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
#52화.
‘죽는다!’
강병규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력한 예감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느껴봤지만, 지금처럼 강렬하진 않았다.
그 와중에도 몸을 비틀어 다크 엘프의 얼굴에 단검을 찌를 수 있었던 것은, 헬데인에서 경험한 수많은 전투 덕분이었다.
하지만…….
“제법 발버둥도 칠 줄 알고.”
다크 엘프는 너무도 쉽게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 아.”
끝이다.
회심의 일격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순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마력만 좀 남아 있었어도.’
지금처럼 쉽게 잡히진 않았을 것이다.
다크 엘프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용사들의 스킬 역시 만만찮았으니까.
하지만 남은 마력을 박박 긁어모아 ‘가벼운 발걸음’을 사용했기에, 강병규에게는 한 톨의 마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거기에 육체마저 구속되어 있었으니…….
‘정말 죽겠구나.’
아무리 몸에 힘을 줘봐도, 지친 그의 몸은 다크 엘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게 끝이면 그만 죽어라.”
목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강인한 용사의 육체가 버티고는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큰 고통을 주었다.
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강병규가 이를 악물었다.
‘누, 누가 좀…….’
그때였다.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뚫고, 선명한 음성이 들려왔다.
“가속, 오러.”
촤아악-!
따뜻한 피가 강병규의 얼굴에 튀어 올랐다.
* * *
“괜찮아?”
서우진은 쓰러진 강병규의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급해진 서우진이 재빨리 그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이다.”
강병규는 정신을 잃긴 했지만, 아직 살아 있었다.
목이 좀 부은 것 말곤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도 않았다.
“크, 크윽! 네놈은 뭐냐!”
그런 서우진의 뒤쪽에서 당황한 다크 엘프의 음성이 들렸다.
강병규의 목을 잡고 있던 팔이 반듯하게 잘려 나가 검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다행히 게랄드 같은 괴물은 아니네.”
서우진은 처음 강병규의 목을 잡고 있는 다크 엘프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혹시나 게랄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두려움이 왈칵- 솟아올랐지만, 강병규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어 달려들었다.
하지만 서우진의 일검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팔이 잘리는 것을 보면, 그냥 평범한 다크 엘프인 것 같았다.
“뭐냐고 물었다! 더러운 제국의 기사인가!”
다크 엘프는 팔을 지혈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물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서우진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나왔다.
“더러운 건 네놈들이겠지.”
언제 다가온 것일까?
다크 엘프의 등 뒤에 홀연히 나타난 루데인이 검을 휘둘렀다.
그것이 끝이었다.
다크 엘프는 자신의 목을 자른 이의 얼굴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 용사님은 어떠십니까?”
검에 묻은 검은 피를 털어낸 루데인이 서우진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이네요, 정신은 잃었지만.”
“그럼 일단 주변에 숨겨둔 뒤 다시 이동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차피 강병규는 데리고 가봐야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정신까지 잃었으니, 주변에 잘 숨겨두었다가 일이 해결된 뒤 데리고 가면 될 터였다.
서우진은 주변의 수풀을 모아 강병규의 모습을 감춘 뒤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다크 엘프라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군요.”
루데인이 말했다.
두 사람은 붉은 신호탄이 몬스터 때문에 터진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 많은 몬스터가 몰려 기사들조차도 모두 방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다크 엘프가 나타난 것이라면, 상정했던 상황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놈들이 이곳까지 출몰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인데…….”
루데인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벌써 두 번째네요.”
바로 아카데미에서 뭔가를 할 때마다 다크 엘프들이 나타나 방해하는 것이.
이쯤 되면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은 곧.
“어쩌면 제국 내에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사들이 마경 토벌을 진행한다는 것은 극히 적은 인물들만 알고 있었다.
기밀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쉽게 유출될 사안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다크 엘프가 습격을 해왔다.
충분히 제국 내에 마왕의 추종자들이 숨어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었다.
“복귀하면 한 번 알아봐야겠군요.”
루데인은 자신의 모든 권한을 사용해서라도 쥐새끼들을 색출해 낼 것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것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였다.
“크윽, 지원은 대체 언제!”
“조금만 더 버텨!”
기사들이 원을 그린 채, 중앙에 있는 용사들을 보호하며 다크 엘프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용사의 수는 여덟 명.
하지만 대부분 탈진한 것인지, 전투에 참가를 하지 못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용사들이 반복되는 전투에 지쳐 있을 때를 노린 것 같았다.
“전투 가능한 기사는 20명. 그에 반해 다크 엘프는 30명이 넘는군요.”
만약 용사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밀리진 않았을 테지만…….
“아까 그놈처럼 경계를 서는 놈들도 있을 테니, 더 많겠죠.”
적어도 열 명 이상은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았다.
‘될까?’
방금 상대해 본 다크 엘프를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았다.
여기엔 루데인도 있었고, 다른 기사들도 많았으니까.
게다가 조만간 도착할 다른 지원들까지 생각해 보면 충분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루데인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서우진은 당장에라도 전투에 개입을 하고 싶었지만, 그의 심각해 보이는 말에 잠시 마음을 가라앉혔다.
“뭐가요?”
“저놈들은 우리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일정은 물론이고, 장소까지 이미 아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정확하게 습격을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용사들을 보호하는 기사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을 텐데…….
“지금이야 몰아붙이고 있지만, 저게 한계일 겁니다.”
지원이 도착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몰아낼 수 있을 터였다.
다크 엘프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효과도 별로 볼 수 없는 저런 자살 공격을 감행할 리가 없었다.
“설마 다른 쪽을 노리고?”
루데인의 말에 서우진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성동격서였다.
이쪽에 이목을 집중시킨 뒤, 다른 용사들을 노리는 작전.
만약 그렇다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루데인은 고개를 저었다.
“헬데인에 서식하는 다크 엘프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적은 인원을 나눠봐야, 전력만 약해질 뿐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인원을 나눠 공격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일점 집중해 속전속결로 끝내는 쪽이 훨씬 가능이 높았다.
“그럼 뭘까요?”
루데인이 보기에 이것은 함정이었다.
하지만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개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만.”
위태롭긴 하지만 기사들이 아직은 잘 버텨주고 있었다.
아주 약간의 여유는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여기서 잠깐…….”
말하던 서우진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루데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마기?”
분명히 마기였다.
다크 엘프들이 풍기는 질 낮은 저급의 마기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농도가 짙고, 악의적이었다.
‘그래도 그 괴물만큼은 아닌데.’
불행 중 다행으로, 게랄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격이 낮았다.
만약 게랄드였다면, 저기서 싸우고 있는 기사들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죄다 쓰러졌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강하긴 마찬가지야.’
저 마기를 뿜어대는 놈은 절대로 우습게 볼 놈이 아닌 것 같았다.
“저놈이었군.”
그런데 루데인은 놀랍게도 마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작전을 변경하는 게 좋겠군요. 당신은 기사들을 도와 용사를 구하는 데 집중해 주십시오. 저놈은 제가 맡을 테니.”
“저게 대체 누군데요?”
서우진이 물었다.
느껴지는 마기의 양과 질을 생각해 보면, 루데인이 상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최상급 기사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루데인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대신, 서우진을 밀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의 표정은 다급했다.
그 모습에 서우진은 일단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괜히 궁금증을 푼다고 트롤 짓을 하는 것도 사양이었으니까.
“금방 돌아올게요.”
서우진은 마기가 느껴지는 방향을 한 번 바라보곤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최대한 빠르게 정리해야겠다.’
왠지 말이 잘 통하는 루데인을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기사들을 구하고, 그들과 함께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했다.
‘마력은 충분하고.’
서우진은 ‘가속’을 사용했다.
‘오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파괴적이긴 하지만, 마력의 소모가 너무 심하다.
최대한 힘을 보존한 채 승리해야 하니, 이번에는 ‘가속’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걸로도 충분해 보이니까.’
조금 전이야 다급해서 두 가지 스킬을 모두 사용했지만, ‘가속’만 써도 다크 엘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읍!”
서우진은 빛살같이 다크 엘프의 뒤로 파고들었다.
놈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마기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껏 방심하고 있는 것이 뒤쪽에 있는 서우진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한 놈.’
놈은 그제야 서우진의 살기를 눈치채고 고개를 뒤로 돌렸지만, 이미 늦었다.
스걱-
‘가속’을 사용한 서우진의 검이 순식간에 놈의 머리를 베어냈다.
“기습이다!”
다크 엘프들은 한 명의 머리가 둥실- 떠오르고 나서야 서우진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늦었어!”
서우진의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반 슬레인에게 반 강제적으로 몸에 때려박은 검술이었다.
슥- 서걱-!
검이 춤을 출 때마다 다크 엘프의 신체 중 한곳이 잘려 나갔다.
비명과 경고성이 숲을 뒤흔들었다.
드디어 나타난 지원에 기사들 역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을 했고, 전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용사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기사들만 남긴 채, 우왕좌왕하는 다크 엘프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크 엘프들은 곧 제정신을 차리고 서우진과 기사들에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놈들은 결코 서우진의 검을 막아낼 순 없었으니까.
게다가 다크 엘프의 시선이 분산된 틈을 노려 기사들이 맹공을 퍼부어 댔다.
다크 엘프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살아남은 다크 엘프의 수가, 죽은 놈들의 수보다 적어졌을 때쯤이었다.
그아아아아-!
강력한 마기를 품은 포효가 서우진의 고막을 후려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