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5)
555화.
눈을 떴다.
주변을 살펴보자,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광활한 초원은 사라지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숲이 보였다.
‘마르테스의 마력 때문인가? 아니면 이게 본래의 모습인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여긴 이제 이름 없는 신의 무덤이라 불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제국의 수호자, 마공 마르테스가 영면에 든 곳.’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으로 가기 전에는 이곳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희생한 고귀한 존재가 잠든 곳이니까.
“후우-”
가슴 깊이 박힌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하지만,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저 미안하고, 고마우며, 슬플 뿐이었다.
잠시 숲을 둘러보는 것으로 마르테스의 존재를 깊게 새긴 서우진이 이내 레벨을 확인했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203레벨?’
이게 말이 되는 수치인가?
단번에 20에 가까운 레벨이 올랐다.
‘소환석’으로 소환된 아르제베토를 수백 번 사냥해도 도달하지 못할 수치였다.
‘신이라는 게 정말이었군.’
그러지 않고서야 이 미친 듯한 폭업은 불가능했을 테니까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서우진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맙습니다.’
마지막까지 자신과 세계를 구하기 위해 희생해 준 마르테스를 향해.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인사를 건넨 서우진이 머리를 들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최소한의 레벨은 충족했어.’
200레벨.
그 정도면 승리를 장담하는 건 힘들어도, 압도적으로 밀리는 것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혼돈기에 신성력까지 합일시켰지.’
아마도 마르테스의 힘.
사냥이라는 행위를 통해, 서우진에게 그것을 전해준 것일 터였다.
거기까지 예상하고 있던 마르테스는, 그야말로 전지(全知)한 신이었다.
‘이 정도면…….’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허무하게 지진 않을 것이다.
서우진은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며, 무덤의 입구로 향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오며 머리카락을 간질였다.
마치 힘을 내라는 듯, 마르테스가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일이 마무리되면 한번 찾아오겠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러곤 더는 망설이지 않고 밖을 향해 걸어나갔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그그긍-
문틈으로 바깥세상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밤인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무덤 안쪽과는 달리, 밖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잠시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쪽이군.”
이전이었다면 절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머나먼 거리.
하지만 지금은 ‘신룡안’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확연하게 느껴졌다.
살기과 마기, 마력과 신성력이 뒤섞인 채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전장이.
‘가자.’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마왕화’.
공중에서 스킬을 발동한 서우진은 그대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나아갔다.
* * *
‘너무 강해……!’
계수지는 전쟁의 시작과 동시에 터진 폭발을 떠올리며 이를 악다물었다.
단 한 번.
전쟁 개시와 함께 날아온 공격은 단 한 번의 공격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무려 5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재가 되었다.
그냥 사망한 병사들의 수가 그 정도였고, 부상을 입은 이들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물론 그 정도의 희생은 이미 예상했었다.
적이 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집결한 병력이 무려 150만을 상회했으니,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도 아니다.
‘빌어먹을!’
그런데도 계수지가 당황해하는 건 다른 이유였다.
‘사기가 꺾였어.’
차라리 마수들에게 찢겨 죽었다면, 이렇게까지 공포심에 젖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힘껏 싸우다 역량이 되지 않아 전사한 것일 테니까.
하지만 고작 한 번의 손짓으로 5만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으니, 병사들이 겁을 집어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앞으로!”
더 늦어 병사들의 대열이 완전히 흐트러지기 전, 계수지는 자신들이 나서기로 결정했다.
파아아앗-!
용사들이 날아올라, 최전선을 향해 쇄도했다.
콰과과과과과광-!
그들이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밀려들던 마왕의 군세가 터져 나갔다.
무려 수천 마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놈들이야말로 진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심지어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제거되었는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선 버스터!”
진태성의 외침과 함께, 마수들의 머리 위에서 빛이 터졌다.
끼에에에에에엑-!
그 압도적인 열기에 놈들이 녹아내렸다.
“지금!”
약간의 틈이 생긴 것을 확인한 계수지가 그곳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동료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지아의 주먹이 소낙비처럼 쏟아졌고, 구동환의 ‘진혼’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유홍설의 두 자루 검과 김우람의 창이 적들을 유린하고, 진태성 역시 쉴 새 없이 스킬들을 난사했다.
콰과과과과광-!
종횡무진(縱橫無盡).
그들의 힘은 일개 마수와 몬스터들 따위가 막아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학살을 이어가며, 승기를 빼앗아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일까?
두려움과 공포에 잠식되어 있던 병사들의 표정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X발, 죽여!”
“이 개X끼들! 감히 여길 어디라고 쳐들어와!”
두려움과 공포는 분노와 희망으로 치환되었다.
용사들의 압도적인 위용에, 자신도 모르게 전의를 다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한없이 밀릴 것만 같았던 병사들이 조금씩 전진했다.
고작 몇 걸음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로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압도적인 열세에서도 승기를 잃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니까.
‘좋아.’
그 모습을 확인한 계수지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기가 올랐으니, 이젠 전처럼 속절없이 밀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눈앞의 마수를 붙잡아, 척추를 반으로 접어버린 계수지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쳐다봤다.
거기엔 마수와 몬스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지닌 존재들이 있었다.
‘권속.’
총 열두 명의 압도적인 존재.
‘저놈들을 상대해야 돼.’
권속들을 처리하고, 그보다 더 뒤에서 옥좌에 앉아 전장을 구경하고 있는 마왕까지 막아내야만 한다.
그래야 이 빌어먹을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가 있었다.
‘가능할까?’
일단 마왕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방금 전,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왔으니까.
김다혜의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성을 잃고 놈을 향해 달려든다면…….
‘죽는 건 나겠지.’
동료들이 다함께 공격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마왕을 막으려면, 이 자리에 없는 서우진이 필요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 당장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
그렇다면 일단은 권속들만 상대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계수지는 시선을 돌려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그 눈빛에 담긴 의도를 알아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계수지가 속으로 타이밍을 쟀다.
그리고 셋.
“지금이에요!”
마력을 폭발시키며 주변을 쓸어버린 계수지가 외치자, 동료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콰과과과과과과과-!
앞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모조리 쓸려 나갔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그렇게 계수지와 동료들은 권속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부나방들이로군.”
권속 중 하나가 계수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치 뱀처럼 생긴 외형의 놈이었다.
“벌써부터 나서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지.”
“굳이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놈들인데, 마다할 필요도 없겠지.”
권속들이 미소를 지었다.
짙은 살의로 가득한 미소였다.
텅-!
어느새 도달한 계수지가 주먹을 내질렀지만, 뱀처럼 생긴 권속의 손바닥에 가로막혔다.
‘단단해!’
주먹이 아려왔다.
마력으로 빈틈없이 둘러싼 주먹에서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놈의 내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날 수도 없었다.
“해치워요!”
콰과과과과과광-!
주먹과 손바닥 사이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계수지가 지금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스킬, ‘불티’였다.
폭발은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었고, 그 틈을 타 동료들이 각자 맡은 권속들을 향해 흩어졌다.
열두 명과 여덟.
숫자로 보나, 경지로 보나…….
‘우리가 열세야.’
가뜩이나 권속들의 힘이 예사롭지 않은데, 머릿수도 많았다.
‘그래도 괜찮아.’
이쪽에는 지원을 해줄 이들이 있었으니까.
“어둠의 족속들이 많기도 하다!”
등뒤에서 밝은 빛이 밝게 비추며, 카랑카랑한 여인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프레이야.
그녀가 신성력을 연료 삼아 불타오르는 오러를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진중한 표정의 반 슬레인과 미소를 짓고 있는 디아로크.
그리고 후방에 남겨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용사 전원까지.
순식간에 수적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계획한 대로 흩어져요!”
계수지가 뱀 권속의 머리를 향해 슬격을 날리며 소리쳤고, 그들은 압도적인 마력을 사용하며 적을 흩어놓았다.
“괜찮으냐?”
계수지를 향해 프레이야가 다가왔다.
신성한 힘으로 가득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성자와도 같아 보였다.
“주신의 개로구나”
대답은 계수지가 아닌, 뱀 권속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개면, 너는 지렁이더냐?”
같잖은 도발에 코웃음을 친 프레이야는 자신의 검을 들어 놈을 향해 겨누었다.
“나는 주신의 첫 번째 검, 프레이야이니라. 그리고 네 이름 따위는 궁금하지 않으니 굳이 말하지 말거라.”
그녀는 자신의 소개를 한 뒤, 망설이지 않고 놈을 향해 짓쳐들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스각-!
뱀 권속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히 회피와 함께 방어를 했음에도, 가슴에 기다란 생채기가 난 것이다.
“확실히…….”
놈은 새어 나오는 핏방울을 손가락으로 닦아내고는 말을 이었다.
“그 망할 놈의 힘은 위협적이군.”
신성력은 마기와 상극이다.
그 경지마저 비슷했으니, 놈의 얼굴에 긴장이 흐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네년이 저 덜떨어진 꼬마보다는 낫구나.”
놈이 계수지를 가리켰다.
“글쎄다.”
하지만 계수지와 프레이야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하찮은 도발에 넘어가기엔, 지금껏 쌓아온 경험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애초에 계수지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도 않았고.
발끈하는 대신, 마음속 깊이 힘을 집중시켰다.
“덜떨어졌는지 아닌지는 한번 확인해 봐라.”
계수지가 움직였다.
마치 축지(縮地)하듯 순식간에 놈의 뒤로 돌아가, 놈의 목을 향해 팔꿈찌를 찍었다.
쩌억-!
‘우레 찍기’.
그 강력한 스킬에, 뱀 권속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노오옴!”
분노와 함께 마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