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7)
557화.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함에 계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사방을 뒤덮고 있는 마수와 몬스터에 가려 딱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불안과 긴장감은 끝을 모르고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계수지는 그에 대한 생각을 더는 이어갈 수가 없었다.
“여유가 있는 모양이군.”
전신을 찌르르- 울릴 정도로 강력한 살기가 짓쳐들었다.
“큭!”
깜짝 놀란 계수지가 본능적으로 팔과 다리를 들어, 급소를 방어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빈틈을 보인 틈을 타, 마기가 가득 담긴 화염구가 날아온 것이다.
계수지는 빠르게 마력을 끌어올리며 팔과 다리에 붙은 불길을 털어냈다.
그 빠른 대처 덕에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는 것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이런……!’
다시 한번 마기가 날아들었다.
이번엔 수십여 개에 달하는 날카로운 칼날의 형태였다.
‘이건 못 막아.’
아무리 마력을 끌어올린다 해도 저만한 위력의 공격을 상처 하나 없이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피하는 것뿐.
계수지는 망설이지 않고 땅을 박찼다.
하지만 조금 느렸다.
화염구를 막아내며 굳어진 육체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계수지는 이를 악다물었다.
‘팔 하나는 내준다!’
완벽하게 피하는 건 글렀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부상으로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게 결정한 것이 왼쪽 팔을 희생하는 것이었다.
전력이 급감하기는 하겠지만, 다른 곳이 절단되는 것보단 비교적 나았으니까.
계수지는 다가올 통증에 대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예리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마기의 칼날이 왼팔을 베어내기 일보직전.
“전투 중에 한눈을 팔면 어떡합니까? 서우진, 그놈이 그렇게 가르치진 않았을 거 같은데.”
묵직한 음성과 함께, 누군가의 등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구동환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근육으로 똘똘 뭉친 육체.
칼날 따위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그 근육의 주인은, 바로 박진한이었다.
“금강불괴!”
S급 ‘금강역사’인 그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방어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터덩- 터더더덩-!
마기의 칼날을 맨몸으로 받아냈다.
“내 근육은 이딴 과도 따위에 베이지 않는다!”
으하하하- 하고 웃으며 카르뤼옌의 공격을 막아내는 박진한의 모습은, 오히려 무서워 보일 지경이었다.
‘좋지 않아.’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난 계수지가 표정을 굳혔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칼날에도, 박진한의 육체는 본인이 장담한 것처럼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를 드러내고 웃는 그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피륙은 굳건했으나, 내부는 충격을 온전히 감당해 내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대로 두면 박진한은 피를 토하고 쓰러질 게 분명했다.
“피해요!”
재빨리 자세를 잡은 계수지가 스킬을 사용하며 앞으로 나섰다.
“흐읍!”
박진한은 군말하지 않고, 그녀의 말대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표정과 달리 아무래도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지금!’
‘우레 가르기’.
계수지의 주먹과 발등이 빛살처럼 쏟아지며, 칼날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제법.”
카르뤼옌은 그러한 계수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한 명쯤은 전투불능의 상태로 만들 생각이었건만,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모두 막아낸 것이다.
이쯤 되면 평가를 조금 상향시킬 수밖에 없었다.
“후우우-”
계수지는 주먹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을 참아내며, 카르뤼옌을 노려보았다.
‘강해.’
저 자신만만한 태도는 허세가 아니었다.
무려 100레벨이 넘는 용사 네 명을, 말 그대로 밀어붙일 수 있는 강자였다.
‘이대로 싸운다면 이길 순 있겠지만…….’
카르뤼옌이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아군의 수가 더 많았으니, 합공하다 보면 분명 이기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계속해서 감각을 건드리는 저 불쾌한 느낌이 거슬렸다.
‘속전속결이 필요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빠르게 싸움을 끝내야만 할 것 같았다.
“힘을 아끼지 마. 반드시 죽이겠다는 각오로 싸워.”
후방에서 지원을 하던 김태진 역시 계수지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듯했다.
탐색은 그만두고, 모든 힘을 다해서 카르뤼옌을 처리하기로 마음을 먹은 듯했다.
“아, 알겠어.”
임태은이 소심하게 대답하고, 박진한은 콧김을 내뿜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와아아아아아악-!
네 명의 용사가 동시에 마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카르뤼옌의 마기가 뒤로 밀려나며, 그 자리를 마력이 차지했다.
“버러지들이…….”
카르뤼옌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도 이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확신은 여전해 보였다.
스스로의 힘을 맹신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오래 걸리는군.”
머리 위에서 끔찍한 음성이 들려왔다.
계수지와 엘리트 친구들이 경악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언제?’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상태였다.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접근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머리 위의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 짐작이 되었다.
“왕이시여.”
카르뤼옌이 송구하다는 듯, 눈을 내리깔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계수지는 그제야 저 끔찍한 존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마왕……!”
무심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는,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마왕이었다.
* * *
‘더 빨리 가야 돼.’
느낌이 좋지 않았다.
서우진의 날아가는 속도는 가공할 정도였다.
200레벨을 돌파하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었다.
마르테스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 전장까지는 지금의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3일은 꼬박 날아가야 도착할 정도였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단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인 서우진은,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동료들이 있는 전장이 가까워질수록, 마왕이 뿜어대는 마기가 확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놈은 200레벨을 넘긴 서우진의 힘보다 강한 마기를 풍기고 있었다.
‘만약 마르테스 님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아예 싸움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솔직히 지금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할 수 없었다.
그저 전과는 달리 어떻게든 막아낼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예감도 점차 옅어졌다.
조금 전까지는 미동도 않던 마왕의 마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서둘러야 하는데.’
이제 와서 가만있던 마왕의 마기가 꿈틀거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서우진이 생각하기엔 하나밖에 없었다.
‘직접 전투에 나서려는 거겠지.’
‘신룡안’으로 본 전장은 치열했다.
다행히 아직은 크게 밀리는 기색은 없었다.
일반 병력들은 물론이고, 동료와 용사들까지.
백중세라 해도 될 수준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마왕이 나선다면?
‘전멸을 피할 수 없어.’
놈의 힘은 그 정도로 강력했다.
서우진은 점차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직 마왕이 직접 무언가를 하진 않았지만, 그마저도 시간 문제였다.
만약 서우진이 제때 도착하지 못한다면…….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해선 안 돼.’
입술을 짓씹었다.
본래는 도착하자마자 곧장 전투에 뛰어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여력을 남겨두었지만…….
아무래도 힘을 아끼면서 날아갈 때가 아닌 듯했다.
“광폭, 신속.”
혼돈기가 미쳐 날뛰기 시작하며 그 크기를 불려 나갔다.
그것을 기반으로 한 ‘신속’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가져다주었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액-!
순식간에 음속을 아득히 초월하며, 공간을 가로질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움직임.
‘좋아.’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도착하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대로라면 늦어도 두 시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터.
‘다들 조금만 더 버텨요.’
그렇게 서우진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날아갔다.
* * *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저 내려다볼 뿐이었음에도, 계수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이건…….’
감히 싸울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서우진이라면 가능할까?
계수지는 회의적이었다.
‘불가능해.’
서우진은 강하다.
지금까지 그녀가 알고 있는 존재들 중 가장 강력한 힘이 있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머리 위의 마왕은 재앙이다.
천재지변과도 같은, 인간의 힘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현상에 가까웠다.
‘죽는다.’
놈이 대수롭지 않게 휘두른 팔에 전신이 짓이겨지며 죽는 환시가 보였다.
꿀꺽-
그것은 계수지만이 느낀 게 아니었다.
옆에 있던 박진한이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김태진도, 임태은과 드래곤도.
심지어는 주변의 마수와 몬스터들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못한 채 마왕의 저 거대한 존재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용사들인가?”
카르뤼옌을 일견한 마왕이 자신들을 향해 물었다.
물론, 대답을 하진 못했다.
입을 벌리는 순간 머리가 통째로 날아갈 것만 같았던 것이다.
“내가 알기로, 너희가 이 세계에 소환된 건 고작 5년도 채 되지 않았을 터인데.”
마왕, 신지환의 시선이 계수지의 전신을 훑었다.
“시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군.”
고작 몇 년 만에 저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사실이 꽤나 놀라운 모양이었다.
물론 그게 전부다.
얼마나 빠른 성장을 했든, 그의 입장에서는 손가락 하나로 눌러 죽일 수 있는 존재에 불과했으니까.
“너희가 이 세계에서 준비한 가장 강력한 패인가?”
마왕이 전장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무리 뒤져보아도, 눈앞의 네 명이 가장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높은 경지에 이른 존재들도 몇몇 느껴졌지만, 실질적인 강함은 이들이 최고였다.
“아, 아니다.”
대답한 건 계수지였다.
고작 한마디.
그것을 내뱉기 위해 그녀가 소모한 정신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후두둑- 하며 땀방울이 땅에 떨어져 내릴 정도로 말이다.
“…아니라고?”
마왕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보다 강한 힘을 품고 있는 존재는 없었다.
비슷하거나 조금 부족한 이들은 몇 명 있었지만.
“내 앞에서 거짓을 입에 올려?”
마왕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단순히 표정만 변했을 뿐인데도, 계수지는 심장이 멈추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끔찍할 정도의 두려움과 공포가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으드득-
하지만 계수지는 이를 악물며 버텼다.
절대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마왕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따위는, 상대, 도 되지 않을, 사람이 한, 명 있거든.”
“호오-”
마왕의 얼굴에 흥미가 깃들었다.
“그게 누구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