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4)
564화.
‘이길 수 있어!’
이지아는 자신의 주먹과 동료들의 스킬이 권속을 쉴 새 없이 두들기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엔 백중세였다.
권속의 힘은 너무도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무려 여섯 명의 용사가 합공했음에도 놈은 그 모든 것을 무효로 돌릴 정도였다.
하지만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여섯 명이 사력을 다해 공격을 퍼붓자, 권속은 빠르게 무너져갔다.
6:1이라는 수적우위와 104레벨이라는 이지아의 존재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콰아아앙-!
주먹으로 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터진 것은 소리만이 아니었다.
“커으윽!
정통으로 주먹이 꽂힌 어깨가 마치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뜯겨졌다.
이지아의 스킬인 ‘버스트 스트라이크’의 위력이었다.
단순한 주먹질이 아닌, 충돌한 대상을 파괴하는 효과가 발현된 것이다.
반쯤 뜯긴 팔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나는 권속을 보며, 이지아가 소리쳤다.
“이제 죽여요!”
지금이 기회였다.
지금이라면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이지아의 외침에 김우람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타닷-!
경쾌한 발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선 녀석의 손에서, 기다란 철창이 뱀처럼 뻗어나갔다.
“블랙맘바!”
검은 창날이 뱀처럼 휘어지며, 놈의 목을 노렸다.
“크윽!”
권속은 창극 안에 담겨 있는 치명적인 독을 눈치채고는, 다급히 몸을 비틀었다.
촤아악-!
하지만 방금 전에 입은 부상 덕에 움직임이 늦었다.
결국 김우람의 창이 목을 스쳐 지나갔다.
“좋아!”
녀석이 쾌재를 불렀다.
‘블랙맘바’는 아주 약간의 상처를 입히기만 해도, 상대를 죽음으로 이끌 정도의 맹독을 품은 스킬이었다.
그런데 결코 작지 않은 상처, 그것도 목을 스쳐 지나갔다.
‘오래 못 버텨!’
물론,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이 스킬 하나만으로 놈을 죽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이 한 수로 인해 놈의 힘이 절반은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껌이지.’
안 그래도 몰아붙이고 있는 형세였다.
그런데 중독까지 되었다면, 결과는 뻔했다.
놈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거무죽죽한 것을 보니, 확실히 중독이 됐다.
그것을 본 용사들이 눈을 빛냈다.
망설이지 않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스킬들 중 가장 강력한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이지아와 김우람의 일격에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놈으로선,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커다란 먼지구름이 치솟아 올랐고, 그사이로 권속의 모습이 가려졌다.
“후우-”
이지아가 가늘게 숨을 내뱉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호흡이 가빠오긴 했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신경을 써야만 했다.
‘죽었을까?’
눈을 가늘게 뜬 채, 먼지구름 사이를 노려보았다.
그 강력하던 마기가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만 보면 놈이 죽었을 확률은 높았다.
하지만 이지아는 절대 마음을 놓지 않았다.
만약 함정이라면?
최소한 한 명이라도 데리고 가겠다며, 숨을 죽이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놈이 지금껏 보여준 교활한 모습을 보면, 죽은 척 공격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이지아는 방심하지 않고 마력을 끌어올린 상태로 경계심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때,
쐐애애애애애액-!
‘역시!’
뭔가가 날아왔다.
혼신의 힘을 다하기라도 한 것처럼 방금 전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마기가 끔찍할 정도로 담겨 있었다.
“조심해요!”
이지아가 앞으로 나서며, 스킬을 발동했다.
1초에 수백 번.
마치 발칸포가 발사된 것처럼, 이지아의 주먹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
한 방, 한 방이 집채만 한 바위를 부숴 버릴 정도의 힘이 담긴 주먹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날아오던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이내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익!’
하지만 이지아의 상태도 그리 좋지는 못했다.
대체 얼마나 강력한 마기가 담겨 있는지, 강철과도 같았던 그녀의 주먹이 부서지고 있었다.
한 번 충돌할 때마다 뼈가 부러지고, 피부가 찢겨져 나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방어를 포기한다면, 뒤에 있는 용사들 중 한 명은 반드시 죽을 테니까.
더는 자신의 눈앞에서 누군가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야아아아아압!”
기합성을 내뱉으며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다 썼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얼굴에 뜨거운 액체가 튄다.
깨져 버린 주먹에서 흘러나온 핏방울이었다.
“비켜요!”
등뒤에 있던 김우람이 소리쳤다.
이대로 뒀다간 이지아가 큰 부상을 입을 게 걱정되었던 것이다.
“안 돼! 너는 못 막아!”
하지만 이지아는 냉정하게 그것을 거부했다.
김우람은 강하다.
C급에 불과하긴 했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100레벨을 달성했으니까.
하지만 동료들 중에서는 가장 낮다.
물론, 비전투 직업을 지닌 이들보다는 강했지만, 지금 날아오는 것을 막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이대로 김우람에게 맡긴다면, 후회할 게 분명했다.
‘지금은 내가 맡는 게 나아!’
이지아는 끊임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점차 가까워지는 무언가가 완전히 속력을 잃고 멈춰 설 때까지.
손가락뼈가 모두 부러지고, 손목까지 꺾였다.
찢어진 피부 사이로 피와 부러진 뼛조각이 튀어나왔다.
너무도 끔찍한 고통에 머릿속이 새하얘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지아는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 이어지던 폭음과는 달리, 엄청난 크기의 폭발이 일어났다.
“아아아악!”
그 충격을 견뎌내지 못한 이지아가, 뒤로 튕기듯 날아갔다.
“누나!”
깜짝 놀란 김우람이 그런 이지아를 받아 들었다.
동시에 표정이 굳어졌다.
팔의 몰골이 엉망이었다.
마치 고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치료한다 해도, 완전히 회복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괘, 괜찮아요?”
팔꿈치 밑으로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변한 이지아의 상태에 김우람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신을 잃은 건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 같긴 했지만, 그보단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자신의 팔을 박살낸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아아-’
철저히 파괴된 고깃덩어리였다.
본래는 마왕의 권속이었을 그건, 이지아의 주먹에 철저하게 파괴되어 본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법 같은 게 아니었구나.’
모든 마기를 끌어모아, 육탄으로 돌격을 한 것이다.
이지아는 왠지 구역질을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지금까지 누군가를 죽여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저렇게 묵사발을 내본 경험은 전무했다.
박살난 양손에서 권속을 파괴하는 느낌이 생생했다.
‘그래도…….’
이겼다.
무려 열두 명의 권속 중 하나를 자신의 주먹으로 죽인 것이다.
‘레벨이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이 고통도 사라졌을 테고, 다른 동료들을 도울 수도 있었을 터.
이지아는 아쉬움에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누나! 누나아!”
아득해져가는 의식 사이로, 놀란 김우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조금만 자고…….’
일어나야겠다.
* * *
죽고 죽이는 싸움은 이지아가 있는 곳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병력의 충돌을 제외하고도, 열한 곳에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이지아 팀처럼 승리한 곳도 있었고, 그와는 반대인 곳도 있었다.
카론은 거친 움직임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다.
“허억- 허억-”
폐가 목구멍을 빠져나올 것만 같았다.
“별것 없군.”
“맞아.”
“이제 죽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머리가 셋 달린 권속이, 그런 카론을 보며 조롱했다.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통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도 힘들었다.
“죽일까?”
“좋아.”
“저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머리통들은 카론의 죽음을 결정했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면, 혼자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권속 놈들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마왕도 아니고, 고작해야 놈의 부하에 불과한 놈이지 않은가?
카론은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대공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 브리아니는 분명 함께 싸우자고 제안을 해왔다.
용사보다는 수호자라는 이름하에 한데 묶여 있는 자신들끼리 힘을 합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하지만 카론과 다리엘은 그것을 거부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이었다.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어,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기고는 있는 건가?’
모르겠다.
하지만 카론은 회의적이었다.
자신도 이토록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다른 곳이라고 유리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야단났군.’
카론은 바닥을 드러낸 마력을 조심스럽게 끌어올리며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더는 혼자서 싸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도움을 요청해야만 한다.
‘가장 가까운 곳이…….’
그때,
“눈알 돌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군.”
“맞아.”
“저 눈알을 뽑아서 죽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카론의 생각을 눈치챈 권속이 내뱉은 말이 들려왔다.
‘이런!’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지만, 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앙-!
“커어억!”
몸통만 한 발에 가슴이 걷어챘다.
온몸이 박살내는 충격과 함께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뒤늦게 자세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놈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잔머리를 굴리는 놈은 죽어야지.”
“그래.”
“머리를 뽑아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의 살기가 쏘아졌다.
‘아, 안 돼!’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다.
자신은 제국의 수호자.
드높은 긍지와 최강의 힘을 지닌 권공이다.
마왕도 아닌, 이딴 놈에게 죽을 순 없었다.
“이이익!”
이를 악다물며 주먹에 모든 힘을 모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권공(拳公)이란 칭호가 붙은 존재답게, 거대한 마력이 전면을 휩쓸었다.
하지만…….
“너는 나의 상대가 안 된다.”
“맞아.”
“팔을 먼저 뽑은 뒤에 죽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도 쉽게 그의 주먹을 피한 권속이, 손에 든 몽둥이를 내려쳤다.
퍼어어어어어억-!
피가 튀었다.
단순한 나무로 이루어진 몽둥이는, 권속의 마기를 머금은 채 그대로 카론을 부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그 흔한 비명조차 한 마디 내지르지 못했다.
머리가 산산이 터져 나가며, 허공으로 흩어졌으니까.
권공 카론은, 그대로 즉사한 채 쓰러졌다.
첫 번째 패배.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하게 전사하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