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9)
529화.
폭발의 위력은 강력했다.
다섯 개의 입에서 동시에 방출된 브레스는 순식간에 주변 일대를 완전히 부수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지닌 탓이었다.
‘크윽!’
다행히 반 슬레인의 경고성에 몸을 제때 피한 계수지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밀려드는 폭발의 후폭풍에 저항하며 재빨리 주변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은?’
만약 직격당했다면, 용사들이라 해도 결코 무사할 수 없을 정도.
그녀로선 당연히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행히 저 가공할 공격에 당한 사람은 없는듯했다.
‘하긴, 이쪽도 평범한 전력은 아니지.’
용사들은 전원 A급 이상에, 반 슬레인, 프레이야, 디아로크도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이다.
가장 뒤쳐지는 것이 99레벨의 ‘마도기사’ 박태수와 ‘인크레더블 아쳐’ 박혜경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기습적인 브레스였지만, 쉽게 당해줄 정도로 약한 이가 없다는 뜻이었다.
계수지의 눈에 사방으로 흩어진 일행이 각자의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보였다.
“근거리 공격이 가능한 자들은 나를 따라오너라.”
프레이야의 말이었다.
그녀는 크라토스와 같은,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새하얀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신성력.
마기와는 상극인 신성한 기운이 주변의 마기를 모조리 몰아내고 있었다.
타앗-!
서우진 덕에 젊음을 되찾은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검을 뽑아 들며 크라토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근거리 공격이라…….’
계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근접은 프레이야가 지휘하고, 후방은 디아로크가 맡을 모양이었다.
‘그게 낫지.’
용사들은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지휘와 통솔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었다.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존재들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을 터.
계수지는 망설이지 않고 프레이야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주신의 버러지인가?]크라토스는 자신의 마기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신성력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에 절로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섯 번째 마왕의 권속이자 지상 최강의 마수라 불리는 이 괴물은 미소를 지었다.
“흥!”
크라토스의 말에 프레이야가 코웃음을 쳤다.
“어디 한번 해보거라!”
화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검에서 순백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신성력이 담긴 오러.
웬만한 마기쯤은 문자 그대로 찢어발길 수 있는 힘이 크라토스를 향했다.
[빙옥.]자연속성 중 빙계(氷界) 마법이 발현되었다.
쩌저저적-!
순식간에 숲이 얼어붙으며 주변을 혹독한 겨울로 바꾸었다.
너무도 낮은 기온에 프레이야의 움직임이 굼떠질 정도였다.
마치 한빙 지옥이 현세에 강림한 듯했다.
“크윽!”
갑작스레 닥쳐온 추위에 프레이야가 이를 악다물었다.
이러한 환경에 익숙지 않은 그녀는 당황스러움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비키십시오.”
그때, 뒤에서 반 슬레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프레이야의 움직임에 맞춰 이동을 시작한 그는 크라토스가 시전한 ‘빙옥’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우진과 항상 함께 다니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추위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반 슬레인과 함께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저희가 선두에 설게요.”
계수지는 눈을 동그랗게 뜬 프레이야를 향해 말을 하곤, 그대로 크라토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대체……?’
저들은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프레이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허허- 오랜만이구나.’
시온, 그중에서도 이젠 고향이라 불러도 무방한 매시브 가디언을 떠나온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척박하고, 혹독한 얼음의 대지.
크라토스가 발현한 마법은, 숲을 고향이 떠오르는 환경으로 뒤바꿔 놓았다.
‘그것이 무에 그리 반갑다고, 이토록 설레는 것인지.’
살갗을 에는 미친 추위에도, 반 슬레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움직임이 빨라졌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평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원활한 움직임이었다.
‘이 녀석들도 마찬가지고.’
자신의 뒤를 따르는 제자 비슷한 용사들도, 추위에 굴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것이 퍽 기특했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드는 건 여기까지.
지금은 싸워야 할 때였다.
‘지상 최강의 마수.’
북방의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존재다.
대체 언제 깨어나 이런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차라리 잘되었구나.’
반 슬레인은 항상 크라토스를 토벌하고 싶었다.
하지만 북방의 환경이 여의치 않았고,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지금까지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북방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혼자인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금이라면.
뒤를 받쳐주는 이들과 함께라면.
‘놈을 죽일 수 있을 터.’
반 슬레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자신감이 넘치는군.]그 미소를 본 크라토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감히 자신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저 벌레들이 너무도 가여웠다.
[어디 한번 받아보아라.]얼어붙은 마기가 거대한 창의 형태로 변환되며,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곽-!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대단하구나. 허나…….’
반 슬레인의 눈이 깊이 가라앉았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네.”
검이 춤을 추었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유려하고 거침없는 검로가 아로 새겨졌다.
쩌정- 쩌저정- 쩌저저정-!
얼음의 창은 단 하나도 반 슬레인의 검이 만들어낸 영역을 뚫지 못했다.
“먼저 갑니다!”
그사이,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거구의 사내가 그의 옆을 빠르게 추월했다.
구동환.
어느새 ‘마법소녀’로 변신한 그는 손에 ‘진혼’을 휘두르며 크라토스를 향해 육중한 일격을 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난다.
그것을 본 반 슬레인이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구동환의 직업은 ‘마법소녀’.
마법을 사용하는 직업이었다.
당연히 후방에서 공격하는 것이 어울림에도, 언제나 가장 앞장서서 싸움에 임했다.
그리고 웃긴 건 그 위력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구동환이 지닌 근육이 단순하게 크기만 키운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왠지 그 아이 같구나.’
휘하 기사 중 하나인 테스테론을 보는 듯했다.
“저희도 가요!”
반 슬레인이 잠시 주춤한 사이, 그가 가르쳤던 이들이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하나같이 대단한 힘을 지닌 아이들이었다.
지금의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것을 본 반 슬레인은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죽는 건 바로 크라토스라는 것을.
* * *
“응?”
서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본진으로 향하던 그의 앞에 초토화된 숲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뭐지?’
분명 주변정리를 하기 위해 나설 땐 이렇지 않았다.
죽어버린 식물들로 가득한 숲이긴 했지만, 이런 폐허는 아니었던 것이다.
‘전투가 벌어진 것 같은데…….’
그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단순히 마수나 몬스터 따위와 싸우며 생긴 흔적이 아니었다.
적어도 권속.
그것도 결코 약하지 않은 놈과 싸운 듯한 광경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서우진의 얼굴에 다급함이 서렸다.
‘젠장.’
권속이 고르도란 하나만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이 싸우고 있는 사이, 또 다른 놈이 출현했다면?
이건 위험하다.
서우진은 기감을 넓게 퍼트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감각의 영역이 극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우진은 흔적을 눈으로 좇아, 추적할 수밖에 없었다.
‘저쪽인가?’
흔적은 본진이 있는 곳과 반대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쿠우웅-!
정신을 집중하니 왠지 폭음이 들리는 듯했다.
‘맞군.’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발을 굴렀다.
콰아아앙-!
고르도란과 싸우느라 몸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늦을 순 없었다.
그랬다간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서우진은 이를 악다물며 남아 있는 혼돈기를 모조리 끌어모았다.
파아아앙-!
공기가 갈라지며 빠르게 숲을 가로질렀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었다.
빽빽하게 자라나 있던 나무들은 전투의 여파로 모조리 박살이 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서우진은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고, 곧장 전장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폭음이 커졌다.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아직 전투는 진행 중이었고, 상대는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니다.
서우진은 더욱 다급해진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익스플로전 애로우!”
낯익은 음성과 함께, 거대한 화살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마기로 물든 숲을 모조리 박살내 버릴 정도의 위력.
‘박혜경.’
화살을 쏜 용사를 알아보았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동료들을 포함해, 깊은 인연을 맺은 초극의 강자들도 보였다.
전투가 한창이었지만, 죽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서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제야 적을 확인했다.
“저건…….”
심지어는 동료들이 싸우고 있는 적조차도 낯이 익은 놈이었다.
‘크라토스.’
다섯 개의 머리를 지닌 순백의 드래곤.
저 모습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세계의 구원자라 불리던 백시우를 타락시키고, 종래에는 마왕으로 만들어 버린 놈이었으니 말이다.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여기서 보는군.’
어느 순간 종적이 묘연해졌던 놈을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오히려 잘됐어.’
가능하다면 놈을 이곳에서 죽여야겠다.
크라토스는 강했다.
아르제베토나 방금 전에 싸운 고르 도란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므락쿠보단 훨씬 강했다.
지상 최강의 마수라는 별명은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놈은 지금 동료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마법을 쏘아내고, 그 강인한 육체를 움직이며 공격을 퍼붓는 중이었다.
하지만…….
‘잘 싸우네.’
다급하게 움직인 것이 민망해질 정도로, 동료들은 잘 싸우고 있었다.
물론,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부상을 입은 모습이긴 했다.
그중에는 꽤나 심각해 보이는 이도 있었고.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에게 치료받고 며칠 쉬면 모두 회복할 수 있는 수준.
‘압도적이진 않지만.’
확실히 승기는 이쪽이 잡고 있었다.
서우진은 잠시 한 발 물러서서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이 합류한다면 훨씬 쉽고 빠르게 끝나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
경험치도 경험치였지만, 저만한 적과 싸우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나서지 않는 것이 맞았다.
‘여차할 때 도와주면 돼.’
그때까지 동료들을 믿고 기다린다.
전투를 바라보는 서우진의 눈동자가, 깊게 침잠한다.
‘정말 많이들 성장했구나.’
보아하니 이곳에 있는 건 모두 A급 이상.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크라토스 쯤 되는 존재를 상대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로 놈을 죽일 수 있을 듯했다.
그것도 자신은 전혀 나서지 않은 상태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