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
#51화.
서우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붉은색 연기.’
이것이 뜻하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나타났으니, 최대한 빠른 지원을 요청한다는 뜻이었다.
이 신호탄을 사용하는 건 용사가 아니다.
그들이 위험에 빠진다면, 1차적으로 주변의 기사들이 몸을 던져 막을 테니까.
그런데 마경에는 수십 명의 기사도 막을 수 없는 괴물들이 존재한다.
붉은 연기의 신호탄은 그럴 때 기사들이 사용하기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외곽에는 그런 놈들이 없다며?’
만약 그런 놈들이 외곽에도 즐비했다면, 아무리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함이라 하더라도 절대 이곳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익숙한 상황인데.’
분명 북방에서도 그랬다.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놈이,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장소에 등장했었다.
‘드레이카스.’
다행히 그때는 상급 기사인 테스테론을 위시한 기사들이 잡아내긴 했지만…….
아무래도 신호탄을 보아하니 드레이카스보다도 위험한 놈이 외곽까지 튀어나온 것 같았다.
‘마왕 강림의 징조라 했었지?’
그땐 마왕이 강림할 때가 되어 몬스터들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저지른다고 판단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한다…….’
붉은 연기를 본 이들은 무조건 그곳으로 최대한 빠르게 지원을 가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망설였다.
‘가도 되나?’
그는 말할 것도 없고, 팀원들도 어느 정도 전투에 익숙해진 상태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기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분명 도움이 될 터.
그런데도 망설이는 이유는, 모두 지쳐 있기 때문이었다.
체력과 마력은 모두 동난 지 오래였고, 지속되는 전투에 정신마저 지쳐 있는 상태다.
그런 이들이 가봐야 딱히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짐이 될 확률이 더 높았다.
“어떻게 하죠? 저거 우리도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유홍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우진에게 물었다.
“원칙적으로 하자면 가야 하는 게 맞긴 합니다만…….”
서우진이 말끝을 흐렸다.
이곳에 그 이유를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들의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는,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방법이 있긴 합니다.”
서우진이 한쪽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마찬가지로 붉은 연기를 본 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기사들에게 맡기고, 나 혼자 가면 돼.’
서우진도 지치긴 했지만, 다른 팀원들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마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여유가 있었다.
기사 몇이 가는 것보단, 서우진이 직접 가는 게 훨씬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데 내가 그래야 되는 이유가 있나?’
방법이 있음에도 서우진이 망설이는 것은 그것이었다.
굳이?
직접 나서서 다른 용사들을 구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만약 일이 잘못 풀린다면, 용사들은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될 터였다.
그런 이들을 위험까지 감수해 가며 구해줄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직접 손을 쓰지 않고도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반겨야 할지도 모른다.
‘모순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서우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정말 용사들을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행동해선 안 됐다.
이지아, 김다혜는 둘째치고서라도…….
유홍설, 진태성, 강병규.
서우진은 이들까지 챙겨주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죽지 않을 정도로 보호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정말로 강해지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나도 내가 진짜로 뭘 원하는지 모르겠네.’
분명 머릿속으론 용사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상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동은 그 반대였다.
서우진의 성격 상 그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북방에서의 경험 때문에 더욱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 때문에 죽어간 수백 명의 병사.
그들을 생각하면 도무지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호구지, 호구.’
서우진은 속으로 자신을 질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했지만, 어쩌랴?
‘이게 나인걸.’
생각을 정리한 서우진이 걸음을 옮겼다.
다른 팀원들이 그런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서우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한 것이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서우진이 향한 곳은 당연하게도 기사들이 모여 있는 장소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낯이 익은 기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바로 루데인이었다.
“음?”
붉은 연기를 본 뒤, 부하들과 짧은 회의를 하던 그는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거는 서우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서우진은 루데인이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용사들 중 하나였다.
특히 마경 헬데인에 오고 난 뒤에는 더욱 그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용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다.
도무지 D급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서우진이 용사가 아닌, 이 세계의 사람이었다면 당장 영입을 제안했을지도 모른다.
루데인은 그만큼 서우진을 좋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서우진이 이렇게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제안을 드릴 게 있어서요.”
“제안?”
루데인의 얼굴에 호기심이 서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얘기를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붉은 연기의 신호탄이 오른 이상, 최대한 빨리 지원을 가야만 했으니까.
“그건 잠시 후에 들어도…….”
“제가 가죠.”
루데인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는 매우 영리한 사람이다.
루데인은 최상급 기사임과 동시에, 머리가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덕분에 서우진의 말 한마디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사 분들이 저 녀석들을…….”
“잠시만.”
손을 들어 서우진의 말을 막은 루데인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서우진이 지원을 갈 때와 자신들이 갈 때.
둘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판단을 해보았다.
‘확실히 이쪽이 더 낫겠군.’
루데인은 서우진이 얼마나 강한지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상급 기사 몇 명이 달라붙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일 터였다.
그 말은 곧, 자신의 부하들이 지원을 가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클 것이다.
“좋습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끝낸 루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예? 정말요?”
서우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거절을 당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 세계 사람들의 용사에 대한 과보호는 거의 병적이었으니까.
그래서 서우진은 최대한 빠르게 설득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승낙을 한다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었다.
설득할 시간을 줄였으니 지금 당장에라도 출발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그러지 못했다.
“단, 혼자는 안 됩니다.”
루데인의 말은 모두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예? 그럼 의미가 없는데.”
기사들은 여기서 팀원들을 보호해 주어야만 한다.
서우진도 그걸 설득하러 온 것이 아닌가?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데, 루데인이 한 발 빨랐다.
“저와 둘이 가시죠.”
* * *
강병규는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하지?’
잠시 식량을 찾으러 나왔다가 근처에서 붉은색 신호탄이 터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이 뜻하는 바를 잘 알았기에, 강병규는 고민했다.
이대로 지원을 갈 것인지, 아니면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것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돌아가고 싶었지만, 신호탄이 터진 장소가 너무 가까웠다.
‘살짝만 확인하고 올까?’
자신에게는 ‘탐색’, ‘색적’에 관한 스킬이 많았다.
그것을 잘 활용만 하면, 딱히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정찰이라고 생각하지, 뭐.’
일단 그곳의 상황을 살핀 뒤, 베이스캠프로 돌아가기로 했다.
자신이 본 정보를 전해주고 팀원들과 상의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만약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괴물이 있다면, 팀원들이 지원을 가지 못하도록 막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병규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움직였다.
‘일단 주변에 몬스터는 없고.’
탐지 범위 내에 위험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조금만 보고 돌아가자.’
그렇게 얼마나 움직였을까?
앞쪽에서 전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콰앙-!
“막아! X발, 막으라고!”
폭발과 비명, 고함이 한데 어우러져, 혼란이 가득한 전장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꿀꺽.
강병규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왠지 앞쪽의 상황이 심상치가 않았다.
붉은색 연기를 보고 짐작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것 같았다.
반복되는 싸움으로 지친 상태에, 전투 관련 스킬도 없는 그로서는 괜히 끼어드는 것이 꺼려졌다,
‘안 되겠다. 그냥 돌아가야지.’
두려움이 호기심을 넘어섰다.
잠깐 고민하던 강병규는 고개를 내저으며 복귀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가 가봐야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미안하긴 했지만, 그게 옳은 선택이었다.
괜히 나섰다가, 기사들이 자신까지 보호한다고 전력이 누출되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
그렇게 강병규가 조심스럽게 몸을 돌릴 때였다.
“쥐새끼가 한 마리 숨어 있었군.”
“흡!”
그의 뒤에서 생각지도 못한 음성이 들려왔다.
강병규는 경악하며 땅을 박차 몸을 날렸다.
‘어떻게?’
분명 ‘탐색’에는 아무런 위험요소도 탐지되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강한 놈!’
스킬로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강병규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변변한 전투 스킬이 없는 자신으로선 절대 상대할 수 없었다.
“제법 날래군.”
하지만 의외로 상대는 강병규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
“…다크 엘프!”
나타난 것은 다크 엘프였다.
헬데인에 다크 엘프 마을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심지 근처였지, 절대로 이런 외곽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다크 엘프는 강력하다.
웬만한 기사쯤은 가지고 놀다 죽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붉은색 신호탄이 이해가 되었다.
“경계만 서는 것도 지루했는데 잘됐군. 어디 한번 도망쳐 봐라. 마음에 들면 살려주는 것도 고려해 보지.”
놈의 눈이 살기로 번질거렸다.
‘도망가야 돼!’
다른 용사라면 모를까, 자신은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특히 지쳐 있는 지금이라면 더욱!
강병규는 있는 힘껏 땅을 박찼다.
‘가벼운 발걸음!’
남아 있는 마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스킬을 사용했다.
강병규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좋아, 이대로 베이스캠…….’
“커흑!”
내심 쾌재를 부르던 강병규가 갑자기 목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압박감에 신음을 터트렸다.
“숲에서 엘프에게 도망을 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다크 엘프의 입에 잔혹하기 그지없는 미소가 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