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6)
566화.
뭐라고 해야 할까?
서늘하다? 살벌하다? 두렵다?
그런 단어로는 지금의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의 거대한 압박을 느꼈다.
그저 바라보는 것일 뿐임에도.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걸 찾자면…….
‘드레이카스를 마주했을 때인가?’
검 한 번 제대로 잡아본 적도 없을 시절의 일이었다.
북방에서 갑자기 나타난 드레이카스의 앞을 막아섰을 때 느꼈던 막막함.
자신은 절대 상대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심각했지만 말이다.
으득-!
서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다물었다.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잇몸 사이로 피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X발.’
쉬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한없이 불리하고, 패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고?’
200레벨을 넘겼고, 신성력을 얻었으며, ‘마왕화’ 상태인데다,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했고, 여기는 ‘혼돈 세계’ 내부다.
모두 서우진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놈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있었다.
‘솔직히 한번 붙어볼 만큼은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자신만의 착각인 모양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마르테스조차 신지환의 강함을 정확히 보지는 못한 듯했다.
그랬다면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안식을 얻을 순 없었을 테니까.
“후우-”
심호흡하며 혼돈기를 돌렸다.
우드득- 우드드득-
산산이 부서진 뼛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이내 완전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금의 서우진에게 이 정도는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저놈도 가능하다는 거지.’
지금 상황은 신지환에게 한없이 불리했다.
그런데도 서우진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빠른 회복 속도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둘이 지닌 힘의 격차를 보여주는 듯해 서우진은 더욱 가슴이 답답해졌다.
“괴물 같은 놈.”
자신도 모르게 놈을 향해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하지만 신지환은 아무런 감흥도 보이지 않았다.
그건 너무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으니까.
“준비한 건 이게 전부인가?”
‘그렇다면 실망인데?’라는 뒷말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직 멀었어, 이 새끼야.”
번쩌억-!
‘카 라니엘’이 주변의 모든 것을 베기 시작했다.
땅과 하늘, 대기와 공간, 심지어는 시간까지.
‘혼돈 세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비물질들이 ‘카 라니엘’의 참격이 조각조각 나뉘었다.
“세계를 집어삼킨 뱀.”
신지환의 입이 열린다.
그러자 ‘혼돈 세계’의 틈을 비집고,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크기의 뱀이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요르문간드[Jǫrmungandr].
일명 세계 뱀이라 불리는 그 신화 속의 존재가 서우진의 참격을 막아섰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시간과 공간마저 베어내었던 참격이 막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뱀도 베어졌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도 거대해, 큰 의미가 없었을 뿐.
“집어삼켜라.”
신지환이 세계 뱀을 향해 명령했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
너무도 거대해져 스스로의 꼬리를 물 정도였다는 뱀이, 포효와 함께 서우진을 향해 짓쳐들었다.
콰과과과과과과-!
혼돈으로 가득찬 세계가 속절없이 부서져 나갔다.
뱀의 그 압도적인 크기를 감당하기엔, ‘혼돈 세계’가 너무도 작았다.
“크윽!”
서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요르문간드가 대단한 괴물이기는 하지만, 그래 봐야 신지환이 부리는 권속보다도 못한 존재에 불과하다.
지금의 서우진에게는 놈을 막아설 힘과 능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다급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놈에 의해 ‘혼돈 세계’가 완전히 와해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끝이야!’
이렇게나마 신지환과 싸울 수 있는 건, ‘혼돈 세계’의 영향이 매우 컸다.
만약 이 영역이 파괴된다면 더는 시간조절을 통해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할 수 없을 테고, 그 대가는 패배가 될 게 분명했다.
‘막아야 돼!’
놈이 완전히 이 세계를 집어삼켜 버리기 전에 요르문간드의 머리를 쪼개 버려야만 했다.
“일살도.”
200레벨을 돌파하며 새로 얻은 스킬을 발동했다.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었기에, 정확히 어느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려 200레벨을 넘어서야 받은 것이다.
결코 약할 리가 없었다.
서우진은 그런 확고한 믿음을 갖고 ‘카 라니엘’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단 한 번의 들어베기.
사선으로 이어진 검흔이 허공에 아로새겨졌다.
멈칫-
세계를 집어삼키고, 종래에는 서우진마저 씹어 먹을 기세로 다가오던 뱀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쯧, 안 되나?’
그것을 본 서우진이 속으로 혀를 찼다.
놈을 완전히 양단해 버릴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실패한 듯했다.
그래도 아무 소용도 없는 건 아니었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을 반쪽 내는 건 실패했지만, 적어도 두개골은 갈라 버렸으니까.
마치 폭포가 떨어져 내리듯, 붉은색의 피가 쏟아지며 바닥을 가득 채웠다.
덩치가 덩치인지라, 출혈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서우진이 손을 휘저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던 피가 그대로 존재를 상실하며 그대로 사라졌다.
신지환의 피를 소멸시킨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그 규모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지만.
쿠우우웅-!
거대한 뱀 대가리가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추락했다.
어찌나 무거운지, 땅거죽이 뒤집히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서우진이 발을 굴렀다.
쿵-
요르문간드가 일으킨 것에 비하자면 너무도 미약한 진각.
하지만 거짓말처럼 세계가 멈추었다.
진동은커녕, 미세한 공기의 떨림조차도 사라졌다.
“호오-”
신지환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서우진을 바라보았다.
“역시 이 영역은 너의 의지하에 놓인 곳이었군.”
처음 발동되었을 때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을 것이다.
놈의 권속들도 안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그저 확인한 것에 불과했다.
서우진의 의지가 지닌 힘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낫다. 마치 ‘마역 지정’ 같군.”
“…마역 지정?”
서우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스킬 이름이었던 것이다.
‘분명 ‘혼돈 세계’로 변화하기 전의 이름이 ‘마역 선포’였지?’
같은 ‘마왕’이라서 그런 것일까?
스킬도 비슷한 게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고차원적이야. 이건 좀 관심이 가는군.”
서우진을 바라보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동자로 ‘혼돈 세계’를 관찰하는 것 같았다.
서우진의 손가락이 까딱였다.
동시에 실보다 가느다란 오러가 흘러나오며, 놈의 미간을 노렸다.
빛살처럼 빠르고, 그림자보다 은밀했다.
티잉-!
하지만 당연하게도, 신지환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와중에도 그것을 막아냈다.
“두려운가?”
놈의 고개가 돌아오며, 서우진을 향해 물었다.
‘두렵냐고?’
당연하다.
놈이 이 세계에 강림한 뒤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두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겉으로는 강한 척, 자신 있는 척했지만…….
‘두렵지 않을 수가 없지.’
신지환의 힘에 경외감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반대로 분노 역시 느꼈다.
‘너 때문에.’
서우진이 이 낯선 세계로 끌려와 목숨을 걸고 수많은 싸움을 치렀다.
‘너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이들이, 수없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너 때문에.’
김다혜, 그 착하고 생각이 깊던 녀석이…….
으드드드득-
“두렵냐고?”
혼돈기를 끌어올린다.
‘마왕화’와 ‘셀레스티얼 윙’으로 증폭된 거대한 힘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오며 서우진을 가득 채웠다.
“물론 두렵지.”
서우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솔직한 속내를 내비치며 놈을 향한 분노를 더욱 뜨겁게 불태웠다.
“그렇다고 네놈 앞에 꿇어앉아 살려달라 구걸할 생각 따윈 없어.”
죽인다.
자신이 죽더라도, 최소한 놈이 다른 동료들을 건드릴 수 없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진짜로 목숨 걸고 덤벼. 내가 네놈의 목을 베어낼 테니까.”
‘카 라니엘’이 빛을 번뜩였다.
끝없는 살의와 전의로 가득한 검광(劍光).
그것을 본 신지환이 미소 지었다.
조금 전에 보였던 섬뜩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기뻐하는 듯했다.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손을 뻗어 ‘혼돈 세계’의 공간을 가르고,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놈은 저토록 쉽게 이 영역을 붕괴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리하지 않았다.
그저 ‘카 라니엘’과도 닮은 흑색의 검을 꺼내 들 뿐.
“이름은 없다. 적당히 쓸 만한 마수의 뼈를 깎아 만든 것이니.”
마수의 뼈로 만든 검이라기엔 너무 거대한 마기를 품고 있었다.
그야말로 마검(魔劍)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네놈의 검과 어울리기엔 충분할 테니, 실망하진 말도록.”
실망은 무슨.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오소소- 돋는구만.
“어디 오랜만에 한번 제대로 싸워보자. 최선을 다하거라.”
신지환이 검을 휘둘렀다.
* * *
서걱-!
마수의 팔이 떨어졌다.
마치 원숭이처럼 생긴 놈은 양팔이 잘렸음에도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아아아악!”
결국 피하지 못한 병사 한 명이 날카로운 이빨에 목을 뜯기고 말았다.
“X발, 죽여!”
옆에 있던 병사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동료의 목을 물어뜯은 마수의 목을 쳐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경동맥이 찢긴 병사는, 어마어마한 출혈과 함께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으아아아아!”
너무도 허무하게 동료를 잃은 병사들이 악을 쓰며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자리를 지켜라! 이성을 놓아선 안 된다!”
병사들의 뒤쪽에서 마법 지원을 하던 하늘탑의 마도사, 바르시크가 다급히 외쳤다.
평소의 냉담하던 그의 성격과는 달리, 지금은 모든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 있었다.
그만큼 현재 상황에 여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병사들의 귀에는, 그의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젠장.’
마기 때문이었다.
마왕이 남긴 마기가, 빠른 속도로 병사들을 침식하고 있었다.
점차 이성을 잃고 부나방처럼 적을 향해 달려들다, 이내 온몸이 굳어진 채 죽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다.
“플레임 월!”
바르시크는 적을 막기 위함이 아닌, 아군 병사들이 앞으로 달려나가지 못하도록 마법을 사용했다.
화르르르르륵-!
화염의 장벽이 만들어지며, 길을 가로막았다.
마수에게 달려들려던 병사들이 움직임을 멈춘다.
아무리 이성을 잃었다 한들, 불 속으로 뛰어들어 갈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어떻게든 해야……!’
간신히 병사들을 진정시킨 바르시크가 고개를 돌려 후방을 바라보았다.
요른과 젤론을 포함한, 각국의 중요 인사들이 모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저들의 회의가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이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터.
바르시크는 제발 마땅한 방법이 세워지길 바랐다.
“탑주시여.”
자취를 감춘 하늘탑의 주인을 떠올리며 기도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