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4)
534화.
인간이 일검에 10만에 달하는 변화를 줄 수 있을까?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10만은커녕, 1만 번, 1천 번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은 어떠할까?
마법사인 마르테스나 디아로크를 제외하고, 무기와 육체를 쓰는 이들로 본다면…….
‘가능하긴 하지.’
물론, 칼라인 같은 반편이는 제외다.
반 슬레인이나 프레이야, 그리고 검공 다리엘처럼 오랜 세월을 수련한 이들.
오직 그들에게만 허락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휘두르는’ 것일 뿐.’
일검에 10만의 변화.
그들은 그저 움직이는 것에 급급해, 단순히 형(形)과 식(式)을 그리는 것에 그칠 것이다.
그렇다면 서우진은 어떨까?
‘할 수 있다.’
아니, 해내야만 한다.
전신을 완전히 붕괴시켜 소멸에 이르게 할 정도의 힘이 끊임없이 몸속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힘이라면.
그리고 지금껏 서우진이 쌓아왔던 경험이라면.
‘가능하다!’
‘카 라니엘’을 들어 올렸다.
평소와는 달리, 천근만근이 된 것처럼 팔에 부하가 걸렸다.
하지만 서우진은 움직였다.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고통이 몰려와도, 절대 멈추지 않았다.
“무리하지 말게!”
반 슬레인인가?
모르겠다.
서우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 라니엘’을 향해, 무한대의 힘을 밀어 넣었다.
혼돈기와 마력, 그리고 신성력이 뒤섞인 기운이 폭발하듯 쏟아져 들어갔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 어떤 때보다도 깊고, 강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조금만 힘을 풀어도, 곧장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진동이었다.
서우진은 이를 악다문 채 위에서 아래로, ‘카 라니엘’을 내리긋기 시작했다.
너무도 느려 개미조차도 쉽게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그야말로 세상을 부숴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모두 베어야만 한다.’
단 한 줄기의 균열도 놓쳐선 안 된다.
서우진은 ‘신룡안’을 발동시키고, 끊임없이 균열의 모습을 감지해 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기 덕분에 쉽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모든 정보를 받아들였다.
‘뇌가 타는 느낌이야.’
단순히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머릿속이 뜨거운 열기에 익어버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으으으으으으으으!’
입조차 벌리지 못하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와중에도 검은 놓치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벼락이 내리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정도의 집중력이었다.
천천히, 하지만 완벽한 검로를 따라 흘렀다.
영겁(永劫)과도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
서우진의 ‘카 라니엘’이 세상을 베었다.
* * *
세상이 요동친다.
김다혜는 불안한 마음으로 서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자신을 포함한 동료들을 지켜주었던 듬직한 등.
딱히 의식하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서우진은 항상 그래 왔다.
그저 이 세계에 같이 소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자신들을 챙겨주고, 위해주며, 도와주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 누구와도 담을 쌓고 곁을 내어주지 않던 그녀가 서우진을 의지하게 된 것은.
그라면 왠지 조금 기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판단은 옳았다.
서우진은 남들과 다른 자신을 내치지 않고 동료로 받아들여 줬으며, 그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친절한 조언과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위험함.’
위태로워 보인다.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서우진의 등이, 미친 듯이 떨려오고 있었다.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는 자신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아 보인다는 것.
후두둑- 하며, 붉은 피가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아……!”
주위에서 안타까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김다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서우진을 향해 쏟아내고 있는 마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라 믿었으니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 전쟁을, 절대로 막아낼 것이라 믿었으니까.
그러한 김다혜의 바람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서우진이 검을 휘둘렀다.
흑색의 검신에 보랏빛 기운이 맴도는 검이 천천히 허공을 베었다.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김다혜는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이 하늘 끝에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
세상이 쪼개진다.
검에서 흘러나온 무한한 힘이, 세상을 좀먹고 있던 균열들을 모조리 베어내고 있었다.
공간을 벤다?
아니다.
저건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총로를 끊어내는 행위였다.
그 누구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서우진이 해내고 있었다.
‘소리가.’
사라진다.
주변의 신음과 비명도, 세상에 갈라지는 굉음도, 끊임없이 진동하던 대기도.
모두 적막에 휩싸였다.
마치 소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물론, 정말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크기였기에, 반대로 듣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다혜는 처음 겪어보는 신기한 현상에 멍하니 서우진의 검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시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지고(至高)한 검의가 균열을 모조리 끊어버리는 중이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수천, 수만 개까지.
모두의 얼굴에 감탄과 경악이 서렸다.
정말로 서우진이, 스스로 장담했던 일을 해내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라면 마왕의 강림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서우진의 검이 다시 한번 균열을 잘라냈다.
이제 남은 건 고작해야 십여 개.
정확한 수는 모르겠다.
그것을 확인하기엔 김다혜의 경지가 너무도 미천했다.
반 슬레인이나 프레이야라면 알까?
문득 궁금해진 사실에 고개를 돌려 그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응?’
김다혜가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 둘의 표정은 왠지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것이다.
그건 서우진을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뭐임요?’
김다혜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도 어려웠다.
덕분에 두 사람의 얼굴에 담긴 뜻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저건 많이 본 표정 같았다.
특히 근래에, 병사들이 짓던 것과 비슷했다.
‘아!’
생각이 병사들에 미치자, 저들의 표정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절망.’
확실했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는, 마수와 몬스터를 앞에 둔 병사들의 표정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체 왜?
서우진은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저토록 잘해내고 있지 않은가?
김다혜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남아 있는 균열을 모조리 끊어내고 있는 서우진의 모습.
얼굴이 굳어졌다.
동시에 긴장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우진 씨!”
“야, 인마!”
사라졌던 소리들이 다시 들려오며,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서우진이 쓰러지고 있었다.
눈, 코, 입, 귀…….
얼굴에 난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두 피를 쏟아내며, 마치 허물어지듯 땅에 주저앉고 있었다.
김다혜는 서우진이 걱정되었지만, 그에게서 애써 시선을 돌려 균열을 확인해 보았다.
“아!”
남아 있다.
모두 끊어낸 줄 알았던 균열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고작해야 세 개.
그것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실금이었다.
‘실패?’
저것을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자신들이 나선다면, 저 정도쯤은 베어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타아아앗-!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가 동시에 땅을 박차고 앞을 향해 쇄도했다.
김다혜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동료들, 용사들, 그리고 지금껏 서우진이 인연을 맺어왔던 이들이 모두 균열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환.’
균열을 파괴하려면 평범한 공격으론 불가능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꺼내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김다혜가 미리 그려둔 재료들은, 하나같이 광범위한 영역을 파괴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손가락보다 작은 균열을 파괴하기엔, 힘의 집중도가 너무도 떨어진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건, 심플한 형태의 단검이었다.
물론, 정말로 그냥 단검은 아니었다.
인간이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동하는 날이, 접촉하는 모든 것을 분해하는 단검이었다.
일시적으로나마 반 슬레인의 오러를 뛰어넘는 절삭력을 보여줄 정도.
이 정도면 조금의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다.
김다혜는 먼저 달려나간 이들의 뒤를 따르며, 초진동 단검을 손에 쥐었다.
화아아아아아악-!
가장 먼저 반 슬레인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쩌엉-!
“크으윽!”
그 누구보다 드높은 경지에 이른 기사가 휘두른 검은, 너무도 허무하게 부러져 버렸다.
다리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실금과도 같은 균열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부러져 버린 자신의 애검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봤다.
다른 용사들도, 마법사들도.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이미 서우진을 향해 막대한 양의 힘을 쏟아부은 그들로선, 단 하나의 균열조차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오직 한 명.
프레이야만을 제외하고.
“주신께 영광을!”
새하얀 신성력이 활활- 타올랐다.
마치 자신의 생명력까지 불태우는 듯한 모습이었다.
신성기사보단 한 마리의 악귀처럼 일그러진 표정으로, 순백의 화염이 일렁이는 검을 내리그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폭음이 터져 나왔다.
김다혜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렸다.
뿜어지는 빛에 잠시 시야를 잃을 정도였던 것이다.
1초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사이, 눈을 회복한 그녀는 곧장 상황을 파악했다.
‘아!’
사라졌다.
남아 있던 세 개의 균열 중 하나가 프레이야의 검에 사라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고작 두 개.
프레이야는 코피를 쏟아내며, 그것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 차례요.”
하지만 이번엔 김다혜가 먼저 나섰다.
그녀가 힘을 모조리 잃기 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주기 위함이었다.
작은 손에 쥔 단검이 균열을 내려쳤다.
“꺄아아악!”
김다혜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엄청난 반탄력에 손목이 부러지고, 내부가 진탕되며 피를 토했다.
‘이러니까…….’
모두 균열을 없애는 것을 실패한 것이었다.
고작 실금 정도의 크기였음에도 말이다.
그나마 신성력을 발휘하는 프레이야 정도만이 가능한 일인 듯했다.
“비키거라, 아이야.”
뒤에서 인자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새 바로 뒤에 붙은 프레이야가, 검을 높이 치켜들곤 내리그었다.
김다혜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재빨리 몸을 피했다.
스아아악-!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간 순백의 검이, 다시 한번 균열과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바로 옆에 서 있던 김다혜가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상황은?’
그 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않은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균열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다른 이들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프레이야가 쓰러지고 있었다.
부러진 검과 함께.
피를 뿜으며.
그리고 남아 있던 두 개의 균열은 멀쩡했다.
절망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