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6)
556화.
전장은 치열했다.
병사와 기사는 밀려드는 마왕의 군세를 막아내는데 집중했고, 용사들과 초극의 경지에 이른 강자들은 권속들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콰과과과과광-!
“끄아아악!”
폭발과 비명이 난무하고, 피와 떨어진 살점들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그야말로 지옥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광경이 끊임없이 표현되고 있었다.
‘흐읍-!’
이지아는 숨을 짧게 내뱉으며, 주먹을 뻗었다.
가공할 마력이 권속을 향해 쏘아졌다.
쿠웅-!
폭발은 없었다.
흑색의 마기가 마력을 감싸안으며, 그대로 소멸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제법이군.”
여덟 개의 눈동자가 이지아를 직시했다.
흠칫-
양의 뿔과 비슷한 것이 돋아 있는 권속의 힘은 이지아가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도 강했다.
“하지만 그뿐. 넌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권속, 카르뤼옌은 자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키의 이지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조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정확한 사실을 고지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지아는 그것이 더욱 기분 나빴지만 말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여기서 도망가라는 얘긴 아니지? 내가 너보다 약한 건 맞는데, 그렇다고 이기지 못할 것 같진 않거든? 왜냐하면 너는 혼자고,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마치 기관총을 쏘듯, 말을 쏟아낸 이지아가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이래도 네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뒤에는 세 명의 용사가 더 있었다.
하나같이 100레벨을 돌파한 S급 용사, 엘리트 친구들이었다.
“꼬맹이 말이 맞지. 네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를 한 번에 상대할 순 없을걸?”
박진한이 근육을 꿈틀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방심은 하지 마라.”
김태진이 그런 친구를 향해 주의를 주었고, 임태은은 자신의 드래곤과 함께 긴장한 표정으로 카르뤼옌을 노려보았다.
“흐음.”
그들의 모습을 본 카르뤼옌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100레벨이 넘는 용사가 네 명.
그중 S급이 무려 셋이나 된다.
그 정도면 아무리 카르뤼옌이라 할지라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질 것 같지도 않군.”
드드드드드드드드드-!
흑색의 마기가 들끓어올랐다.
그 압도적인 힘 앞에 대지가 움푹 주저앉으며 이지아와 엘리트 친구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실력을 보여보아라.”
카르뤼옌의 한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이지아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쳐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구동환은 불안정한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너무 강하다!’
자신의 상대는 지금껏 그가 상대해 본 권속들 중 가장 강했다.
‘베니라오라고 했었나?’
놈은 인간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외형을 하고 있었다.
하반신은 마치 거미와도 같았고, 상반신은 온갖 동물들을 기워 넣은 것처럼 생겼던 것이다.
키메라라는 단어가 떠오른 구동환은 ‘진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형편없다. 너희 같은 버러지에게 아르제베토가 당한 게 이해되지 않는군.”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단순히 귀에 거슬리는 정도였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테지만, 저 음성에는 마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며 호흡이 불안정해질 정도였다.
심지어 공격 역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가해졌다.
그러니 구동환은 빠르게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아르제베토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할 만하니까 당했겠지.”
구동환이 간신히 호흡을 진정시키며 대꾸했다.
‘우진 씨인가?’
저 괴물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아르제베토라는 놈은 엄청난 강자일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미 죽었다면, 서우진이 했을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이 자리에 서우진이 있었다면, 전황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눈앞의 괴물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서우진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마공과 함께 어딘가로 향한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나고, 전쟁이 시작되었음에도.
구동환은 이를 악다물었다.
‘우진 씨만 의지해선 안 돼!’
언제까지 그의 도움만을 기다릴 순 없다.
그러기 위해 그 혹독한 훈련을 해온 것 아니던가?
“당할 만하다라…….”
베니라오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오만한 성격이라면, 방심하다 당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긴 하군.”
콰득- 콰득-!
여덟 개의 다리가 움직이며, 땅에 박혔다.
그것을 보면, 무게 역시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하긴, 이젠 상관없나?”
베니라오가 왼팔을 들었다.
마치 뱀 머리를 그대로 이식한 것처럼, 흐물흐물한 모습이었다.
“왕께서 오신 이상, 이 세계의 종말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샤아아악-!
뱀이 입을 벌리며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냈다.
“그 시작으로 네 머리를 그분께 바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베니라오가 돌진한다.
그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
“흩어져!”
구동환의 외침과 동시에 한 팀을 이루고 있던 용사들이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우드득-!
하지만 모두가 구동환처럼 재빠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아아악!”
C급 용사 중 한 명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베니라오의 왼팔에 다리를 물리고 말았다.
비명과 함께 입에서 코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독!’
물리는 것과 동시에 전신으로 퍼지는 맹독이 틀림없었다.
저런 독성이라면, 죽음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촌각에 불과할 터.
구동환은 곧장 몸을 돌려, 베니라오를 향해 ‘진혼’을 휘둘렀다.
“떨어져라!”
쐐애애애애애애액-!
거대한 전투도끼가 공기를 가르며 베니라오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그래도 너는 제법 나쁘지 않은 실력이군.”
터엉-!
베니라오가 자신의 오른팔을 들어 ‘진혼’을 막아내며 말했다.
마치 금속으로 코팅이 된 것 같은 놈의 팔은 ‘진혼’의 파괴력으로도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구동환은 손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반발력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물러나진 않았다.
여기까진 그도 예상했던 바였으니까.
“떨어지라고 했다!”
‘진혼’에서 찬란한 무지갯빛이 터져 나왔다.
현재 구동환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쩌억-!
금속으로 이루어진 오른팔에 실금이 생겼다.
“으음…….”
그것을 본 베니라오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버러지 같은 놈의 공격에 육체가 손상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고 가만히 노려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어느새 ‘진혼’을 회수한 구동환이 이번엔 목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베니라오는 어쩔 수 없이 용사를 물고 있던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화아아아아악-!
강렬한 바람이 불어오며,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괜찮습니까?”
그사이, 구동환은 C급 용사를 품에 안고 멀찍이 떨어졌다.
‘좋지 않다.’
그 짧은 시간에 독이 전신을 좀먹고 있었다.
코뿐만이 아니라, 눈에서도 피를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이대로 두면 몇 분 내에 사망할 게 분명했다.
구동환은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원피스 속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박민성이 제조한 ‘상태 이상 해제 물약’이었다.
만약을 위해 동료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것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눈앞에서 함께 싸우던 이가 죽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니라오가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어리석은 놈.”
감히 자신을 앞에 두고 허튼 짓을 하는 구동환에게 날카로운 마기가 날아들었다.
“흡!”
끔찍하리만치 가공할 힘이었다.
구동환은 고민할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땅을 박찼다.
저걸 직격으로 맞았다간, 아무리 자신이라 할지라도 치명적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품에 안고 있던 용사에게 최대한 충격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회피했다.
핏-!
뺨에 붉은 핏방울이 튀었다.
구동환은 순간 자신이 조금 늦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질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내려, 아래를 쳐다봤다.
품에 안겨 있던 C급 용사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구동환의 뺨에 튄 핏방울은, 거기서 나온 게 아니었다.
“감히 나를 두고 여유를 부른 대가다.”
베니라오의 음성이 귀에 꽂히는 것과 동시에, 용사의 가슴에 뚫려 있는 구멍을 발견했다.
놈의 마기는 구동환이 아닌, 처음부터 C급 용사를 노린 것이었다.
심지어는 어디로 회피할지조차 예상한 공격이었다.
중독으로 인한 고통에 몸부림치던 용사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직 따뜻함을 잃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던 생명의 기운은 사라졌다.
구동환이 천천히 무릎을 꿇고, 조심스레 용사의 시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곤 부릅뜬 눈을 감겨주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엔 베니라오도 공격을 가하지 않고,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는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려졌다.
“후우-”
한숨이 뱉어졌다.
너무도 무거워, 주변의 공기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너…….”
고개를 든 구동환이 베니라오를 바라보았다.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이, 놈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편히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진혼’이 빛을 뿌렸다.
* * *
권태로운 눈동자가 전장을 관찰했다.
“재미없군.”
참혹한 광경을 보며 뱉은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신지환은 정말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이쪽이 열세인가?”
병력의 수는 자신들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벽을 넘어선 강자의 수는 저쪽이 훨씬 많았다.
개개인으로 따지자면 권속들이 더 강했지만…….
“이대로라면 패배할지도 모르겠군.”
물론 상대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순 있을 것이다.
그래도 패배는 패배.
신지환은 자신의 그늘 아래에 있는 놈들이 전투에서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권속들을 아끼기 때문이라기보단, 자신의 자존심 문제였다.
“쯧-”
짧게 혀를 찬 신지환이 옥좌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주변의 마수들이 공포에 잠겨,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슬슬 나서볼까?”
이제 구경만 하는 건 지겹다.
놈들에게 멸망이란 무엇인지, 손수 보여줄 때가 온 것 같았다.
“길을 열어라.”
나지막한 한마디.
바로 옆에 있는 놈들이나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을 듣지 못한 마수와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육성이 아닌, 의지로 전달한 명령이었으니까.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수백만의 마수가 옆으로 빗겨 나가며 쭉 뻗은 길이 만들어졌다.
신지환은 그 사이로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