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1)
531화.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부상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서우진은 B급 이하의 용사들을 데리고 주변을 완전히 정리했다.
혹시라도 휴식에 방해가 될까 저어된 까닭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틀이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흐음…….’
서우진은 부상자들의 상세를 확인했다.
모두 나은 사람도 있었고, 아직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핵심 전력은 모두 건재하다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화된 느낌도 있었다.
크라토스가 죽자, 동료들 중 몇몇이 레벨 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경험치가 분산되었을 텐데도 레벨이 오를 정도였으니, 놈이 얼마나 강한 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슬슬 움직일까?’
아직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 이들이 있긴 했지만, 시간을 더 지체할 순 없었다.
마냥 기다리다 마왕이 덜컥- 강림하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큰일이었으니까.
‘이동하자.’
휴식과 강행.
둘을 고민하던 서우진이 이내 결심했다.
“움직이나요?”
천막으로 돌아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계수지가 물어왔다.
“네. 아무래도 이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듯하네요.”
“동감해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마기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었다.
마왕의 강림이 정말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일단 준비하시죠. 저는 젤론에게 가보겠습니다.”
“그럴게요.”
계수지가 동료들을 대표해 고개를 끄덕이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막을 나간 서우진이 곧장 젤론이 있는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서둘러라! 보급물자 빠트리지 말고!”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오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오셨소?”
젤론이 서우진을 맞이했다.
“이동준비를 시작하신 겁니까?”
“그렇소. 이제 슬슬 움직일 것이라 생각해서.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오?”
젤론이 물었다.
하지만 내용과는 다르게, 그의 눈동자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반드시 오늘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이 말이다.
“아니요. 젤론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능력이 출중해.’
병사를 통솔하는 능력은, 자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거기에 상황을 읽는 눈도 예사롭지 않았고.
왜 대장군이라 불리며 존경받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오.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도록 하지.”
“부탁드립니다.”
굳이 찾아올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알아서 잘하는 것을.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렸다.
‘흐음.’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부상자들에겐 끊임없이 회복마법이 쏟아지고 있었고, 용사들은 전의를 가다듬고 있었다.
‘이대로 잘 끝나면 좋을 텐데.’
마지막 싸움.
아니, 마지막이라 믿고 싶은 싸움.
서우진은 슬며시 차오르는 긴장감을 느끼며 심호흡했다.
“긴장되나 보네요.”
뒤에서 반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아일린.”
푸른 갑주를 입은 그녀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긴장은 네가 한 것 같은데?”
누가 봐도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니에요.”
아일린이 서우진의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긴장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이.
‘저게 더 티 나는데.’
서우진은 속으로 웃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시온은 준비 다 끝냈어?”
서우진이 묻자, 아일린이 고개를 저었다.
“딱히 준비랄 것도 없었어요. 저희는 언제든 출정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하긴.”
푸른 방패 기사단을 비롯한 시온의 병사들은, 이동 명령이 떨어지면 곧장 움직일 수 있는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었다.
토벌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다른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마음을 가다듬는 것에 집중하는 중이었고.
‘시온이 확실히 정예이긴 해.’
다들 고르고 고른 이들이다.
하지만 시온에서 뽑힌 병사와 기사들은,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다른 이들이 더는 시온이라는 변방의 약소국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다른 기사들은?”
“검을 닦고 있어요.”
“검? 그건 매일 하는 거 아니야?”
하루에 한 번.
매일 잠들기 전에 하는 일과였다.
그런데 지금 검을 닦고 있다고?
“일종의 의식이죠, 전의를 다지는.”
“아, 그렇군.”
그러고 보니 토벌 때도 본 것 같았다.
그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모두 전의를 다지기 위해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곤 했었다.
“다른 녀석들도 긴장했나?”
테스테론이라던가, 혹은 테스테론 같은 놈들.
서우진이 누굴 묻는지 눈치챈 아일린이 미소를 지었다.
“그분을 긴장시키려면, 마왕을 향해 돌입명령을 내리는 수준이어야 할 걸요?”
마초 중 마초.
근육 중 근육.
이름대로 남성 호르몬이 가득차다 못해 줄줄- 흘러내리는 사내.
“그러려나?”
서우진이 상상을 해보았다.
확실히 테스테론이 긴장하는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마왕을 눈앞에 두고서도 허세를 잔뜩 부리며 검을 휘두를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거 참 든든하네.”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조금 풀어졌다.
“얼마나 걸릴까요?”
마왕이 강림할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것.
이 드넓은 숲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찾을 것 같은데.”
이미 상당히 가까워졌다.
고르도란과 크라토스를 마주쳤고, 점점 마기가 짙어지는 것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거기에 더해,
‘왠지 예감이 그래.’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의 육감.
그것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 머지않았다고.
늦어도 일주일, 빠르면…….
‘하루이틀.’
그 정도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우진은 잠시 느슨해졌던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지금 그런 표정을 내보인다면, 아일린이 더욱 불안해 할 테니까.
“이제 정말 끝이 보여.”
처음 이 세계에 떨어지고, 매시브 가디언으로 끌려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참 열심히도 달려왔다.
그 마지막이 이제 가깝다.
물론, 모든 게 잘 풀려야만 하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조금만 더 힘내요.”
아일린이 응원한다.
“그래.”
서우진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팔로타인 라세’의 더욱 깊은 곳으로.
“후욱- 후욱-”
병사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숲길이 힘든 탓일까?
물론, 그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껏 잘만 걸어왔다.
힘들긴 해도, 지금처럼 지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숨소리가 거칠어진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마기.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마기의 농도가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마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도록 해준 아이템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이 정도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 근처다.’
서우진이 주변을 확인했다.
어두웠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이었음에도, 마치 밤처럼 암흑으로 가득했다.
응축될 대로 응축된 마기가 태양빛마저 가리고 있었다.
자칫 방심했다간 앞에 있는 사람을 놓칠 정도로 시야가 제한되었다.
병사들이 거친 숨과 함께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덕분에 이동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흩어질까?’
순간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에서 흩어졌다가는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혹여나 아르제베토 급 권속이 또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지금처럼 한곳에 모여서 찾는 것이 나았다
‘어디냐?’
가깝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위치는 찾아낼 수가 없었다.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음에도,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병규를 돌아보았다.
절레절레.
녀석 역시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스킬이 먹통이라는 뜻이다.
‘쯧, 어쩔 수 없지.’
결국 지금까지처럼 직접 눈으로 찾는 수밖에 없었다.
서우진은 다른 감각을 죽였다.
후각과 촉각, 그리고 기감까지.
오직 하나, 시각에만 모든 기운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제한되었던 시야가 조금씩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평소에 비하자면 10%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눈을 부릅뜬 채 조금 더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것이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보고하도록 하라!”
젤론의 명령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누구도 병사들이 찾아낼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였으니까.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지막에 목적하는 것을 찾는 건 자신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
후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천여 명의 병사 중에서도 가장 후미에서 나온 소리였는지라, 거리가 상당했다.
서우진이 아니었다면 그것을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누구지?’
목소리가 낯익다.
‘동료들… 은 아니고.’
후방에는 동료들이 없다.
다른 용사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그들과도 다른 목소리였다.
‘그럼 병사들 중 하나라는 뜻인데.’
서우진과 친분이 있는 병사들은 오직 시온 출신밖에 없다.
“저기, 이거…….”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생각났다.
소리가 너무 작아 긴가민가했지만, 다시 들으니 확실해졌다.
‘조한이구나.’
매시브 가디언의 백인대장에서 천인대장까지 오른, 실력 좋은 병사.
자신이 직접 이 원정대를 권유하지 않았던가?
‘무슨 일이지?’
그가 아는 조한이라면 결코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다.
매시브 가디언에서도 경험이 쌓일 대로 쌓인 고인물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저런 소리를 냈다는 건…….
‘뭔가를 발견했다?’
서우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정지.”
손을 들어 이동을 멈추었다.
용사들은 물론, 병사들까지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다.
서우진은 동료들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듯 눈짓을 하곤, 곧장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화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병력의 후방에 도달했다.
‘역시 조한이야.’
갑자기 나타난 서우진의 모습에 눈을 크게 치켜뜬 그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서우진의 시선이 그쪽으로 옮겨졌다.
“…균열?”
못 알아볼 뻔했다.
창끝에는 검은색의 균열이, 마치 거미줄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기와 뒤섞여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쩌적-!
균열의 크기가 커진다.
미세하지만, 방금 서우진이 확인했을 때보다 몇 센티미터는 더 커졌다.
‘여기구나!’
확실하다.
마왕은 바로 이 균열을 넘어, 이 세계에 강림한다.
이곳이 바로 마왕의 진정한 강림지였다.
서우진이 급히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모두 포위 대형으로!”
여기만 막으면 된다.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이 빌어먹을 균열만 해결하면 된다.
‘그럼 강림 전쟁도 끝이 난다.’
얼마나 바라고, 또 바라왔던 일이던가?
서우진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가 원하는 것이다.
서우진의 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