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1)
521화.
검이 춤을 춘다.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최소한 열 마리 이상의 마수가 반으로 쪼개지며 쓰러졌다.
‘많다.’
처음 놈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눈치를 채긴 했지만, 생각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듯했다.
‘이러단 끝이 없겠어.’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신룡안’으로도 주변 상황을 감지할 수가 없었다.
강병규 역시 ‘탐색’과 ‘탐지’가 먹통이 된 것인지, 답답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래도 상황이 나쁘진 않은데.’
각국의 최정예들만 모은 덕분에 마수들을 상대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심지어 병사들조차도 젤론의 지휘 아래 단 한 명의 전사자도 발생하지 않고 놈들을 막아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곤란한 건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끝도 없이 밀려드는 놈들에게 가로막혀, 시간낭비만 할 뿐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지금 당장은 위기라 할 것도 없었다.
용사나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병사들마저도 효율적인 전투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대로 고착 상태가 이어진다면, 이쪽이 먼저 나가떨어질 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지.”
쿠웅-!
땅을 박차고 위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나 떠오르며, 숲을 발아래에 두었다.
“휘유.”
절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직접 눈으로 본 마수의 수는 끔찍할 정도로 많았다.
일일이 세는 게 불가능한 수준.
마치 숲 전체가 일행을 향해 파도처럼 밀려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던 것이다.
이대로 그냥 싸웠다면, 몇 날 며칠이 걸려도 끝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안 되겠군.”
놈들을 단시간 내에 처리하고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한쪽만이라도 뚫고, 재빨리 포위망을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마수들이 뒤를 쫓겠지만, 시간을 늦출 수 있는 벽을 하나 세우면 될 일이었다.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 속에서 순식간에 생각을 끝마친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들어올렸다.
우우우우우우웅-!
가공할 양의 혼돈기가 주입되며,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마수들을 뚫고 길을 열려면, 적당한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할 거면 확실하게.’
어설프게 할 바에는 차라리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나았다.
“뚫는다.”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목표는 ‘팔로타인 라세’의 중심부로 향하는 길목.
잿빛의 압도적인 오러가 마치 가시화된 천벌처럼 땅에 내리꽂혔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천지가 개벽한다.
이미 죽어버린 나무들은 가루가 되어버렸고, 그 사이사이에서 달려들던 마수들이 짓뭉개졌다.
그야말로 파괴의 강림.
땅거죽이 뒤집히고, 파괴적인 힘이 세상을 휩쓸었다.
‘좋아.’
고속도로가 뚫린 것처럼, 거대한 길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라면 모두가 이동하기엔 충분한 넓이였다.
서우진은 곧장 허공을 박차곤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웅-!
모두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달려요!”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에, 서우진이 크게 소리쳤다.
앞뒤가 모두 잘려 있는 말이었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이는 없었다.
“전군 이동하라!”
젤론이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뒤로 다른 이들이 뚫린 길을 향해 움직였다.
서우진 역시 가장 후방에서 달려드는 마수들을 도륙하며 뛰었다.
‘누가 좋을까?’
추적을 막으려면 거대한 장애물이 필요하다.
마수들의 신체 능력으로도 쉽사리 돌파할 수 없는.
서우진의 시선이 몇몇 이들을 훑었다.
김태진, 디아로크, 진태성 등.
다들 거대한 힘을 지닌 녀석들이었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번 원정에 하늘탑의 마법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국군에 소속되어 있는 탓에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선택을 해야만 했다.
서우진은 짧은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김태진!”
녀석이 흠칫- 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뒤를 막아라!”
객관적으로 보자면 진태성의 스킬이 더 범용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김태진이 더 어울렸다.
단순한 돌벽보단, 화염의 장벽이 마수들을 막아내기에 훨씬 탁월했으니까.
서우진은 이전에 김태진이 펼쳤던 압도적인 화염의 장벽을 떠올렸다.
그만한 스킬이라면, 마수들의 추격을 한동안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숲이라는 장소의 특성 상, 그 위력이 배가될 것이란 생각도 있었고.
서우진의 의도를 이해한 김태진이 멈춰 섰다.
그러곤 뒤를 돌며, 곧장 마력을 끌어올렸다.
스킬이 발동됐다.
“무스펠헤임!”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아홉 세계 중 하나인, 극염의 세계와 같은 이름의 스킬이 펼쳐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열기.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녹이며, 증발시킬 정도의 초고온이 밀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것은 화염의 장벽이 아니었다.
진실로 하나의 세계와 다름없는, 거대한 무언가였다.
캬아아아악-!
키에엑-!
당연히 마수 따위는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순간 잿더미가 되어버렸으니까.
놈들은 어쩔 수 없이 추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비명과 포효가 뒤섞인 기괴한 소리가 화염 너머로 들려왔다.
‘대단한데.’
그 모습을 흘깃 바라본 서우진이 감탄했다.
김태진에게 맡기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확실하게 길목을 틀어막을 줄은 몰랐다.
‘역시 S급은 S급인가?’
레벨에 비해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진태성도 강하기는 했지만, 저런 힘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애초에 스킬 자체가 없었으니까.
‘등급에 따라 주어지는 스킬의 급도 차이가 나나 보군.’
서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스킬이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이 자리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수고했다.”
서우진이 김태진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고, 녀석은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다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하루쯤은 타오를 것 같은데.’
이곳이 숲이기 때문이었다.
죽어버린 나무와 풀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장작이 되어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우진은 불타오르는 장벽을 뒤로 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을 조금 벌기는 했지만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놈들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고, 마왕이 강림할 곳을 어서 찾아내야만 했다.
‘어디쯤일까?’
첫날 마수들의 포위를 피해 ‘팔로타인 라세’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지, 벌써 나흘째였다.
그동안 수십 번의 전투를 치렀고, 수만 마리의 마수와 몬스터들을 해치웠다.
하지만 아직 마왕이 강림할 지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아니,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했다.
‘여기는 너무 넓어.’
웬만한 왕국을 넘어서는 크기였으니 당연했다.
‘그래도 그리 어렵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틀렸다.
‘신룡안’을 비롯한 각종 탐색 스킬들이 무용지물이 된 까닭이었다.
그것들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찾아내는 것엔 그리 오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을 텐데.
서우진은 아쉬움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친 모습의 병사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흐음.’
나흘이 지난 지금.
병사들 중에서도 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고작 십여 명에 불과한 건, 젤론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난 덕분이었다.
‘데려오길 잘했어.’
젤론의 지휘를 받는 병사들은 충분히 1인분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용사들이나 다른 극강의 존재들은 아직 모든 힘을 발휘해선 안 된다.
그들이 진심으로 나서야 할 때는 오직 마왕의 강림을 막는 순간이어야만 했다.
고작해야 마수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마력을 낭비할 순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병사들을 데리고 온 건 좋은 선택이었다.
“용사 양반.”
그때, 서우진의 시선을 눈치챈 병사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가왔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인연을 맺었던 백인 대장, 아니, 지금은 천인 대장이 된 조한이었다.
“말씀하세요.”
서우진이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자, 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무래도 보급이 필요할 것 같은데…….”
“보급이요?”
웬만한 것들은 미리 챙겨왔다.
식량과 더불어 각종 무기와 방어구까지.
서우진의 코트에 부여되어 있는 아공간까지 이용해, 한계까지 챙겨온 상태였다.
이 정도면 최소한 한 달은 전력을 유지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정도.
그런데 보급이 필요할 것 같다니?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식수가 부족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수적인 물질이었다.
식량보다도 중요한 게 식수 아닌가.
당연히 보급물자에는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엄청나게 챙겨왔다.
“부족하다니. 아직 나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서우진이 보급물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적지 않은 수기(水氣)가 느껴졌다.
앞으로 몇 주를 버티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저걸론 부족해요, 용사 양반.”
그런데도 조한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지금은 충분해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우리 같은 평범한 병사는 전투 후에 심각한 갈증을 느끼거든. 거기에 제때 씻어주지 않으면 컨디션도 나빠지고.”
마수와 몬스터의 피에는 마기가 스며들어 있다.
하늘탑의 아이템 덕분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피를 뒤집어쓴 채 계속 생활을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지속적으로 몸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종국에는 육체를 갉아먹을 것이다.
그러니 물을 오직 마시는 것에만 사용할 순 없었다.
최소한 이틀에 한 번쯤은 대충이라도 몸을 씻어야만 했다.
‘이런…….’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서우진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 젤론조차 말이다.
충분하다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부족하다.
지금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게 분명했다.
서우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물을 구해야겠군요.”
‘팔로타인 라세’ 안에서 과연 깨끗한 물이 존재할까?
마기와 사기에 오염이 되어, 모든 것이 죽어버린 이 땅에서?
숲과 대지조차 죽음을 피하지 못한 곳에서, 몸을 씻고 마실 만한 물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돌아갈 순 없어.’
이미 나흘 동안 꽤나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심지어 지나온 길에는, 수많은 놈이 자신들을 쫓아오고 있지 않은가?
‘이거 야단났는데.’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말인데.”
조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얼마 전에 엘프들에게서 들은 말이 좀 있습니다만.”
‘엘프?’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팔로타인 라세’는 엘프들의 고향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곳에는 그 녀석들이 모시는 신성한 나무가 있는 모양입니다.”
알고 있다.
예전에 브리아니와 함께 마경 헬데인에서 베어버린 마목 트리뷰와는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나무, 세계수.
모든 부정한 것을 정화하고, 생명의 기운을 퍼트리는 존재였다.
“그곳 근처를 한번 확인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