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2)
522화.
이 세상의 세계수는 지구에 퍼져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북유럽 신화의 위그드라실처럼 우주를 지탱하고 있지도 않았고, 여러 매체에서 나온 것처럼 하늘을 떠받칠 정도로 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대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조금 큰 나무 한 그루에 불과했다.
‘그게 중요한 거지.’
생명력.
마기를 가득 품은 마목 트리뷰와는 달리, 수많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자연을 숭배하는 엘프들이 신성시 여기는 것이었고.
‘가능할까?’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을 해보았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세계수가, 이 지옥 같은 마기를 이겨내고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을지.
‘모르겠군.’
판단을 내리기엔, 정보량이 너무도 적었다.
‘어쩔 수 없나.’
결국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위치는 알고 있습니까?”
조한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남동쪽으로 70킬로미터쯤 내려가면 얼추 근방에 도착할 겁니다.”
“70킬로미터라…….”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물론, 혼자 간다면 금세 도착하겠지만, 지금은 단독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병력을 전부 끌고 가려면 꽤 오래 걸리겠군.’
숲이다.
심지어 마기로 가득차 있는 숲이었다.
거기에 시도 때도 없이 마수와 몬스터들이 습격을 해오고 있었다.
하루이틀로는 턱도 없을 듯했다.
‘그래도 가볼 가치는 충분하지.’
만약 세계수가 이 와중에도 버티고 살아 있다면?
식수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좋네요. 그럼 일단 세계수를 확인하러 가보죠.”
‘팔로타인 라세’의 중심부와는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목적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조금 돌아간다 해도 충분히 감수할 만큼의 이유가 있었으니 말이다.
서우진은 일단 동료들과 각국의 대표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다행히 그리 길지 않은 의논 끝에 만장일치로 방향이 정해졌다.
“출발.”
젤론의 음성과 함께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세계수.
신성한 나무가 뿌리를 내린 곳이었다.
* * *
‘팔로타인 라세’에 들어온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요즘 김다혜는 이상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불안감? 불편함? 초조함?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죽음으로 뒤덮인 숲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동료, 용사, 병사, 기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이도 있었고, 처음 보는 이도 있었다.
김다혜는 그중 병사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팔로타인 라세’로 들어온 사람들 중 가장 나약한 존재들.
너무도 약해서 언제 목숨을 잃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병사들은 하나같이 두려움과 긴장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왜…….’
저들은 이 무서운 곳에 왜 들어온 것일까?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분명 살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몇 배는 더 높을 텐데.
저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왜 이 숲을 들어온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묻지는 않았다.
‘이유가 있겠지.’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엔 시선을 돌려 한 남자를 바라봤다.
서우진.
동료들의 리더이자,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
김다혜는 서우진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존재였다.
분명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을 했는데, 홀로 저렇게 앞서 나간다.
단순히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이끌어주는 능력도 있었다.
그 덕에 C급에 불과한 자신이 벌써 100레벨을 돌파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더 이상해.’
서우진은 D급의 ‘검병’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용사를 통틀어서 가장 낮은 등급.
그런 이가 A급을 넘어 S급 용사들보다도 빠르고 강하게 성장했다.
이건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그게 가능하려면 둘 중 하나의 경우밖에 없었다.
평범한 용사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위기를 헤쳐 나왔거나…….
‘등급을 속였거나.’
솔직히 김다혜는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저 강함이 설명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우진에게 실망하거나, 자신들을 속이고 있을 거란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남들과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보기엔, 서우진은 너무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동료들을 아끼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고, 다정하기까지 하다.
김다혜는 서우진에게 몇 가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경과 열망.
‘나도 저 사람처럼.’
남들을 돕고 싶다.
나보다 약한 이들을 도우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자신은 고작 C급의 ‘화공’에 불과하니까.
서우진을 따라잡기엔, 너무도 부족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병사들을 바라본다.
‘저 사람들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모두를 지키는 건 힘들겠지만, 힘이 닿는 한.
‘많은 사람을 살려야지.’
품안에 있는 스케치북을 쓰다듬었다.
지금까지 많이 노력을 해왔으니,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김다혜는 그렇게 믿었다.
“무슨 일 있어?”
그때, 서우진이 말을 걸어왔다.
멍한 눈빛으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걱정의 기색이 서려 있는 눈빛이었다.
“…아님요.”
그런 거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스스로도 한심하다 여겨질 정도의 단답이었다.
“그래?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얘기해.”
서우진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머리카락이 엉키는 느낌이 났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따뜻한 온기에 미소가 지어질 것만 같았다.
물론, 실제로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지만 말이다.
“알았음요.”
김다혜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전투 준비!”
선두에 있던 강병규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차차차창-!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던 병사들이 재빨리 무기를 뽑아 드는 것이 보였다.
김다혜도 재빨리 스케치북을 꺼내 펼쳤다.
적의 정체를 파악한 뒤 가장 최적의 무기를 ‘소환’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마수야.’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건 마수였다.
곰과 비슷한 외형이지만, 그 흉포함은 일반 짐승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크네.’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3미터에 육박하는 크기였다.
그런 놈들이 수천 마리는 족히 되는 듯했다.
딱히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저 정도는 동료들 중 아무나 나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방심을 하지도 않았다.
지금껏 자신은 단 한 치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 전투만을 배워왔다.
적이 약하다고 해서 마음에 빈틈이 생긴다면, 반드시 피해가 생긴다.
“소환요.”
굳이 새로운 물건을 그릴 필요까지는 없었다.
미리 그려둔 것들 중, 드론을 찢어내며 스킬을 발동했다.
우우우우우웅-!
마력이 빠져나가며, 드론들이 소환되었다.
그 숫자는 총 80.
모두가 하단부에 마력 탄환을 발사하는 기관총을 부착한 것들이었다.
“가라요.”
김다혜의 명령과 동시에 드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마력 탄환이 1분에 수백 발의 속도로 쏟아져 내렸다.
나무와 마수를 가리지 않고 주변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마수들은 강했지만, 100레벨이 넘은 김다혜가 ‘소환’한 무기를 막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피와 살점이 비산하며, 순식간에 주변을 아비규환으로 뒤바꾸었다.
“막아라!”
그 짧은 혼란 사이에 방진을 구축한 병사들이, 밀려드는 마수들과 충돌했다.
그와아아아아악-!
“죽어어어엇!”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다행히 젤론이라는 할아버지 덕분에 아직 병사들은 잘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밀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두었다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방어가 무너져 내릴 것이다.
김다혜는 다른 사람들을 확인했다.
모두가 힘을 극도로 아끼고 있었다.
서우진에게 때가 될 때까지는 힘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마수들은 기세가 등등하게 병사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안 되겠어.’
지금 힘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팔로타인 라세’에 진입하고 지금까지, 꽤 많은 병사가 희생되었다.
적어도 수십 명의 사망자와 1백이 넘는 부상자가 생겼던 것이다.
더는 그러한 희생이 나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
“미안요.”
김다혜는 서우진을 향해 조용히 사과했다.
그가 내린 지침을 어겨야만 할 것 같았다.
“소환요.”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스킬을 발동했다.
드론을 소환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마력이 소모되기 시작했다.
‘으음.’
순식간에 허탈감이 들 정도로 거대한 마력이 빠져나가며, 스케치북에서 무언가가 ‘소환’되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1천에 가까운 수였다.
“어, 어?”
마수들과 싸우던 병사들이 눈을 부릅뜨며 당황한다.
갑자기 어디선가 쇳덩이 같은 것들이 날아오더니, 자신의 육체를 뒤덮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야! 사, 살려줘!”
두려움에 휩싸인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쇳조각을 떼어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김다혜가 ‘소환’한 그것은, 절대 벗겨지지 않았다.
단 한 명의 병사도 제외하지 않고, 모든 이가 쇳덩이에 집어삼켜졌다.
그리고 잠시 후.
위이이이이잉-
요란하게 돌아가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쿠웅-
육중한 무게감이 숲의 대지를 강하게 울린다.
“외골격 슈트요.”
김다혜가 그것의 정체를 말해주었다.
최대한 많은 수의 병사를 살리기 위한, 그녀의 고심 끝에 탄생한 무기.
지구의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형태의 그것은, 병사들의 힘을 수 배에서 수십 배 이상 강화시켜 주는 능력이 있었다.
“이건?”
당황함이 사라진 병사들이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보았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그와아아아아악-!
마수 한 마리가 거대한 앞발을 휘둘러, 선두에 선 병사의 몸을 후려쳤다.
평범한 인간쯤은 단번에 박살내 버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터어엉-!
쇳소리가 들렸다.
마수의 앞발에 맞은 병사는 고작해야 한 걸음 뒤로 물러났을 뿐, 그 어떤 타격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다혜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고민에 확신을 하지 못했었다.
과연 병사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이게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까?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실험을 거치지 못했기에, 성능을 자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확실해졌다.
이건 많은 병사를 살릴 수 있다.
아니, 그것을 뛰어넘어 더 많은 활약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김다혜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반격이요.”
용기백배한 병사들이 폭풍처럼 마수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