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3)
563화.
‘팔로타인 라세’는 여전히 죽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왕과 그의 군세가 모두 자리를 떠났음에도 여전히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저런 게 있었던가?’
저 멀리 중세 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물이 하나 보였다.
상당한 거리가 있었음에도 눈에 띌 정도면,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 듯했다.
‘아, 저게 마왕성인가?’
이전에 들은 적 있다.
마왕은 언제나 자신의 성과 함께 이 세계에 강림했었다고.
물론 그 마왕성이라는 게 특별한 힘이 있다거나, 전략적으로 대단한 위치에 나타나는 건 아니다.
그저 상징성.
마왕이 세계에 강림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 일곱 번의 강림 전쟁에서도, 마왕성에 직접 들어가 본 용사는 전무했다.
마왕을 몰아내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신기루처럼 사라졌으니까.
그래도,
‘웅장하긴 하네.’
고작 형태만 간신히 보일 정도였지만, 서우진은 마왕성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드나?”
그런 서우진의 모습을 보고 신지환이 물었다.
여전히 나른하고 권태로운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성을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 하는 존재다.”
신지환은 마왕을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하듯 말했다.
그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거기에 신경쓰기엔, 앞에 있는 신지환의 마기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네.’
신지환은 몸이 달아오른 모양새였다.
대화 따위는 집어치우고, 서우진과 제대로 한번 싸워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젠장.’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솔직히 여기까지 놈을 데리고 온 건, 그저 시간을 좀 벌기 위함이었다.
물론, 괜한 피해를 막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혼돈기를 회복하는 게 더 급선무였다.
‘아직 10% 정도인가?’
완전한 상태에 비하면, 현재 서우진에게 남아 있는 혼돈기의 양은 고작해야 1할 정도.
‘이걸론 턱도 없는데.’
최고의 컨디션으로 싸워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적이다.
그런데 지금으로선, 고작해야 한 시간도 채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서우진에게는 아직 몇 가지 수가 더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걸 최대한 활용해 보는 수밖에.’
서우진은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나쁘지 않네.”
생각을 끝낸 서우진이 신지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놈이 미소를 지었다.
밝은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뭔가 뒤틀린 듯한 느낌이 강하게 묻어 있는 미소였다.
“고맙군. 저걸 얻기 위해 고생깨나 했거든.”
고생이라…….
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분명 피와 죽음으로 점철되어 있는 사연이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서우진은 슬쩍 대화의 주제를 바꾸어보았다.
“뭐 하나만 물어보자.”
신지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제 슬슬 본격적인 싸움을 벌이고 싶은데,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나 다짜고짜 마기를 터트릴까 싶어, 서우진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대체 한국인이 마왕이 돼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이유가 뭐지?”
시간을 끌기 위함도 있었지만, 정말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대충 시스템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마르테스에게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이유라…….”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을까?
신지환은 잠시 멈칫했다.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지만, 서우진은 그 모습을 포착했다.
‘뭐지?’
뭔가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설마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하고 있는 건 아닐 텐데.’
신지환은 강하다.
얼마나 강하냐면, 혼자서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여기가 지구였다면, 놈은 정말이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완벽하게 모든 것을 파괴했을 것이다.
그런 존재가 타의에 의해 강제되고 있다는 건, 솔직히 믿기 힘들었다.
서우진이 궁금하단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자, 신지환이 이내 답을 했다.
“퀘스트 때문이라고 해야 하겠지.”
“…퀘스트?”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용사들의 성장 방식도 게임과 유사하다고는 하지만, 퀘스트 같은 건 없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서우진이 모를 리도 없었고.
“그래, 퀘스트. 나는 그것을 완수해야만 한다.”
씁쓸해 보이는 표정을 보면, 그 보상이 탐나기 때문은 아닌 듯했다.
“완수하면 뭐가…….”
“잡설이 길었군.”
퀘스트 완료의 보상이 무엇인지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신지환은 그런 서우진의 말을 끊었다.
더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뜻이 확실했다.
“이제 그만 결판을 내지. 이런 세계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마기가 들끓어 올랐다.
‘…X발.’
조금만 더 시간을 끌고 싶었는데, 이젠 그것도 한계인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빠른 속도로 주변을 잠식해 가는 신지환의 마기를 느끼며,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미친놈.’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조금 전 전장에서 느꼈던 놈의 마기도 대단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아까는 대충한 건가?”
“그저 인사를 했을 뿐이다.”
반갑다고 인사한 것치고는 너무도 강력하지 않았던가.
무려 수만의 생명이 그대로 스러졌으니까.
“그렇군.”
서우진은 말도 되지 않는 놈의 말에 심호흡하며, ‘카 라니엘’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댔다.
“한 가지 제안을 하지.”
그때, 신지환이 말했다.
“뭐지?”
서우진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상태로 물었다.
그러자 놈은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의 권속이 되어라. 너라면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런 곳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느니, 나의 그늘 아래에 들어오는 것이 나을 터.”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 때에 스카우트 제의라니.
서우진은 고민하는 척도 하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개소리 말고 덤벼.”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자, 신지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예의상 물어본 것이었다.”
화아아아아아악-!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마기가 밀려들어 왔다.
“황혼.”
스킬이다.
순식간에 주변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정말로 해가 질 무렵의 어스름한 때라도 된 것처럼.
“받아보거라.”
어둠은 그대로 서우진을 향해 다가왔다.
‘흐읍!’
어두운 빛에 닿은 모든 것들이 스러진다.
모든 기운을 소진하고 쇠퇴하는 듯한 모습.
그야말로 ‘황혼(黃昏)’이라는 스킬 이름에 걸맞은 현상이었다.
‘위험하다!’
서우진은 본능적으로 저것과 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지고화!”
서우진의 육체를 중심으로 암흑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두운 빛과 검게 타오르는 불꽃이라니.
모순적인 현상과 현상이 서로 충돌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예상했던 폭발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자리싸움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불꽃은 빛을 집어 삼키고, 빛은 불꽃을 꺼트렸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밀린다.’
모든 것을 불태우는 ‘지고화’가 ‘황혼’에 의해 밀려나고 있었다.
물론 속절없이 밀리는 건 아니었다.
‘지고화’ 자체가 엄청난 힘이 있는 스킬이기도 했거니와, 변화한 혼돈기에는 신성력도 합일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라도 버티지 못했으리라.
‘그래도 안 돼.’
남아 있는 혼돈기의 양이 너무도 적었다.
상성상 우위에 있다 하더라도,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물이 아무리 불을 끈다 하더라도, 물병 하나로는 산불을 끄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크으윽-!’
혼신의 힘을 다 해보았지만, ‘황혼’이란 이름의 소멸기는 점차 서우진을 향해 다가왔다.
‘어쩔 수 없나?’
조금 나중에 쓰려 했지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닌 듯했다.
“셀레스티얼 윙.”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밝은 빛을 터트렸다.
화아아아아아아악-!
동시에 꺼져 가던 혼돈기가 폭발하듯 그 크기를 키워 나갔다.
‘지고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냇물처럼 흘러들어 오던 연료가 밀려오니,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콰가가가각-!
다가오던 어두운 빛이 멈췄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지고화’는 그대로 ‘황혼’을 집어삼켰다.
거대한 화마(火魔).
저벅-
서우진이 흑암의 불꽃 사이로, 신지환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건 또 신선하군. 일종의 증폭기인가?”
놈은 갑자기 몇 배나 강해진 서우진의 기운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제법이긴 하다만,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텐데?”
사실이었다.
‘셀레스티얼 윙’을 최대 출력으로 사용했으니, 기껏해야 2분에서 3분 남짓이 한계였으니까.
신지환은 서우진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몇 분 정도야 버틸 수 있다는 뜻일까?
둘 중 어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여전히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긴 하다만.”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곤, ‘카 라니엘’을 들어 신지환을 겨누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
‘혼돈 세계’.
시간과 공간이 모두 뒤죽박죽 섞이며, 주변의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지고화’에 의해 집어삼켜지고 있던 ‘황혼’은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고, 오직 서우진의 의지만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이 안에서 시간은 의미를 잃는다.
‘셀레스티얼 윙’의 제한 시간도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제대로 붙어보자고 했지?”
서우진은 끝없이 차오르는 전능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하던 대로 해주마.”
콰아앙-!
‘카 라니엘’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신지환의 목이 꺾였다.
그사이의 딜레이는 제로였다.
문자 그대로 동시에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주륵-
‘카 라니엘’의 날이 닿은 목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지금껏 상처는커녕, 그 어떤 충격도 받지 않았던 놈에게 출혈을 일으킨 것이다.
“너…….”
처음이다.
신지환의 눈동자에 권태라는 지독한 감정이 사라지고, 분노가 차오르고 있었다.
상처를 입어서인지, 아니면 반응을 하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마음에 들어?”
으드드드득-
신지환의 육체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 배, 스무 배, 그리고 백 배.
중력을 조절해 놈을 억눌렀기 때문이었다.
어마어마한 무게를 지니게 된 ‘카 라니엘’이 천천히 놈의 목을 파고들었다.
끼기긱-
어찌나 피부가 단단한지, 마치 금속이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지만 ‘카 라니엘’은 착실하게 놈의 목을 베고 있었다.
‘방심하면 안 돼.’
처음으로 우세한 위치를 점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혼돈 세계’는 이전에 아르제베토에게도 파괴된 전력이 있었다.
신지환이라면 훨씬 쉬울 터.
그전에 최대한 많은 충격을 쌓아두어야만 한다.
‘나락살’.
스킬이 발동되며, ‘카 라니엘’에 지옥의 힘이 깃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