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39)
539화.
젤론의 판단은 정확했다.
고작 6일 정도 만에 ‘팔로타인 라세’의 끝에 도달한 것이다.
만약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면, 그것의 배 이상 걸렸을 것이다.
게다가 다행히도 마왕은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뒤를 따라오고 있는 건 맞는 듯한데.’
서우진이 뒤를 흘끔- 확인했다.
숲을 벗어나자, ‘신룡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숲 내부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확실히 놈은 자신들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속도가 느려.’
여유를 부리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어찌 됐든 따라잡히지 않아 다행이긴 했다.
“적이다!”
숲을 경계하고 있던 제국의 병사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천여 명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내 선두에 선 용사들을 알아보고는 경계 태세를 풀었다.
물론, 경악한 기색은 여전했다.
갑자기 숲에서 저만한 병력과 용사들이 튀어나왔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원 후퇴! 후퇴하라!”
반 슬레인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소리쳤다.
그 역시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왕이 도달하기 전에, 어서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지금 상태로는 놈을 막아낼 수 없었으니 말이다.
“…무, 무슨 말이야?”
“누군데 후퇴를?”
반 슬레인을 알아보지 못한 병사들이 어리둥절해 하며, 두리번거렸다.
후퇴는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으니까.
최소한 기사, 그것도 제국의 군세를 지휘할 수 있는 직위에 이른 자나 가능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소란을 듣고 달려온 기사 한 명이 다급히 물었다.
그는 반 슬레인뿐만 아니라 일행의 면면을 확인하곤,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마왕이 강림했으니, 지금 당장 군을 뒤로 물리시오!”
그보다 더 확실하고, 빠른 설명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기사의 입장에선,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그, 그게 무슨?”
기사는 순간 반 슬레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가 마왕군을 막기 위함이었음에도, 막상 마왕이 강림했다는 말에 패닉이 온 것이다.
“무엇하는 것이냐! 당장 병력을 물려야 한다니까!”
그것이 답답했던 것일까?
지금까지 쥐 죽은 듯이 있던 검공 다리엘이 미간을 찌푸리며 호통을 칠 정도였다.
검공의 모습을 알아본 기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자,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서인지, 그는 당황한 와중에도 빠르게 몸을 돌려 달려갔다.
그사이 일행이 제국군의 진영에 도착했다.
“대열을 유지하라!”
젤론은 지친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자리에 주저앉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감히 명령에 불복종하는 이는 없었다.
젤론의 판단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그들이 가장 실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병사들의 모습을 본 제국군이 마른침을 삼켰다.
정예 중 정예.
‘팔로타인 라세’에 모여 있는 병사들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조차, 저렇게 힘겨워하고 있었다.
“정말인가?”
“진짜로 마왕이?”
제국의 병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저들이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용사들이 왜 그딴 헛짓거리를 한단 말인가?
점차 마왕이 강림했다는 말이 실감났다.
반복되는 단순한 전투에 조금씩 풀어졌던 긴장감이 다시금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이 병사들을 조금씩 잠식하는 것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이대론 안 되겠는데.’
적당한 긴장감은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지나치면 곤란하다.
오히려 움직임에 방해가 되어, 후퇴 시의 속도를 저하시킬 뿐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지금 강병규의 어깨에 기대어 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 지경이었으니까.
“반 슬레인 공!”
그때, 드디어 제국군의 수뇌부들이 도착했다.
백은기사단의 로나인과…….
‘드류나크?’
놀랍게도 제국의 재상 직을 맡고 있는 드류나크 후작이 전장에 나와 있었다.
제국이 이곳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오면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마왕이 강림한 것이 확실합니까?”
드류나크는 그 누구보다 다리엘에게 먼저 다가가 물었다.
다른 이들보단, 확실히 제국의 수호자에게 직접 듣는 것이 신뢰도 면에서 정확할 것이라 생각한 듯했다.
“그렇다.”
다리엘과 카론, 그리고 브리아니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결국…….”
한 명도 아니고, 수호자 셋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는 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계획은 어찌 되었습니까? 분명 마왕의 강림을 막아보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의 질문에 서우진이 속으로 감탄했다.
분명 제국군과는 정반대쪽에서 나온 이야기였음에도, 제국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크루시엘의 힘인가?’
그들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설마 그 짧은 사이에 모든 정보가 넘어갔을 줄이야…….
자신을 바라보는 드류나크의 시선에, 서우진이 힘겹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실패했습니다.”
“으음.”
그의 표정이 무겁게 굳어졌다.
“그렇소?”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보아, 꽤나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 참혹한 전쟁을 끝낼 수 있었으니까.
그것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대답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피해는…….”
“병사 152명과 용사 1명이 전사했습니다.”
흠칫-
용사가 전사했다는 말에 드류나크가 얼굴을 굳혔다.
그러곤 일행을 둘러보았다.
“…한 분이 보이지 않는구려.”
설마 서우진의 동료들을 모두 외우고 있었던 것일까?
김다혜의 빈자리를 단번에 눈치챘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오.”
그는 서우진과 동료들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대표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드류나크가 뒤쪽, 그러니까 ‘팔로타인 라세’를 향해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굳이 후퇴해야 할 정도란 말이오?”
시선은 다른 쪽을 향해 있었지만, 서우진을 향한 질문이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찼다.
드류나크가 저렇게 생각을 할 만도 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40만에 달하는 제국군이 집결해 있었다.
그뿐인가?
하늘탑의 마법사와 몇 개를 제외한 모든 기사단도 언제든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거기에 우리까지 있으니…….’
모든 용사와 수호자, 거기에 타국에 소속되어 있는 초극의 강자가 셋.
그에 더해 사제와 신성기사들까지 있다.
이 정도면 한판 붙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솔직히 이만한 전력으로도 마왕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전쟁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이전까지의 마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마왕화’를 한 서우진이라면, 혼자서도 가능했을 터.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모든 전력이 한 번에 달려든다고 해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
드류나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서우진이 아닌 다른 쪽에서 흘러나왔다.
“…검공께서도 그리 생각하신단 말씀입니까?”
다리엘은 자존심이 강하다.
자신이 누구보다 뒤쳐진다는 걸,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이가 후퇴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었다.
그것도 두려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지금은 자존심 따위를 내세울 때가 아니다. 만약 시기를 맞추지 못해 늦는다면, 감당할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다리엘은 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했다.
말이 후퇴지, 사실상 도망을 쳐야 한다는 것과 진배없다.
그러한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내뱉어야 한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치욕적인 듯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드류나크는 결정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후퇴를 준비하도록 명하겠습니다.”
서우진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려 30만 대군이다.
저들이 한 번에 후퇴를 하려면, 한두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적어도 이틀.
웬만한 보급품들을 다 버리고 간다 해도 하루는 걸릴 게 분명하다.
1분 1초가 다급한 지금으로선, 드류나크의 빠른 결정이 달가울 수밖에 없었다.
“철군을 준비할 동안 조금 쉬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소이까?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서우진을 향한 말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었지만,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병력의 철수에 용사들이 도와줄 일은 없었으니, 차라리 그 시간에 몸을 치료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단시간에 회복될 것 같진 않군요.”
세계수 옆에서 사제들이 총동원되어 신성력을 퍼부었음에도, 거동이 가능한 정도가 전부였다.
그 이상이 되려면 레벨 업을 하거나, ‘마테아의 광명’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사용할 순 없어.’
그런데도 서우진은 ‘마테아의 광명’을 쓰지 않았다.
혹시 모를 사태.
예를 들어, 또다시 동료 중 한 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것을 대비해서라도 아껴둘 수 있을 때까지 아껴두기로 한 것이다.
‘물론, 놈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면 써야겠지만.’
그때까진 최대한 버텨볼 생각이었다.
“그렇소?”
드류나크는 잠시 서우진의 눈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싫다는데 강요할 수도 없었으니까.
“일단 알겠소. 그럼 나는 이만 후퇴를 준비하러 가겠소이다.”
드류나크는 서우진을 일견하고는, 수호자들에게 조심스레 예를 취한 뒤 물러났다.
“괜찮으십니까?”
이번엔 로나인이 다가왔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우진의 상세를 물었다.
“…그리 좋지는 않군요.”
쓴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육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딴 것보단,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도 심했다.
하지만 로나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다른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마왕이 그토록 강했습니까, 당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 핀트가 엇나가긴 했지만, 대답해 주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더군요. 지금으로선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곤란하게 되었군요.”
서우진이라면 마왕이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강한 힘과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서우진조차도 힘들다고 하니, 이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가혹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얼마나 강합니까?”
로나인의 질문에, 서우진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천천히 대답했다.
“적어도 200레벨. 그 정도는 되어야 상대가 가능할 것 같군요.”
현재 서우진의 레벨은 159였다.
권속과 마수,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꽤 많이 오른 덕분이었다.
하지만 200레벨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당연히 로나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200레벨이라니…….”
지금껏 소환된 용사들 중, 그만한 레벨에 도달한 이가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로나인은 절망감에 빠진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