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7)
547화.
서우진이 눈을 반짝였다.
하늘탑의 탑주이자, 세계 최강의 마법사인 존재의 말이다.
허튼소리일 리가 없었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니라.”
한껏 차오르던 기대감이 팍- 식는 느낌이었다.
마르테스의 장담대로 레벨을 올릴 방법이 있다면, 마왕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부족하다니?
“그의 힘은 네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강대하니, 그저 레벨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상대가 불가능하느니라.”
서우진이 생각한 200레벨로도 힘들다는 뜻이었다.
‘젠장.’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설마 그럴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보단 그녀가 더 잘 알 것 같았다.
“그럼 결국 패배가 결정되어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서우진의 음성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레벨을 올려도 싸워 이길 수 없다면, ‘소환석’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마르테스는 그런 서우진의 반응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기분이 상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저 반발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담담했다.
“그럼 포기할 생각이더냐?”
서우진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물어왔다.
흠칫-
너무도 맑고 깊어,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무슨 눈빛이…….’
마르테스가 강한 건 알고 있다.
‘마왕화’를 하지 않은 서우진은 감히 손을 섞을 엄두도 내지 못할 경지에 오른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더욱 마음을 굳게 먹은 상태였다.
괜히 힘에 눌려 주눅 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긴장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대체 몇 레벨이나 되는 걸까?’
스스로 성장하면 할수록, 더욱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왕은 마르테스가 직접 때려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그 정도로 압도적인 무언가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묻지 않더냐? 포기할 셈이냐고.”
마르테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안 합니다.”
서우진은 이를 악다물며,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질 게 뻔한 싸움이라고 해서, 포기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지금까지 그 망할 놈 때문에 죽어간 수많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포기는 못하지.’
최소한 팔 한 쪽 정도는 빼앗고 말겠다는 투지가 들끓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씹어뱉듯 대답했다.
그 모습에 마르테스가 미소를 지었다.
신비롭고도, 위압적인 미소였다.
“좋구나.”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레벨 말고도 생각해 둔 방법이 있느니라.”
그 말에 서우진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그게 뭡니까?”
“결코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어쩌면 죽는 것이 나을 거라 후회할지도, 아니, 분명 후회할 것이니라.”
마르테스는 똑바로 서우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도 나와 함께하겠느냐?”
대체 무슨 방법이기에, 저토록 겁을 주나 싶었다.
하지만 그 길이 칼로 뒤덮여 있다 해서 마다할까?
“물론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 미리 인사를 해두는 것이 좋을 터.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느니라.”
마르테스는 먼저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밖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뭘까? 대체 무슨 방법이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성력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불가능하다 판단하지 않았던가.
‘혹시 그녀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따라가 보면 알겠지.”
지금 고민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마르테스를 가보면 알 수 있을 테니까.
“인사를 하고 오라고 했지?”
서우진은 ‘카 라니엘’을 집어 들고는 코트를 걸쳤다.
그러곤 동료들의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나요?”
계수지가 물었다.
그냥 잠깐 다녀오는 것이라면, 이렇게 따로 인사를 하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한 달.
어쩌면 그 이상은 떠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요? 일주일? 이주일? 설마 그거보다 더 오래 걸려요?”
이지아가 옆에 따라 붙으며 물었다.
“글쎄다. 나도 잘은 모르겠네.”
서우진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실제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르테스조차,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그러니 결코 짧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군요.”
계수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익숙한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서우진은 동료들을 떠나 홀로 행동한 적이 꽤나 많았다.
한두 달을 넘어 수개월 동안 떨어져 있던 적도 있었으니까.
서우진이 자리를 비우는 건,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계수지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만약 우진 씨가 없는 사이에, 놈이 행동을 개시한다면?’
자신들로는 막을 수 없다.
반 슬레인, 프레이야, 디아로크, 제국의 수호자들.
그 외의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마찬가지였다.
서우진이 없는 전력으로는, 마왕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불안할 수밖에.
혹여나 또…….
‘다혜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만약 동료들 중 누군가 다시 죽는다면, 이번엔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건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다른 동료들보다 더욱 불안했다.
김다혜의 일은, 그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혹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동료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하지만 그들과 계속 함께 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마왕을 막고 강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서우진은 자리를 비워야 했다.
지금은 그저 마왕이 최대한 여유를 부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괜찮을 겁니다.”
서우진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만 이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서우진의 마음을 이해한 듯, 계수지 역시 마주 웃어 보였다.
“이번에 갔다 오면 더 강해지는 겁니까?”
구동환이었다.
“그러기 위해 가는 거죠.”
“걱정은 딱 붙들어 매세요. 여긴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그는 꿈틀거리는 가슴 근육을 탕탕 치며 자신했다.
“그럴게요.”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다른 동료들과도 마저 인사를 나누었다.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야 할 듯해, 자연히 인사도 길어졌다.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던 서우진은, 마지막으로 두 남녀에게 다가갔다.
“축하해.”
아일린과 리나르.
서우진은 그중 아일린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알고 계셨네요.”
“모를 수가 없지.”
그토록 강렬한 마력이 풍겨오는데.
“어떻게 된 거야?”
그녀의 경지는, 레벨로 따지자면 80대 수준이었다.
그런데 단숨에 20레벨을 뛰어넘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아요. 아직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아일린이 아련한 눈빛으로 허공을 주시했다.
초극의 경지에 이르며 느꼈던 감정을 되새기는 중인 듯했다.
‘하긴, 내가 이해하긴 어렵지.’
저들은 용사가 아니다.
레벨로 경지를 측정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존재들이 아니란 뜻이었다.
단번에 20레벨을 뛰어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깨달음을 통해 단숨에 벽을 뛰어넘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 깨달음을 온몸으로 체화시키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비명횡사할 일은 없겠어.’
아일린이 품고 있는 마력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했다.
그녀의 검을 생각해 보면, 웬만한 동료들과 겨루어도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수준일 것이다.
‘잘됐어.’
서우진은 한 가지 걱정을 덜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옆을 돌아봤다.
“리나르.”
녀석은 엉망이었다.
아일린과 함께 쉬지 않고 훈련하고 있었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괜찮냐?”
“…괜찮아 보여요?”
초극의 경지에 도달하며 어느 정도 회복을 한 아일린과 다르게, 녀석은 몸을 숨길 힘도 없는지 육체를 모두 드러내고 있었다.
“억울하면 너도 벽을 뛰어넘지 그랬어.”
“그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겁니까?”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더 노력해라. 그럼 너도 할 수 있을 거다.”
리나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딱히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 말의 산증인이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물론 서우진을 향해 눈으로 욕하는 건 그만두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일린.”
서우진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아일린을 불렀다.
“아, 네. 죄송해요.”
잠시 딴생각에 빠졌던 것이 미안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아니, 죄송할 건 없고.”
서우진은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일린의 양 어깨를 잡았다.
“만약, 내가 없는 상황에 놈이 쳐들어온다면…….”
“목숨을 걸고 막을게요.”
아일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서우진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도망쳐. 맞서 싸울 생각도 하지 말고, 동료들과 함께 곧장 자리를 피해.”
“…네?”
기사에게 등을 보이며 도망을 치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자신의 생명보다 명예를 우선시하는 그들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른 상황이에요.”
당연하게도 아일린은 고개를 저었다.
‘팔로타인 라세’에서 후퇴할 때와는 다르다.
당시엔 물러나는 것 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김다혜가 죽음으로써 자신들이 달아날 시간을 벌어주었으니까.
그녀의 희생을 덧없이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몸을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갈 수 없어요.”
모두가 함께 후퇴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만 피하라?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적어도 용맹하게 싸우다 전사했다는 명예는 남을 테니까.
단호한 아일린의 태도에, 서우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거절할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설마 이토록 격렬한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정말로 마왕이 이곳을 향한다면, 반드시 죽을 테니까.
“그래, 알았어. 내가 미안해.”
서우진은 아일린을 향해 자신의 실언을 사과했다.
하지만 눈동자는 다른 쪽을 향했다.
옆에 멀뚱히 서있는 리나르를 바라본 것이다.
잠깐의 시선 교환.
하지만 눈치 빠른 녀석답게, 리나르는 서우진의 뜻을 알아차렸다.
끄덕-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직접 아일린을 대피시키겠다는 뜻이었다.
‘부탁한다.’
서우진은 속으로 리나르를 향해 속삭이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다녀올게요.”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모두 무사하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저 결연한 표정으로, 마르테스가 기다리고 있는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그 방법이란 게 뭘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마르테스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로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놈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라…….’
서우진은 기대와 걱정으로 얼룩진 마음을 감추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