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8)
528화.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다.
대기가 갈라지고, 공간이 찢겨져 나가며, 앞을 가로막은 모든 물질이 모두 소멸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서우진이 속으로 경악했다.
만약 1초, 아니, 0.1초라도 피하는 게 늦었다면?
결코 단순한 부상 정도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진심을 다한 최고위 권속의 힘은 그야말로 가공할 정도였다.
‘하지만…….’
회피에 성공했다.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해소하고, 저 황당한 수준의 일도를 피해낸 것이다.
그게 뜻하는 건 하나였다.
‘반격.’
서우진의 발바닥이 허공을 때렸다.
순간적으로 음속을 돌파한 움직임에, 공기가 압축되며 서우진의 신형을 앞으로 밀어냈다.
파아아아앙-!
마치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서우진이 고르도란을 향해 쇄도했다.
‘지고화.’
검끝에서 발화된 지고한 불꽃이 주변의 마기를 태우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륵-!
덕분에 움직임을 방해하는 마기의 압박감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렇게 서우진은 한 자루의 검이 되어, 공간을 가로질렀다.
[제법이구나.]고르도란의 음성에 미미한 놀람이 서려 있었다.
이그니아의 참격을 피한 것도 놀라운데, 설마하니 곧장 반격할 줄이야.
그것도 절대 얕볼 수 없는 힘을 담은 채로.
고르도란은 다급히 발을 움직였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놈의 육체가 순식간에 옆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시의적절한 움직임이기도 했다.
‘괜찮아.’
그런데도 서우진은 개의치 않았다.
놈의 회피보다 자신의 찌르기가 더욱 빨랐으니까.
등의 날개를 조금 펄럭이는 것만으로도, ‘카 라니엘’의 검극이 놈의 가슴을 향해 방향을 전환했다.
피잇-!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지척에 다다랐다.
고르도란이 고함을 내질렀다.
서우진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놈은 분노를 토해내는 대신, 손에 든 이그니아를 휘둘러야 했다.
“늦었어.”
‘카 라니엘’이 가슴에 닿았다.
쩌어엉-!
잘린 팔과 달리, 꽤나 단단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카 라니엘’은 날카로우니까.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혼돈기는 막대했으니까.
아주 잠시 멈추었던 검극이 앞으로 나아갔다.
피부가 갈라지고, 근육이 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단단한 뼈가 꿰뚫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찰나(刹那).
‘카 라니엘’은 결국 놈의 가슴을 완전히 관통했다.
푸우우욱-!
고르도란의 가슴으로 들어간 ‘카 라니엘’이 등으로 튀어나왔다.
녹색의 피가 주르륵- 하고 흘러나왔다.
[크으으윽!]정확히 심장이 있는 위치.
그곳을 꿰뚫린 고르도란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마기를 지닌 존재에게는 특히나 치명적인 ‘카 라니엘’이 급소에 적중했다.
절대 무사할 수 없다.
그것이 아르제베토와 비견될 정도의 힘을 지닌, 고르도란이라 할지라도.
서우진의 시선이 살짝 위로 향했다.
머리를 뒤덮고 있던 후드 안쪽으로 가려져 있던, 놈의 얼굴이 보였다.
생각보단 평범했다.
마치 뱀처럼 비늘이 돋아나 있는 피부를 제외하면, 인간과 별다를 바가 없는 외형이었다.
놈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우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과연 왕의 자격을 갖춘 존재라는 것인가?]음성이 떨려왔다.
예상했던 것처럼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게 분명했다.
서우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단 기감을 끌어올렸다.
치명상을 입힌 건 확실했지만, 그렇다고 아직은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허나 나의 왕에 비할 바는 아니니라.]으드드드득-
고르도란이 이를 악다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해야 한다!’
서우진의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내왔다.
동시에 놈의 마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이런 젠장!’
서우진의 얼굴에 낭패가 서렸다.
당장에라도 몸을 뒤로 빼야하건만, 놈의 가슴에 박힌 ‘카 라니엘’이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전신의 근육으로 검날을 붙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역할은 여기까지다. 결코 그분께 닿지 못하리라.]이그니아가 떨어져 내렸다.
첫 일격의 강렬함은 없었다.
세상 모든 것을 찢어발길 정도의 위력도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서우진의 육체를 가르기엔 충분했다.
죽음을 도외시한 공격.
자신은 이곳에서 죽더라도, 반드시 서우진의 목을 베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카 라니엘’은 뽑히지 않았다.
고르도란과 시선이 마주쳤다.
놈은 서우진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피식-
그걸 본 서우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카 라니엘’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나는 검에 목숨을 거는 부류가 아니라서.”
물론, 요즘 들어 검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임하긴 했다.
기사 중 기사라는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기사가 아니다.
손에서 검을 놓는 걸 수치 따위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보다는 효율을 훨씬 중시했다.
검과 목숨.
둘 중 어느 것이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후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한 걸음.
고작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이면 족하다.
고르도란이 회심의 일격으로 휘두른 이그니아를 피하기에는.
화아아아아악-!
코끝을 스쳐 지나간 이그니아에게서 마기로 가득한 바람이 풍겨져 왔다.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강력한 풍압을 이겨내지 못한 얼굴에 약간의 생채기가 생겼다.
그리고 끝이었다.
후드가 벗겨진 고르도란이 눈을 부릅뜬 채, 서우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왕이라는 자가 검을 버리다니?]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어깨를 으쓱할 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버리긴 개뿔.”
물러났던 걸음을 다시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곤 놈의 가슴에 박혀 있던 ‘카 라니엘’을 잡았다.
“잠시 놓은 것뿐이지.”
스으으윽-
조금 전에는 단단히 붙잡혀 빠지지 않았던 ‘카 라니엘’이 쉽게 뽑혔다.
강하게 휘둘러 검신에 묻어 있던 놈의 녹색 피를 털어냈다.
[내가 착각한 모양이로구나. 네놈은 왕의 격에 어울리는 자가 아니다.]“그래. 나도 동감이야.”
왕은 무슨.
서우진은 그냥 몸 성히 고향에 돌아가고 싶을 뿐인 소시민이다.
세상을 부술 힘도, 세상을 구원할 힘도 필요 없다.
그저 평범하게.
남들처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가끔 한 번씩 친구들을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삶.
그것이 서우진이 가장 바라는 것이었다.
“역시 옛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어.”
‘카 라니엘’을 회수한 서우진이 중얼거렸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더니.”
원하는 삶을 살려면 무려 마왕을 죽여야만 한다.
심지어 그 이후엔, 이 세계 전체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이토록 힘들 줄이야…….
서우진이 몸을 돌렸다.
“그러니까 나보고 왕이라고 하지 마라. 난 그냥 서우진이니까.”
어느새 숨을 거둔 고르도란을 향해 나지막이 말을 뱉은 서우진이 걸음을 옮겼다.
* * *
“태성아!”
본진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잠시 주변을 정리하러 나갔던 용사들 중 하나가 초죽음이 된 상태로 돌아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걸어준 회복 마법으로 간신히 살아남긴 했지만…….
위급한 상태인 건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계수지는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권속의 출현.
진태성의 부상.
그리고 서우진의 변한 외형까지.
갑자기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자, 도저히 냉정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최대한 침착하기 위해 애썼다.
‘일단 태성이는 안전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장 죽을 정도는 아니다.
그럼 남은 건 서우진.
‘우진 씨를 도와야 해.’
아주 잠깐에 불과했지만, 그녀가 본 권속의 힘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지금껏 그녀가 싸워왔던 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지닌 존재였다.
물론, 서우진이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왕’이 된 그는 정말…….
‘대단했지.’
이미 충분하게 주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음에도, 변화한 서우진의 모습을 보자마자 두려움이 왈칵 치솟았다.
그만큼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곳에서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었다.
‘도와주러 가야 해.’
서우진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권속 역시 끔찍할 정도로 강했다.
서우진이 밀릴 수도 있으니 지금 바로 움직여야만 했다.
“동환 씨!”
일단은 구동환을 부른다.
그 역시 계수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A급 이상만! 지금 바로 지원을 갈 겁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크게 외쳤다.
그 다급한 기색에 A급 이상의 용사들이 순식간에 모였다.
서우진의 동료들을 제외하고도 여섯 명의 A급과 S급인 엘리트 친구들까지.
“나도 돕겠네.”
“이 늙은이가 빠지면 섭하지.”
“나도 간다.”
반 슬레인, 프레이야, 디아로크도 나섰다.
계수지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이 풍부한 그들이라면 분명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가죠.”
계수지가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그 뒤로 십여 명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쪽!’
오직 서우진만 지니고 있는 특유의 기운과 거대한 마기가 충돌하고 있었다.
계수지는 그곳을 향해 방향을 잡고 달렸다.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강렬한 살기와 마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서둘러야 해.’
저만한 적을 상대하려면, 서우진도 무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도움을 줘야 하…….
[어딜 그리 급히 가는가?]“흡!”
갑자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경악한 계수지가 마력을 끌어올리며, 주먹을 올려쳤다.
[나쁘지 않군.]마치 조롱을 하는 듯한 음성.
주먹 끝에선 그 어떤 느낌도 느껴지지 않았다.
‘빗나갔다!’
자신의 공격을 너무도 쉽게 피해내는 존재라니?
“크라토스!”
반 슬레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크라토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재빨리 몸을 회전시키며 자세를 바로 잡은 계수지가, 갑자기 나타난 크라토스라는 존재를 바라봤다.
‘드래곤?’
다섯 개의 머리가 돋아 나 있는 순백의 짐승.
하지만 ‘드래곤 테이머’인 임태은이 데리고 다니는 존재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눈처럼 새하얀 용린(龍鱗)과는 달리, 놈의 눈은 사악함으로 가득 물들어 있었으니까.
[호오, 나를 아는 놈이 있을 줄이야.]크라토스의 눈동자가 반 슬레인을 향했다.
살기로 번뜩이는 놈의 눈빛을 본 계수지가 마른침을 삼켰다.
‘강해.’
서우진과 싸우고 있는 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크라토스라는 이름의 드래곤도, 결코 얕볼 수 없는 존재였다.
[아쉽지만 이 앞으로는 보내줄 수가 없다.]놈의 주위로 마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물론, 그냥 보내줄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피해라!”
반 슬레인의 외침과 함께, 놈의 마기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