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3)
543화.
아샨타는 열흘을 이야기했다.
마왕의 현 위치와 연락이 두절된 왕국들의 상황을 알아내고, 그것을 서우진에게 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고작 사흘 만에 그녀가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알아냈어요.”
이번엔 몸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곧장 서우진과 동료들이 머무는 저택에 방문했다.
그러곤 다짜고짜 말을 꺼내는 아샨타의 표정은, 어두웠다.
“…상황이 안 좋습니까?”
그녀의 얼굴을 보고도 짐작하지 못하면 바보 취급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샨타의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우울해 보일 지경이었다.
“일단 연락이 두절된 왕국들의 상황부터 말씀드릴게요.”
시온, 레닌스탕, 브로바이슨, 트리안.
그 네 곳의 왕국은 완전히 소식이 끊겼다.
심지어 제국에서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하늘탑의 마법사들을 파견했지만, 그들조차도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사실 이 정도면 예상하지 못하는 게 더 어려웠다.
“전멸했어요.”
아샨타의 이어지는 말에, 서우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짐작했다고 해서, 충격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
“요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발견할 수 없었다네요.”
그 뒤로 상세한 정보들이 들려왔다.
마수와 몬스터들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수가 얼마나 되고, 따위의 말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니, 들을 수가 없었다.
‘몇 명이었지?’
네 왕국의 병력을 합치면, 족히 10만은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심지어 그곳에는 제국에서 파견한 지원군도 다수 있지 않았던가?
‘15만? 20만?’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
그걸 안다고 해서 변하는 것도 없고.
확실한 건 수도 없이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김다혜에 이어 너무도 안타까운 생명들이 희생되었으니까.
더 화가 나는 건, 그런데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으드득-
상실감과 분노를 참지 못한 서우진이 이를 악다물었다.
어찌나 강하게 힘을 주었는지, 잇몸이 상하며 피가 새어 나올 정도였다.
아샨타는 그런 서우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진정하자.’
속이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화를 내봐야 변하는 건 없다.
일단은 아샨타의 정보를 듣는 것이 우선이었다.
서우진은 거칠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다혜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일을 겪은 뒤에 연달아 벌어진 참사였으니까.
그런데도 서우진은 빠른 속도로 진정시킬 수가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김다혜의 죽음을 경험해 본 덕분이었다.
“모두 죽은 겁니까?”
“길드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
아샨타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두려움과 긴장감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건… 큰일이군요.”
서우진은 애써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네 왕국의 병력이 몰살당했다는 건 당연히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이 말하는 큰일은,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그 많은 병사가 피하는 것도 불가했다는 뜻이니…….’
단순히 적의 수가 많다고 해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수가 많은 건 당연하고, 평범한 마수나 몬스터가 아닐지도 모르겠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면 적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했다.
‘놈이 데리고 온 녀석들인가?’
서우진은 마왕을 떠올렸다.
두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힘의 파편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절대 거역할 수 없는 광대한 마기.
그런 존재가 끌고 온 놈들이 평범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주변의 수색은 중단하지 않기로 했어요.”
아주 작은 희망.
정보 길드에서는 그것을 놓지 않기로 한 모양이었다.
“괜찮겠습니까?”
서우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마왕까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마수와 몬스터들 중 일부만 남아 있더라도, 요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 서우진의 걱정을 눈치챈 아샨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주변은 깨끗하니까. 모두 ‘팔로타인 라세’ 안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그럼 다행이긴 한데…….”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돌아갔다고?’
그대로 쏟아져 나와 대륙을 유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쪽이 더 어울렸다.
숲을 포위하고 있던 벽들 중 하나를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데 다시 되돌아갔다니?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리자, 아샨타가 말을 이었다.
“마왕의 현 위치도 대충은 파악했어요.”
“아, 설마……?”
“네. 예상하는 게 맞을 거예요.”
아샨타가 한숨을 내쉬었다.
“놈은 아직도 ‘팔로타인 라세’ 안쪽에서 나오지 않고 있어요. 대체 무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 *
“헉- 헉-!”
크루시엘의 요원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제기랄!’
이 빌어먹을 지옥에 발을 들이민 것이 너무도 후회가 되었다.
아무리 명령이었다고는 하지만, 최대한 회피했어야 했다.
‘그 자리에서 도망이라도 칠 걸.’
‘팔로타인 라세’.
대륙에서 가장 생명력이 넘치던 숲은, 이제 죽음의 대지가 되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함께 움직이는 동료들의 수가 무려 100명을 헤아렸으니까.
거기에 자신의 몸 하나쯤은 언제든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마왕이 강림한 곳이라고는 해도, 주변만 둘러보고 오는데 설마하니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싶었다.
그런데 그건 오만이었다.
숲에 진입한 지 고작 두 시간이나 흘렀을까?
은신한 채 이동하던 그는, 문득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도 조용했던 것이다.
이미 죽어버린 숲이라 야생동물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어떤 몬스터나 마수도 보이지 않았다.
무려 네 왕국의 병력을 모조리 몰살시킬 정도다.
결코 그 수가 적지는 않을 터.
그런데도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이상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자신이 지옥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밀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해라!”
“후퇴해!”
사방에 퍼져 있던 동료들의 비명과도 같은 경고성이 터져 나왔다.
하나둘이 아니다.
기척이 감지되는 모든 이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커어윽-!”
죽어나갔다.
입을 연 동료들이, 빠른 속도로 목숨을 잃었다.
대체 뭐에 죽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
그때부터 요원은 미친 듯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두 시간.
진입한 지 고작 두 시간밖에 되지 않았으니, 빠져나가는 건 더 빠를 것이다.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달리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안 끝나는 거지?’
어느새 동료들의 비명소리는 그쳤다.
대신 숨이 막힐 듯한 적막이,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빠져나가고도 남았을 텐데, 숲의 경계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쪽이 맞나?’
그 혼란스러움에 요원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확실히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숲은 여전히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두려움이 왈칵- 치솟아올랐다.
요원은 그리 많지 않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주변을 살폈다.
혹시 모를 적을 탐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었다.
그의 감각으로는 이런 짓을 저지를 만한 존재를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요원은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진정시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단순히 방향을 잘못 잡은 건가?’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정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실수로 다른 방향을 향했고, 숲 안쪽으로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단 판단을 했다.
‘그럼 되돌아가야 하…….’
“이게 마지막인가?”
움찔-!
몸을 돌리려는 것과 동시에, 등뒤에서 섬뜩한 음성이 들려왔다.
주르륵- 하며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하지만 차마 돌아볼 순 없었다.
손가락 끝이라도 움직인다면, 그대로 몸이 찢겨져 나갈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왜 이런 놈들에게 당한 거지?”
요원으로선 이해를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사실 귀담아들을 수도 없었다.
지금 그는 도망을 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생각하느라,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왕께서 직접 넘어오실 필요도 없었을 텐데. 멍청한 아르제베토. 녀석이 할 일만 제대로 했어도.”
계속해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요원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한 음성이었다.
‘그래,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언제든 짓밟아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렬하게 풍겨왔다.
그런데도 요원은 그 어떤 분함도 느낄 수 없었다.
스스로도 그게 당연하다 여겨졌으니까.
‘도망쳐야 한다.’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고 다른 데 집중하고 있는 지금.
도망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희박한 희망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지금이라도 모두 쓸어버리는 것이 옳지 않을까?”
등뒤의 존재는 여전히 혼잣말 중이었다.
“나와 클레이라인만 나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요원은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하나, 둘, 세…….’
그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버러지?”
콰아악-!
혼신의 힘을 다해 땅을 박찼다.
‘젠장!’
도망은 글렀다.
방금 전까지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놈이, 하필 그 타이밍에 자신을 바라봤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죽을 순 없었다.
요원은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달렸다.
쐐애애애액-!
지금까지 이렇게 빨리 움직인 적이 있던가?
스스로도 감탄할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일단은 다리부터 잘라놓을까?”
서걱-!
두 다리가 잘려 나갔다.
대체 무엇에, 어떤 식으로 잘린 것인지도 인지할 수가 없었다.
그저 뭔가 따끔하다는 느낌과 함께, 육체가 앞으로 나뒹굴기 시작한 것이다.
쿠당탕탕-!
속도를 이겨내지 못한 육체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커어억!”
머릿속에 새하얘지는 듯한 통증에 요원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런 요원의 귀로, 예의 그 음성이 들려왔다.
“묻고 싶은 게 있으니까, 괜히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대답이나 해라.”
“으으으으-!”
요원이 고통과 공포로 가득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음성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범한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외형.
붉은 비늘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었고, 등에는 박쥐와 같은 피막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권속.’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눈앞의 존재는 마왕의 권속이 분명했다.
절망한 요원의 얼굴 위로, 놈이 천천히 다가왔다.
끝없이 깊고 짙은 살기와 마기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내 이름은 브락카다. 하나만 제대로 대답해 준다면, 편히 죽여주마.”
자신을 브락카라 소개한 권속이 친절하게 말을 이었다.
“용사 놈들은 어디 있지?”
동시에 요원은 확신했다.
자신은 저 질문에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