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8)
548화.
마르테스는 계속해서 걸었다.
동료들과 제국군이 머물고 있는 도시가 보이지 않게 된 지도 벌써 한참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한 마디의 말도 걸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계속해서 걸어나갈 뿐이었다.
서우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물어볼 법도 했건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몇 번의 황혼과 몇 번의 여명이 반복된 후에야 마르테스가 걸음을 멈추었다.
‘음?’
서우진이 정신을 차린 것도 그때쯤이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주변을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다, 이제야 시선을 돌렸다.
‘여긴…….’
사방에 지평선이 보인다.
그만큼 아무런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 황량한 대지였다.
이곳에 서 있는 건 오직 서우진과 마르테스, 그리고 작은 건물 하나가 전부였다.
“도착했느니라.”
마르테스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긴 어딥니까? 저 건물은 뭐고?”
그리 크지는 않았다.
단층에 고작해야 10평 남짓이나 될까?
문을 열고 들어가 봐야, 평범한 원룸이 나올 것만 같은 크기였던 것이다.
다만 재질을 알 수 없는 순백의 금속으로 지어졌고, 겉면에는 황금빛의 화려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건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한 이름 없는 신의 무덤이니라.”
“…무덤?”
여기가 무덤이란 말인가?
그것도 무려 신이라는 존재의?
‘그러고 보니…….’
서우진이 순백의 무덤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기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너무 미약하여 쉽지는 않았지만, ‘신룡안’까지 사용하자 어느 정도 감지할 수가 있었다.
‘신성력?’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성함이 느껴지는 힘인 건 맞다.
하지만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보다는…….’
서우진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손목을 감고 있는 팔찌가 보였다.
‘마테아의 광명.’
왠지 이것과 조금 더 비슷했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거기에 마력까지 섞여 있어.’
감지와 분석을 지속할수록, 새로운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무덤에서 풍겨오는 기운에는 고대의 신성력과 더불어 마력도 함유되어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긴 한데…….’
신성력은 마기와 상극의 힘이다.
하지만 마력과는 크게 반목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제들의 신성마법을 받은 기사들이 마력을 이용해 전투를 벌이지 않던가.
그러니 드물긴 해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 살펴보았으면, 이제 그만 들어가자꾸나.”
서우진을 기다려 주던 마르테스가 말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아주 잠깐 다른 생각을 한 줄 알았는데, 체감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된 모양이었다.
방금 전까지 중천에 떠 있던 태양이,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서우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 준 마르테스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무덤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질수록,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정체 모를 기운 때문은 아니고.’
서우진을 압박하기엔, 무덤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너무도 미약했다.
그런데도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신격(神格) 때문인가?’
그것 외에는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하긴, 왕보다 고차원적인 존재들의 격이니.’
서우진이 압박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것이 고작 신의 편린에 불과할 뿐이라도, 신은 신이었으니까.
서우진은 혼돈기까지 끌어올리며, 무거워진 발걸음을 억지로 옮겼다.
‘대단하네.’
그러면서 마르테스에게 감탄했다.
자신은 한 걸음 내딛는 것도 쉽지 않건만, 그녀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서우진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사이, 그녀는 문 앞에 도달했다.
작고 연약한 손바닥이 입구와 맞닿자,
우우웅-
그와 동시에 작은 떨림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일 뿐.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틈이 만들어졌다.
“들어오너라.”
마르테스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작은 틈 사이로 입장했다.
서우진 역시 늦을세라 재빨리 움직였다.
‘끄응-’
작은 인형과도 같은 마르테스와는 달리, 조금 들어가는 것이 힘들었다.
“후우-”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뱉은 서우진이, 안쪽의 모습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어?”
눈이 커졌다.
생각도 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여긴 분명 원룸 크기가 아니었나?’
고작해야 10평 남짓한 건물.
하지만 그 내부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대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싱그러운 풀과 나무가 가득하고,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동물들이 뛰어다니기까지 했다.
‘마법인가?’
순간 하늘탑을 떠올렸다.
그 내부 역시 시공간의 법칙이 바깥세상과는 다르게 흘렀으니까.
하지만 서우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긴 했지만, 하늘탑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실재하는 거야.’
풀도, 나무도, 심지어 동물까지.
모두 정말로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이었다.
문자 그대로, 또 하나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마음에 드느냐?”
먼저 들어와 있던 마르테스가 물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별다른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대체 뭡니까?”
마법이나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이런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니.
서우진이 묻자, 마르테스는 손을 들어 초원을 가리켰다.
“이미 말해주지 않았더냐?”
물론 그랬다.
하지만 이게 어딜 봐서 신의 무덤이란 말인가?
“신의 존재를 인간과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느니라.”
그 말에 서우진이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이니까.’
사람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지 않겠는가.
완전히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충 납득했다.
“그럼 여기서 무얼 하면 되는 겁니까?”
이곳이 이름 없는 신의 무덤이든, 아니면 아예 다른 차원이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강해지는 것.
그리고 마왕과 싸워 이길 힘을 얻는 것.
그게 핵심이었다.
‘신의 힘이 담긴 성물이라도 있나?’
서우진은 자신의 손등에 새겨져 있는 문신을 바라봤다.
‘마테아의 광명’과 더불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성물.
‘마테아의 징벌’.
단 한 번이긴 하지만, 그 어떤 존재도 죽일 수 있는 힘이 담긴 물건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이걸 마왕에게 사용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적들이 너무 강하니까.’
서우진이 상대해야 할 적은 마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놈의 권속들 중에도 서우진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놈들이 간혹 있지 않던가?
만약의 일에 대비해서 두 성물은 최대한 사용을 줄이는 것이 옳았다.
‘여기에 그런 물건이 하나 더 있다면 좋을 텐데.’
본신의 힘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물을 얻는 것도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였다.
서우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마르테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서우진의 속내를 읽어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는 네가 지닌 마테아의 성물과도 같은 것들이 없느니라.”
‘이런.’
아무래도 자신의 시선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그녀가 마테아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지만, 그러려니 했다.
본래 마르테스는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많은 존재였으니까.
“그럼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설마 저기 있는 동물들을 잡으며 레벨을 올리라는 건 아니겠죠?”
서우진이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정말로 예상 외였다.
“잘 알고 있구나.”
“…네?”
잘못 들은 건가?
‘‘소환석’은 어쩌고? 아니, 애초에 저것들을 사냥해서 레벨을 올릴 순 있나?’
서우진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마르테스를 바라봤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녀는 어서 움직이지 않고 뭐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동물들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허……!”
헛웃음이 나왔다.
마르테스는 진지했고, 자신의 귀도 고장이 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왕을 상대할 힘을 지니고 싶다 하지 않았느냐?”
서우진이 멀뚱히 서 있기만 하자, 마르테스가 말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의심이 가득한 대답에,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행하거라.”
영혼의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으음…….’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의 멸망을 눈앞에 둔 상황에, 마르테스가 장난을 칠 것 같지도 않았다.
서우진 하나를 놀려먹자고 이 먼 길을 걸어올 리도 없었고.
결국 그녀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하면, 그때 따져도 늦지 않아.’
일단 해본다.
서우진이 몸을 돌려, 한가로이 풀을 뽑아 먹고 있는 동물들을 향해 다가갔다.
사슴과 토끼, 그리고 물소와도 같은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카 라니엘’은 필요 없겠지.’
마왕도 벤 검을, 저런 동물에게 휘두르는 것도 이상했다.
그냥 맨 손으로 상대하기로 결심한 서우진이, 심호흡을 했다.
‘미안하다.’
지금까지 서우진이 죽여왔던 것들과는 달리, 저 녀석들은 그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는 순수한 동물이다.
그랬기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는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타앗-!
서우진이 땅을 박차고 동물들을 향해 뛰어 올랐다.
‘최대한 고통 없이!’
단숨에 생명을 끊어줄 생각이었다.
혼돈기를 가득 품은 손날이, 커다란 뿔이 돋아난 수사슴의 정수리로 향했다.
질끈-
차마 눈을 뜨고 사슴의 죽음을 볼 수가 없었던 서우진이, 두 눈을 감았다.
화아아아악-!
손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적지 않은 혼돈기가 주입되어 있었기에, 그 풍압은 엄청났다.
하지만…….
‘응?’
손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질 않는다.
지금쯤이면 사슴의 머리를 가격해야 했음에도.
‘뭐지?’
서우진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풀을 먹고 있던 사슴이, 멀찍이 떨어진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했다고?’
한낱 동물이 자신의 공격을?
심지어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저만큼이나 멀어지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서우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다시 한번 땅을 박찼다.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았다.
사슴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심장이 있는 쪽으로 손을 찔러 넣었다.
“이런 미친!”
그리고 헛바람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인지하지 못했어.’
사슴은 다시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서우진은 녀석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이게 가능한가?’
이번에는 웬만한 권속들에게조차 타격을 입힐 정도의 힘을 사용했다.
그런데도 사슴은 너무도 쉽게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평범한 동물이 아니다!’
서우진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뒤에서 마르테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쉬울 것이란 말은 하지 않았느니라.”
왠지 웃음기가 묻어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