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
#56화.
몸을 씻고 돌아온 강병규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모두에게 말하자, 이지아가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무슨 유적 같은 걸 발견했고, 거기로 통하는 입구도 찾았다고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눈으로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이지아의 물음에 강병규가 웃으며 대답했다.
평소였다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는 ‘탐험가’라는 직업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성격의 소유자였으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그럴 정신이 없었다.
“우리 가볼까요? 유적이면 무슨 보물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막 전설의 무기나, 금화 같은 게 잠들어 있을 수도 있고!”
이지아가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에라도 그곳을 향해 달려갈 것 같은 기세였다.
“일단 앉아.”
서우진이 그런 이지아를 말렸다.
“아니, 아저씨! 그렇게 여유 부리다가 다른 사람들이 찾으면 어떻게 해요?”
왕국의 지원을 한 몸에 받아 부족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을 텐데, 이지아는 눈에서 불을 뿜어댔다.
“진정해. 지금 중요한 건 유적 같은 게 아니잖아.”
“로망이잖아요, 로망!”
아무래도 흥분을 가라앉히기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나도 한번 탐험해 보고 싶긴 한데.”
강병규가 은근슬쩍 이지아의 말에 동조했다.
“저는 반대해요. 안 그래도 위험한 마경인데, 그런 곳에 들어갔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유홍설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반대.”
서우진도 유적 탐험을 하는 것은 반대했다.
유홍설의 말대로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곳을, 굳이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부르타엘 같은 놈이라도 또 나타나면 큰일이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자신들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가 없었다.
루데인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아이, 참! 우리 정도면 이런 외곽에서 당할 것 같진 않은데. 아저씨도 있고, 마침 그런데 특화된 병규 오빠도 있으니까.”
서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왜 나는 아저씬데?’
딱히 오빠 소리를 듣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동갑인 강병규와 다른 취급을 받는다는 것에 패배감이 들었다.
“조금 전만 해도 위험했던 거 잊었어?”
만약 서우진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마력이 고갈된 팀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기사들의 도움을 받았을 테지.
“잘 해결됐잖아요. 우리도 이제 좀 깨우쳤고. 정 위험하면 아저씨가 또 도와주면 되죠!”
이지아의 눈에는 로망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때?”
서우진이 남은 두 명을 쳐다봤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는데요.”
김다혜가 손을 들고 말했다.
멍한 표정의 그녀는, 정말로 뭐가 어찌 됐든 상관없다는 듯 보였다.
“진태성 씨는요?”
그는 서우진이 돌아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시선이 집중되니 흠칫- 하고 놀란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태성 역시 고개를 저었다.
명백한 거부의 뜻이었다.
“그럼 결정 났네. 찬성 두 명, 반대 세 명, 기권 한 명. 유적 탐험은 없던 일로 하자.”
서우진의 말에 이지아와 강병규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애초에 서우진이 나서지 않는다면, 탐험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에휴, 어쩔 수 없죠.”
이지아가 한숨을 내쉬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때였다.
상황을 모두 정리하고 돌아온 루데인이, 어느새 곁에서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서우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19레벨이 되며 이전보다 조금 더 강해졌음에도, 루데인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것은 다른 용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까, 깜짝이야!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해요? 심장 떨어질 뻔했네!”
이지아가 펄쩍- 뛰는 모습이 꽤나 우스웠다.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루데인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겠습니까?”
“아, 그게 말이죠?”
수다쟁이 이지아가 자신의 장기를 맘껏 뽐내기 시작했다.
강병규가 유적의 입구를 발견했고, 그곳에 들어갈지 말지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저렇게 길고 오래 할 수 있다는 것도 재능은 재능이었다.
“유적이라…….”
그런데 루데인의 표정이 이상했다.
“뭔가 아는 게 있으십니까?”
서우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고 보면 이곳은 헬데인의 외곽.
제국에서 몇 번이나 토벌을 진행하고 개척하려고 노력한 곳이다.
그런 곳에 있는 유적을 제국이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 반대입니다.”
그런데 루데인은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저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마경의 유적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고.”
“그 말은……?”
“아무래도 여러분이 처음으로 발견한 것 같군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
물론 이 세계의 사람들은 강병규가 사용하는 ‘탐색’ 스킬 같은 건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탐험가나 길잡이 같은 이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숲으로 이뤄진 마경 헬데인의 토벌 같은 경우엔, 길을 찾고 탐험과 모험에 익숙한 이들이 반드시 포함되었을 터.
그런데도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다고?
서우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어디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제국의 입장에서 유적은 꽤나 중요한 장소다.
그곳에는 정말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었다.
‘용사 소환 마법’이라는 초월급 마법 역시도, 유적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그러니 루데인이 궁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개인의 욕심 때문이 아닌, 제국의 이익을 위해서.
“병규야.”
서우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해 줘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아, 그곳이 어디냐면……!”
강병규는 신이 난 듯 빠르게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아니, 아예 지도까지 그려주고 있었다.
혹시나 기사들과 함께 유적 탐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루데인은 강병규의 기대를 한껏 충족시켜 주었다.
“같이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루데인이 물었다.
그의 시선은 강병규가 아닌, 서우진에게로 향해 있었다.
* * *
“움직이자.”
백시우가 검을 집어 넣으며 말했다.
“조금 쉬다 가면 안 되냐? 조금 피곤한데.”
김태진이 지친 표정으로 말했지만 백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에서 쉬었다가는 병 걸려.”
주변에는 몬스터의 사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병은 무슨. 용사가 어떻게 병에 걸리냐?”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육체는, 웬만한 병원균 따윈 씹어 먹을 정도로 강력했다.
만약 병에 걸린다고 해도, 그들에겐 ‘성녀’가 있다.
성유라의 축복 한 방이면 병 정도는 그냥 낫는다.
“그래도 찝찝하잖아.”
하긴, 그렇긴 하다.
아무리 조금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사체가 쌓여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역겨우니까.
“조금 여유가 생길 때 이동하자. 괜히 또 몬스터들 몰려오면 시간만 늦어지니까.”
“그래그래.”
김태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까 그건 잘 해결됐으려나?”
“그렇겠지. 신호탄도 하나밖에 안 올라왔으니까. 만약에 문제가 더 있었으면 더 올라왔을 거야.”
박진한이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묻자, 김태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좀 궁금한데. 시우야, 우리 그쪽으로 한번 가보면 안 되냐?”
도와주기엔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쪽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고 있던 백시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자. 어차피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겸사겸사 확인도 할 겸.”
백시우가 괜찮지? 하며 친구들을 돌아봤다.
그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굳이 반대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 쪽이었지?”
“서, 서쪽이었어. 혹시 모, 몰라서 기억해 두고 있었거든.”
“고마워, 태은아.”
백시우가 웃으면서 말하자, 임태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조금 먼 곳이었으니까 서두르자. 날이 저물기 전에 도착해야지.”
체력과 마력은 아직 충분히 여유로웠다.
하지만 반복되는 전투로 심신이 지친 것도 사실이었다.
적당한 야영장소를 찾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오늘은 그쪽 확인만 하고 일찍 쉬자.”
이 팀에서 정찰은 임태은이 맡고 있었다.
아직은 조그마한 ‘용’이 하늘에서 주변을 관찰하고, 정보를 전달해 준다.
“이쪽으로 가면 돼…….”
임태은이 한쪽을 가리켰고, 백시우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음?”
백시우는 앞쪽에서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다.
“잠깐 멈춰봐. 앞에 누가 있어.”
임태은 역시 그것을 확인하고는 일행을 멈춰 세웠다.
“다른 팀인가?”
마경에 자신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있을 리는 없었으니까.
‘용사나 기사들 중 하나겠지.’
그리고 백시우의 예상은 맞았다.
“서우진 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서우진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의 옷은 엉망진창이었다.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꽤나 험한 꼴을 당한 것 같았다.
“어? ‘검신’이다! 안녕하세요오! 이런 곳에서 다 만나네요?”
‘이지아였나?’
백시우는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자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쯧.”
옆에서 성유라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 상황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백시우는 그녀가 괜히 시비를 걸까 싶어 얼른 입을 열었다.
“혹시 신호탄이 터진 곳에서 오시는 겁니까?”
그의 질문은 꽤나 적절했다.
애초에 그것이 궁금해서 그곳을 향해 가고 있었으니, 성유라도 굳이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던 것이다.
“아, 그곳의 상황은 끝났습니다. 다크 엘프들이 나타났거든요.”
“다크 엘프?”
백시우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게랄드를 떠올린 것 같았다.
한창 자신감이 충만해져 있을 때, 나타난 괴물 같은 놈.
게랄드 역시 다크 엘프였으니,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행히 교관님과 기사 분들 덕에 별다른 피해 없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서우진의 말에 백시우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큰일이 난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는데, 잘 해결이 되었다니 이제 안심을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기사는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면 용사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게 원칙 아니었나요? 지금은 아무리 봐도 동행하는 것 같은데.”
그때, 성유라가 뾰족한 음성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은 바로 서우진의 옆에 서있는 교관, 루데인이었다.
확실히 성유라가 오해할 만한 모습이었다.
“아, 그게…….”
서우진과 루데인이 동시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이지아가 신난 표정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뭔가를 발견해서, 그걸 확인하러 가는 길이에요!”
“발견?”
백시우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유적입니다.”
“유적?”
“이런 곳에도 유적 같은 게 있어?”
친구들이 왠지 이지아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판타지 세계와 유적.
그것이 주는 기대감은 생각보다 컸다.
“…저희가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것은 백시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