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4)
544화.
하루가 더 흘렀다.
아샨타는 다시 도시를 떠났고, 서우진은 자신의 방안에서 가만히 생각에 집중했다.
‘동료들은 당분간 손을 떼도 될 것 같고.’
자진해서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에게 훈련받고 있었다.
매시브 가디언에서 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도로 구르는 중이었다.
아직 훈련의 성과가 나오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우진은 그들이 빠르게 강해질 것이라 확신했다.
‘내가 문제인데…….’
이건 지금까지도 수없이 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으니, 일단은 보류.
‘마공이 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해.’
전지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마르테스라면, 방향을 짚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아니라하더라도 그녀와 함께 고민한다면 지금보단 훨씬 나을 터.
서우진은 마르테스가 도시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오늘 저녁쯤 도착할 것 같다고 예상했었지?’
아샨타가 떠나기 전에 말해주었다.
마공이 도시 근처에 도달했으니, 늦어도 오늘 저녁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우진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그녀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조금씩 해가 지고, 어둠이 대지에 드리워질 때쯤.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진짜?”
“정말이라니까! 그분이 직접 이곳에 오셨대!”
“그냥 헛소리 아니야? 그분이 혼자 여기까지 올 리가 없잖아!”
“아오, 이 답답아! 직접 가서 보면 될 거 아니야!”
창문 밖에서 병사들이 호들갑을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겁게 감겨 있던 서우진의 눈꺼풀이 위로 들어올려졌다.
‘왔군.’
소란이 일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긴 했다.
서우진조차 경탄할 정도로 거대한 마력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게 더 이상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어차피 지금 나가봐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건 힘들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늘탑의 탑주.
세계 최고의 마법사.
그런 존재가 지원을 왔는데, 이곳에 있는 높은 분들과 인사는 나눠야 할 것 아닌가?
드류나크는 물론이고,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 젤론과 칼라인까지.
각국의 핵심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되면 그때부터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자신과 나눌 이야기는 결코 짧게 끝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정리가 된 후에 길게 하는 게 낫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음?”
다시 눈을 감으려던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까워진다?’
마르테스의 마력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정확히 서우진이 머물고 있는 저택을 향해서였다.
‘설마…….’
자신을 만나러 오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어쨌거나 서우진은 그녀와 몇 번의 안면이 있었고,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뽑으라면 반드시 거론될 정도의 존재였으니까.
그래도 정치를 무시할 순 없으니,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으음.’
예상치 못한 마르테스의 행보에 서우진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이득이었으니.
서우진은 눈을 완전히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를 꼬박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기에, 몸이 조금 뻐근했다.
허리를 돌리며 굳은 관절을 푼 서우진이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벌컥-!
그런데 미처 손잡이에 손이 닿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아저씨!”
이지아였다.
녀석은 서우진을 보곤 빠르게 입을 놀렸다.
“이거 느껴지세요? 진짜진짜 대단하죠? 마공의 마력이라던데! 와, 이렇게 강한 건 처음이에요! 여기로 오는 거 맞죠?”
저 미칠 듯한 존재감을 동료들이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이지아는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쏟아내듯 질문을 퍼부었다.
“잠시. 조금 이따 얘기하자.”
평소라면 녀석의 말을 모두 받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어느새 마르테스의 마력이 지근거리에 이르렀던 것이다.
“아!”
녀석도 이제야 그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몸을 돌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서우진은 그런 이지아를 스쳐 지나가며, 저택의 입구로 향했다.
현관을 열자,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인형에 생명을 불어 넣은 듯, 비현실적인 외모의 어린 소녀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서우진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러하구나. 몸이 성해 보여 다행이구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귀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와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 가장 먼저 너에게 들렀느니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틀었다.
“들어오시지요.”
마공 마르테스.
끝을 짐작할 수 없는 불가해한 존재가 서우진과 마주했다.
* * *
하늘탑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다.
고작해야 300년.
일곱 번째 마왕인 카데마인의 토벌이 끝난 뒤에야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본래 마법사들은 자유로운 존재들이었다.
마치 바람처럼 전 대륙을 누비며 신비를 찾고, 진리를 탐구하며, 스스로의 경지를 쌓아올리는 자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오직 도제식으로만 이어지는 마법 전승은 그 단점이 뚜렷했던 것이다.
덕분에 마법사들은 강림 전쟁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워낙 마법사의 수가 적기도 했고, 전쟁에 도움이 될 만큼 높은 경지를 이룩한 자들은 더욱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르테스가 등장했다.
첫 등장부터 전 대륙을 경악시킨 희대의 천재 마법사.
고작 열 살도 되지 않는 나이에 현자라 불리던 대마도사의 무릎을 꿇릴 수준이었다.
마력이면 마력, 지식이면 지식, 연산이면 연산.
결코 그 나이에는 이룩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갖춘 존재였다.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그녀를 동경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하나둘씩 마르테스의 곁에 모인 것은 말이다.
마법사들의 군집.
그들은 이내 하나의 탑을 세우고, 마르테스를 탑주로 내세웠다.
그것이 하늘탑의 시초였다.
그리고,
마르테스는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하늘탑의 탑주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때와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말이다.
“그래서 마법의 신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었네.”
반 슬레인은 자신의 엉덩이에 깔린 채 꿈틀거리고 있는 구동환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호흡이 흐트러지는 순간, 견뎌낼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이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은 아니었네. 그분 스스로가 밝히기를, 그저 자신은 세계를 관망할 뿐이라고만 하였지.”
용사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의문이 들었다.
‘관망이라니?’
‘그게 무슨 뜻인데?’
반 슬레인도 그들과 같은 의문을 품은 모양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네. 아니, 이 늙은이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지.”
300년 동안.
마르테스의 진정한 정체를 밝혀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많은 정보 조직과 왕국들, 심지어는 제국까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엄청난 자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녀가 대륙 역사상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만을 짐작할 뿐.
“그, 그분이 직접 마왕을 상대하면 되지 않나요?”
그때, 계수지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허어- 버틸 만한가 보군.”
하지만 반 슬레인은 대답 대신, 그런 계수지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아, 아니.”
뒤늦게 그녀가 고개를 저으려 했지만, 반 슬레인이 한발 빨랐다.
홰애액-!
방금 전까지 구동환의 등에 올라타 있던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계수지의 등으로 이동한 것이다.
“흐으윽!”
계수지가 신음을 흘렸다.
갑자기 몇 배나 증가된 무게에, 팔이 부러질 것만 같은 중압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 이래도 버틸 만한가 보세.”
반 슬레인이 허허- 웃으며 자신의 은발을 뒤로 쓸어 넘겼다.
계수지의 모습을 본 동료들은 입을 다물었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괜히 물었다간 그녀와 같은 꼴을 당할 게 분명했으므로.
“아, 그래. 마공께서 직접 마왕을 상대한다라…….”
반 슬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제국의 선황제(先皇帝)가 그렇게 물은 적이 있다네.”
유명한 이야기였다.
이 세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불가.”
반 슬레인이 입을 열었다.
“그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저 단어 하나뿐이었다네.”
‘으음.’
용사들이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지금도 마르테스의 마력이 전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실로 믿겨지지 않을 수준의 거대한 힘이었다.
오죽하면 ‘마왕화’를 하지 않은 서우진은, 그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불가능하다니.’
‘대체 마왕은 얼마나 강하기에?’
용사들은 놈이 지닌 힘의 일부분을 떠올렸다.
김다혜의 육체를 서서히 분해시키던, 그 개 같은 마기.
으드드득-
이곳저곳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힘들이 남아도는 모양일세.”
그때, 반 슬레인의 스산한 음성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여기서 괜히 트집을 잡혔다간, 더한 지옥이 다가올 게 뻔했으니까.
“흐음.”
그런 용사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반 슬레인이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어쨌든 마공은 하늘탑을 운영하며 수많은 마법사들을 손수 키워냈다네. 덕분에 한 세대에 한 명도 많다 하던 대마도사가, 지금은 무려 다섯이나 존재할 정도이지.”
대마도사의 힘은 얕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록 초극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한 명, 한 명의 힘은 군대와 비견할 만했으니까.
“하지만 딱 거기까지. 세계를 관망하는 존재라는 대답에 어울리게, 다른 행동은 거의 하지 않으셨다네.”
아주 가끔.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하늘탑 밖으로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300년간, 마르테스가 하늘탑을 벗어난 건 열 번도 되지 않았다.
“그런 분이 직접 이곳에 오신 걸세.”
반 슬레인이 시선을 돌려, 한쪽을 바라봤다.
마르테스와 더불어 서우진이 머물고 있는 저택.
과연 저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
반 슬레인은 문득 궁금해졌지만, 이내 털어냈다.
‘참아야겠지.’
분명 심상찮은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써 궁금함을 억눌렀다.
스스로의 주제를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대화는, 고작 자신 따위가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저 둘의 대화가 끝나는 때.
세계의 운명이 크게 굴러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과연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승리, 아니면 멸망.
‘부디…….’
반 슬레인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