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
#54화.
‘야단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우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한차례 전투를 하고 온 탓일까?
마력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다른 용사들에 비해 아직 레벨이 그리 높지 않은 서우진은, 마력의 총량 역시 적다.
만약 훈련을 통해 높인 체력이 아니었다면, 벌써 쓰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
‘10분? 아니, 5분이면 바닥나겠다.’
마력을 아껴서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러기엔 부르타엘의 마능이 너무도 강력했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막아낼 수 없을 정도로.
‘검이라도 좋으면 모르겠는데.’
반 슬레인이 준 흑검은 결코 전설의 검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보급검보다 조금 단단하고 예리한 것이 전부인, 평범한 검이었다.
그것으로 저 노란 피를 막는다면, 그대로 부러지고 말 터였다.
그러니 계속해서 ‘오러’를 두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 정말 죽죽- 빠져나가는구만.’
마력은 마치 구멍 난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동전처럼, 미친 듯이 소모되고 있었다.
‘방법을 찾아야 돼.’
루데인은 정말 잘 싸워주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정말로 브루타엘의 목을 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부족한 게 문제였다.
놈의 목이 잘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쓰러진다면…….
‘루데인도 못 버텨.’
안 그래도 브루타엘은 쉽지 않은 상대다.
그런데 마능까지 루데인을 노린다?
그럼 승산이 없었다.
자신이 한계에 부딪히기 전에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콰아앙-!
“큭!”
잠시 다른 생각을 한 탓일까?
순간적으로 피의 움직임을 놓쳤다.
아래에서 위로 치솟는 ‘혈종’에 그대로 쪼개질 뻔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몸에 강제로 때려 박혀 잇는 경험은, 그것을 막아냈다.
‘사, 살았다!’
서우진은 안도했지만, 위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공중에 떠오른 서우진의 몸을 노리고, 피가 찌르듯 다가오고 있었다.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무리 빠르게 검을 휘둘러도, 저것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회피는?’
그것도 무리였다.
공중에 뜬 서우진은 몸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무협에 나오는 허공답보나,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은 공중에서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부순다!’
더는 마력을 아끼니, 시간을 버니 하는 여유 따위가 없었다.
지금 죽으면 아무 소용없었으니까!
서우진은 씹어뱉듯, 스킬명을 외쳤다.
“우라노스의 검!”
남아 있던 마력이 몽땅 빨려나갔다.
하지만 ‘우라노스의 검’을 발동하기엔, 남아 있는 마력량이 부족한 듯싶었다.
연무장을 박살냈던 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크기의 거검이 소환됐다.
아마 위력 역시도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면 충분했다.
서우진도 이미 예상한 바였으니까.
그럼에도 ‘우라노스의 검’을 사용한 이유는…….
“이것도 뚫어봐라, 이 새끼야.”
콰아아앙-!
‘혈종’이 거검과 충돌했다.
그리고 그것은 서우진에게 닿지 못한 채, 거검에 막혔다.
아무리 크기가 작아졌다고는 하지만, 서우진의 몸을 가리기엔 충분했으니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천천히 떨어져 내리던 검의 모습에, 부르타엘이 결국 뒤를 돌아본 것이다.
아주 작은 빈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에, 아주 잠깐 실수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은, 루데인에게 있어 다신 오지 않을 커다란 기회였다.
스아아아악-!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검이 공간을 갈랐다.
아니, 가른 것은 공간뿐만이 아니었다.
그으어-?
부르타엘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목이 따끔하다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등에서 뻗어 나왔던 피가 힘을 잃고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강력하지만 지능이 딸리는 놈으로선, 그것이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머리가 분리되고, 땅에 떨어지며, 눈이 감기는 그 순간까지.
* * *
“이쪽입니다!”
강병규는 빠르게 발을 놀리며 길을 안내했다.
그의 뒤로는 수십 명의 기사가 굳은 표정으로 따르고 있었다.
‘분명 우진이었어.’
정신을 잃기 전, 자신이 마지막으로 본 얼굴은 서우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는 옆에 다크 엘프의 시체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지만, 그 음성과 얼굴이 착각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로 갈 순 없었다.
방금 다크 엘프를 상대하며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약한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온전한 상태였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엉망진창인 상황에선 짐만 될 게 뻔했다.
그래서 강병규는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왔다.
서우진의 실력이라면 다크 엘프들에게도 통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신호탄을 보고 모여들 기사들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그 편이 훨씬 더 도움이 될 테니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을 오고 있는 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용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 역시 강병규처럼 이미 지쳐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사들만으로 지원을 온 것이겠지.
강병규는 기사들을 향해 대략적인 설명을 한 뒤, 신호탄이 떠오른 곳으로 안내했다.
붉은 연기는 사라진 지 오래여서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은 강병규에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탐험가’.
스킬을 사용한다면 그 위치를 찾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중간에 합류한 기사들까지 합쳐 무려 50명이 넘는 이들을 목적지까지 안내했다.
“어?”
“…끝났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였건만, 전투는 이미 끝난 뒤였다.
긴급지원을 요청한 기사들은 조각난 다크 엘프의 사체들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지원을 온 기사들 중 한 명이 물었다.
“보시다시피, 다크 엘프들이 공격을 해왔습니다.”
기사는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우진이는요? 서우진도 왔을 텐데?”
강병규가 대화에 끼어들며 다급히 물었다.
분명 이곳에 왔을 터인데, 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서우진이라면……. 아, 그 용사님말이군요.”
갑자기 나타나 커다란 도움을 주고 사라진 용사.
“그분은 부르타엘을 상대하러 가셨습니다.
“부르타엘?”
“그 저주받을 짐승이 나타났단 말입니까?!”
강병규는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기사들은 아니었다.
긴장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
그만큼 마경 헬데인의 부르타엘은 강력한 마수였다.
강병규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크 엘프를 보고도 동요하지 않던 기사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괴물 같았다.
그런데 그걸 상대하러 가다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 어딥니까? 그곳이?”
강병규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다크 엘프에게도 당한 자신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은 다르다.
수십 명의 기사라면, 아무리 강한 괴물이라 할지라도 서우진을 구할 수 있을 터.
그런데 강병규의 질문에 기사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럽니까?”
강병규는 불안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저희만으론 부르타엘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평범한 마수였다면, 아무리 강하더라도 상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희생을 발판삼아 끊임없이 공격을 하면, 언젠가는 쓰러지게 마련이었으니까.
하지만 부르타엘은 다르다.
놈은 기사가 많이 있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짐승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불리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강병규로선 기사들의 태도가 답답할 뿐이었다.
“그래도 구하러 가야 하잖아요! 용사들을 보호하는 게 임무라면서!”
그가 서우진과 함께한 시간은 고작 3일에 불과하다.
깊은 우정을 나누기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
하지만 그 3일간, 강병규는 서우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지아, 김다혜, 유홍설, 진태성.
같이 팀을 이뤘던 용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서우진과 함께 싸워왔다.
그런 전우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심지어 자신은 서우진에게 목숨을 빚지지 않았던가?
“물론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끼리 지원을 가봐야, 희생만 늘어날 게 뻔합니다. 적어도 로나인 경이나 루데인 경이 합류해야 합니다.”
최상급 기사인 그 둘이라면, 부르타엘을 상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붉은 신호탄을 봤으니, 조만간 도착하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서우진이 살아 있으리라 장담할 순 없었다.
상대가 하필이면 부르타엘이었으니까.
강병규는 이를 악물었다.
기사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혼자서라도 움직일 생각이었다.
“후회하지 마시……?”
이를 악물며 말을 하던 강병규가 고개를 홱- 돌렸다.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력?”
갑자기 폭발하듯 터져 나온 마력과 함께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이었다.
‘우진!’
아카데미에서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D급 용사인 서우진이 거대한 검을 소환해 연무장을 부숴놨다는.
그 탓에 한창 바닥 부수기 챌린지라는 것도 유행하지 않았던가.
강병규는 거검을 보자마자, 저것이 서우진의 스킬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먼지구름이 치솟아 올랐다.
* * *
‘레벨이 올랐어.’
그것도 무려 3이나 올랐다.
슬슬 레벨 업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난 3일간 서우진은 꽤나 많은 몬스터를 잡았으니 말이다.
거기에 다크 엘프도 수십 명이나 해치웠으니, 경험치는 거의 꽉 찼을 것이다.
그러다 부르타엘을 사냥하자, 3레벨이나 오른 것이었다.
‘이제 19레벨.’
다른 용사들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물론 엘리트 친구들 같은 놈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 정도라면 당분간은 내 한 몸 건사하는 것엔 문제가 없겠군.’
새로운 스킬도 세 개나 더 생겼고, 레벨 업 덕분에 마력과 신체능력도 크게 상승했다.
‘그런데 이상하네.’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보았던 심연의 공간이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게랄드 때야 기절해서 그렇다 쳐도.’
포근하기 짝이 없는 공간.
그곳에 가지 못하자, 서우진은 살짝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이겼군.”
루데인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레벨 업을 하며 뿜어져 나왔던 빛 덕분인지, 조금 지저분한 것을 제외하면 완벽히 회복이 된 상태였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짧게 했다.
만약 서우진이 그런 틈을 만들어주지 않았더라면, 부르타엘을 죽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동료들의 복수를 할 수 있게 해준 서우진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은 정말 D급 같지 않습니다.”
어느새 반말로 격하되었던 말투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뭐, 저는 등급이랑 레벨이 다가 아니라고 배워서요.”
서우진의 말에 루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이라면 코웃음을 쳤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습니까?”
루데인이 웃으며 묻자, 서우진이 대답했다.
“저를 가르쳐 준 양반 말에 따르면, 용사는 굴리면 굴릴수록 강해진다고 했거든요.”
그 말 한마디로, 용사들의 아카데미 생활이 조금 더 고달파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신경쓰지 않았다.
‘나 혼자 당할 순 없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