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8)
518화.
“영주님을 뵙습니다!”
테스테론의 선창과 동시에, 기사들의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절도 있고, 기사의 예가 듬뿍 담겨 있는 행동으로 자신들의 군주를 맞이했다.
“허허- 그간 잘들 지냈는가?”
반 슬레인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예를 받았다.
단순한 부하가 아닌, 마치 자식들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서우진이 그런 반 슬레인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고생은 무슨. 딱히 어려운 일은 없었다네.”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는지, 그에게는 어떠한 부상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못해도 권속 한둘은 마주쳤을 텐데… 다행이군.’
하긴.
저만한 전력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초극의 경지에 오른 이가 무려 다섯이고, 사제와 신성기사가 수만이며, 용사들이 수십 명이나 있었으니 말이다.
아르제베토쯤 되는 권속이 아니라면, 덤벼볼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나저나, 반가운 얼굴들이 몇 보이는군.”
반 슬레인이 서우진 뒤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디아로크와 젤론이 있었다.
“오랜만에 뵈오, 반 슬레인 공.”
먼저 젤론이 인사를 건네왔다.
“허허- 15년쯤 되지 않았소?”
“제국에서 개최되었던 대륙회의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니, 그쯤 된 듯하오.”
두 사람은 딱히 친분이 깊어 보이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딱 안면만 있는 사이.
그 정도가 전부인 듯했다.
서우진의 예상이 맞았는지, 둘은 형식상의 인사를 끝마치고는 말을 돌렸다.
“일단 병력을 이끌고 주둔지부터 만들어야 하겠네. 내색은 않고 있지만, 다들 꽤나 지쳤거든.”
“아, 그렇게 하시죠.”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는 잠시 후에 해도 된다.
지금은 힘들게 전투를 끝내고 합류한 병력들이 휴식을 취할 자리를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병사들에게 좀 도우라 명하게.”
“그리하겠습니다.”
반 슬레인의 말에 테스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주둔지 설치에 지원을 내보낼 생각이었다.
“우리도 돕겠소.”
“레닌스탕 역시.”
이 자리에 없는 브로바이슨 왕국을 제외한 모두가, 새로 합류한 병력의 주둔지 설치를 돕기로 했다.
“그럼 잠시 후에 보세. 할 이야기가 많으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반 슬레인의 말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서로 해야 할 대화가 많았다.
서우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기사를 쳐다봤다.
‘강해졌구나.’
대체 언제 저토록 성장한 것일까?
‘최상급 기사라니.’
용사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성장속도는 그야말로 경이로울 정도였다.
꾸벅-
아일린이 서우진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반가움과 긴장, 그리고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회포는 잠시 후에.’
서우진이 눈빛으로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에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반가운 사람들이 많구나.’
아무래도 오늘은 꽤 바쁠 듯했다.
* * *
밤이 깊었다.
수십만 명이 머물 수 있는 주둔지를 건설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타 왕국에서 도움을 주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숙영지를 만드는데 이골이 난 병사들도 거의 여덟 시간쯤 흐른 뒤에야 간신히 공사를 끝낼 수가 있었다.
그마저도 용사들과 초극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 도와준 덕택이었다.
어둠이 깔리자, 경계병을 제외한 병사들은 모두 지쳐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일정은 그때부터였다.
“오랜만이네?”
가장 먼저 온 것은 바로 브리아니였다.
그녀는 다리엘, 카론과 함께 서우진이 기다리고 있는 천막으로 들어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서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반겼다.
“그때 그렇게 헤어지고 이렇게 재회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치?”
그녀의 말이 맞다.
설마 이런 자리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얼굴을 볼 수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게요.”
서우진이 그녀와 가볍게 포옹을 했다.
“성과는 있었어. 조금 이따 따로 얘기해 줄게.”
브리아니가 작게 속삭였다.
뒤에 있는 다리엘과 카론이 듣지 못하도록 신경쓰는 모양이었다.
‘들어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 둘은 이미 서우진의 노예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영혼 깊숙한 곳에 ‘낙인’이 찍혔으니까.
브리아니가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다른 곳에서 발설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괜히 불안해하지 않도록 맞장구를 쳐주었다.
“알겠습니다.”
포옹을 풀자, 브리아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우진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음, 못 본 사이에 아주 듬직한 남자가 됐어.”
마치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동네 꼬마를 다시 만난 것처럼, 그녀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칭찬했다.
“그거 참 고맙네요. 일단은 자리에 좀 앉으시죠. 다른 분들이 좀 불편해 보이는데.”
서우진이 뒤를 가리키며 말하자, 브리아니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까?”
준비되어 있는 의자는 많았다.
찾아올 손님들의 수가 꽤 많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브리아니가 먼저 적당한 의자로 향하자, 다리엘과 카론이 서우진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내키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항거할 수 없는 주인에게 표하는 예의였다.
물론, 서우진은 그 둘을 무시했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 올 것 같니? 피곤한데 좀 빨리 와줬으면 좋겠는…….”
“여전히 시끄럽군.”
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디아로크였다.
젤론과 함께 도착한 녀석은 눈살을 찌푸리며 브리아니를 흘겨보았다.
“어머, 방화범이잖아?”
사이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뭐, 저놈이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는 것도 우습긴 하지.’
요즘 성격이 좀 죽은 듯했지만, 본래 디아로크는 미친놈으로 통용되는 마법사였으니까.
“흥! 제국의 한량 따위가 누구보고 방화범이라는 거냐!”
“뭐? 한량?”
서우진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설마하니 대공, 브리아니의 별명이 제국의 한량이었다니.
‘틀린 말은 아닌가?’
황족의 핏줄로 태어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초극의 강자.
자신의 영지를 제외하면 딱히 맡은 직책도 없이 흥미로운 일들만 찾아다니는 존재.
솔직히 한량이라고 불려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부를 정도로 간덩이가 큰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다
디아로크를 제외하면.
“이 또라이 같은 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쁜 게 확실했다.
“그만하시죠. 너도 입 좀 닥치고 있고.”
서우진이 중간에 나서서 중재해 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한판 붙었을 것이다.
브리아니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간신히 화를 참았고, 디아로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은인의 말을 무시할 순 없는 모양이었다.
‘이거 골 아프네.’
하나도 아니고, 무려 열 개에 가까운 왕국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었다.
서로 간에 분란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모두 한편이었지만, 본래라면 사이가 좋지 않은 왕국들도 있었을 테니까.
‘그중 가장 심각한건…….’
서우진이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봤다.
순백의 갑주를 입고 있는, 여기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프레이야 경.’
그녀가 나타나자, 젤론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일단 아이에르를 좋아하는 왕국은 드물겠지.’
비록 수습되긴 했지만, 아이에르는 바로 얼마 전에 전쟁까지 일으킨 국가였으니 말이다.
특히 삼국연합은 아이에르와 직접적으로 전쟁을 벌이지 않았던가?
디아로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젤론은 달랐다.
불편하다는 기색이 강하게 느껴진 것이다.
“커흐흠.”
괜한 헛기침에, 프레이야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나이도 어린놈이 무슨 헛기침을 그리하느냐?”
프레이야가 걸쭉한 음성으로 그런 젤론에게 핀잔을 주었다.
“어, 어린놈?”
젤론이 눈을 부릅떴다.
그가 프레이야에 비해 나이가 적은 것은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서 어리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못해도 반 슬레인과는 비슷한 연배였으니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막말을 듣자, 황당함에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옹알이를 하는 걸 보니 어린놈이 맞구먼. 길 막지 말고 비키거라, 이 녀석아. 설마 걸음마도 못 뗀 게야?”
폭언에 가까운 말에, 젤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허허- 말씀이 지나치시오, 프레이야 경.”
그때, 뒤에서 반 슬레인의 난감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나치긴, 무슨.”
프레이야는 코웃음을 치며, 젤론을 일견하곤 그를 스쳐 지나갔다.
“이, 이…….”
이대로 두면 괜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 서우진이 얼른 나섰다.
“더 이상의 분란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서로 반목할 때가 아닙니다.”
혼돈기까지 섞어 말을 하자 주변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무거워졌다.
오죽하면 프레이야마저도 표정이 심각해질 정도였다.
특단의 조치이긴 했지만, 효과는 좋았다.
서로의 신경을 긁는 행동을 더는 하지 않았으니까.
‘이거 제대로 이야기나 나눌 수 있을까?’
아직 올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러니,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었소?”
마침 도착한 칼라인이, 천막 안의 분위기를 느끼곤 주춤거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들어오시죠.”
서우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칼라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제국, 아이에르, 레닌스탕, 브로바이슨, 트리안, 그리고 시온의 대표자들이 도착했다.
‘그럼 남은 건…….’
야나그다르와 약소왕국 세 곳.
천막의 입구가 열리며, 낯익은 사내가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오, 맞게 찾아온 듯하군.”
“모히아딘 님.”
그를 본 서우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야나그다르의 교역도시, 리마르탄의 군주인 모히아딘이었다.
그의 뒤로 아일린과 리나르가 따르고 있었다.
서우진은 일단 모히아딘을 자리로 안내한 뒤, 아일린을 쳐다봤다.
‘왜 야나그다르 쪽에 있는 거지?’
리나르는 이해할 수 있었다.
본래 그곳 출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일린은 본래라면 반 슬레인을 수행해야 하는 기사였다.
그런데 모히아딘을 따라다니는 것이 좀 이상했다.
“오해하지 말게. 당분간은 그러라고 내가 시킨 것이니 말일세.”
서우진의 생각을 눈치챈 반 슬레인이 먼저 설명을 해주었다.
“아, 그렇습니까?”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건 나중에 들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남아 있는 다른 왕국의 대표자들도 모두 도착했다.
순식간에 커다란 천막이 가득찼다.
반가워하는 이도, 불편해하는 이도, 그리고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도 있었다.
가지각색의 표정들이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두 서우진을 향해 있었다.
‘후우-’
속으로 심호흡한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마왕의 강림을 막겠다는 것이 사실이더냐?”
말을 자르고, 프레이야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 강림을 막아?”
처음 듣는 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쩝.’
서우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천천히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나?’
이렇게 된 이상,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