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7)
567화.
“후퇴해야 하오!”
모히아딘이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젠 한계요. 더는 버틸 수 없단 말이오.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병력을 물리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건 오직 멸망밖에 없소!”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무려 백만이 넘는 병력이 철수하기엔, 터무니없이 짧았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후퇴를 시작해야만 한다.
그것이 병력을 조금이라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모히아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후퇴하지 않겠다면, 우리만이라도 전장에서 빠지겠소.”
야나그다르의 병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서우진을 따라 ‘팔로타인 라세’로 함께 들어온 전사들이 전부였으니까.
고작해야 수백 정도.
하지만 그들의 힘은 병사와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강력했다.
개개인이 중급 기사와 동급의 무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야나그다르가 철수한다면, 그 공백은 꽤 치명적으로 다가올 확률이 컸다.
“후퇴는 불가해요.”
그런 모히아딘의 의견에 반박한 건 요른이었다.
그는 병력의 철수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쪽이었던 것이다.
“이미 늦었어요. 이제 와서 아무리 체계적인 후퇴작전을 펼친다 해도 그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할 게 분명해요.”
요른이 지적하는 건, 바로 아군의 숫자였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차라리 맞서 싸우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요른은 모히아딘과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말했다.
“용사와 수호자, 그리고 각국의 초인들이 남아 있어요. 그들이 권속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뒤 전투에 합류한다면, 승산은 충분할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수와 몬스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긴 했지만, 초극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 앞에선 무의미하다.
시간의 문제일 뿐, 반드시 놈들을 모조리 밀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요른의 의견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그들이 승리할 것이라 어찌 확신하시오?”
이번엔 젤론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요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승리한다 해도,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 않소?”
병력이 전멸한 뒤에 지원을 와봐야 무슨 소용일까.
요른의 말대로 늦지 않은 타이밍에 그들이 권속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전투에 끼어든다면, 그야말로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바람일 뿐.
그것만 믿고 150만에 달하는 병사들의 목숨을 걸기엔, 너무도 무모했다.
젤론의 말이 폐부를 찌른 것일까?
요른은 잠시 입을 다물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젤론이 고개를 돌렸다.
“추기경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아이에르에서 파병을 나온 이들 중 프레이야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직위에 앉아 있는 인물이었다.
“심정적으로는 후퇴하는 게 옳다 생각됩니다만…….”
추기경은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의 말에 모히아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이에르의 힘으로 마기를 억누를 순 없소?”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의 젤론이 다시 한번 물었다.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정된 지역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에만…….”
“그게 어느 정도요?”
느릿느릿한 말투를 견디지 못한 모히아딘이 끼어들었다.
“으음…….”
추기경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30만 명 규모를 최대 다섯 시간까지는 보호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적다.
절대적인 수는 결코 적지 않았지만, 병력의 총원을 생각해 보면 너무도 부족했다.
무려 120만 명의 병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마저도 고작해야 다섯 시간.
이번엔 요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후퇴하지 않고 버틴다 해도,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 아니겠소?”
젤론의 말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된다.
방금 전까지의 대화로 보면, 절대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가 있다니?
“두 분의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수밖에.”
“아…….”
젤론의 대답은 실망감만 가져다주었다.
신성력으로 30만 명을 보호하며, 남은 이들을 후퇴하자는 말이었다.
결국 체계적인 후퇴를 하자는 모히아딘의 의견과 별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실망은 실망이고, 그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건 사실이었다.
트리안의 대장군이라면 묘책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조금만 버티면 될 거예요.”
요른이었다.
그는 어두운 안색으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혹시 시간을 줄이고, 보호할 수 있는 병력의 수를 늘릴 수 있나요?”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추기경은 그런 요른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 두 시간. 아니, 한 시간 정도로 줄인다면, 몇 명이나 보호할 수 있나요?”
“모든 병력을 보호하는 건 무리더라도, 거의 대부분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의미가 있습니까?”
대답하면서도 의구심이 든 추기경이 물었다.
전 병력을 한 시간 동안 마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너무 짧다.
고작 그 정도의 시간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요른의 대답을 기다렸다.
“지원이 오고 있어요.”
“…지원? 설마 그걸 믿고 버텨야 한다고 말한 것이오?”
모히아딘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병력뿐만 아니라 보급물자까지, 쉴 새 없이 후방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지원되는 병력을 믿고 전투를 지속하기엔, 그 효과가 너무도 미비했다.
본격적인 지원 병력이 도착하려면, 최소한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왕국의 지원 병력이 아니에요.”
그런데 요른은 고개를 저었다.
왕국이 아니라니?
그럼 민병이라도 조직되었다는 뜻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요른이 손을 들어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인간과는 다른, 뾰족하게 솟아오른 모양.
“혹시?”
젤론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고, 요른은 대답했다.
“고향을 잃어 분노한 동족들이 모두 이곳으로 오는 중이에요.”
엘프.
태생부터가 뛰어난 마법사인 그들이 합류한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요른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난쟁이 친구들을 비롯한, 대륙의 모든 이종족이 참전하기 위해 오고 있어요.”
그 수는 무려 200만.
연합군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숫자였다.
심지어 그들의 힘은 평범한 병사들에 비할 바 없이 강력하지 않던가?
거기에 마기에 대한 저항력도 인간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
그들이 도착한다면, 이 위기도 단숨에 역전될 수 있었다.
“그, 그게 정말이오?”
모히아딘이 눈을 부릅뜨며 묻자, 요른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였다.
“이런 자리에서 거짓을 말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요. 그러니 한 시간. 그 정도만 버텨주세요.”
후퇴가 아닌 전진.
이 땅에서 마수와 몬스터들을 몰아낼 수 있는 역전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젤론이 좌중을 둘러보았다.
각군의 책임자들이 짓고 있는 표정을 본 그는, 이미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부탁하오.”
아이에르의 추기경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회의가 끝났다.
* * *
“서둘러라!”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얼핏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속도를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두두두두두두두-!
대지가 흔들리며,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드워프가 질주하고 있었다.
그 흔한 말 한 마리도 없이 단순히 달리기만 했음에도, 그들의 움직임은 웬만한 상급 기사를 넘어섰다.
“장비 망가지지 않게 조심하고!”
그것은 그들의 육체가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력을 기반으로 창조된 마도공학.
그것을 이용해 만들어낸 장치 때문이었다.
덕분에 드워프들은 짧은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힘을 낭비하지 않고 이만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잔고장이 많다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지체할 순 없어.’
전투도끼 두 자루를 등에 맨 채 선두에 선 다에로는 마음이 다급했다.
마왕이 강림하고,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지원요청이 온 것도 한참 전이었으니, 최대한 서둘러야만 했다.
“늦었소! 늦었소! 더 빨리 달려야 하오… 소?”
뒤에서 가이로 놈이 크게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이놈아, 귀청 떨어져! 소리칠 시간에 달리기나 해라!”
옆에 있던 드워프 하나가 핀잔을 주자, 다들 웃음을 터트린다.
다에로 역시 피식- 하고는 후방을 확인했다.
총원 30만.
기술을 이어야 할 장인과 미래를 책임져야 할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일족이 힘을 합쳤다.
인간의 병사에 비하자면 터무니없이 적었지만, 그들의 힘은 숫자에서 나오지 않는다.
다에로는 자신들이 챙겨온 장비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수 놈들.’
그들의 보금자리였던 지하도시의 광산을 빼앗겼던 치욕.
그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모든 기술력을 동원하여 전쟁을 준비했다.
단순히 장비의 지원만을 해주는 것이 아닌, 직접 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엘프들보다는 빨리 도착해야 할 텐데.’
대륙의 모든 이종족이 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숲을 잃은 엘프들의 수가 가장 많았다.
심지어 그놈들은 가장 큰 전력이 있기도 했다.
‘그러니 최소한 일찍 도착하기라도 해야지.’
서로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뒤처지고 싶진 않았다.
마왕의 군세를 막기 위해 출정한 첫 번째 종족으로써, 역사에 길이길이 드워프의 업적을 새겨야만 했다.
“이놈들아! 더 빨리 움직여!”
쿵쿵쿵쿵쿵쿵쿵쿵-!
다에로의 재촉에 마력이 휘몰아치며, 장착한 장비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
뒤쪽에서 잔뜩 흥분한 드워프들의 전의 섞인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다려라.’
마왕군 놈들.
그리고…….
‘서우진.’
드워프들의 은인이자, 장인타워에 보관되어 있던 최고의 보물인 ‘라샤드’를 가져간 용사.
그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은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다에르를 포함한 드워프 전원은 눈을 빛내며 전장을 향해 질주했다.
* * *
“멀었나요?”
“앞으로 20분이면 도착할 거예요.”
“적당하군요.”
나무라고는 한 그루도 없는 황량한 들판 위에, 녹빛의 종족들이 달리고 있었다.
마치 바람이 부는 듯한 가벼운 움직임.
50만에 달하는 인원이 이동하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무장은 확인했나요?”
“검사와 궁사의 무장은 모두 문제가 없어요. 다만 마법사들의 체력이…….”
인간에 비해 신체능력이 월등한 엘프들이었지만, 마법사들의 체력이 약한 건 똑같았다.
“하지만 속도를 늦출 순 없어요. 요른 님이 지원을 요청할 정도라면, 지금 상황은 심각하다는 뜻이니까.”
그녀의 말에 보고를 하던 엘프가 입을 다물었다.
마법사들이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들을 배려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건 불가능했다.
오히려 더욱 박차를 가해도 부족할 상황.
“도착과 동시에 전투를 시작할 준비를 갖춰주세요.”
“물론이에요.”
새가 지저귀는 듯한 대답과 함께, 살랑이는 바람이 불었다.
“복수를 할 때예요.”
어머니와 같았던 세계수를 잃고, 숲의 터전을 잃었으며, 형제와 자매들을 허무하게 잃었다.
그날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만 했다.
“자비와 배려는 필요치 않아요. 눈에 띄는 모든 적을 죽이라고 전해주세요.”
살기와 분노로 얼룩진 숲의 종족들 역시 땅을 질주했다.
죽음으로 뒤덮인 전장을 향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