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69)
569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강병규는 숨을 몰아쉬며 한 걸음 뒤로 빠졌다.
자신이 속한 팀의 전투는 승기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죽은 용사도 없었고, 상대하고 있는 권속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으니까.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긴 홍설 씨와 민성이, 그리고 A급이 두 명이나 있으니까.’
100레벨을 넘긴 B급 세 명과 A급 용사 두 명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다.
후방 지원과 전방 공격의 인원이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다른 쪽인데.’
사실 동료들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힘이라면, 절대 위험한 상황까진 가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다른 용사들이다.
특히나 등급이 낮고, 레벨도 그리 높지 않은 이들.
그쪽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니, 필연적으로 약한 팀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권속들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고.
강병규는 일단 전투에서 한 발 물러나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탐색.’
스킬이 발동되며 주변의 정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전투는 제외하고.’
그것까지 포함시킨다면, 너무도 많은 정보량에 제대로 된 상황파악조차 할 수 없을 게 뻔했다.
‘일정 이상의 마력을 지닌 존재들의 전투만.’
최소한 최상급 기사 이상의 존재들을 골라 정보를 받아들였다.
“으음…….”
강병규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전체적으론 우세하긴 한데…….’
대부분은 권속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거나,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세 개의 팀은 그야말로 전멸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대체…….’
강병규는 감고 있던 눈을 부릅떴다.
죽은 용사들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자신이 싸우고 있는 사이, 무려 스물여덟 명에 달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런 미친!’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것이란 희망회로는 돌리지 않았다.
그러기엔 권속들의 힘이 너무도 강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스물여덟 명? 스물여덟 명이라고?
이전에 죽은 용사들까지 합친다면, 남아 있는 숫자는 전부 합쳐도 고작해야 60명도 채 되지 않는 단 뜻이다.
‘큰일났다.’
아무래도 권속들의 힘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모양이었다.
희생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팀을 구성했건만, 이대로라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어서 싸움을 끝내야 해.’
이미 늦긴 했지만, 한 명의 용사라도 구하기 위해선 1초라도 빨리 전투를 끝내고 지원을 가야만 했다.
강병규는 아직 호흡이 진정되지도 않은 상태로, 앞을 향해 달려들었다.
“홍설 씨! 서둘러야 해요!”
그러면서 이 팀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인 유홍설을 향해 소리쳤다.
“네?”
그녀가 무슨 뜻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지금 상황도 나쁘지 않다.
이대로 천천히 압박하며 밀어붙이기만 해도, 놈의 목을 베어내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그런데 서두르라니?
만약 무리를 한다면,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하지만 강병규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
그 모습에 뭔가를 눈치챈 것인지 유홍설 역시 표정이 심각해졌다.
“알았어요.”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강병규가 저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정말로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유홍설이 마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적당히 조절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거대한 위압감이 흘러나오며 주변을 완전히 잠식했다.
우우우우웅-
서우진이 아이에르의 비고에서 털어와 선물해 준 ‘광야’와 ‘창공’의 검신이 진동한다.
두 자루 모두 선대 성왕들이 사용했던 성검들.
특히나 ‘창공’에는 신성력 상시 인챈트라는 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효과가 부여되어 있었다.
마력이 주입되자, 검은 그것을 곧장 신성력으로 탈바꿈시켰다.
무려 100레벨이 넘는 존재의 기운이다.
아이에르에서도 프레이야나 성왕인 오이언을 제외하면, 이만한 신성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전무할 정도.
리미터를 푼 유홍설이 그대로 땅을 박차고, 8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권속에게 돌진했다.
콰과과광-!
힘을 견뎌내지 못한 땅이 박살나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모두 움직여요!”
강병규가 소리쳤다.
방금 전의 대화로 대충 상황을 파악한 이들이 강병규와 유홍설의 뒤를 따라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감히……!”
권속이 몸집에 어울리는 커다란 외침을 터트리며, 마기를 폭사시켰다.
일반 병사들이었다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단숨에 수만 명은 죽였을 정도의 위력.
하지만 선두에 선 유홍설은, 너무도 쉽게 그것을 베어냈다.
서걱-!
놈의 마기는 신성력이 깃든 ‘창공’을 견뎌낼 재간이 없던 것이다.
마치 종잇장을 잘라내듯, 검신이 마기의 장막을 그대로 동강냈다.
그 사이로 유홍설이 진입했다.
“블레이드 스톰!”
‘광야’와 ‘창공’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둘은 열이 되고, 열은 백이 되었다.
순식간에 그 숫자를 폭발적으로 늘린 검은, 스킬의 이름대로 폭풍이 되어 권속을 향해 몰아쳤다.
파바바바바바밧-!
당황한 놈이 다급히 방어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전력을 다한 유홍설의 공격을 막기엔, 놈의 상태가 너무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한차례의 치명적인 공세를 취한 유홍설이 하늘로 튕겨져 오르며 소리쳤다.
“가랏!”
“일뢰살!”
“인피니티 파이어 애로우!”
그 틈을 타 용사들은 자신이 지닌 최강의 스킬들을 쏟아냈다.
지금까지 싸우면서 아껴두었던 것들이었다.
박민성이 소환한 ‘철의 거인’이 앞장섰고, 그 뒤로 뇌전으로 뒤덮인 창과 수백 개의 불화살이 날아들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거대한 힘이 권속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거의 8미터에 달하는 육체가 그야말로 걸레짝이 되어 나뒹굴었다.
“크아아아아악-!”
고통스런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덩치에 걸맞은 생명력을 지닌 모양이었다.
다리 하나와 상반신의 반쪽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모두가 질린 표정으로 그런 권속을 바라볼 때였다.
강병규가 손에 쥔 단검을 던졌다.
고작해야 손바닥 만한 크기에 불과한 단검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움직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쐐애애애액-!
빛살과도 같은 속도.
강병규의 단검, ‘페르소’는 권속이 지닌 가장 치명적인 급소를 찾아내곤 그대로 꽂혀 들어갔다.
퍼어억-!
놈의 육체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쩌렁쩌렁하게 울려대던 비명이 뚝- 하고 그쳤다.
* * *
“회복이라…….”
신지환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게 회복한 서우진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의 힘인가?”
방금 전에 터져 나온 빛에는 신성(神聖)이 담겨져 있었다.
그렇기에 저런 완전한 회복이 가능했던 것이고.
확실히 그가 보기에도 신의 힘은 상식을 아득히 벗어났다.
단순한 편린에 불과한 기운만으로도 저만한 기적을 일궈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더군다나 신지환의 입장에선 서우진의 회복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마기가 타오른다.’
빛과 맞닿은 마기가 빠른 속도로 불타오르며 사라지고 있었다.
소모가 아닌, 소멸.
이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영구적인 손상이었다.
그 양이야 변변찮은 정도였지만, 지속적으로 마기를 갉아먹고 있었다.
‘쯧.’
속으로 혀를 찬 신지환이 손을 휘저었다.
막대한 마기가 치솟아 오르며, 하나의 장벽을 만들어냈다.
그그그그그극-!
마기를 불태우던 신화(神火)가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화력을 더했다.
하지만 신지환의 힘은 그야말로 가공할 수준이다.
비록 신의 힘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힘의 조각 정도는 충분히 막아내고도 남았다.
결국 성스러운 불길은 신지환이 진력으로 세운 마기의 장막을 넘어서지 못한 채, 그대로 사그라졌다.
“흐음…….”
시야를 가로막았던 불길이 완전히 꺼지자, 그 너머에 있던 서우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처 하나 없었지만, 조금 전과는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마법이 해제된 모양이군.’
‘셀레스티얼 윙’이라고 했던가?
힘을 몇 배나 증폭시켜 주었던 마법의 제한시간이 끝난 듯했다.
“굳이 회복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아주 약간의 시간만 벌었을 뿐이다.
힘의 증폭이 끝나 이전보다 약해진 서우진으로선, 결코 신지환을 막아낼 수 없을 테니까.
“차라리 조금 전에 죽음을 받아들였다면, 추해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신지환은 서우진을 좋게 보았다.
그 힘에 감탄했고, 짧은 시간 내에 그렇게까지 성장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애처로운 벌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웃기지 마.”
서우진이 그런 신지환을 향해 이를 갈았다.
“죽으면 다 끝인데, 추한 게 대수냐?”
살아남아야 한다.
기껏 마르테스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까지 만들어두었는데, 여기서 죽기엔 너무도 아까웠다.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아서 김다혜의 복수도 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서우진은 그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벌써부터 실망하지는 마. 나도 아껴둔 수는 있으니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용했다.
‘혼돈 세계’와 ‘셀레스티얼 윙’, 그리고 ‘마테아의 광명’까지.
‘‘마테아의 징벌’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신살의 힘을 지닌 그 성물은, 이미 마르테스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 사용한 지 오래.
“기대도 되지 않는군.”
이미 평가절하 되어 버린 서우진의 말 따위 더는 아무런 감흥도 되지 않았다.
“그래?”
서우진이 손을 뻗었다.
허공이 갈라지며, ‘아공간’이 드러났다.
‘루덴 가르도’에 내재되어 있는 능력 중 하나였다.
서우진은 망설임 없이 그곳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망치였다.
크기는 고작해야 팔뚝과 비슷할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있는 황금색 망치는, 한눈에 보기에도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샤스’라고 해. 드워프들의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보물이지.”
“그런가?”
신지환은 ‘라샤스’를 가만히 바라봤다.
확실히 심상찮은 마력을 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반적인 존재라면 모를까, 자신이나 서우진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걸로 내 머리를 부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농담으로라도 그런 건 아니길 바란다는 말투였다.
“당연히 아니지.”
서우진은 피식- 웃으며 ‘라샤스’를 손에 쥐었다.
“이건 공격용 장비가 아니거든.”
무슨 뜻일까?
무기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동의를 한다만, 이해가 되진 않았다.
신지환이 고개를 갸웃하자, 서우진이 팔을 높게 들었다.
“게임의 꽃이 뭔지 알아?”
“게임?”
잊고 있던 단어다.
하지만 지구에서 인간이었을 적.
신지환 역시도 수많은 게임을 섭렵해 본 적이 있었기에, 이어지는 서우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강화라는 거거든.”
“설마?”
신지환의 눈이 살짝 커진다.
더는 놀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틀린 모양이다.
“‘라샤드’는 물질의 격을 올려주는 보물이라더군. 그리고 물질이라는 건, 고작 무구에 한정되어 있지 않지.”
서우진의 팔이 빠르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황금색 빛이 번쩍였다.
“내 육체도 물질에 속하거든.”
빛이 깃들었다.
서우진의 전신에 말도 안 되는 힘이 깃들며, 존재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