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1)
551화.
아르제베토.
마왕의 첫 번째 검이자, 지금껏 서우진이 싸운 이들 중 가장 강했던 존재.
만약 당시, 그녀가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회심의 일격이 먹히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서우진은 이곳에 서 있지 못할 가능성도 컸다.
그만큼 아르제베토는 강력한 힘이 있는 존재였다.
그런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놀랍게도 ‘소환석’이 발동되자, 아주 낯이 익은 그녀가 튀어나온 것이다.
“여기는?”
하지만 아르제베토는 그 질문에 답해줄 정신이 없었다.
혼란스러운 걸로 따지자면, 서우진보다 그녀가 훨씬 더 심해 보였으니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너는 누구지?”
그러다 서우진과 눈이 마주친 그녀가 물었다.
‘나를 모른다?’
그게 가능한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목을 베어낸 직접 장본인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서우진은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자세를 낮추며 아르제베토를 살폈다.
혹시나 기만하는 것은 아닌지.
방심을 유도한 뒤, 기습을 하려는 건 아닌지.
‘신룡안’까지 사용해 가며, 그녀의 모든 것을 샅샅이 관찰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르제베토는 정말로 서우진을 모르는 눈치였던 것이다.
아니, 이 상황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했다.
“그 태도는 뭐지? 혹시 나와 싸우자는 건가?”
눈이 가늘어졌다.
서우진의 투기를 느낀 그녀가, 뒤늦게 반응을 한 것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서우진은 설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마르테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설명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
물론, 대답을 해주려고 해도 들을 순 없었을 것이다.
서우진이 시선을 돌린 틈을 노린 아르제베토가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콰과곽-!
어느새 빼 든 붉은 검이 목을 노리고 다가온다.
“크윽!”
깜짝 놀란 서우진이 다급히 몸을 비틀었다.
핏-!
하지만 완벽히 피해낼 순 없었다.
애초에 아르제베토는 서우진이 ‘마왕화’를 한 뒤에서야 상대가 가능했던 존재다.
아무리 당시와 비교해 레벨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지금 상태로 그녀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서우진은 뒤로 물러난 뒤, 목에 손을 가져다댔다.
주르륵-
그 짧은 시간 동안, 붉은 검은 목덜미에 꽤나 깊은 상처를 냈다.
만약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대로 경동맥이 끊어져 버렸을지도 모를 부상이었다.
“이걸 피해?”
아르제베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서우진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 설마 자신의 공격이 빗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판데모니엄이 아니구나? 너도 나와 같은 일족이 아니고.”
기억에 혼란이라도 온 것일까?
미간을 꾸욱- 누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뭐지? 내가 왜 여기. 아니, 너는 누구지? 왕께서는? 어디 계시, 어?”
확실했다.
아르제베토는 기억을 잃었다.
균열을 넘어 이 세계에 온 것 자체를 알지 못하는 듯했다.
‘어쩌면 아예 다른 존재일지도 모르지.’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건 본 적이 있었다.
강림의 때가 가까워지자, 마기를 지닌 존재들이 죽음에서 부활했던 일.
하지만 아르제베토는 그때와 전혀 다른 케이스다.
‘소환석’.
마르테스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템으로 인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으니까.
‘아르제베토의 모습과 힘을 지닌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게 더 설득력 있으려나.’
서우진은 그렇게 판단하기로 했다.
사실 틀리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녀가 기억을 잃은 진짜든, 아니면 닮기만 한 아류(亞流)든.
서우진이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마왕화.”
스킬을 사용한다.
혼돈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아 오르며, 전신을 뒤덮었다.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외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용사 서우진이 아닌, ‘마왕’ 서우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뭔가 달라졌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양팔을 들며, 육체를 내려다보았다.
칠흑과도 같았던 갑각이 흰색과 흑색으로 뒤섞여 있었고, 날개도 한 쌍이 늘어나며 총 여덟 장이 되었다.
머리에 돋아난 뿔 역시 이전과는 많이 바뀌었다.
두 개였던 뿔은 하나로 합쳐지며 마치 왕관과도 같은 형태로 변한 것이다.
심지어 뿔의 중앙에선, 경이로울 정도로 강력한 혼돈기가 소용돌이를 치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왕의 격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우드드득-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끝없는 힘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전능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너, 너……!”
그 모습을 본 아르제베토가, 정신을 차리고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혼돈의 왕!”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서우진은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권속이나 사도들에게 심심찮게 들어왔던 말이다.
그런데 심지어 모습이 이렇게 변해버렸으니, 당연히 ‘혼돈의 왕’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네놈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서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고는, ‘카 라니엘’을 들었다.
아르제베토는 강하다.
지금껏 서우진이 상대해 본 적들 중, 마왕을 제외하곤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건 명확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지금의 나는 강해.’
당시와 비교해 레벨도 올랐고, 검술의 경지도 상승했으며, 무엇보다 신성력을 획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르제베토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덤벼라. 낭비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서우진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명백한 도발.
당연하게도 아르제베토는 그것을 참고 넘기지 못했다.
“감히!”
콰아아앙-!
땅을 박차고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1초를 수십 번 쪼갠 찰나의 시간, 아르제베토는 서우진의 코앞으로 다가와 붉은 검을 휘둘렀다.
‘느리네.’
이전이었으면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주 운이 좋아야만 간신히 피해낼 수 있는 수준이었을 터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마치 슬로우 모션을 보듯, 붉은 검이 아주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서우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저 손에 든 ‘카 라니엘’을 슬쩍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쩌어엉-!
붉은 검과 ‘카 라니엘’이 충돌한다.
엄청난 힘의 충돌에, 순식간에 주변의 땅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광-!
실제 폭탄이 터진 것처럼, 거대한 후폭풍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서우진은 단 한 걸음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가한 아르제베토가 창백해진 안색을 한 채 뒷걸음질을 쳤다.
씨익-
그 모습을 본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운이 아닌, 진짜 실력으로 그녀의 목을 베어낼 수 있을 듯했다.
‘나는 강해졌어.’
그리고 이번에도 승리한다면…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서우진의 신형이 빛살과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의 힘이 깃든 까닭인가?’
마르테스는 다른 외형으로 변한 서우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검은 존재’인 것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서우진은, 그때 본 것과 달랐다.
스스로도 놀라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곳에서 얻은 힘 덕분인 것 같았다.
‘혼돈의 힘이라…….’
서우진의 힘은 그 종류를 특정 지을 수가 없었다.
세 가지의 기운이 뒤섞여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굳이 정의하자면 혼돈, 그 자체였다.
마르테스의 표정이 살짝 복잡해졌다.
‘이것이 과연 옳은 길인가?’
그녀는 예언에 대해 알고 있다.
‘혼돈의 왕’이 지닌 위험성은, 판데모니엄의 지배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단순히 하나의 세계가 아닌, 삼천세계 전부를 멸망의 길로 걷게 만들 수도 있는 존재였으니까.
진정한 의미의 종말(終末).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저러한 존재를 끌어들이는 게 정말 맞는 것일까?
지금껏 수백, 수천 번을 넘게 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답은 같았다.
‘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호오-”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죄책감과 함께 무력감이 담겨 있는 숨결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소환석’이라는 이름의 ‘소생석’으로 부활한 마왕의 권속이, 속절없이 밀려나는 것이 보였다.
혼자서도 하나의 세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존재였지만, 서우진에게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강하구나.’
아마 자신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마르테스는 서우진을 인정했다.
‘부디 앞으로도 옳은 길만을 걷길 바랄 수밖에.’
서우진은 알지 못하겠지만, 지금껏 그에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다.
단 한 번만 삐끗했어도, 멸망과 종말이라는 이름의 재앙이 닥쳐왔을 선택지였다.
다행히도 서우진은 지금까지 잘해주었다.
마르테스가 바라던 대로, 옳은 길과 선택만을 하며 여기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제 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간절히 바라건대, 마지막까지 그 마음을 잃지 말길.
마르테스는 그렇게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문득 시선을 옮겼다.
이름 없는 신의 무덤.
신성(神聖)과 신격(神格)을 잃고 신위(神位)에서 박탈당한 존재가, 스스로의 영락한 장소였다.
‘그래, 나의 무덤.’
마르테스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고대의 일을 떠올렸다.
씁쓸하고, 안타까우며, 슬픈 날.
그때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서우진에게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시작되었구나.’
거대한 마(魔)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서우진을 내보낼 순 없다.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묻힌 이 무덤에서 스스로가 완전(完全)해질 때까진, 밖의 일을 감춰야만 했다.
‘그로 인해 많은 희생이 발생된다 하더라도.’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리해야만 한다.
어쩌면 용사들, 그중에서도 서우진의 동료들이 죽음을 경험할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자신을 희생한 김다혜처럼.
마르테스는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서우진이 모든 안배를 통과하길 바랐다.
쩌어억-
“꺄아아아아악!”
지옥에서 강제로 끌려나온 아르제베토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이었다.
‘카 라니엘’이라는 희대의 검에 허리가 잘렸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후우우-”
서우진이 호흡을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적을 상대한 직후라기엔, 너무도 담담해 보였다.
“이번에도 내가 이겼다.”
서우진은 몸이 둘로 나뉘어, 피를 쏟고 있는 아르제베토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그, 그게 무슨……?”
이해하지 못한 그녀가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서우진의 팔이 더 빨랐다.
서걱-!
너무도 쉽게 목이 베어졌다.
망자는, 다시 본인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화아아아아아아악-!
빛이 터져 나왔다.
레벨 업.
서우진의 레벨이 올랐다.
‘그래, 그렇게.’
더욱 성장하려무나.
마르테스는 빛에 휩싸인 서우진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