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8)
568화.
싸움의 승패는 명확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음에도 신지환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에게 배운 검도.
200레벨을 돌파하며 얻었던 수많은 스킬도.
‘카 라니엘’과 ‘루덴 가르도’ 같은 절대적인 무구들도.
놈은 모두 막아냈다.
그나마 신성력이 섞인 혼돈기는 어느 정도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부상을 입히고,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는 게 전부였던 것이다.
고작 그것뿐.
“대단하군.”
그런데도 신지환은 서우진에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놀리냐?’
입을 열 수만 있었다면, 분명 그렇게 한 마디 쏘아붙였을 텐데.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우웨에엑-!”
입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붉은 액체 사이로 보이는 살점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조각난 내장의 잔해인 것 같았다.
‘X발.’
심각하다.
마기로 뒤덮인 놈의 검이 복부를 뚫고, 척추를 반쯤 잘라낸 채 등으로 빠져나왔다.
육체의 부상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마기가 몸을 갉아먹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혼돈기가 발광하며 마기를 몰아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덕분에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마력회로가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가고 있었으니까.
주르륵-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신지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은은한 놀람이 서려 있었다.
“실로 오랜만이다, 내가 이만한 상처를 입은 것은.”
말하는 놈의 가슴에는 기다란 검상이 새겨져 있었다.
검은 피가 줄줄 새어 나오고 있는 신지환의 상태는, 오히려 자신보다도 심각해 보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알고 있었다.
저 검상은 그저 피륙에 난 생채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경상.
솔직히 혼돈기만 아니었다면, 저딴 상처쯤은 눈 한 번 깜빡이는 동안 회복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작 그딴 걸로 놀라?’
최소한 수십 년 동안은 저 정도의 부상도 입어본 적이 없단 뜻이다.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너에게 경의를 표한다. 고작 10년, 아니, 5년도 되지 않았다고 했던가?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몸에 이런 흔적을 남길 실력을 쌓다니.”
아무래도 신지환은 진심으로 서우진을 칭찬하고 있는 듯했다.
그게 더 열받았다.
마치 어른이 아이의 재롱을 보며 기특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크륵-”
서우진은 이를 악다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스으윽- 하며 몸을 관통했던 검이 빠져나왔다.
피가 뿜어졌다.
“본래 나는 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야겠군.”
피하지 않고 서우진의 피를 뒤집어쓴 신지환이 검을 내리며 말했다.
“나의 권속이 되어라.”
제안이 아닌, 명령이었다.
서우진의 힘을 인정한다는 뜻이겠지만, 거부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럼 살려주마.”
신지환은 권력이나 재화 같은 것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저 살려주겠다는 한마디의 말이 전부였다.
씨익-
그 황당한 제안에 서우진이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피로 물든 이가 드러났다.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 모습에 신지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왠지 서우진의 뜻을 알 것만 같았던 것이다.
“…X까.”
간신히 입을 열어, 놈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가?”
신지환의 얼굴이 무감정해졌다.
두 번이나 제안을 해주었음에도 그것을 거절했으니 더는 나눌 대화가 없었다.
“그럼 이만 죽어라.”
검을 찔렀다.
이번엔 복부가 아닌, 머리를 노렸다.
지금 서우진의 상태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일격.
신지환은 지금까지 자신을 적대하던 모든 존재가 그러했듯, 서우진의 죽음을 확신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지금껏 신지환이 싸워왔던 존재가 아니었다.
“무간살(無間殺).”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모으며, 스킬을 발동했다.
콰드드드드득-!
‘혼돈 세계’가 찢겨져 나가며, 서우진의 발밑에서 거대한 공동(空洞)이 만들어졌다.
지옥 끝까지 이어져 있는 통로.
그곳에서 늑대의 형상을 한 사신(死神) 수백 마리가 튀어나왔다.
“으음!”
신지환이 움찔하며 검을 멈추었다.
사신들이 풍기는 기운이 도저히 얕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대로 검을 계속 찌른다면 서우진을 죽일 순 있겠지만, 그 대가로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가슴에 남은 검상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너나 죽어.”
피와 함께 흘러나온 스산한 음성에 사신들이 신지환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커어어어어엉-!
지옥의 유부에서 기어 올라온 존재들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감히……!”
신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제아무리 사신이라 한들, 마왕의 힘은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 거대한 육체가 속절없이 잘려 나갔다.
피 대신 붉은 연기를 뿌려대며 산산이 조각난다.
하지만 무간지옥에서 올라온 그들의 진짜 위협은 지금부터였다.
두 조각으로 잘린 놈은 두 마리가 되었고, 세 조각으로 잘린 놈은 세 마리가 되었다.
분화(分化).
수십 마리의 사신은 순식간에 수백 마리로 늘어났다.
한 마리, 한 마리는 크게 위험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벨 때마다 숫자가 늘어나는 적이라니.
그보다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서우진의 예상대로 신지환의 얼굴에 곤혹감이 드러났다.
‘물론 이걸로 죽일 순 없겠지만.’
‘무간살’은 확실히 대단한 위력의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신지환을 죽일 수 있었다면,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다.
‘5분 정도는 벌 수 있을까?’
최소한 5분에서 많게는 10분.
그만큼만 시간을 끌 수 있다면, ‘무간살’은 제 몫을 다 한 것이다.
서우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사신들을 베어내고 있는 신지환을 보며, 혼돈기를 순환시켰다.
1초라도 빨리 몸속을 휘젓고 있는 마기를 몰아내고, 육체를 회복시켜야만 했으니까.
드드드드드드-!
신지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혼돈기에 정신을 집중했다.
‘빠르게. 더 빨리!’
통제되지 않고 맘껏 날뛰던 혼돈기가 차츰 진정되며,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폭주하는 기운의 길을 바로 잡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 못하면 죽을 테니까.
마기에 사로잡힌 채 육체가 터지든 사신들을 모두 처리한 신지환에게 목이 베이든.
반드시 죽을 게 분명했으니, 머리에서 열이 날 정도로 집중했다.
그렇게 혼돈기는 빠른 속도로 마력회로를 질주하며, 마기를 갉아먹었다.
이전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신성력이 합일 된 혼돈기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마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쿨럭-!”
목구멍을 통해 피가 넘쳐흘렀다.
마기를 집어삼키는 것과 비례해, 육체에 부담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멈출 순 없어.’
서우진은 입술을 깨문 채, 억지로 각혈을 막았다.
비릿한 향이 느껴졌다.
대체 피를 얼마나 많이 흘린 것인지, 눈앞이 빙글 돈다.
‘조금만 더.’
‘혼돈 세계’의 도움을 받은 덕일까?
마기는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대로라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내부를 진정…….
콰과과과과과과과광-!
그때였다.
‘혼돈 세계’가 박살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졌다.
“크으으윽!”
멀찍이 떨어져 있던 서우진조차도 그 후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나뒹굴었다.
덕분에 간신히 진정되기 시작했던 기운들이, 다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젠장…….’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혼돈 세계’가 깨졌어.’
그 말은 곧, 이제부턴 시간과 공간의 통제가 불가능하단 뜻이었다.
‘‘셀레스티얼 윙’이 끝난다.’
편법으로 유지하고 있던 힘의 증폭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동이 대가로 돌아왔다.
우드득- 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악!”
전신이 뒤틀린다.
기껏 회복한 마력회로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근육이 녹아내리며, 뼈가 부러졌다.
‘마왕화’를 한 육체였음에도 버텨낼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이대로 정신을 잃을 순 없다.
마치 경련하듯, 떨리는 고개를 간신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눈앞의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친…….’
‘무간살’의 사신은 단 한 마리도 남지 못했다.
아니,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신지환은 사신들을 분열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완전히 조각을 내어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서우진은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경지였다.
“후우-”
놈도 살짝 무리를 한 것일까?
작게 심호흡하고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사용해 봤는데, 나쁘지 않군.”
스킬 따위를 쓴 모양이었다.
단 1초도 눈을 떼지 않았음에도, 도무지 신지환이 어떤 방식으로 사신들을 모두 처리했는지 인지하질 못했다.
‘아무리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는 하지만…….’
서우진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황당함에 헛웃음을 흘렸다.
“이번엔 조금 곤란할 뻔했군.”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검을 습관적으로 털어내며 서우진을 바라보았다.
“미친, 놈.”
더욱 엉망이 되어버린 탓에 입을 여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속이 죄다 썩어버릴 것 같았다.
“미친놈은 네놈인 것 같다만.”
신지환이 바닥에 쓰러져서 꿈틀거리는 서우진을 향해 말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수십 번은 죽고도 남을 수준의 부상.
육체를 끊임없이 갉아먹으며 무너뜨리고 있는 마기.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이 악화된 상태까지.
아무리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라 할지라도, 아직까지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신지환조차도 서우진과 같은 상황이라면, 진즉에 정신을 놓아버렸을 것이다.
“너만 한 투지와 정신력을 지닌 놈은 판데모니엄에서도 없었지.”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그곳에서도, 서우진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존재는 단언컨대 한 명도 없었다.
오직 한 명.
신지환 자신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이제 여기까지다.”
비록 자신을 곤란한 상황에 빠트리고, 꽤 커다란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더 이상의 전투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았다.
서우진은 지금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경의를 담아 고통 없이 보내주도록 하지.”
저벅-
검을 겨눈 채, 서서히 다가왔다.
‘빌어먹을.’
의식이 빠르게 희미해진다.
이대로라면 죽는다.
‘벌써 쓰고 싶진 않았는데…….’
최대한 사용을 뒤로 미루고 싶었다.
그걸 쓴다면, 이젠 정말로 뒤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끼다 죽느니, 차라리 지금 쓰는 게 백번 나았다.
‘미테아의 광명.’
고대신의 힘이 담긴 성스러운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서우진과 신지환을 동시에 집어삼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