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7)
517화.
시온, 레닌스탕, 브로바이슨, 트리안.
4국의 병사들은 치열했던 전장을 정리하고, 소모된 체력을 회복시키며 재정비에 들어갔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기에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 애송이 용사 나으리가 그렇게 강해졌을 줄이야…….”
“그게 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구른 덕이지, 뭐.”
“하기야. 거기서 반 슬레인 경이 1년이나 훈련시켜 주셨으니, 그 정도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지.”
시온의 병사들은 달라진 서우진의 모습을 보고 괜한 자부심을 느꼈다.
“거기, 잡담은 그만하고 무기 손질에 집중해라. 괜히 칼 안 박힌다고 징징대다 죽지 말고.”
지나가던 천인대장 한 명이 병사들의 수다에 한마디를 했다.
“아이고, 조한 대장.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소홀히 하는 거 본 적 있수?”
“입은 놀려도 손은 안 쉬지.”
껄껄- 웃는다.
무려 천인대장을 대하는 것으로 보기엔, 일반 병사들의 태도가 거리낌 없었다.
“하여간 말들은 잘해. 어쨌든 괜히 높으신 분들한테 책잡힐 일 만들지 말고, 맡은 일이나 잘 수행해라.”
“걱정하지 마슈!”
조한은 그들을 향해 대충 손을 휘저어주고는 몸을 돌려 걸음을 재촉했다.
‘으음.’
그러곤 서우진을 떠올렸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함께 싸웠던 용사.
당시의 그는 백인대장이었다.
‘꽤나 고생했었지.’
반 슬레인과 기사들 없이 얼음벌레를 잡아보겠다고 움직였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한 경험도 했었다.
물론, 실제로 죽은 녀석들도 있었고.
그 일을 계기로 서우진은 조금 변했었다.
더는 숨지 않고, 강해지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것이다.
‘그때의 일 때문에 저토록 강해질 수 있던 걸까?’
조한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그날, 그런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저렇게 강해지지 못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매시브 가디언에서 본 서우진은 그야말로 모지리, 그 자체였으니까.
성격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태도가 변한 덕분에 저토록 강해졌을 것이다.
물론, 용사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쁘지 않네.”
조한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을 때였다.
“뭐가 나쁘지 않습니까?”
뒤에서 갑작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흠칫- 놀란 조한이 돌아보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용사 양반?”
“오랜만입니다.”
서우진이었다.
“보니까 천인대장이 되셨던데, 출세하셨군요.”
그가 다가오며 아는 체를 했다.
“으, 으하하! 출세는 용사 양반이 더 하지 않았습니까?”
조한은 크게 웃으며 서우진을 향해 다가갔다.
“아니, 대체 뭘 먹고 다니기에 그렇게 강해진 겁니까?”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웠던 전우에게 예의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것저것 잘 먹었습니다. 제국이 잘살긴 하더라고요.”
서우진 역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긴, 시온에 비하자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였을 테니!”
매시브 가디언으로 오는 보급은 시온에서도 가장 최우선으로 취급되었지만, 그런데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배를 곯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맛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이곳에서도 타국의 보급을 나눠받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전투도 치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1년을 보내다 제국으로 갔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조한은 서우진을 보며 살짝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전 시온이 그립더군요.”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서우진은 시온에서 구르던 때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었으니까.
그때는 강림 전쟁이든, 사도든, 권속이든.
그딴 건 신경쓰지 않고 그저 강해지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함께 싸우며 조금씩 자신을 인정해 주었던 병사들도 기꺼웠고.
“시온이 정이 많긴 합니다.”
조한이 다시 한번 껄껄- 웃었다.
“천인대장 생활은 좀 어떻습니까?”
“뭐, 똑같습죠. 여전히 말은 안 듣고, 골치도 아프고. 관리해야 하는 애들이 열 배나 늘다 보니, 흰 머리도 그만큼 더 늘어난 것 같거든요.”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대답했다.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는지, 확실히 조한의 머리는 이전에 비해 훨씬 새하얘져 있었다.
그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닌 듯했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나 보군.’
서우진은 예전에 비해 훨씬 쇠약해져 있는 조한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무슨 일이십니까?”
조한이 물었다.
전투가 끝나긴 했다지만, 서우진은 한창 바쁠 때였다.
각국의 수뇌들과 만나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찾아온 건, 단순히 회포나 풀기 위함은 아닐 터.
“…한 가지 제안을 할까 해서요.”
서우진이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마왕 놈을 함께 막으러 갈 생각 있습니까?”
조한의 눈이 커졌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언제 목숨을 걸고 싸웠냐는 듯, 충분한 휴식을 취한 병사들의 얼굴에 그늘이 꽤나 옅어졌을 때쯤.
뿌우우우우-!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저 소리는…….”
“야나그다르에서 쓰는 거 아녀?”
쉬고 있던 4국의 병사들이 고개를 들고,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봤다.
두두두두두두두-
저 멀리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듯한 흔적이 보였다.
“바로 보고해!”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조금은 늘어져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팽팽하게 당겨졌다.
‘왔군.’
당연한 말이었지만, 서우진은 병사들이 보고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들의 등장을 알고 있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단 한 순간도 ‘신룡안’을 해제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꽤 많은데?’
생각보다 더 많은 수의 병력이 다가오고 있었다.
‘팔로타인 라세’를 포위하고 있던 다른 왕국도 합류를 한 듯했다.
예를 들어, 저 뿔피리를 불고 있는 야나그다르 같은 왕국 말이다.
‘최소한 30만쯤 되는 건가?’
이곳에 있는 네 개의 왕국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숫자였다.
‘제국군과 아이에르 군도 있는 모양이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만한 숫자가 나올 리가 없었다.
‘뭐, 상관없지.’
서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서우진이 하려는 일에, 병력의 수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규모보다는 질이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서우진이 놀란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수호자가 오는 모양이야.”
자신의 천막에서 밖으로 나온 디아로크가, 서우진을 발견하고는 말을 걸어왔다.
“그래, 마공과 암공을 제외한 모두 온 것 같은데?”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
그 둘을 제외하고도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가 세 명이나 더 있었다.
서우진에게는 아주 낯이 익은 기운을 풍기는 이들이었다.
‘검공, 권공, 그리고 브리아니 님인가?’
서우진의 얼굴에 반가움이 서렸다.
그날, 신궁에서 본 이후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었으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뭔가 좀 알아내셨으려나…….’
브리아니는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한 것을 좀 더 깊이 파보기 위해 움직였었다.
그날 이후 시간이 꽤 흘렀으니, 그녀라면 뭔가를 더 알아냈을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기대감을 갖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동했다.
“설마 야나그다르에서 지원을 온 것이오?”
뒤늦게 보고를 받고 나온 젤론이 두 사람을 발견하곤 물어왔다.
“맞습니다. 제국과 아이에르, 그리고 몇몇 왕국도 합류한 것 같군요.”
데르한처럼 차마 지원을 보낼 정도의 병력도 없는 약소왕국들을 제외하면 상당한 숫자가 힘을 합친 듯했다.
“호오, 그 말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구려.”
계속해서 몬스터와 마수들이 밀려들었다면, 이렇게 지원을 보낼 수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같았다.
뿌우우우우-!
조금 더 가까워진 뿔피리 소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뇌부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병력들까지 슬쩍- 구경을 나온 것이다.
“적은 아닌 모양이야.”
“지원인가?”
“싸움 다 끝났는데, 지원은 뭐하러 온대?”
마수나 몬스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곤, 병사들은 긴장감을 늦추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주둔지 외곽으로 나가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왔나?”
테스테론과 제라드였다.
두 기사는 완전무장을 갖추고 진즉 이곳으로 나와 있었던 듯했다.
“경계 중이십니까?”
“그렇다.”
서우진이 묻자, 테스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시온의 병력은 이런 상황에서도 긴장감을 절대 풀지 않았다.
겉으로는 느슨해 보일지라도, 주변을 살피는 일에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혹독한 북방을 겪어온 자들의 습성이었다.
“마중을 나갈 생각이냐?”
이번엔 그가 물어왔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병력의 지원이라면 굳이 직접 나가서 맞이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저기에는 서우진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잔뜩 있었다.
반 슬레인, 프레이야, 브리아니.
거기에 동료들을 제외한 용사들까지.
가만히 여기에 서서 기다리기엔, 그들과 나눠야 할 대화가 너무도 많았다.
“그럼 같이 가지.”
제라드가 마침 잘됐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도 영주님을 영접하러 가야 하거든.”
반 슬레인의 기운을 느낀 것일까?
두 기사는 당장에라도 달려나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그러죠.”
“좋군.”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테스테론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러곤 크게 소리쳤다.
“푸른방패 기사단은 전원 영주님을 영접할 준비를 해라!”
“움직여!”
일사불란.
푸른색의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순식간에 도열했다.
“허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젤론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능한 지휘관인 그의 눈에는, 푸른방패 기사단의 저 단순한 움직임이 얼마나 많은 훈련의 결과인지 눈치챈 듯했다.
“대단하구나.”
서우진은 그러한 젤론의 음성을 뒤로한 채, 테스테론과 제라드의 옆에 섰다.
“그럼 저희는 다녀오겠습니다.”
굳이 모두가 갈 이유는 없다.
디아로크나 젤론은 타 왕국의 고위 귀족이었으니, 오히려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예법에 맞았다.
하지만 디아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같이 가지.”
“나도 함께 가세나.”
젤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은 이곳에 가만히 서서 기다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렇게 하시죠.”
말릴 이유도 없었기에, 서우진은 그들의 동행을 허락했다.
“가자.”
테스테론의 말에 기사단이 천천히 말을 달렸다.
서우진과 디아로크, 젤론은 그들이 마련해 준 전마에 올라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질주하는 기사단의 모습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이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
서우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거 설마?’
야나그다르라는 이름을 듣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너무도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일린.’
그리고 리나르.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이 서우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