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3)
533화.
내켜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우진을 향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던 동료들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아무도 만류를 하진 않았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솔직히 서우진이 가능하다고 하니, 믿고 따를 뿐이었다.
물론,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계수지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네. 해야 합니다.”
서우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놈이 세상에 강림한다면, 지금까지의 희생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지옥이 펼쳐질 테니까요. 해볼 수 있는 건 해봐야죠.”
“하지만 우진 씨가 버틸 수……”
“있습니다.”
서우진이 다시 한번 강하게 대답했다.
반 슬레인에게 보여주었던 것처럼 확신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계수지가 입을 오물거리다,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알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말을 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될 것 같으면, 중지할 거예요.”
서우진이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중단할 것이다.
마왕이 강림하는 것보다, 그를 이곳에서 잃는 것이 더욱 큰 재앙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잠시 계수지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서우진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주억였다.
‘그것까지는 내가 강제할 수 없겠지.’
애초에 중간에 그만둔다고 해도, 막을 수 있을 방법이 있을 리도 없고.
그저 자신의 육체가 최대한 버텨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저 빌어먹을 균열을 모조리 ‘베어’버릴 때까지 말이다.
서우진이 심호흡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의 뒤로 수많은 사람이 도열했다.
서로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의 신뢰로 굳어진 동료들.
반 슬레인, 프레이야, 디아로크 등 이 세계에서 맺은 인연들.
크게 친분은 없지만, 서우진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소환되어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는 용사들.
별다른 친분은 없지만, 세상을 구하겠다는 일념하에 스스로 여기까지 발을 디딘 이들까지.
모두 결연한 표정으로 서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작하죠.”
담담한 음성이 울려 퍼지자, 그들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증유(未曾有).
그야말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이었다.
반 슬레인은 이를 악다물었다.
‘어찌 이 힘을 한낱 인간 한 명의 육신으로 받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서우진이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인 건 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거대한 힘을 받아들이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몸이 떨려왔다.
그저 힘의 파편에 노출이 된 것만으로도, 온몸이 짓뭉개져 버릴 듯했다.
아니, 실제로도 믿을 수 없는 압박감에, 발이 땅속으로 조금씩 파고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말려야 한다!’
반드시 죽는다.
제아무리 서우진이라 해도, 이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리 생각한 반 슬레인이 서우진을 바라봤다.
움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만류하겠다는 다짐은 결국 입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어느새 뒤를 돌아본 서우진의 눈빛이 너무도 고요했기 때문이었다.
서서히 고개를 젓는 그의 행동에 반 슬레인은 입술을 짓씹은 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잠깐의 사이.
세상을 부술 듯이 응축되던 힘이, 서서히 서우진을 향해 다가갔다.
‘‘마왕화’는 하지 않는다.’
‘마왕’이 된다면 육체의 내구력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하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마왕화’를 하면, 반탄력이 더욱 강해지니까.’
거대해진 혼돈기는 분명 저 기운과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폭풍은 서우진도 버틸 수 있다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지금, 이 상태로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게 나았다.
육체에 가해지는 부하는 심하겠지만.
서우진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전신의 마력 회로를 활짝- 열었다.
그와 동시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자면 고작해야 모인 힘의 1%나 될까?
그것도 마력에 한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프레이야와 신성기사, 그리고 사제들의 신성력은 포함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벌써 통증이 밀려왔다.
‘젠장!’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도 쉽지가 않았다.
서우진은 혀를 살짝 깨물며 정신을 일깨웠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대로 포기하고 도망을 칠 것만 같았다.
‘그건 안 되지.’
입 속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혀가 조금 잘려 나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긴 했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서우진은 혼돈기를 일으키며, 끝없이 밀려들어오는 마력을 감싸 안았다.
애초에 마력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기운이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흡수해라.’
완전히 합일할 필요는 없다.
그게 가능할 리도 없었고.
지금은 그저 쉴 새 없이 집어삼킨 뒤, 몸집만 키우면 충분하다.
단 한 번.
그 단 한 번의 일격을 위해서 말이다.
이마에서 또르륵- 하며 땀 한 방울이 흘러내리며, 이내 아래로 떨어졌다.
치이이익-!
하지만 미처 땅에 닿기도 전에, 땀은 증발하며 그 자취를 감추었다.
‘덥군.’
미증유의 힘이 극한의 극한까지 압축된 탓일까?
주변의 온도가 미친 듯이 상승하고 있었다.
서우진이 땀을 흘릴 정도였으니, 다른 이들은 굳이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을 정도.
병사들은 숨을 헐떡이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기사들 역시 그 강인한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냈다.
“조금만 더 힘내요!”
그나마 용사들과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만이 어느 정도 열기에 저항하고 있었다.
‘지아인가?’
서우진은 왠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힘찬 음성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저 기운 찬 녀석이 응원을 해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힘이 나는 것 같은 느낌에, 서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마력의 흡수에 조금 더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루? 이틀? 사흘?
1년인 것 같기도 하고, 고작 10초쯤 지난 것 같기도 했다.
도무지 얼마만큼 지났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시간의 흐름을 완전히 잊은 것이다.
서우진은 무아(無我)의 문턱을 밟은 채, 주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했다.
10%, 50%, 80%…….
모두가 불가능하다 했지만, 서우진은 해내고 있었다.
혼돈기라는 특수하고 특별한 기운은, 마치 대해처럼 마력을 받아들였다.
몸이 터져 나가지도, 붕괴하지도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아…….’
서우진이 감탄을 내뱉었다.
‘마왕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전신을 가득 채운 힘은 전능감을 가져다주었다.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고양감.
이 정도라면 정말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백여 명.
심지어 그중 스무 명에 가까운 이들은 무려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들의 마력을 한 곳에 집중시킨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격의 상승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력이되, 단순한 마력이 아니다.
마왕의 권속들이 말하는 왕의 격.
그것을 넘어선 것이다.
격을 넘어 위(位)를 논할 정도의 힘은 서우진에게 무한대의 거력(巨力)을 선사해 주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공간을 베고, 균열을 베고, 차원 간 통로를 상쇄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볼까?’
서우진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니, 아직 부족해.’
마력도 채 모두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왕 하려면, 완벽하게 해야만 한다.
일말의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신성력까지 흡수한 뒤 시도하자.’
그게 더 확실할 것이다.
서우진은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음?’
마력에 이어 신성력이 흡수되기 시작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순식간에 몇 개의 벽을 넘어서고, 진정한 몰아(沒我)의 상태에 접어든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미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바늘로 콕콕 쑤시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그 작은 통증이 너무도 거슬렸다.
‘아, 안 돼!’
순식간에 몰아와 무아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전신에 가득 담겨 있던 미증유의 힘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드드득-!
뼈가 제 멋대로 비틀리고.
“크흐읍!”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우진 씨!”
“이, 이런!”
그것을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차마 다가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현재 서우진의 주변은, 혼돈기와 마력, 그리고 신성력까지 휘몰아치며 폭풍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초극의 경지에 접어든 이들조차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할 위력의 폭풍이었다.
‘이대론……!’
터진다.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던 기운들이 신성력의 추가로 깨져 버렸다.
서우진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설마, 거부할 줄이야…….’
혼돈기의 근간은 마력과 마기다.
그중 마기가 신성력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정해라!’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혼돈기와 신성력을 안정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찌이이이익-!
근육이 찢어지며 날카로운 통증이 전신을 뒤덮었다.
하지만 괜찮다.
이런 육신의 부상 정도는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마력 회로가 꼬이고 있다.’
이건 정말 문제다.
지금 마력 회로가 작살난다면, 힘겹게 모은 힘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모두 허공에 날려 버릴 테니까.
그 과정에서 힘을 보태주고 있던 이들 중 상당수가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건 막아야 해!’
차라리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는 게 낫다.
이 사태의 원인은 서우진, 본인이었으니까.
번쩍-!
눈을 떴다.
모세혈관이 모조리 터져 나간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귓가로 누군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내용까지 이해할 순 없었다.
지금은 그럴 정신도 없고,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벤다.’
무조건 벤다.
‘카 라니엘’을 뽑아 들었다.
다시 한번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지만 무시한다.
그 대신, 거미줄처럼 사방에 퍼져 있는 균열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마치 뇌리에 박히듯, 그 모든 광경이 아로새겨졌다.
‘일검에 모두 베어야 한다.’
한 번의 휘두름에 10만 개에 달하는 균열의 잔가지까지.
‘가능할까?’
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하면 안 된다.
어떻게든 해내야만 한다.
서우진은 자신의 육체에 스며든 모든 힘을 ‘카 라니엘’에 담았다.
그리고…….
스아아아아아악-
휘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