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59)
559화.
주먹에서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탐색할 겸, 크게 기대하지 않고 질러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서우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마왕이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강타당한 것이다.
‘그래도…….’
역시 큰 효과는 없었다.
으드득-
뒤로 꺾여 있던 놈의 목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 한 방울 안 흘리는군.’
얼굴 정면을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았으니 적어도 코피 한 방울쯤은 흘려줄 줄 알았는데…….
“네가 서우진인가? 아니, 물을 필요도 없겠군.”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만 한 존재가 또 있을 것 같진 않으니.”
이 전장, 아니, 이 세계를 통틀어도 서우진보다 강한 존재는 없다.
그보다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있을지언정, 단순한 무력으로는 따를 자가 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이전과 비교해도 아득히 성장하지 않았던가.
“그래, 내가 서우진이다.”
마왕의 질문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놈은 자신을 향해 ‘혼돈의 왕’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으니까.
단순히 예언 속 존재가 아닌, 눈앞의 서우진을 보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마왕이겠고.”
서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왕을 관찰했다.
‘딱히 특이할 건 없는데…….’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외형의 괴물일 줄 알았다.
놈이 부리는 권속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작 직접 본 마왕은 평범한 사람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것처럼 피부가 창백할 정도로 새하얗긴 했지만.
‘확실히 사람과 똑같이 생겼어.’
심지어는 한국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모르고 마주쳤다면, 용사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르테스의 말을 떠올렸다.
‘이계의 마왕’이란 존재들 역시, 용사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에 의해 소환된 존재들이라고.
그렇다면 눈앞의 마왕도 정말 한국인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놈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왔냐?”
방금 전의 일격으로 목이 뻐근했는지, 고개를 돌리며 풀어주던 놈이 멈칫했다.
그러곤 서우진을 바라봤다.
“한국이라…….”
무표정하던 마왕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감정의 파편이 떠오른다.
그리움? 아련함?
아니, 그런 간질간질한 감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분노, 혹은 혐오.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마왕의 얼굴에는 짙은 살기까지 서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
하지만 몇 가지는 확실했다.
놈은 한국인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들과는 달리, 별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아 보인다는 것.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대기가 떨려왔다.
놈의 심경이 변화한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것이 떨어 울리기 시작했다.
‘이런!’
서우진의 표정이 살짝 다급해졌다.
대화하며 소모된 혼돈기를 조금씩 회복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물은 모양이었다.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지.”
놈이 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끔찍하리만치 거대한 마기가 응집되는 것이 느껴졌다.
“피해요!”
서우진이 계수지를 향해 소리치며,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저건 다른 사람을 지켜주며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막는 게 불가능할지도!
파앗-!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계수지가 재빨리 몸을 날리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진은 속으로 안심하며 ‘카 라니엘’을 뽑아 들곤, 끌어올린 혼돈기를 밀어 넣었다.
“신속, 지고화, 나락십이검!”
가장 빠르게 발동이 가능하고, 위력적인 스킬을 연달아 사용했다.
이전의 서우진이 아니다.
이 정도면 아르제베토의 목도 일격에 베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놈도 아르제베토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
“받아보아라.”
손을 뻗자, 흑색의 안개가 퍼져 나왔다.
“흡!”
서우진이 눈을 부릅떴다.
‘저건……!’
균열을 파괴하는 데 실패하고, 놈이 차원을 넘어오며 사용했던 것이 분명했다.
비록 당시에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저 느낌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바로 김다혜를 죽음으로 내몬 기운이었으니까!
으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에라도 놈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냉정해야만 했다.
만약 저게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면?
진짜로 끔찍한 대참사가 벌어질 테니 말이다.
지금은 놈의 목을 베어내는 것보단, 이 빌어먹을 기운을 막아내는 데 치중해야만 했다.
서우진은 이를 악다물며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화아아아아악-!
대지마저 붕괴시키며 다가오던 흑색의 안개가 반으로 잘렸다.
검신과 직접 맞닿은 마기는 ‘지고화’로 인해 불타오르며 소멸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완전히 막아낼 수 없다.
저건 문자 그대로 ‘안개’였으니까.
아무리 모든 것을 태우는 ‘지고화’라 할지라도, 저 끔찍한 힘이 담긴 안개를 일격에 모두 없애 버리는 건 무리였다.
한 차례 ‘카 라니엘’을 휘두른 서우진은 곧장 그 사실을 깨닫고는, ‘신룡안’을 발동했다.
주변의 모든 정보가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디지?’
이 안개는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중심, 혹은 핵을 처리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핵은 바로 마왕이었다.
밀도 높은 마기가 ‘신룡안’의 탐지를 방해했지만, 200레벨이 넘은 서우진은 그딴 장애물을 쉽게 넘어설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저기!’
고작 눈 한 번 깜빡일 시간도 되지 않아, 서우진은 마왕의 위치를 찾아냈다.
콰아앙-!
망설이지 않고 땅을 박찼다.
땅거죽이 뒤집히고,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그곳을 향해 쇄도했다.
흑색의 마기가 앞길을 막았지만. ‘카 라니엘’을 뒤덮은 채 타오르고 있는 ‘지고화’가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마치 화염으로 이루어진 것만 같은 길이 뚫렸다.
그리고 이내,
‘찾았다!’
화르르르르륵-!
안개의 장막이 불타오르고, 앞을 가로막고 있던 시야가 확- 트이며 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카 라니엘’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놈의 목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무감정한 시선이 서우진을 향했다.
“제법이군.”
당장 목이 떨어져 나갈지도 모르는 긴박한 순간에도 마왕은 태연히 말을 걸어왔다.
‘카 라니엘’에서 열두 개의 붉은 빛이 터져 나왔다.
접촉하는 모든 것을 분쇄하는 힘을 지닌 스킬.
하지만 마왕은 파리를 쫓아내듯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손을 휘저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정-!
“크윽!”
엄청난 반발력이 되돌아왔다.
놀랍게도 놈은 그 손짓 하나만으로, 자신을 향한 공격을 완전히 파괴했다.
찌르르- 하며 ‘카 라니엘’을 쥔 손이 울렸다.
크게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이 한 수로 확실히 깨달았다.
‘놈은 강해.’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연히 짐작만 하던 마왕의 힘이, 제대로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서우진은 ‘카 라니엘’으로 원을 그리며 물러났다.
주변의 안개가 붉게 타오르며, 마치 불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환각을 일으켰다.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대지 위에 서서, 서우진과 마왕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몇 년이나 되었지?”
문득 마왕이 물었다.
‘몇 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고개를 갸웃하자, 마왕이 나른한 음성으로 다시 물어왔다.
“소환된 지 얼마나 되었냐는 뜻이다.”
‘아…….’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한 3년 되었나?”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놈이 당장 공격할 것 같지도 않고, 계수지도 이미 자리를 피했으니까.
그사이에 대화를 나누는 척하며, 최대한 혼돈기를 회복할 수 있을 듯했다.
물론, 마왕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놈은 개의치 않았다.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서우진이 힘을 회복하든 말든.
어차피 자신의 상대는 되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만.’
저 방심 때문에 마왕은 분명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서우진, 자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짧군.”
서우진의 대답에 마왕의 눈동자에 약간의 놀람이 서렸다.
미미하기 짝이 없었지만, 서우진은 그것을 느꼈다.
‘놈은 더 오래전에 소환된 건가?’
시스템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었으니, 어떠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사이에 그 정도로 성장했다니, 칭찬받을 만하다.”
그 말에 서우진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네 칭찬 따위는 바란 적도 없는데 말이지.”
“그런가?”
그 날선 대꾸에 마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둘은 죽고, 죽여야 할 적이다.
그런 존재의 칭찬을 기꺼워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너는 얼마나 됐지?”
이번엔 서우진이 물었다.
하지만 되돌아온 대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모른다.”
어깨를 으쓱하며, 권태로운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군.”
일이십 년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한 100년쯤 되나?
서우진이 더욱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만약 용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을 한다면, 놈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레벨일 게 분명했다.
‘나도 절대 평범한 길을 걸어오진 않았다만…….’
과연 기억도 나지 않은 시간 동안 성장해 온 놈은 얼마나 강할까?
그것도 판데모니엄이라는 지옥과 같은 곳이라면?
불안감이 짙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조금 더 회복하자.’
아직은 싸울 때가 아니다.
“네 이름은 뭐지?”
이번엔 서우진이 질문을 던졌다.
사실 딱히 궁금하진 않았지만, 대화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지속하기 위함이었다.
“이름, 이름, 이름…….”
마왕은 오랜만에 들은 단어에 픽- 하고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이 너무 오래되었어.”
마치 기억을 더듬는 듯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긴 놈이,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기억났다.”
과연 얼마 만에 떠올린 것일까?
마왕은 약간 기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 이름은 신지환이었다.”
신지환.
확실했다.
마왕은 한국 놈이었다.
지금 나이야 알 방도가 없었지만, 소환 당시에는 그리 많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쳐줘도 이십대 초반.
어쩌면 십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어린 나이에 소환되어,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온 결과.
왕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대단하네.’
여러 의미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신지환은 오랜만에 생각난 자신의 이름이 기꺼운 듯한 표정을 짓다, 이내 얼굴을 굳혔다.
무슨 사이코패스의 연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놈은 마기를 끌어올리며, 다시 한번 자신의 소개를 했다.
“지금 나의 이름은 너희의 악몽이자, 재앙이며, 죽음 그 자체이니. 실로 진정한 마의 왕이니라.”
놈이 손에서 마기가 폭사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