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
#55화.
서우진은 살짝 당황했다.
부르타엘을 처치하고 돌아와 보니, 강병규가 울먹이는 표정으로 자신을 반겼기 때문이었다.
“서우진! 괜찮아? 몸은?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순간 이지아로 착각할 뻔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우진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는 것이, 꽤나 걱정을 많이 한 듯싶었다.
“보다시피 괜찮아.”
서우진은 어색한 표정으로 강병규를 안심시켰다.
“마경의 괴물이랑 싸웠다며?”
괴물.
부르타엘은 괴물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강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잡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찔한 위험이 있긴 했지만, 상처도 하나 입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이름에 비해 너무도 쉬웠다.
서우진은 시선을 돌려 루데인을 쳐다봤다.
‘최상급 기사.’
제국은 물론, 전 대륙을 통틀어도 몇 명 되지 않는 이들.
반 슬레인이나 다리엘 같은 규격 외의 존재들을 제외하면, 대륙의 최강자를 자처해도 될 강자들이었다.
‘루데인이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야.’
서우진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았다.
자신이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전부.
부르타엘과의 싸움은 루데인이 전부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금은 강해졌다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았다.
“교관님이 목을 베었지.”
서우진은 강병규에게 그렇게 대답해 줄 수밖에 없었다.
“교관?”
강병규가 루데인을 쳐다봤다.
“강한 기사라고 듣긴 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네.”
“그러게.”
서우진이 그 말에 동의했다.
그때였다.
둘의 시선을 눈치챈 루데인이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곳의 정리는 다른 기사들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이제 돌아가도록 하죠.”
긴급한 상황은 끝났다.
부상을 입은 기사들이 있긴 했지만, 지금부턴 용사들이 나설 일이 없었다.
“돌아가는 것은… 두 분이면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루데인은 잠시 고민하다, 서우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경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본 서우진의 실력이라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았다.
레벨 업을 하며 몸 상태도 완전해졌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길이야 강병규가 찾으면 되고.
“저도 빠르게 수습한 뒤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서우진은 루데인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강병규와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조금 씻고 싶네.’
얼른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냇가에서 몸을 닦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 * *
“우리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닐까?”
백시우는 조금 전 떠오른 붉은 신호탄을 떠올리며 말했다.
“여기에서 가기엔 너무 멀어. 우리가 도착할 때쯤엔 벌써 끝났을걸?”
성유라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그래도…….”
“저쪽에 있는 기사들 좀 봐.”
성유라의 말에 백시우가 고개를 돌렸다.
“저 기사들도 안 움직이잖아. 나랑 같은 판단을 한 거야.”
확실히 기사들은 잠시 동요하긴 했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성유라의 말대로 지금 가봐야 늦을 것이라 판단한 것 같았다.
“게다가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어디 있어?”
성유라는 앞에서 달려오는 늑대 형태의 몬스터를 가리켰다.
“지금 우리 코도 석 자야.”
수십 마리의 몬스터.
벌써 몇 시간째 달려드는 건지 모르겠다.
죽여도, 죽여도 튀어나오는 저놈들을 두고 가길 어디 간단 말인가?
화르르륵-!
김태진의 손에서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며 선두에 선 늑대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그건 유라 말이 맞아. 휴식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가서 도와주냐?”
방법은 있었다.
다들 싫다면, 그냥 자신 혼자만이라도 가서 도와주면 되니까.
하지만 백시우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괜히 그런 말을 꺼냈다가는 또다시 성유라가 폭발할 게 분명했으므로.
백시우는 아쉬운 마음으로 신호탄이 터진 방향을 쳐다봤다.
이미 붉은 연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부디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빌며, 검을 휘둘렀다.
캐개갱-!
스킬도 쓰지 않은 단순한 베기였다.
하지만 검의 궤적에 걸린 다섯 마리의 몬스터가 그대로 쪼개졌다.
제국이 지원해 준 검과 그의 검술이 만나 가능한 일이었다.
“마력은 충분해?”
백시우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검을 습관적으로 털어내며 친구들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누굴 바보로 아나. 마력 관리는 기본 중 기본 아니야?”
성유라가 대표로 대답했다.
자신들은 다른 멍청한 용사들과 달랐다.
버스라는 쉬운 성장방법에 섞여 있는 함정을 진즉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실전경험을 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버스와 실전을 번갈아가며 이용한 그들은, 그 어떤 용사들보다도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거기에 최소 S급 이상의 직업은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나는 솔직히 다른 녀석들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 마왕 같은 건 우리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었다.
마왕은 지금까지 일곱 번이나 강림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용사들에게 패배했다.
용사들의 수는 적을 땐 두 명밖에 없을 때도 있다고 했으니, 자신들 다섯 명이라면 차고 넘칠 것이다.
성유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뭐, 고기방패로라도 쓰려는 거겠지.”
박진한은 자신의 팔을 물고 있는 늑대의 머리를 구기며 말했다.
이빨이 박혔어야 할 그의 피부에는, 작은 생채기조차 생기지 않았다.
“맞아. 그 녀석들이 있어야 우리가 더 돋보일 수 있기도 하고. 엑스트라 역으로는 딱이잖아?”
김태진이 오랜만에 박진한의 말에 동조했다.
“그런가? 하긴, 쓸모 있는 장기 말들이 많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성유라는 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다른 용사들이 선망의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면, 우쭐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이 세계 원주민들의 것과는 다른 쾌감이 있었다.
“그,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쁜 거 같은데…….”
그런데 임태은은 그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깨 위에 드래곤을 얹은 채, 조금 떨어진 곳에서 후방 지원을 하던 그녀가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태은아, 너는 너무 착해. 그렇게 살면 나중에 진짜 호구 소리 듣는다?”
성유라는 자신의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충고했다.
“으, 응…….”
임태은은 흠칫-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다 좋은데, 성격이 너무 물러.”
운동신경은 부족하지만, 뛰어난 머리와 병약한 외모로 인해 인기가 꽤 많은 임태은이다.
하지만 착하다 못해 바보 같을 정도로 순진하고 소심한 성격이 문제였다.
만약 자신들이 옆에서 그녀를 챙겨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다른 놈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정도로 말이다.
“미, 미안해.”
임태은이 쭈뼛거리며 사과했다.
“됐어. 너는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러면 괜찮을 거야.”
백시우는 검을 휘두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은 정말 좋은 친구였지만, 이럴 때는 답답했다.
‘선민사상? 교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친구들의 집안은 한국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명문가였으니까.
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스스로의 재능 역시 뛰어났으니,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백시우는 아니었다.
그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었다.
친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럼에도 백시우가 저들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재능이 찬란하게 빛났기 때문이었다.
공부, 운동, 외모.
그 어느 것 하나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곳에서마저 SSS급의 직업을 얻을 정도다.
그러니 저 자존심 덩어리인 친구들도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백시우는 친구들의 성격이 부담스러웠다.
‘차라리…….’
그의 머리에 한 얼굴이 떠올랐다.
D급 용사.
나이도 많고, 외모도 평범하고, 등급은 최악이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부족한 사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내보였다.
그것도 다른 게 아닌 실력으로 말이다.
‘그 사람이라면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자리를 만들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어렵겠지?’
백시우는 곁눈질로 성유라를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사람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무시한다.
성유라의 입장에서 서우진은, 그야말로 벌레와 별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는 최하등급인 D급의 용사였으니까.
신경쓸 필요도 없고, 자신의 눈앞에 알짱거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할 것이다.
‘저 녀석과 함께 있는 이상은 불가능해.’
백시우는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서우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파티 때 보여주었던 주먹질도 어떻게 한 건지 궁금했고, 토벌 때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도 궁금했다.
궁금한 것도 묻고, 친분도 나누고 싶었다.
‘방법을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
백시우는 몬스터의 머리를 검으로 쪼개며 생각했다.
* * *
“왔다! 왔다! 아저씨, 무슨 일이었어요? 막 몬스터들이 몰려왔어요? 아니면 다른 일이 생겼어요? 아, 빨리 얘기 좀 해줘봐요!”
확실히 이지아는 차원이 달랐다.
조금 전 강병규의 질문 공세도 대단했지만, 원조는 그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잠시만. 조금 씻고 와서 얘기해 줘도 될까?”
마지막에 부르타엘이 죽으며 쏟아낸 피가 서우진에게 꽤나 튀었다.
괜히 찝찝했기에, 지금은 일단 씻고 싶었다.
지쳐 있는 강병규도 쉴 시간이 필요하고.
“아, 그래요. 그럼 일단 씻고 오세요. 저희는 그동안 먹을 걸 좀 준비해 놓고 있을게요.”
서우진의 꼴을 확인한 이지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으, 차갑다.”
서우진과 함께 냇가에 몸을 담근 강병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은 좀 어때?”
서우진이 물었다.
큰 부상은 없어 보였지만, 다크 엘프에게 죽었다 살아났으니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아무렇지도 않아, 마력이 텅텅 빈 것 말고는.”
안 그래도 딸리던 마력을 모아, 기사들을 안내하는데 사용했더니 한 톨도 남아 있질 않았다.
“다행이네.”
서우진이 묘한 눈길로 강병규를 쳐다봤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동갑인지라 친구가 되기로 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해 줄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항상 무시를 당해왔던 서우진의 입장에선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지구에서도 몇 없던 친구가, 이곳에서 생겼다는 것도 조금 새로웠고.
‘이렇게 한 명씩 내 편으로 만들어볼까?’
그럼 훗날 자신이 마왕으로 밝혀져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안면을 바꾸고 다짜고짜 죽이려는 사람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혼자인 것보다는 같은 편을 만들어두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맞다.”
강병규의 음성에 생각에 잠겨 있던 서우진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까 좀 이상한 걸 발견했는데 말이야. 너무 급해서 확인은 못 했거든?”
“이상한 거?”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고 해야 되지? 무슨 입구 같은 곳이었어. ‘탐색’ 스킬에 걸렸거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