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3)
513화.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팔로타인 라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에는 제국이나 아이에르 같은 강대국도 있었지만, 시온이나 데르한처럼 약소한 왕국도 다수였다..
심지어 ‘팔로타인 라세’와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사막의 왕국, 야나그다르까지도 병력을 이끌고 온 상태였으니까.
“춥군.”
모히아딘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 만연한 가을의 날씨였지만, 평생을 사막에서 살아온 그에게는 싸늘하게 느껴졌다.
“너는 괜찮으냐?”
문득 허공을 향해 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적응이 돼서.”
아직 앳된 기색이 가시지 않은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더냐?”
모히아딘이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는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리나르.”
“말씀하십시오.”
리나르는 자신의 ‘이능’을 억제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일린 경과 함께 전투의 선봉을 이끌어라. 할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다행히도 야나그다르 왕국이 맡고 있는 지역에는 단 하나의 권속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마수의 수가 끔찍할 정도로 많긴 했지만…….
‘그 정도는 막아낼 수 있겠지.’
모히아딘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사막의 전사.
뜨거운 태양의 기운을 담고 있는, 불굴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
적이 아무리 많다 한들, 절대 물러서지 않고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칼을 뽑아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 이르거라.”
“명을 받듭니다.”
리나르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곤 그대로 사라졌다.
“허어-”
모히아딘이 감탄한다.
이미 여러 번 본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신기했다.
두 눈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었거늘,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사라지는 건 실로 놀라웠다.
“그가 괜히 제국으로 데리고 간 건 아니었어.”
서우진에게 설명을 듣긴 했었다.
리나르에게 남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본 리나르의 능력은,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암살자가 된다면, 세상에 막아낼 자가 없겠지.’
두려운 능력이다.
해서 모히아딘은 리나르를 곁에 두고 중히 쓰기로 했다.
녀석은 자신과 야나그다르에게 더없이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었으니까.
이번 전쟁에서도 그렇다.
비록 아직은 이룩한 경지가 미천하다지만, 살상력만큼은 최상급 기사를 아득히 넘어선다.
그런 리나르와 기사인 아일린이 함께 싸운다면, 뛰어난 효율을 보일 수 있을 터.
“창과 방패라…….”
모히아딘은 아일린을 떠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리나르와 함께 찾아온 여기사.
어린 나이에도 상급에 달하는 경지에 오른 그녀는, 본격적으로 강림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세웠다.
마치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죽음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듯이.
그 덕분일까?
그녀는 빠르게 강해졌다
야나그다르가 자랑하는 최강의 기사단, 샐러맨더의 기사들조차 아일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최상급.
그것도 극에 이른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고작해야 몇 달간의 수련으로 최상급의 벽을 넘어서다니.
경악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재능이었다.
만약 아일린이 시온에 소속된 이가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영입을 고민했을 수준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깨달음을 한 자락이라도 얻는다면…….”
세상은 또 다른 초인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모히아딘은 기대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무려 15만에 달하는 사막의 전사들이 도열한 채, 밀려드는 마수들을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출진하라.”
야나그다르의 총사령관.
모히아딘이 전투의 시작을 명령했다.
* * *
“왔군.”
아일린이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찍었어.”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아일린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 진짜. 누나는 감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아일린은 리나르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어떤 낌새도 전혀 느끼지 못했으니까.
정말로 그냥 감으로 찍은 것이었다.
문제는 그 감이라는 것의 적중률이 꽤나 높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러게. 나도 신기하네.”
이전에는 이런 종류의 운이 그리 좋지 않았었다.
오히려 둔감하다는 평을 많이 들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졌다.
흔히 오감이라 부르는 것들도 그렇지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섯 번째 감각이 엄청나게 정확해진 것이다.
‘우진 씨도 그랬었지.’
그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 항상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곤 했었다.
‘초극의 경지에 오르면 그렇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 아일린은 그 높다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도 감각이 예민해진 것을 보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같았다.
‘뭐, 이건 나중에 생각해 보고.’
지금은 상념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었다.
“준비 됐니?”
“네. 모히아딘 님께서 누나와 함께 군의 선봉을 맡아달라고 하셨어요.”
이해할 수 있는 부탁이었다.
야나그다르에서, 자신들이 가장 강한 전력이었으니까.
“그럼 그렇게 해야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아일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갑주의 끈을 조였다.
오랜만에 착용한 푸른색의 갑주는 마음에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마수의 살기도, 경종을 울려대는 전장의 위기감도.
조금씩 진정이 되며, 평소의 냉철함이 돌아왔다.
“가자.”
아일린이 움직이자,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길을 터기 시작했다.
매시브 가디언의 기사들과는 달리, 가죽으로 된 경갑을 착용한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이국적이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아일린을 향한 신뢰와 경외가 가득했다.
그간 수도 없이 대련하며, 그녀를 인정한 덕분이었다.
“아일린 경.”
어깨에 거대한 시미터를 걸친 기사 한 명이 다가왔다.
“마하르.”
야나그다르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이자, 샐러맨더의 단장인 마하르였다.
그는 아일린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2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덩치가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은 위협적이었지만, 아일린은 아무런 표정의 미동도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한 그럴 실력도 되지 못한다는 것도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사령관께서 그대를 전장의 최전방에 세우시겠다는 말은 들었다.”
그사이에 소문이라도 퍼진 것일까?
아일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뒤따를 터이니, 무리하지 말거라.”
조금 주춤거리던 마하르가 힘겹게 말을 건넸다.
“그러지.”
아일린은 바보가 아니다.
저 거대한 덩치가 자신에게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으니,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모른 척했다.
그녀에게 저런 감정은 사치였다.
지금은 오직 하나.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으로도 벅차다.
아일린의 담백한 대답에 마하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투를 앞에 둔 상황에 계속해서 길을 막고 있을 순 없다는 걸 깨달은 듯, 한 걸음 옆으로 벗어났다.
“무사하길 빌지.”
“너도 무사해라.”
아일린이 마하르를 스쳐 지나갔다.
주변에 있던 전사들이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얼룩진 시선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이럴 때 보면 누나도 참 냉정한 것 같아요.”
옆에서 리나르가 속삭이는 것이 들렸다.
“뭐가?”
“다신 못 볼 수도 있는데, 조금은 다정하게 대해줄 수도 있잖아요.”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일린은 녀석이 입술을 삐죽이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리나르는, 남녀간의 감정에 대해 한창 왕성한 관심이 있을 때였으니까.
“쓸데없는 배려야.”
아일린이 고개를 저었다.
다정한 말 한 마디보다, 이 전투에서 살아남으라는 걱정 한 마디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쩝.”
리나르가 입맛을 다신다.
“너도 이제 오지랖은 그만 부리고 전투 준비나 해.”
매시브 가디언에 있을 때는 그래도 조금 진중했었는데, 밖으로 나오자 점차 이전의 쾌활한 성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평소에야 상관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투를 앞두고 있는 상황.
저토록 가벼이 행동하다가, 눈먼 칼이라도 맞을까 걱정이 되었다.
“알았어요.”
조금은 퉁명한 대답과 함께, 리나르의 마력이 예리하게 곧추서는 것이 느껴졌다.
농담은 그만두고, 진지하게 임할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투가 임박했다는 뜻이었다.
아일린은 걸음을 조금 더 빨리하며, 앞으로 향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막의 전사들이 터트린 함성이 귓가에 틀어박힌다.
15만.
북방의 병사들과는 정반대의 복장을 하고 있는 그들의 사기는 엄청났다.
패배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둥둥- 둥둥- 둥둥-!
북소리가 점차 빨라진다.
그와 발맞춰 아일린의 심장 고동도 빨라졌다.
마력이 전신의 마력회로를 휘돌기 시작했다.
“후우-”
흥분을 가라앉히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게 가장 중요하지.’
서우진을 가르치며, 수도 없이 강조했던 것이 바로 호흡이었다.
아일린은 스스로의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하며, 전면을 노려보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마수의 파도가 밀려들고 있었다.
소와 말, 개구리와 도마뱀 등.
온갖 종류의 마수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뭉쳐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대열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오직 전장의 광기와 살기만이 가득한 질주였다.
땅이 진동하고, 먼지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조금 더 많은가?’
야나그다르의 병력보다 1.5배쯤 되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마수 하나에 병사 다섯 이상은 붙어야 하니, 이쪽의 열세가 확실했다.
하지만 아일린은 걱정하지 않았다.
야나그다르에는 뛰어난 전사들이 많았으니까.
‘마하르도 그렇고, 샐러맨더도 그렇지.’
그들의 힘이라면, 저 많은 마수를 도륙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일린은 자신이 맡은 임무를 다시 상기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르릉-
깨끗하게 손질 된 은색의 검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우진 씨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제국군 쪽에 합류해 전투를 끝내고,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서우진이라면 이딴 마수들에게 당할 리는 없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보고 싶네.’
마하르가 자신에게 품은 것과 같은 종류의 감정은 아니다.
그보다는 동경.
그리고 바람이었다.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서우진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가능하면.
‘도움이 되고 싶어.’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힘겹게 달려오지 않았던가?
‘이번 전투가 끝나면, 한 번 만나러 가도 될 것 같아.’
시온 군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고 했던가?
마침 핑계도 좋지 않은가?
너무 늦지 않게 그를 만나고, 고향 사람들을 만나려면 이 전투를 빨리 끝내야만 한다.
‘그리고 이겨야지.’
아일린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휘황찬란한 오색 빛깔의 오러가 불타올랐다.
“출진하라!”
뒤쪽에서 지휘관들의 진격 명령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아일린이 땅을 박차고, 폭음과 함께 마수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녀의 뒤로 모습을 감춘 리나르가 따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