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8)
558화.
서우진.
용사이자 ‘마왕’이라는 직업을 얻은 이질적인 존재.
그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세계의 누구보다 강한 힘이 있었다.
계수지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조차 그 힘의 끝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니 서우진을 향한 믿음은 확고했다.
마왕이 제아무리 강력하고, 두려운 존재라고는 하나…….
‘우진 씨라면 어떻게든 해줄 수 있을 거야.’
계수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누구냐고 물었다.”
우득-!
계수지의 팔이 부러졌다.
그저 바라만 봤음에도, 눈빛에서 쏘아진 마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으으윽!”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육체가, 고작 쳐다보는 것만으로 파괴되다니.
정말로 말이 안 나올 정도의 괴물이었다.
“서, 우진. 네, 네 목을 베어버릴 요, 용사야.”
계수지는 통증을 억누르며, 잘 나오지 않는 음성을 쥐어짜 냈다.
“서우진이라…….”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 꽤 강한 힘을 지닌 놈이 하나 있었지.”
얼굴은 보지 못했다.
미처 완전히 차원을 넘어오기 전에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어렴풋이 느끼기로는 자신의 권속들을 넘어서는 힘이 있는 놈인 것 같았다.
물론, 딱히 신경쓸 정도는 아니어서 기억에 담아두지는 않았지만…….
“그놈인가?”
마왕은 찌푸린 얼굴을 풀고는, 조금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있지?”
이 전장에는 없다.
만약 여기에 있었다면,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인데…….
“궁금하면, 직접 알아봐!”
계수지가 마력을 터트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대로 가만있을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저놈의 면상에 주먹 한 방은 꽂아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
그렇게 해서라도 김다혜의 복수를 조금이나마 하겠다는 결심.
그것이 계수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권속을 막아요!”
혼이 담겨 있는 듯한 처절한 외침에, 굳어 있던 엘리트 친구들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계수지의 행동이 작게나마 용기를 가져다준 덕분이었다.
“플레임 버스터!”
S급 ‘초열법사’ 김태진이 화염의 폭발을 일으켰고.
“태산압정!”
S급 ‘금강역사’ 박진한의 주먹이 카르뤼옌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그리고…….
“용의 숨결.”
임태은의 다급한 음성과 함께, 드래곤의 입에서 마력으로 가득한 브레스가 뿜어지며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마왕의 등장에 방심하고 있던 카르뤼옌은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크윽!”
뒤늦게나마 마기를 터트리며 방어태세에 들어가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그사이.
계수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우레 폭풍!”
천지간의 가장 강하고, 빠른 기운.
뇌력이 담긴 마력이 주먹에서 뻗어나오며, 마왕을 향해 질주했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뇌전의 폭풍이 몰아쳤다.
지금의 계수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
그 위력은 웬만한 권속들조차도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릴 만큼 강력했다.
“흐음.”
하지만 마왕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세상을 모조리 파괴할 것 같은 뇌전폭풍에도, 그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쁘진 않다만.”
손을 든다.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질 것 같은 가냘픈 손.
그것이 계수지를 가리켰다.
“아직은 부족해.”
번쩌억-!
우레보다도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너무도 밝은 빛에 순간 시력을 완전히 잃을 정도였다.
하지만 계수지는 당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시력을 잃는 상황은 예상치 못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시야에 의지하는 경지는 이미 초월한 지 오래였으니까.
전신의 감각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젠장.’
동시에 욕설을 내뱉었다.
한계까지 끌어다 쓴 마력으로 사용한 ‘우레 폭풍’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마왕은 여전히 허공에 뜬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계수지는 망설이지 않고 공기를 박차며, 놈을 향해 쇄도했다.
‘한 번. 딱 한 번이면 돼.’
놈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먹은 것처럼, 한 번이라도 얼굴을 후려치면 족하다.
화아아아아아악-!
두 눈을 감은 채 마왕에게 접근했다.
너무도 빨라 그녀 스스로도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됐다!’
설마 자신이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마왕은, 자신의 권속처럼 방심을 하고 있던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까.
계수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정도까지 접근했으니, 그녀의 공격을 막거나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완전히 마음을 놓은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상대는 괴물 중 괴물이었으니까.
자신이 상상할 수도 없는 힘을 지닌 존재였으니, 방심은 당치도 않다.
계수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쐐기 박기!’
단일 객체를 파괴하기에 특화되어 있는 스킬이 발동한다.
마치 송곳이 된 것처럼, 계수지의 주먹이 마왕의 얼굴을 꿰뚫기 위해 다가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확실히 나쁘지는 않다.”
마왕의 담담한 음성과 함께, 주먹이 허공에 멈춰 선다.
“그렇다고 감탄할 정도인 것도 아니지만.”
시릴 정도로 냉정한 평가였다.
계수지는 이를 갈며 눈을 떴다.
마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주먹을 막아낸 건 놈의 손도, 스킬도, 마법도 아니었다.
그저 주변에 풍기고 있는 마기.
안개처럼 옅게 퍼진 마기의 파편에 가로막힌 것이다.
계수지의 얼굴에 절망과 분노가 떠올랐다.
치명상을 입히는 건 기대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 같잖은 마기의 파편조차도 뚫지 못할 줄이야…….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건 대체 뭐지?’
죽을 만큼 구르고, 토악질할 때까지 훈련에 매진했다.
그뿐인가?
실제로 죽기 직전까지 싸운 적도 있었다.
그 모든 건 강해지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저 괴물 앞에서는 그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마왕의 털끝 하나조차 건드릴 수 없었으니까.
“좋은 표정이다.”
계수지의 얼굴을 본 마왕이 말했다.
“빌어, 먹…….”
계수지는 그런 놈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죽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죽는 건 아쉽지 않아.’
하지만 결국 놈에게 그 어떤 복수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계수지는 두려움을 지우고, 오직 분노와 표독함을 담은 눈빛으로 마왕을 노려보았다.
“그 눈은 마음에 안 들고.”
놈이 손을 들었다.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손이 계수지를 향했다.
“고생했으니, 이만 죽어라.”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
그렇기에 더욱 공포스러웠다.
우우웅-
손바닥에 가공할 마기가 깃들었다.
자신 따위는 티끌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계수지는 눈을 감지 않았다.
죽는 그 순간까지 놈을 지켜보겠다는 듯,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손을 주시했다.
죽음이 다가온다.
결코 피할 수도 없고, 막아낼 수도 없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겸허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무심한 마왕의 눈동자가 보였다.
그 흔한 살기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계수지는 더욱 분했다.
얼굴을 뭉개 버리는 것에는 실패했으니, 죽기 전에 속 시원하게 욕이라도 해야겠다.
“야이, 개새……!”
그때,
멈칫-
마왕이 행동을 멈추었다
‘뭐지?’
설마 자신이 내뱉은 욕설 때문은 아닐 터였다.
놈의 고개가 다른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계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놈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치열하게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만이 보일 뿐.
그런데 마왕은 아닌 모양이었다.
무감정하던 눈동자에, 호기심과 희열이 떠올랐던 것이다.
‘대체 왜?’
무엇을 발견했기에 저런 감정의 변화를 보이는 것일까?
계수지는 슬며시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곤 놈의 손바닥을 걷어차며 뒤로 몸을 날렸다.
‘사, 살았어!’
절대로 피하지 못할 죽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빗겨 나갔다.
그런데도 마왕은 더 이상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저 한곳을 바라보며, 이젠 미소까지 짓고 있을 뿐.
계수지는 잠시 멈칫했다.
이대로 도망을 갈지, 아니면 다시 한번 공격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피하자.’
생각은 짧았다.
다시 한번 공격을 한다 해도, 통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럼 차라리 자리를 피하고, 뒷일을 기약하는 것이 낫다.
카르뤼옌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엘리트 친구들을 돕든지.
그렇게 마음을 먹은 계수지가 은밀하게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저 멀리.
그녀의 감각이 닿는 영역의 가장 끄트머리에서, 너무도 낯익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행동을 멈춘 계수지가 눈을 부릅떴다.
‘이 기운은?’
마력도, 마기도, 신성력도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기운과도 다른, 이질적인 힘.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은 계수지가 알기론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우진 씨!”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느껴지던 서우진이, 순식간에 전장에 도착했다.
앞을 가로막던 마수들은 고깃덩이로 변하며,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붉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계수지는 그걸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마왕화’를 한 채 모습을 드러낸 서우진을 바라봤다.
“후우우-”
전신에서 새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이동한 덕분에, 공기와의 마찰력으로 인해 전신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서우진은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선이 마주친다.
“괜찮습니까?”
마치 동네 산책을 나왔다가 마주한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듯.
여상한 질문이었다.
계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입을 열어 대답할 여유까진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는지, 서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마왕.
그 괴물은 새로이 나타난 서우진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여인이 말한 게 너로구나.”
놈이 확신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다는 존재.
“확실히 강하기는 하나, 고작 그 정도로 나를 상…….”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마왕의 목이 뒤로 꺾였다.
뜯겨 나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계수지는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뻗고 있는 서우진을 바라봤다.
‘내가 못한 걸…….’
그가 대신 해주었다.
서우진은 앞으로 뻗은 주먹을 거두며, 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디서 평가질이야? 건방지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