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3)
523화.
다가오는 마수를 쪼갠 서우진이 뒤를 돌아봤다.
갑자기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김다혜?’
녀석의 스케치북에서 엄청난 숫자의 쇳덩이들이 소환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서우진은 김다혜가 방금 무엇을 한 것인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사용한 건가?”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힘을 아끼라 했건만…….
하지만 서우진은 김다혜에게 그 어떤 질책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 이 정도면 많이 참았지.’
그동안 녀석은 수많은 죽음을 목도했다.
나단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수천, 수만의 병사가 목숨을 잃는 장면을 여과 없이 직접 본 것이다.
인명을 중시하고, 생명의 무게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는 김다혜의 성격상, 여태껏 참아온 것이 가상할 정도였다.
그러다 결국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저것들을 ‘소환’한 것이었다.
‘내가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지.’
힘을 아끼는 것은 중요하다.
마왕의 강림을 저지하는데 얼마나 거대한 힘이 필요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병사들의 생명도 소중했다.
특히 김다혜에게는, 더욱 그랬다.
어쩌면 마왕의 강림을 막는 것보다도, 이 자리에 있는 병사들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녀석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뭐, 정 안 되면 내가 좀 더 무리해도 되고.’
서우진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김다혜가 벌인 일을 확인했다.
콰과곽-!
병사와 마수가 서로 충돌했다.
놀랍게도 3미터에 달하는 마수가 뒤로 밀려났다.
힘은 외골격 슈트를 입은 병사가 압도적이라는 뜻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압!”
병사가 고함을 내지르며, 손에 든 검을 올려쳤다.
마수는 단 일격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복부가 갈라지며, 내장을 쏟아냈다.
확인할 필요도 없는 즉사.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감탄했다.
‘저런 것도 준비해 뒀네.’
단순히 외골격 슈트만 소환한 게 아니다.
허리춤에는 파워 업한 병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이 매달려 있었다.
검과 도끼, 심지어는 단창까지.
‘저러면 마력 낭비가 심했을 텐데.’
단순한 냉병기라도 저만한 수를 ‘소환’하면, 결코 적지 않은 마력이 들 것이다.
그런데 병사들이 사용하는 건, 심지어 그저 그런 무기도 아니었다.
‘마력이 담겨 있어.’
아이템이나 아티팩트 따위로 불릴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평범한 물건도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껏 병사들은 손에 쥐여본 적도 없는 것들일 확률이 높았다.
‘적어도 명검 소리는 들을 정도라는 거지.’
그런 게 무려 1천 개.
거기에 외골격 슈트까지 한 번에 ‘소환’했으니…….
서우진은 김다혜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마력탈진을 일으키진 않았다.
순간적인 탈력감은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었다.
‘100레벨이 넘었으니 당연한가?’
만약 외골격 슈트만 ‘소환’한다면, 1만 개에 가까운 숫자도 가능할 듯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힘을 지닌 군세가 만들어진다는 뜻이었다.
물론, 전세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겠어.’
그야말로 김다혜가 원하던 것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스킬이었다.
콰과과과광-!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1천 명의 병사가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마수들을 학살한 덕분이었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전투와는 달리, 이번엔 명백히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저건 뭐, 뭐냐?”
디아로크가 다가오며 물었다.
마수들을 박살내는 병사들의 모습에 놀란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스킬.”
“…저런 게 가능하다고?”
그가 아는 스킬은 마법과 비슷하다.
물론, 이질적인 것들이 가끔 있긴 했지만, 넓게 보면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저건 아니다.
하늘탑에서도 병사들을 저런 식으로 강화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뭐, 저 녀석이니까.”
서우진이 김다혜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
오직 김다혜만이 가능한 일.
서우진은 왠지 모를 기특함에 미소를 지었다.
* * *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태껏 무겁다 못해 우울감이 들 정도였다면, 지금은 좀 가벼웠다.
모든 병사의 표정이 밝아졌기 때문이었다.
“한 명도 안 죽었어.”
“벌써 몇 번째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군.”
정체를 알 수 없는 갑주를 입고 전투를 벌인 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싸웠다.
하지만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경상을 입은 자도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분위기가 좋아질 수밖에.
“저분은 진짜 용사라 불릴 자격이 충분해.”
병사들은 경외감이 담긴 시선으로 김다혜를 바라봤다.
언제, 어떻게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장소다.
대륙 곳곳에 존재하는 마경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위험한 곳이었으니까.
당연히 생과 사는 병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중요한 가치였다.
그리고 김다혜는 그런 자신들에게 삶을 선물해 준 이였다.
감사를 넘어 경외하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당사자는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저 동갑내기 친구인 이지아의 손에 잡혀,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평범한 분 같지는 않아.”
병사들은 그러한 김다혜의 모습조차도 특별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모두 정지!”
그때, 젤론의 음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동시에 행군을 멈추었다.
조금 느슨해졌던 긴장감이 다시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또 마수나 몬스터가 출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젤론에게서 그 이상의 명령은 나오지 않았다.
‘뭐지?’
‘전투는 아닌 것 같은데.’
병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각국의 대표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바바밧-!
순식간에 몇 명의 모습이 사라졌다.
병사들의 눈으로는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 모습에 조금 더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저 강한 존재들이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보면, 심상찮은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해 보였으니까.
“전 병력은 대기하라.”
젤론은 휴식과 함께 대기를 명령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당장에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라졌던 존재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우진이라는 이름의 용사가 입을 열었다.
“세계수를 발견했습니다.”
병사들의 눈이 커졌다.
* * *
서우진은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조한의 말에 약간 솔깃한 건 사실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세계수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행운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마왕의 강림지는 정말이지 호락호락하지 않았으니까.
마수나 몬스터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이 공간 자체를 뒤덮고 있는 마기.
일반 생명체는 접촉을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생명력이 고갈되며 죽음을 맞이할 수준이다.
초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하늘탑의 아이템이 아니었다면, 감히 발을 디딜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곳에서 세계수가 아직까지 살아 있으리란 기대를 하는 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살아 있다.
비록 미약하긴 했지만, 확실히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움직입니다.”
서우진은 곧장 모두를 이끌고 세계수를 발견한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다른 이들의 표정이 편해지는 것이 보였다.
스스로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그간 마기의 압박감에 꽤나 심했던 모양이었다.
‘나야 아무런 영향이 없었지만.’
서우진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오길 잘했다.’
안 그래도 휴식이 필요한 때였다.
지금까진 그럴 만한 장소가 없었기에 불가능했지만, 세계수 근처라면 안심하고 육체와 정신의 회복이 가능할 것 같았다.
서우진이 선두에 서서 이동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숲이 끝나며, 널따란 들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세계수……?”
들판의 한가운데.
순백의 나무 한 그루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조금 시들해 보이기는 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생명력은 서우진조차 감탄할 정도로 거대했다.
“허-”
반 슬레인이 감탄을 터트렸다.
“실로 대단하지 않은가!”
마기는 감히 이 주변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수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조금씩 그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런데도 나무는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었다.
“와아!”
“엄청 예쁜 나무네요.”
동료들 역시 세계수의 모습에 놀란 표정이었다.
“얼른 가봐요!”
이지아가 신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 가자.”
위험한 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며, 안전이 보장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서우진은 주변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혜야, 가보자!”
서우진의 허락에 이지아는 김다혜의 손을 잡고는 빠르게 달려가 버렸다.
“물도 있네요.”
세계수 주변에는 개울도 흐르고 있었다.
크기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식수를 확보하고 몸을 씻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오염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계수지가 눈을 반짝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염이 안 된 게 아니라, 정화된 것 같네요.”
수원(水原)은 세계수의 영역 밖에 있었다.
당연히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 물은 오염이 되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깨끗하다는 건, 오염된 물이 세계수의 생명력에 의해 정화되었다는 뜻이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금 계수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건 하나였다.
“일단 샤워부터 좀 하죠.”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된 육체.
그리고 깨끗한 물.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부터 말단의 병사들까지.
서우진의 말에 모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씻자! 씻을 수 있어!”
“우와하하하!”
특히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어느 정도 자기관리가 가능한 이들과는 달리, 병사는 그게 힘들었으니까.
당장에라도 몸에 묻은 피들을 벗겨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터였다.
만약 젤론의 통솔이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개울을 향해 뛰어갔을 정도였다.
“일단 숙영지부터 설치한 뒤, 제1백인대부터 개인정비 시간을 갖도록.”
“명을 받듭니다!”
젤론의 명령에 병사들이 희희낙락하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숙영지 설치야 저들에겐 일상과도 같은 것.
얼른 끝마쳐야 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행동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우리도 가까이 가보죠.”
병사들의 모습에 피식- 웃은 서우진이 걸음을 옮겼다.
샤워도 좋지만, 지금은 세계수를 가까운 곳에서 확인해 보는 것이 더욱 중요했으니까.
‘과연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까?’
서우진은 기대감을 가지고, 고고하게 서 있는 순백의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청량한 느낌이 점점 짙어졌다.
“이건…….”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도움이 되겠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