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0)
520화.
용사들과 초극의 경지에 든 존재, 그리고 지휘관들을 제외한 총 병력의 수는 1,132명이었다.
‘생각보다 좀 많은데.’
서우진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여기서 더 추릴 수는 없었다.
모두가 자원을 한 인원들이었고, 시간도 그리 많지는 않았으니까.
예상했던 천 명을 초과하긴 했지만, 서우진은 그냥 모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이제 슬슬 출발해도 될 것 같소.”
병력의 통솔을 도맡은 젤론이 다가오며 말했다.
고작해야 천여 명에 불과하긴 해도, 효율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해선 간단하게나마 편제를 나누어야만 했다.
젤론은 방금 전까지 그 일을 하다 온 것이었고.
“수고하셨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수고는 무슨. 인원이 많지 않아 그리 고생스러울 것도 없었소.”
젤론은 손사래를 쳤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키지 않는다는 티가 역력했던 그였지만, 한 번 결정을 하고 나니 망설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이번 원정에 대해 신경쓰고 있었다.
‘함께하게 돼서 다행이야.’
솔직히 병사들을 통솔할 만한 사람은 많았다.
반 슬레인이나 프레이야는 두말할 것도 없었고, 일반 기사들 중에서도 차고 넘치지 않던가.
하지만 그 누구도 젤론만큼 잘해내진 못할 것이다.
그는 전 대륙에서 인정하는 백전노장의 대장군이었으니까.
확실히 젤론이 전 병력을 지휘하기로 결정 나자, 원정 준비는 순식간에 완료되었다.
“다른 분들의 상황을 확인한 뒤, 곧장 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시오. 병사들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겠소.”
젤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사라졌다.
“아일린.”
서우진이 부르자, 뒤쪽에 서있던 여기사가 다가왔다.
“움직이자.”
두 사람, 아니, 몸을 감추고 있는 리나르까지 세 명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 원정에 함께할 핵심 인사들을 소집하기 위함이었다.
“이 늙은이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네.”
반 슬레인이 웃으며 검을 챙겨 들었고, 푸른방패 기사단이 그 뒤를 따랐다.
“이 또한 주신의 뜻일지니. 앞장 서거라.”
프레이야와 아이에르의 신성기사들이 기도를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떠날 때가 되었나요?”
계수지가 물었고.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대답했다.
동료들은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은 채, 모두 진중한 표정으로 서우진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용사들, 디아로크, 수호자, 모히아딘, 칼라인 등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소집한 최정예들을 데리고, 원정군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모였다.
‘으음…….’
긴장감이 흐른다.
병사들뿐 아니라,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조차도 그랬다.
‘하긴, 긴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겠지.’
지금부터 향할 곳은 ‘팔로타인 라세’ 내부다.
대륙에서 가장 생명력이 넘치던 숲이었지만, 현재는 끔찍한 지옥으로 화해 버린 곳.
마왕의 강림지였으니까.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서우진조차도 몸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렵다 하여 움직이지 않을 순 없다.
“후우-”
작게 심호흡을 한 서우진이 입을 열었다.
“출발합니다.”
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원정대가 ‘팔로타인 라세’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어둡다.
단순히 빛이 들어오지 않아 생긴 현상은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은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머리 위에는 태양이 떠올라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숲 내부는 어두웠다.
‘마기 때문인가?’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서우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혹여나 마기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지 염려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병사들은 괜찮았다.
긴장하고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기는 했지만, 마기를 이겨내고 있었다.
‘효과가 좋군.’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병사들은 모두 하늘탑에서 만든 동패를 소지하고 있었다.
마기의 간섭력을 극도로 제한하는 마법이 담긴 아이템.
강림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병사 모두에게 보급했다.
그헌데도 서우진이 걱정한 것은, 그 아이템이 강림지의 마기도 감당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믿고 있기는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적잖이 안심할 수 있었다.
‘뭐, 효과가 없더라도 방법은 있었지만.’
서우진이 혼돈기를 방출해 병사들을 둘러싼다면, 웬만한 마기쯤은 모두 몰아낼 수 있었다.
수만, 수십만의 병력도 아니고, 고작해야 일천여 명.
그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괜히 힘을 낭비하지 않는 편이 좋았으니, 한시름 놓았다.
“우진 씨.”
그때였다.
경계하며 옆을 걷던 계수지가 말을 건 것은.
“말씀하세요.”
서우진이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을 하기에 좋은 때가 아닌 건 알지만 동환 씨한테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무래도 그날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의 모습이 발각되었을 때.
‘다음에 설명해 주기로 했었지.’
그런 약속을 했었다.
한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었고.
‘답답했겠군.’
기약 없는 기다림에 괜한 걱정만 했을 것이다.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의심의 크기를 계속 키웠을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속으로 자책했다.
‘빨리 말을 해주었어야 했는데.’
이건 분명 실수였으며, 잘못이었다.
“말씀드린다는 걸,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미루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서우진은 순순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사과할 필요까진 없어요, 그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계수지의 시선이 서우진의 눈동자를 향했다.
사과보다는,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다는 뜻 같았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아.’
자신의 직업과 ‘마왕화’라는 스킬에 대해 말을 해주는 건 어렵지 않다.
동료들에게는 솔직히 밝히기로 마음을 먹은 지 오래였고, 더는 감추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좋지 않은 때, 좋지 않은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되는 곳에서, 자신에 대한 말을 할 순 없었다.
심지어 듣는 귀도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한번 미루기엔, 신뢰의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물론 동료들은 이해를 해주겠지만, 서우진을 향한 믿음에 금이 갈지도 모른다.
아주 미약한 실금이라 할지라도.
‘그건 좋지 않아.’
다른 모든 이유를 다 떠나, 동료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지금, 이 자리에서.
최소한의 해명이라도 해야만 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퍼트리며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막았다.
이곳에는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다수였다.
아무리 작게 말해봐야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 조금 이상해도 차라리 차단하는 것이 나았다.
“여러분을 속인 게 있습니다. 사실 저는…….”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을 때였다.
“전원 전투 준비!”
마수들의 광기 어린 포효와 함께, 젤론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수다!”
“무기 들어!”
깜짝 놀란 병사들이 반사적으로 각자의 무기를 들었고, 기사들 역시 순식간에 진형을 바꾸며 기습에 대비했다.
‘내가 못 알아차렸다고?’
서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팔로타인 라세’에 진입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신룡안’을 해제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마수의 접근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리 대화에 정신을 빼앗겼다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강병규를 확인했다.
마침 녀석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절레절레-
강병규가 머리를 휘저었다.
그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젠장.’
넘치는 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강림지라는 땅의 특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건, 자신들의 감각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사실뿐.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죠.”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뽑아 들며 말하자, 계수지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쯧.’
그녀의 얼굴을 본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찼다.
뭔가 계속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몇 마리나 되는 거지?’
먹통이 된 감각 덕분에, 적의 수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디아로크일까?
아니면 김태진?
거대한 화염이 숲을 폭파시키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온 세상이 전란에 휩싸였다.
범위는 아직 ‘팔로타인 라세’의 주변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그 영향력은 전 대륙을 뒤덮고도 남았다.
각 왕국은 쉴 새 없이 병력과 보급물자를 준비했고, 일반 백성들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바삐 움직였다.
대륙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그 모든 곳에서 전란의 구름이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만큼은 조용했다.
마치 다른 세계인 듯, 혼란과는 전혀 상관없는 적막만이 가득 흘렀다.
“시작되었구나.”
거대한 하늘탑의 주인, 마르테스가 속삭였다.
그녀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공간에서, 홀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지 않길 바랐건만.”
그녀의 음성은 떨려왔다.
불안한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마르테스가 두려움이라니?
그녀를 아는 사람이 봤다면 기함을 토했을 만한 광경이었다.
“허나 이는 운명이자, 숙명일지니. 한낱 필멸자의 의지로는 막아낼 수 없었을 테지.”
마르테스의 머릿속에 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평범한 인간이자, 용사이자, 이계의 마왕인 존재.
그리고 결국 ‘혼돈의 왕’이 되어 모든 세계를 벌할 자.
과연 다가올 때에, 그 아이는 어떠한 선택을 할까?
천의(天意)를 헤아리는 그녀조차도 도저히 읽어낼 수가 없었다.
딱 여기까지가 마르테스에게 허락된 영역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엿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마르테스는 어느새 만들어진 의자에 주저앉으며 한탄했다.
만약 그랬다면 조금이라도 대책을 세울 수 있었을 터인데.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지금부터 그녀는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더는 그 어떤 간섭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두 눈을 감았다.
두려움에 끊임없이 떨어대는 세계의 감정이 여과없이 느껴졌다.
“부디…….”
지금껏 몇 번이나 되뇐 말일까?
스스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내뱉었던 염원을, 다시 한번 말했다.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노라, 아이야.”
자신이 본 서우진이라면.
지금껏 선함을 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서우진이라면.
반드시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 줄 것이라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의 기대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멸망(滅亡)의 길을 걷게 될 테니 말이다.
마르테스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저 작은 별빛만이 반짝이는 허공처럼 보였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다.
“서우진.”
마수들을 향해 초대 용사의 신검을 휘두르는 서우진의 모습이 눈동자에 박혔다.
그는 뜨거운 피를 뒤집어쓴 채,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내 너를 믿겠노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