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9)
519화.
질문이 쏟아졌다.
대부분은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처음 들은 왕국의 지휘관들이었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 등은 가만히 앉아 서우진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자네가 비할 바 없이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네만,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모히아딘이 진중한 음성으로 물었다.
대륙의 남부를 대표하는 왕국의 지휘관이 입을 열자, 순간 좌중이 조용해졌다.
일개 약소 왕국이 내뱉은 질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서우진은 그런 모히아딘을 바라보았다.
“가능성을 물으신다면…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고개를 저었다.
그 말에 좌중의 얼굴이 굳어졌다.
질문을 던진 모히아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확신할 수 없는 일에, 그 많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오?”
그의 질책 섞인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한두 명도 아니다.
최소한 1천에 가까운 병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심지어 각 왕국의 최정예들로만 구성한 이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용사들을 비롯한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까지.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될지 예상치 못하겠소?”
만약 서우진의 계획이 실패한다면, 그래서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재앙이 펼쳐질 것이다.
마왕을 막아야 할 주요전력이 몰살당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대답을 하는 서우진의 음성은 무겁다 못해, 침울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뜻은 굽히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할 가치는 있습니다.”
모히아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으음.”
그 거대한 기세에 몇몇이 시선을 피하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어떠한 기운도 흘리지 않았지만,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난 찬성일세.”
그때, 청아한 청년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막대한 마력을 품고 있는 그 목소리는, 순식간에 서우진이 풍겨대던 위압감을 밀어냈다.
반 슬레인.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은발의 노기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위험하기는 하나, 감수할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하네.”
그렇게 말한 반 슬레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 시온은 두렵다 하여, 피하지 않거든.”
도발일까?
웃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몇몇이 발끈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프레이야였다.
“판데모니엄의 마귀들을 처단하는 건, 주신의 종인 우리가 최고라네. 어딜 감히 북방의 촌놈들이 먼저 숟가락을 들이밀려고 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반 슬레인에게 핀잔을 주었다.
“당연히 아이에르도 네 계획을 따를 것이니라.”
“감사합니다.”
서우진은 그런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제국 역시 네 제안을 받아들이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을 한 게 무려 검공, 다리엘이었으니까.
시온과 아이에르라면 모를까, 설마하니 제국까지 저런 위험한 계획에 동참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거, 검공께서?”
한 약소 왕국의 지휘관이 말까지 더듬으며 경악했다.
‘좋아.’
수호자들이 동의할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굳이 ‘낙인’의 효과 때문이 아니더라도 제국은 그것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병기인 서우진 정도는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할 테고.
‘여기까지는 예상대로고.’
서우진이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절대 반대를 부르짖을 것 같았던 이들이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것이다.
시온과 아이에르, 거기에 제국까지 손을 거든다니…….
위험하다고 발을 빼기엔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겠군.”
모히아딘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서우진을 쏘아붙이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태세 전환이었다.
그것을 본 서우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받아들일 생각이셨군.’
마치 설득당한 것처럼 연출해, 도움을 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모히아딘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호인은 호인이야.’
서우진은 그에게 있어 꺼림칙한 존재일 것이다.
모히아딘의 아들인 라시드가 죽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서우진이었으니까.
비록 놈이 스스로 판 무덤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아들을 잃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을 돕겠다고 이렇게 나선 것이다.
감탄을 넘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 그럼 우리도…….”
“같이하겠소.”
대세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안 이들이 냉큼 말을 바꾸었다.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대답하지 않고 침묵하는 왕국은, 세 곳뿐이었다.
“삼국은 함께하지 않을 생각이시오?”
레닌스탕, 브로바이슨, 그리고 트리안.
반 슬레인이 그들의 대표자를 향해 물었다.
“레닌스탕은 처음부터 저놈하고 같이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디아로크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애초에 녀석은 한참 전에 서우진과 함께 가기로 결정을 해둔 상태였다.
지금은 그저 그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린 것일 뿐.
“으으음.”
젤론은 조금 더 망설였다.
처음 제안을 받은 이후,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승산이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도 뜻을 꺾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세는 기울어져 있었으니, 차라리 자신도 합류하는 것이 피해를 조금이나마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트리안은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오.”
남은 건 이제 하나.
서우진의 시선이 칼라인과 게데인을 향했다.
‘솔직히 없어도 괜찮긴 한데.’
브로바이슨을 제외하면 모두가 함께하기로 했다.
그러니 하나 정도는 빠져도 크게 상관이 없긴 했다.
초극의 경지에 발을 걸친 칼라인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마저도 큰 의미는 없었고.
아주 약간의 전력 손실.
서우진이 판단하는 칼라인의 가치는 그 정도에 불과했다.
“쯧.”
게데인이 혀를 찬다.
“모두 미쳤군.”
그러곤 험악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독설을 내뱉었다.
도저히 저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우리만 빠질 순 없지.”
이를 갈며 말했다.
원하지는 않지만, 억지로 따른다는 뜻이었다.
‘뭐, 나쁘지는 않네.’
자원한 것이든, 강제한 것이든.
조금이나마 손을 보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서우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칼라인을 바라봤다.
‘그래도 도움은 될 테니.’
이전에는 거부했던 브로바이슨까지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좋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팔로타인 라세’로 들어갈 병력은 최대 1천으로 한정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자원한 이들로만 구성할 것이다.
몇 명이나 모일지는 모르겠다.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고, 훨씬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서우진은 들어갈 생각이었다.
저 지옥과도 같은 마왕의 강림지(降臨地) 안으로.
“어떻게 지냈어?”
서우진이 물었다.
“그냥…….”
아일린은 대답할 단어를 머릿속으로 골랐다.
“수련을 했어요.”
하지만 나온 말은 여상했다.
“그런 것 같네.”
서우진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아일린은 수련에 매진한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중급, 이후에는 상급, 그리고 지금은 최상급에 이르렀으니까.
‘대체 얼마나 독하게 수련한 걸까?’
용사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실로 놀라운 성장 속도였다.
“아직 멀었어요.”
하지만 아일린은 어두운 낯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강림 전쟁에서 서우진에게 도움이 되어주려면, 최소한 초극의 경지에는 올라야 했다.
‘그래, 최소한이 그 정도야.’
고작 최상급에 달한 수준으로는 도움은커녕 짐만 될 것이다.
“조급해하지 마.”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일린은 그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되어주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저 차디 찬 북방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지금의 서우진이 존재할 수 있던 건, 전적으로 아일린의 도움과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간 벽을 넘을 수 있을 테니까.”
서우진은 잠시 고민했다.
과연 자신이 이런 위로를 해도 될지 말이다.
그저 몬스터와 마수를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강해지는 존재가, 끊임없는 고련을 통해 성장하는 기사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 아니었다.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기사들은 모두 용사들에게 질투와 시기심이 있지 않던가?
아일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서우진은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실례되는 말을 한 건 아닌지 걱정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일린은 크게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한숨을 내쉴 뿐.
“영주님도 그리 말씀하시더군요.”
매시브 가디언에서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반 슬레인은 아일린에게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해주었다.
존경해마지 않는 분의 말이었으니 꽤나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강림 전쟁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보니, 다시 조급함이 몰려오는 듯했다.
서우진은 그런 아일린을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옮겼다.
“너도 더 강해졌고.”
“…대체 어떻게 아는 겁니까?”
허공에서 리나르의 신형이 스윽 하고 나타났다.
“그 성격 나쁜 노인네도 눈치 못 채는데.”
“리나르! 말조심해.”
녀석이 말하는 노인네가 누구인지 눈치챈 아일린이 경고했다.
“쳇!”
움찔한 리나르가 혀를 찼다.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간 함께 지내서 그런지, 격의가 사라진 둘의 사이가 꽤나 정겨웠던 것이다.
“너도 나만큼 강해지면 알 수 있을 거다.”
“아니, 그게 가능하긴 하냐고요.”
리나르가 투덜거렸다.
서우진만큼 강해지라니.
이 세상에 저만한 사람이 또 누가 있다고…….
“그러니까 더 노력해라.”
서우진은 리나르를 중요한 곳에 쓸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만 한다.
“아, 알았다니까요.”
리나르는 서우진의 잔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계속 이곳에 있다가는 잔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듯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멀어지는 리나르의 기척을 느끼며 웃고 있는데, 아일린이 물어왔다.
“음, 싸운 기억밖에는 없네.”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순 없었다.
아일린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괜히 걱정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보다는 네 얘기를 좀 해봐. 대체 뭐하고 지냈어?”
서우진은 말을 돌리며 아일린에게 물었다.
“저랑 리나르는 야나그다르의 리마르탄으로 갔…….”
두 사람의 회포는 꽤나 길게 이어졌다.
서로 할 이야기가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서우진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말이 많았지만, 이제는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팔로타인 라세’로 향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