 완벽한 전력이 갖추어졌을 때.
서우진은 그때 ‘팔로타인 라세’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 계획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겠소?”
젤론이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물었다.
의미라…….
그가 생각할 땐, 서우진의 계획은 분명 무모하기 짝이 없다.
‘팔로타인 라세’의 주변을 포위하고, 기다리기만 해도 적들이 알아서 기어나오지 않던가.
굳이 방어의 이점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세로 나설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저 숲 안에는 마기가 들끓어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이기도 힘든 상태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뒤를 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피해만 커질 것 같소만.”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젤론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처럼 밖으로 나오는 놈들만 막아내는 편이 훨씬 안정적일 겁니다. 하지만…….”
서우진은 잠시 호흡을 골랐다.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려면, 젤론을 설득하는 건 필수였다.
그는 트리안뿐만 아니라, 삼국 연합의 실질적인 총사령관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적의 뒤를 친다는 서우진의 생각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이번 강림 전쟁은 이전에 벌어졌던 것과 다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미 느끼고 계셨을 텐데요? 기록에 적혀 있는 것에 비해, 적의 힘이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전의 강림 전쟁에서는 권속들이 많아야 열을 넘지 않았다.
그마저도 헬데인의 브루타엘 정도가 평균이었고, 가장 강한 놈이라고 해봐야 북방에서 잠들어 있던 크라토스였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크라토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지닌 권속들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등장했다.
심지어 제국군에는 한 번에 열이 넘는 권속들이 출몰하지 않았던가?
아직 서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상황은 지나치게 비정상적이었다.
디아로크가 인정한 젤론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으음…….”
젤론이 침음성을 흘린다.
‘역시 깨닫고 있었군.’
그의 표정을 본 서우진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이대로 가다간 필패입니다. 몬스터와 마수는 둘째치고, 권속조차 막아내지 못해 뚫리는 곳이 속출할 테니 말입니다.”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서우진은 진정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제국이나 크루시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십중팔구는 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젤론은 머뭇거리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렇다 하여 저 지옥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소.”
가만히 서서 오는 적들을 상대하는 것도 힘든 건 사실이다.
그 말은, 서우진의 계획은 더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몸을 보호해 줄 성벽도, 든든한 보급도, 휴식을 취할 숙소도 없는 곳이 아닌가?
훨씬 열악한 장소에서, 불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것에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지 않…….”
“강림을 막을 겁니다.”
말하던 젤론이 입을 다물었다.
방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디아로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향해 물었다.
“마왕의 강림을 저지할 계획입니다.”
서우진은 다시 한번 대답해 주었다.
물론, 그것을 들은 두 사람의 표정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게 가능하오?”
가장 근본적인 질문.
마왕의 강림을 막을 수 있느냐?
지금껏 그것을 시도해 본 적이 없을 리가 없었다.
무려 일곱 번이나 세상이 멸망할 뻔했는데, 과연 선조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안 해봤을까?
당연히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왕이 계속해서 강림을 했다는 건,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는 뜻과 동일했다.
아니,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쪽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니 젤론의 질문은 타당했다.
“글쎄요.”
하지만 서우진은 정확한 대답을 피했다.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는 솔직히 자신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될 것 같기는 한데 말이지.’
강림지를 파괴한다.
이전의 용사들이나, 이 세계의 존재들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들에 비해서도 차원이 다른 힘을 갖추고 있지 않던가.
그들은 실패했을지라도, 서우진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단순히 가능할 것 같다는 말로는 설득하는 건 안 되겠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느낌 때문에 수십만 명의 생명을 걸 순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불가하오.”
젤론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확신을 주지 못하는 계획으로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 공고해 보였다.
“그렇습니까?”
서우진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온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강압적인 태도를 취해봐야,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제안이다.
지금은 물러나고, 천천히 공을 들여 설득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합류한다면, 지금보단 훨씬 수월해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시온의 지원은 받아들이겠소.”
다행히 저건 받아들였다.
너무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었더니, 상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요청이라 느낀 덕분이었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젤론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콰아아아아앙-!
전장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사이 동료들이 도착을 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남지 않은 몬스터들이 쓸려나가고 있었다.
‘여기도 대충 마무리된 것 같군.’
동료들의 손에 쓸려 나가는 몬스터들을 지켜보는 서우진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 * *
‘저게 시온의 검귀…….’
브리아니는 눈을 빛냈다.
그녀는 지금껏 반 슬레인을 몇 번이나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매시브 가디언에서 지내지만, 한 왕국을 대표하는 대귀족이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중대사를 논의할 때면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둘은 서로 오가며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는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와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검로는 유려하기 짝이 없었고, 그 안에 담긴 힘은 가공할 정도다.
일검에 수백 마리의 마수가 형체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조각이 났다.
‘이 정도면 다리엘보다도 강한 거 아닐까?’
브리아니가 슬쩍 옆을 쳐다보았다.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묵묵히 마수들을 베어나가는 다리엘의 모습이 보였다.
‘흐음.’
검공과 검귀의 사이가 그리 좋지는 못하다더니.
‘헛소문인 건 아닌 모양이네.’
다리엘은 내색하지 않고 있었지만, 브리아니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무심한 척 검을 휘두르고 있는 그가, 반 슬레인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와 반대로 시온의 검귀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아니, 신경을 안 쓴다기보단, 전투에 집중하고 있는 건가?’
오직 마수들을 베어내는 것에만 모든 정신을 쏟아붓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것만 봐도, 누가 더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는 확연했다.
‘하긴, 젊음을 되찾은 것만 봐도 저쪽이 이쪽보다 한 단계 높은 경지에 오른 게 확실하지.’
브리아니는 오랜만에 본 반 슬레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다리엘과 비슷한 나이의 노기사가, 앳된 청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으니까.
심지어 외모조차 그녀의 취향이었는지라, 브리아니가 받은 충격은 몇 배로 더 컸다.
우우우우우우웅-!
반 슬레인의 낡은 검이 울기 시작했다.
마력을 한계까지 받아들인 날붙이가, 주인의 뜻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검이 휘둘러진 궤도에 놓인 마수들이 모조리 핏물로 화하며, 형체를 잃어버렸다.
“으윽.”
그 끔찍한 모습에, 브리아니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서우진, 그 아이에 비해서는 약해. 하지만 그 이상의 길을 걷고 있는 건 분명해.’
힘의 고하를 떠나, 반 슬레인이 이룩한 경지는 그야말로 위대했다.
“쯧.”
옆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 슬레인이 보여준 검에 심기가 불편한 다리엘이 낸 소리였다.
브리아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 가서 얘기라도 한번 나눠보지 그래요?”
“쓸데없는 소리.”
당연하게도 다리엘은 그런 브리아니의 말을 무시했다.
“싫으면 말고요.”
그냥 옆에서 이렇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시 한번 다리엘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그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보단 다른 관심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주신께 영광이 있으라!”
화아아아아아악-!
신성한 힘이 뻗어 나오며 주변을 뒤덮었다.
아군에게는 힘을, 마수에게는 징벌을 내리는 기운.
프레이야의 신성력이었다.
‘와아, 저분도 대단하네.’
한 세대 전의 신성기사단장.
당연히 늙어서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조차 반 슬레인처럼 젊음을 되찾은 상태로 참전했다.
객관적인 경지는 다리엘과 비슷하거나 조금 뒤쳐졌지만, 그녀에게는 신성력이라는 사기적인 힘이 있었다.
덕분에 마수들과의 싸움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강력했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
브리아니와 다리엘.
그 네 명은 일반적인 전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미는 저쪽이지.’
초고온의 열기가 단번에 천여 마리의 마수를 불태웠다.
압도적인 화염.
‘초열법사’ 김태진의 스킬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임태은과 박진한, 그리고 다른 용사들까지.
아직 초극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조차도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용사의 수가 무려 수십 명에 달했으니, 일반적인 마수들이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학살.
마수들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던 데르한 왕국의 병사들은, 그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용사들이 강하다는 건 이전에 벌어졌던 에이션트 오크 토벌로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으로 마수들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도저히 믿기가 힘들 정도였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던 놈들을 저토록 쉽게 도륙하는 모습을 보니, 허탈함과 동시에 경외심이 들 정도였다.
‘여기는 대충 끝난 것 같네.’
용사들의 눈부신 활약을 지켜보던 브리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르반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던 마수들의 모습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계속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좋을 텐데.’
몬스터나 마수 정도는 쉽게 물리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권속이었다.
지금은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는 듯 보이지만, 권속이라도 나타난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최대한 많이 밀어놔야겠지?’
브리아니는 헤어지기 전, 서우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왕의 강림을 막는다.”
그게 정말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라도 해보려면 서둘러야만 했다.
그녀의 시선이 ‘팔로타인 라세’가 있는 방향을 향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