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7)
527화.
‘위험하다!’
머리끝까지 사제복을 뒤집어쓰고 있기에 자세한 외형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저 두 발로 서 있기에 인간형이라는 것 정도만 짐작할 뿐.
그런 놈에게서 느껴지는 마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아르제베토와도 비견할 수 있는 수준.
‘아니, 그보단 조금 약한가?’
‘마왕화’를 하지 않은 지금의 서우진으로선 제대로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결코 쉬운 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우진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위급한 상태의 진태성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진짜 위험해.’
권속도 권속이었지만, 진태성의 상태가 정말 위험했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언제 숨이 멎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조금만 버텨라.”
폭발을 본 동료들이 오고 있을 것이다.
박민성의 물약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터.
그사이에 본진으로 돌아가 아이에르의 사제들에게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다.
[왕의 격을 지닌 자치고는 예의가 없군.]그때, 권속이 말을 걸어왔다.
후우우욱-!
숨 막히는 마기가 밀려들어 왔다.
반사적으로 혼돈기를 끌어올려 그것에 저항했다.
[내가 질문을 하지 않았더냐.]스산한 음성이 서우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혼돈의 왕’이냐고 물었던가?’
진태성의 상태와 놈의 압도적인 힘에 정신을 빼앗겨, 대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꽤나 거슬린 모양이었다.
“그래.”
이젠 그딴 게 아니라고 말해주기도 귀찮았다.
어차피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싸워야 할 적.
구구절절한 설명을 할 시간도 아깝다.
서우진은 짧은 대답과 함께 곧바로 ‘마왕화’를 발동했다.
화아아아아아악-!
잠들어 있던 거대한 힘이 깨어나며, 순식간에 ‘마왕’으로 화했다.
[허어.]놈의 목소리에 놀람이 서렸다.
[확실히 왕을 자처할 정도는 되는구나.]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진의 힘을 인정한다는 뜻인 것 같았다.
물론, 그딴 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우진 씨!”
“아, 태성이가!”
그때, 뒤늦게 도착한 동료들이 진태성의 몰골을 보고 경악성을 내질렀다.
[용사들인가?]그들을 본 권속이 손을 들었다.
동시에 극한으로 응축된 마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막아!”
거대한 힘.
지금의 동료들로선 막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위력이었다.
깜짝 놀란 동료들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적으로 마기와 충돌할 일은 없었다.
서우진이 한발 먼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콰아앙-!
서우진의 손등이 흑색의 마기를 위로 올려쳤다.
마치 포탄처럼 날아오던 마기는 그대로 방향이 꺾이며,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태성이 데리고 물러나요. 치료가 시급할 겁니다.”
서우진이 저릿해진 손을 풀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마왕화’를 한 그의 모습을 처음 본 이들은 곧장 대답을 하지 못했다.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 이질적인 외형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탓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나마 구동환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한번 본 적이 있어 다른 동료들보다는 충격이 적었기 때문이다.
“뭐합니까? 태성이 죽일 거예요?”
계속해서 서우진의 눈치를 보는 이들을 향해 핀잔을 준 구동환이 진태성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도움은 필요 없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권속은 강하다.
‘마왕화’를 한 덕에 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르제베토.’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서우진에게 죽음을 선물해 주었을지도 모를, 그 강력한 존재과 비교할 만한 놈이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도움을 마다했다.
‘붙어볼 만해.’
이전이었다면 절대적으로 불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아르제베토 이후로도 많은 권속을 잡으며, 레벨을 올렸다.
덕분에 지금은 다시 그녀와 붙어도 절대로 패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서우진의 담담한 음성에 구동환이 입술을 깨물곤 고개를 끄덕였다.
파바밧-!
그러곤 다른 동료들과 함께 후퇴했다.
‘됐다.’
진태성은 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완벽한 회복을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목숨만 붙들어둔다면, ‘마테아의 광명’으로 살릴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일단,
‘놈에게 집중하자.’
서우진의 무겁게 가라앉은 시선이 권속을 향했다.
[수를 좀 줄여두려 했거늘.]자신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까닭일까?
권속은 아쉬운 듯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관없겠지. 네 목을 뽑은 뒤에 해도 늦지는 않을 터이니.]‘마왕화’를 한 서우진의 모습을 봤음에도, 자신이 질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 듯했다.
물론, 그것은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으면 해보든지.”
심드렁한 표정.
‘카 라니엘’을 뽑아 든 서우진이 놈을 향해 검끝을 까딱였다.
잔소리하지 말고 덤비라는 뜻이었다.
그 모습이 황당했는지, 권속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광오하구나. 감히 나에게 그따위의…….]“네가 누군데?”
권속이라는 건 알겠다.
그건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름도 모르고, 어떤 놈인지도 모른다.
아르제베토는 왕의 첫 번째 검이라는 이명을 가르쳐 주기라도 했다.
하지만 저놈은 그 어떤 것도 밝히지 않고, 심지어는 얼굴조차 가리고 있었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네놈을 찢어 왕의 앞에 제물로 바쳐 주마.]“예의가 없는 건 너도 똑같네.”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화를 냈던 놈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내 이름은 고르도…….]놈의 입이 열리는 순간,
서우진이 땅을 박차며 ‘신속’을 사용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공간을 도약하며 놈의 목을 향해 ‘카 라니엘’을 겨누었다.
마치 화살이 된 것처럼, 경이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이놈!]고르도 어쩌고라며 자신을 소개하려던 놈은, 입을 다물고 다급히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핏-!
완벽하게 피하지 못한 덕에, 날이 어깨를 스쳤다.
녹색의 핏방울이 허공에 튀었다.
[왕이라는 자가 어찌 이리 비겁한 행…….]“개소리하지 마라. 싸우는데 비겁한 게 어디 있어?”
놈의 말을 끊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당연하게도 ‘카 라니엘’이 그 움직임에 맞춰, 원을 그렸다.
유려했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직접 몸에 새겨준 가르침이 빛을 발한 것이다.
서우진을 중심으로 완벽한 원이 그려졌다.
서걱-!
손에서 피부와 근육, 그리고 뼈가 갈라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베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녹색의 피가 튀는 것이 보였으니까.
[크으윽!]고르도 어쩌고의 입에서 고통 섞인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쉽군.’
아깝지만 노렸던 목을 잘라내진 못했다.
놈이 팔을 들어 방어한 탓에, 검로가 조금 빗나간 것이다.
그래도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한 건 아니었다.
툭-
방어한 놈의 왼팔이 잘려 땅에 떨어졌다.
“후우-”
방금 전의 한 수에 꽤나 많은 심력을 낭비한 서우진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숨을 골랐다.
정석적으로 행동한다면 이 승기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괴물이야.’
놈의 마기가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힘이, 마치 놈을 보호하듯 주변을 잠식하고 있었다.
아무리 서우진이라 하더라도, 대비하지 않고 충돌한다면 적지 않은 손해를 볼 게 분명했다.
‘지금은 조금 물러나는 게 낫다.’
차오르는 숨을 진정시킨 서우진이 놈의 기색을 살폈다.
잘린 팔, 흐르는 피, 그리고 타오르는 분노.
놈은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를 덮고 있는 사제복 사이로 붉게 물든 놈의 동공이 보였다.
마치 상처 입은 짐승과도 같은 흉포함이 가득한 놈의 눈은, 당장에라도 서우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방심하면 안 되겠군.’
방금 전은 기습으로 이득을 보긴 했지만, 놈은 역시 강했다.
까딱 잘못했다간, 당하는 건 이쪽이 될 터.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서우진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물었다.
단순한 도발이었다.
먹히면 좋고, 아니라도 손해를 볼 것 없는.
[나의 이름은 고르도란. 왕의 통치를 곁에서 돕는 자다.]‘쩝.’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예상하긴 했지만, 역시 도발이 먹힐 상대는 아니었다.
‘비서인가? 아니면 보좌관?’
대충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 고르도란. 팔이 잘린 느낌은 어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도발을 해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글쎄, 딱히 유쾌하지는 않군.]놈의 분노는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다.
눈동자에서 느껴지던 살기 역시 조금은 옅어졌다.
‘감정조절이 능숙해.’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 같았다.
[그 검. 특별한 물건인 모양이군.]고르도란이 자신의 잘린 왼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본래라면 벌써 회복이 되어야 할 터인데…….]‘카 라니엘’에 베인 상처는 잘 낫지 않는다.
특히 마기를 지닌 권속들은 더욱 그러했다.
강가스테어 때부터 확인한 것이다.
“이게 첫 번째 마왕의 머리도 벤 검이거든.”
고르도란이 잠시 침묵했다.
첫 번째 마왕이라면, 이 세계에 처음으로 강림한 판데모니엄의 지배자였으니까.
놈에게도 꽤 큰 의미가 있는 존재일 것이다.
[그런가?]음성이 살짝 떨렸다.
마왕을 벤 검이라는 말에 조금 동요한 듯했다.
[필히 파괴해야 할 검이로구나.]“…할 수 있으면 해봐.”
서우진의 시선이 놈의 잘린 팔의 단면을 향했다.
‘느리지만, 확실히 회복하고 있어.’
정말로 ‘카 라니엘’이 아니었다면 벌써 완전히 나았을지도 모를 정도의 속도였다.
서우진은 약간 느슨해진 긴장감을 다시 끌어올리며 몸을 낮추었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자.”
서로 대화를 나눠봐야 시간만 낭비될 뿐이다.
둘에게 필요한 건, 상대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일격뿐.
[그래, 사설이 길긴 했지.]고르도란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마기를 한곳에 응집시키기 시작했다.
본래도 극한까지 응축되어 있던 마기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강력한 힘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까드드드드득-!
소름이 끼치는 소리와 함께, 마기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내.
흑색의 마기는 마치 칼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었다.
[마도(魔刀) 이그니아라 한다.]한눈에 보기에도 흉악한 힘을 품고 있는 도였다.
놈은 그것을 서우진에게 겨눈 채 입을 열었다.
[한번 받아보거라.]마도 이그니아가 하늘을 겨누었다.
그리고 떨어져 내렸다.
아주 느리게.
어린아이라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하지만 서우진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그니아가 땅과 가까워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감이 어깨 위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서우진조차 땅에서 발을 떼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크, 크윽!’
이를 악물며 혼돈기를 순환시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신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압박이 조금 약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발을 굴렀다.
그와 동시에 이그니아가 완전히 휘둘러졌다.
세상이 쪼개졌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억-!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