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2)
542화.
마공 마르테스.
그녀는 하늘탑의 탑주이자, 초극의 경지에 오른 대마도사다.
그리고 지금껏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극히 드물었다,
제국의 황제조차도 1년에 한 번 보면 많이 보는 수준이라고 했으니까.
웬만큼 큰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은 하늘탑을 벗어나질 않기 때문이었다.
서우진도 밖에서 그녀를 본 게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가 하늘탑을 나와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이건 정말 큰 뉴스였다.
동시에 강림 전쟁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일이기도 했다.
“지원을 오는 겁니까?”
서우진이 물었다.
그녀가 이곳으로 직접 발걸음할 이유가, 그것 외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샨타의 반응은 조금 미묘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 한 것이다.
“정황을 보면 그런 것 같긴 한데, 확신할 순 없어요.”
“어째서죠?”
“혼자 움직이고 있거든요.”
마르테스가 전장의 지원을 위해 나섰다면, 수많은 마법사와 함께 이동했을 것이다.
하늘탑에는 아직 남아 있는 마법사들이 많았으니까.
그중에는 아직 초극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대마도사라 불리는 경지에 이르는 존재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마르테스는 오직 혼자 나왔다.
때문에 요한은 그녀가 단순히 지원을 위해 하늘탑을 나온 게 아닐지도 모른다 판단한 것 같았다.
‘그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마르테스에게 다른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아직은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요한이 말하길, 당분간은 몸을 요양하는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네요.”
“…제 몸 상태도 알고 있습니까?”
“물론이죠. 저희 요원들은 어디에나 있거든요.”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 중에 섞여 있나 보군.’
크루시엘에 비하자면 부족했지만, 확실히 요한의 정보 길드도 대단한 조직이긴 했다.
이토록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고, 걱정 어린 말까지 덧붙일 정도인 걸 보면 말이다.
“그렇게 하죠. 아, 그리고 몇 가지 물을 게 있는데.”
“주변국들의 상황과 마왕의 동태가 궁금한 거죠?”
아샨타는 서우진이 무엇을 물어볼지, 이미 예상한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안전하게 퇴각했어요. 적어도 제국군과 인접한 왕국의 병력은 단 한 명의 손실도 없이 후방의 요새에 도착했죠.”
“…그 말은?”
“반대쪽의 상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제국군과 정 반대쪽은, 서우진과 일행이 ‘팔로타인 라세’로 진입한 곳이었다.
시온, 브로바이슨, 레닌스탕, 그리고 트리안의 병력이 집결해 있는 장소이기도 했고.
“설마 연락이 두절된 겁니까?”
서우진이 얼굴을 굳히며 묻자, 아샨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거리가 멀기 때문이 아니라, 아예 연락 자체가 되질 않아요. 그래서 요한도 그쪽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 판단하고 조사하는 중이고요.”
불안감이 치밀어 오른다.
그곳에는 서우진과도 인연이 있는 이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함께 싸워온 병사들.
만약 그들이 잘못되었다면?
서우진이 입술을 짓씹었다.
“미리부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보고 있으니까. 지금은 당신의 몸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해야 돼요.”
아샨타의 말에, 옆에 있던 이지아가 조심스럽게 서우진의 손을 포개 잡았다.
진정하라는 뜻이었다.
“후우-”
심호흡을 했다.
가뜩이나 몸상태가 엉망이라, 감정조절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샨타의 말처럼,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할 때였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불안하고 조급하다고 생각 없이 움직였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마왕의 위치는 알고 계십니까?”
서우진은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며, 이번엔 마왕에 대한 것을 물었다.
“쉽지가 않아요. 요원들과 연락이 닿는 곳에서는 마왕의 모습이 확인되지 않고 있긴 하지만…….”
연락이 두절된 곳에 출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인 것 같았다.
“그렇군요.”
거리가 멀다.
물론, 놈이라면 언제든 이쪽으로 날아올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 있을 터.
당장 놈이 들이닥칠 가능성이 적다면…….
‘지금 사용하는 것이 좋겠군.’
‘마테아의 광명’.
단숨에 몸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을 사용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응? 설마 그걸?”
서우진이 손을 들자, 아샨타의 눈이 커졌다.
그의 손목에 착용되어 있는 팔찌를 알아본 것이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테아의 광명’에 혼돈기가 주입되자,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사용하는 신성력과는 다른 종류의 기운.
하지만 신성한 힘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것은 빠르게 서우진을 뒤덮더니, 이내 모든 것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으음.’
몸속이 뻐근해져 온다.
뒤틀린 마력회로가 제자리를 찾아가며 둔중한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1초. 아니, 그보다도 더 짧은 시간.
마치 레벨 업을 한 것처럼, 서우진의 육신은 완전(完全)한 상태로 돌아왔다.
“후우우-”
몸이 가볍다.
방금 전까지 천근만근이었던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 정도로 상쾌했다.
“…아저씨?”
이지아가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괜찮아. 몸은 이제 다 나았어.”
서우진이 빙긋 웃으며 말하자, 녀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지아도 ‘마테아의 광명’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진태성을 치유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장소에서 사용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란 눈치였다.
어쨌든 서우진이 회복되었다니 안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왕의 위치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서우진은 묘한 눈빛을 하고 있는 아샨타를 향해 물었다.
“길드의 힘만으로는 좀 힘들어요.”
그녀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긴.’
요한과 정보 길드의 능력은 출중하다.
그건 반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왕을 찾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만약 놈이 서우진의 ‘신룡안’과 같은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 근처에 접근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테니까.
‘당분간 위치를 특정하는 건 힘들겠군.’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고 있는데, 아샨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크루시엘과 연계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연계?”
정보 길드와 그 크루시엘이 말인가?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모든 정보 조직은 서로 라이벌 관계다.
아니, 잠재적 적대 관계에 더 가까웠다.
각 조직의 가치관과 목적이 달랐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딴 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적이든, 원수든.
서로 힘을 합쳐야만 대항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지는 때가 아니던가.
“가능할 겁니다. 크루시엘의 아그나가 멍청하지만 않다면 말입니다.”
피식- 웃으며 말하는 아샨타의 모습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바보는 아니지.’
하지만 분명 든든한 아군은 아니다.
강림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뒤통수를 칠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요한의 제안을 거부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닌 것도 맞았다.
“만약 연계가 된다면, 적어도 열흘. 그 안에는 마왕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방법은 묻지 않았다.
어차피 질문을 해봐야 대답을 해줄 것 같지도 않았고.
그저 아샨타의 표정이 조금 무거워진 것을 보며,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만 유추할 뿐이었다.
“알아내는 대로 즉시 저에게 가르쳐 주세요.”
서우진이 부탁했다.
“그렇게 하죠.”
대답한 아샨타는, 잠시 서우진의 눈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동료 중 한 분이 희생되었다고 들었어요.”
그건 또 어떻게 안 것일까?
서우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지아를 돌아봤다.
녀석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눈을 감았다.
“그렇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샨타가 한숨을 내쉬며 애도를 표했다.
“분명 평안한 곳에서 쉬고 계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서우진은 진심을 담아 아샨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마왕의 위치와 연락이 두절된 곳의 소식, 그리고 마공에 대한 정보는 파악하는 대로 보내도록 할게요.”
“부탁드립니다.”
아샨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 후, 그대로 그림자 사이로 스며들었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그녀의 마력을 느낀 서우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만 돌아갈까?”
“좋아요! 호수로 갈 거죠? 산책하기로 했잖아요!”
방금 전의 시무룩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로 서우진을 재촉한다.
그것이 더욱 가슴 아팠다.
“그래. 몸도 좋아졌으니, 한 바퀴 돌고 가자.”
녀석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서우진은 흔쾌히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원래는 이 도시의 영주와 가족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상관없이 들어갈 수 있대요. 엄청 예쁘다던데…….”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이지아의 음성을 들으며, 서우진은 걸음을 옮겼다.
가벼워진 육체와는 달리,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 * *
‘……약하군.’
신지환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광경을 감상했다.
자신의 군세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마수와 몬스터.
놈들의 무딘 발톱과 이빨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찢겨져 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이딴 세계를 왜 아직까지 멸절시키지 못한 거지?’
물론, 저들이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숲을 벗어나기 전에 느꼈던 이들은, 저런 병사들과 차원이 다른 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의 권속들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을 텐데.’
자잘한 놈들은 제외하고, 아르제베토와 강가스테어, 그리고 고르도란까지.
그 셋 정도면 그때 느꼈던 놈들 정도는 모조리 쳐죽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건재하다는 건…….
‘그보다 강한 놈이 있다는 뜻인가?’
마왕 신지환.
그의 눈동자에서 마기가 폭사되었다.
“기대되는군.”
얼마나 강한 놈일까?
과연 나에게 긴장감을 심어줄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는데.’
신경쓸 가치도 없는 버러지들이 대부분이라면, 그간 자신이 걸어온 길이 너무나도 비참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자신의 힘을 드러내기에 걸맞은 자격이 있는 놈들이 많길 바랐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이 울려 퍼졌다.
피와 살점이 쏟아지고, 죽음의 기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수천, 수만, 수십만.
셀 수 없을 정도의 생명이 허무하게 스러지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지환이 몸을 돌렸다.
“너무 평화롭군.”
판데모니엄에 비하자면,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곳이다.
‘이런 세계는 없는 것이 낫겠다.’
굳이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이 세계를 멸망시킬 이유는 충분했다.
끔찍한 비명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