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2)
562화.
전투는 백중세였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마왕의 군세 쪽이 조금 더 우세했다.
4백만에 달하는 숫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다주었으니까.
심지어 병력의 질 역시도 마왕의 군세 쪽이 한 수 위였다.
마수와 몬스터의 피지컬은 일반 병사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힘과 숫자에서 밀리고 있음에도, 병력은 잘 버텨주고 있었다.
연합군의 병력에는 병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국이 자랑하는 강력한 기사단과 하늘탑의 마법사, 그리고 얼마 전에 합류한 아이에르의 신성기사단과 사제들까지.
그들의 힘 덕분에 그나마 이렇게라도 간신히 버티는 중이었다.
물론, 한계는 명확했다.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연합군의 진영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적의 숫자가 너무도 많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과 마력은 고갈되고, 그들을 지원하던 사제들의 신성력도 바닥이 날 게 뻔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속절없이 무너지겠지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요른이 입술을 짓씹었다.
이대로 가다간 패배가 확정된다.
지금도 속속 다른 왕국들의 지원이 도착하고 있었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요른은 고개를 돌려 또 다른 전장들을 살펴보았다.
용사와 초극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들이 보였다.
사실상 연합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강의 전력.
만약 그들이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면, 단숨에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들의 힘은 그야말로 하늘에 닿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렵겠군요.’
그들은 현재 병사들보다도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왕의 열두 권속.
하나하나가 압도적인 마기가 있는 존재들이다.
어찌나 강한지, 연합군 측에 저들을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용사의 수가 그들을 아득히 넘어설 정도로 많다는 것.
그리고 서우진의 동료들은 권속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오늘 안에 판가름이 나진 않을 것 같고.’
그들의 전투는 단시간 내에 결판이 지어질 정도로 쉽지 않았다.
서로의 전력이 엇비슷하기에 오히려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만큼 피해도 더 커지겠지요.’
안타깝게도 벌써 목숨을 잃은 용사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적어도 다섯에서 많으면 열에 달하는 용사들이 전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두 C급에 불과한 이들이었다.
전력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린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전투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용사들의 희생은 계속 늘어날 게 분명했다.
더 문제는 과연 권속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해도, 과연 그들에게 마수와 몬스터들을 상대할 힘이 남아 있냐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전쟁은 패배하겠지요.’
요른이 한숨을 내쉬었다.
길게 뻗은 그의 귀가 조금 아래로 처졌다.
“요른 경.”
그때, 누군가 다가오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 어떻게 되었나요?”
요른은 어두운 기색을 지우고 그를 반가이 맞이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추적을 해보았으나, 결국에는 흔적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크루시엘.
그곳의 최정예 요원이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런가요?”
요른 역시 씁쓸한 기색이었다.
‘역시 그건 서우진이었겠죠?’
잠시 조금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갑작스레 마왕이 전장에 나서고, 타이밍 좋게도 누군가 그 강대한 존재를 막아섰다.
그건 바로 ‘검은 존재’.
한동안 제국과 크루시엘의 골치를 아프게 했던 바로 그놈이었다.
요른은 그를 직접 두 눈으로 목도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검은 존재’가 정말로 서우진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그나 경이 알면 분통을 터트리겠군요.’
그녀는 계속해서 서우진을 의심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아그나의 감정과는 별개로, ‘검은 존재’가 된 서우진의 힘은 대단했다.
마왕과 직접 격돌하며 퍼져 나갔던 후폭풍이 잠시나마 이 거대한 전투를 중단시킬 정도였으니까.
그야말로 하늘 밖의 하늘을 거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사라졌다.
초극의 경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요른조차도 둘의 움직임을 인지하지도 못한 것이다.
마왕과 서우진은 사실상 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절대적인 힘이 있는 지닌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당장 찾아야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느 쪽이 승리했는지 확인이라도 해야만 한다.
그래서 크루시엘에게 부탁했다.
마왕과 서우진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달라고.
하지만 그 결과는 보다시피 실패였다.
요른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짐작이 가는 바는 있습니다.”
깊게 빠져들었던 상념 사이로 크루시엘 요원의 음성이 들렸다.
“짐작?”
요른의 눈이 커진다.
그것부터 말을 해줬으면 이렇게 골치 아플 필요가 없었을 텐데!
괜히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요원을 노려보았다.
그걸 본 요원이 흠칫 놀라 헛기침을 했다.
“흠흠- 죄송합니다. 이 부분을 먼저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는 요른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중간에 흔적을 놓치기는 했지만, 방향은 파악했습니다.”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요원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긴 요른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무도 그립고, 안타까운 곳이 있는 방향이었으니까.
‘나의 고향.’
그리고 모든 엘프들의 안식처인 ‘팔로타인 라세’였다.
“확실한가요?”
“그렇습니다. 혹시 몰라 따로 요원들을 선발해 그쪽으로 파견을 보내두었습니다.”
그들은 아마 죽을 것이다.
멀리 떨어져서 관찰한다고 해도, 그들의 싸움이 끼치는 영향력은 시야가 닿는 거리를 뛰어넘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파악을 해야만 한다.
“저희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둘게요. 서로 공조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러시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겠군요.”
일반적으로 엘프의 시력은 인간보다 월등하다.
타고난 파수꾼인 그들은, 훈련된 크루시엘의 요원들보다도 뛰어났으니까.
그런 엘프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잠시도 눈을 떼선 안 돼요. 하늘탑의 도움을 받아 실시간으로 보고할 수 있는 장비도 챙겨가는 게 좋을 테고요.”
“그리하겠습니다.”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단 한 글자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요른은 그런 요원에게 디테일한 지시를 몇 가지 더 이야기해 주고는 보냈다.
‘하아-’
가슴이 답답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곳을 바라본 요른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녹빛 검을 강하게 쥐었다.
‘나도…….’
후방에서 지휘만 할 게 아니라, 저렇게 직접 권속들과 싸우고 싶다.
하지만 초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약간의 걱정이 서린 시선으로, 권속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기사 한 명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도달한 걸까요?’
그 기사를 처음 봤을 땐, 분명 중급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다시 본 지금은, 초극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성장속도다.
심지어 그 기사는 여자가 아니던가?
‘분명 아일린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요른은 그 누구보다도 처절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곳을 밟은 존재에 대한 존경과 더불어 질투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 * *
“허억- 헉-!”
서우진이 봤다면, 분명 박장대소할 모습이었다.
그토록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자신이, 이토록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았다.
크르르르르-
늑대의 형상을 한 거대한 괴물이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으니까.
마치 상어처럼 이중으로 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던 놈이 다시 한번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크윽!”
너무 빠르다.
저 날카로운 이빨도 문제였지만, 더 큰 위협은 바로 저 속도였다.
아일린은 마력을 휘돌리며 다급히 몸을 날렸다.
카가가각-!
하지만 늦었다.
머리를 으깨기 위해 다가오던 이빨은 간신히 피했지만, 발톱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착용하고 있던 푸른 흉갑이 기다랗게 찢겨져 나갔다.
웬만한 기사의 검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갑주가 종잇장처럼 찢어지다니.
만약 맨몸으로 발톱을 받아냈다면?
아일린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피해요!”
리나르의 단호한 외침이 들렸다.
아일린은 망설이지 않고 상체를 뒤틀었다.
그러자 허공에 몸을 숨기고 있던 리나르의 검이 놈의 눈알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완벽한 기습.
제아무리 마왕의 권속이라 해도 절대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카아앙-!
안타깝게도 리나르의 실력으로는 눈알을 꿰뚫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초극의 경지에 오르거나, 그에 근접한 이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리나르는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통할 것이란 생각도 하지 않은 듯했다.
그저 아주 잠깐이라도 시선을 돌릴 수만 있다면 족했다.
“지금!”
진짜 공격은 아일린이 해줄 테니까.
스아아아아아악-!
몸을 틀었던 그녀의 육체가 둥근 원을 그렸다.
타오르는 듯한 푸른 오러가 허공에 새겨졌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 움직임이 멈춘 권속을 베기엔 충분했다.
서걱-!
검이 놈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커어어어어엉-!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치 물이 흐르는 듯한 연계에,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당해 버린 탓이었다.
‘이런…….’
작지 않은 부상을 입혔다.
하지만 아일린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노렸던 것에 비해선 상처가 너무 얕았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중상은 입혔어야 했는데.’
이 공격으로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치명상, 혹은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을 정도의 중상은 입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패야.’
그렇다면 몸을 피해야만 했다.
상처 입은 권속의 분노가 쏟아질 차례였으니까.
“흐읍!”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참으며, 발을 굴렀다.
콰득-!
땅이 뒤집히며 아일린의 신형이 그대로 튕기듯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마기로 가득한 권속의 이빨이, 방금 전까지 아일린이 있던 자리를 물어뜯었다.
“공격해요!”
일단 계획이 틀어졌으니, 지금은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때였다.
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한 아일린이 소리치자, 거대한 마력이 꿈틀거렸다.
“익스플로전 애로우!”
쐐애애애애애애액-!
창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 크기의 화살이 쏘아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터지며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이제 저희에게 맡겨요.”
기회를 노리고 있던 용사들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부탁해요.”
아일린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뒤에 있는 용사에게 말했다.
“금방 끝날 거예요.”
A급 ‘인크레더블 아쳐’.
어느새 100레벨을 달성한 박혜경이 믿으라는 듯 눈을 빛내며 활의 시위를 당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