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1)
571화.
“으하하하하하하-!”
아케인 캐논의 강력힘 위력 앞에 가루가 되어 쓸려나가는 마왕군을 본 다에로가 폭소를 터트렸다.
“우리가 이겼다!”
동시에 그는 승리를 선언했다.
물론, 드워프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므로 강림 전쟁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게으른 엘프 녀석들보다 우리가 먼저 도착했어!”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내심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엘프들의 모습이 아직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놈아! 지금 그딴 거에 신나 할 때냐? 인간들 안 보여?”
옆에서 아케인 캐논의 조작을 돕고 있던 드워프가 핀잔을 주었다.
아무리 철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저토록 가볍게 행동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흠흠- 누가 신났대?”
괜히 머쓱해진 다에로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전장의 상황을 훑어보았다.
‘그리 좋지는 않군.’
적의 수는 끔찍하리만치 많았다.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였으니까.
대체 몇 마리나 모여 있는 것인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반면 인간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드워프에 비하자면 압도적이었지만, 마수와 몬스터들 앞에서는 한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당장에라도 쓸려 나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마기인가?”
“그래 보이는군. 지금까지 버틴 것도 놀라울 정도로 마기의 농도가 짙다.”
그 불쾌한 느낌에 옆에 있던 드워프가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었겠지. 하늘탑에서도 뭔가 요상한 걸 만들어냈다며?”
“하지만 이젠 한계인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더는 버티지 못했을 거야.”
아케인 캐논의 집중포격에 그런 꼴은 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계속 쏟아부어. 과부하가 걸려서 장비가 망가질 때까지 퍼부으란 말이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챙겨온 아케인 캐논의 수는 무려 3천 대가 넘었다.
가용 가능한 모든 걸 다 챙겨온 덕분이었다.
한 발, 한 발이 엄청난 위력이 있어 연사는 불가능했지만, 잘만 운용한다면 놈들에게 꽤나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드워프들이 준비한 건 아케인 캐논뿐만이 아니었다.
“타격대는? 준비 끝났어?”
직접 전장에 내려가 마왕군과 전투를 벌일 전사들.
드워프 모든 기술이 총 집약된 장비들로 무장한 타격대도 있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무려 30만에 달하는 숫자다.
그들이 전투 준비를 완료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쯧, 미리미리 준비들 좀 해두지.”
“야, 이 새끼야! 엘프들보다 빨리 도착해야 한다고 재촉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다에로의 말에 드워프들이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냅다 질렀다.
그러자 녀석이 다시 시선을 피한다.
“그러니까 빨리 이동하면서 미리 준비를 했으면 되잖아.”
“그게 되겠냐!”
드워프들이 그렇게 투닥거리고 있을 때였다.
“어어- 왔소! 왔소오오오오!”
뒤쪽에서 아케인 캐논을 조작하고 있던 가이로가 크게 소리쳤다.
그걸 들은 드워프들이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연히 마왕군이 우회해 자신들에게 진격하고 있다는 뜻인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마왕군은 고사하고 똥개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가 왔…….”
다에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가이로를 혼내려던 때였다.
후와아아아아아앙-!
바람이 불었다.
아니, 바람이 맞나?
다에로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쾌청하던 푸른 하늘이 새까매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해가 진 것은 아니다.
마왕군 놈들이 아무리 대단하기는 해도, 불타오르는 태양을 꺼트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저…….
“화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수십만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전장에 쏟아져 내렸다.
화살비.
그렇게밖에는 부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마치 장대비라도 쏟아져 내리며, 죽음을 흩뿌렸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마수와 몬스터들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화살은 단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모두 놈들의 급소에 정확히 틀어박힌 것이다.
눈, 미간, 목, 심장.
조금의 충격만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위들에 화살이 돋아났다.
“이런 미친…….”
그 모습을 본 다에로가 입을 쩍- 벌렸다.
“엘프다! 엘프가 도착했다!”
저런 신들린 궁술을 구사할 수 있는 건, 이 대륙에 엘프들밖에 없었다.
‘저게 가능한가?’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솜씨다.
단 한 번의 화살 세례에 무려 20만에 가까운 놈들이 쓰러질 정도였으니까.
‘이번엔 기습이었으니 가능했겠지만.’
한 번 당했으니, 마왕군이 바보가 아니라면 두 번째는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엄청난 전과를 세운 건 사실이었다.
“이놈들아! 우리도 서둘러!”
다에로가 괜히 애꿎은 드워프들을 재촉했다.
자신들이 조금 일찍 도착하긴 했지만, 엘프들이 더 많은 활약을 한다면 배가 아프긴 마찬가지일 테니까.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아케인 캐논이 일제 발사되고, 전장에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제국 연합군을 향한 두 이종족의 지원이 시작되었다.
* * *
목이 베였다.
이번엔 확실했다.
‘카 라니엘’로 막아보려 했지만, 놈의 검은 서우진의 인지능력을 아득히 벗어날 정도로 빨랐다.
서걱-!
따끔한 통증과 함께 목이 완전히 잘려 나갔다.
하지만…….
서우진은 개의치 않고, 신지환을 향해 그대로 ‘카 라니엘’을 찔러 넣었다.
당연히 양패구상을 노리는 건 아니었다.
그저 목이 완전히 잘려 나간 상태에서도, 움직이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을 뿐이다.
푸우욱-
“으음.”
가슴께를 찔린 신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난다.
혼돈기 덕분인지, 놈의 상처는 곧바로 회복이 되질 않았다.
“안 죽는군.”
흘러내리는 피를 바라보던 신지환이 고개를 들어 서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 신기하지?”
서우진이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하지만 방금 전에 베인 목에는, 그 어떤 상처도 보이질 않았다.
피 한 방울조차도 흐르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불멸자가 된 서우진은 필멸자에게 죽음을 더는 맞이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서우진의 격은 신지환보다도 높은 곳에 도달했다.
그렇기에 무의미하다.
신지환의 힘과 검, 존재는 감히 서우진에게 닿지 않는다.
“나도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 상태면 너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흐음.”
신지환의 눈이 심유하게 가라앉았다.
“확실히 죽지 않는 것과 싸우는 건 무리겠지.”
차라리 목숨이 여러 개였다면 상관없다 생각했을 것이다.
백 번이든, 천 번이든.
목숨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죽이면 되었으니까.
‘무간살’의 사신들처럼.
하지만 신지환은 서우진을 죽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격의 상승인가…….”
서우진과 달리, 놈은 어떻게 된 것인지 조금 알아차린 듯했다.
“골치 아프군.”
신지환은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검을 집어넣었다.
마치 더는 싸우지 않겠다는 것처럼.
“누가 보내준대?”
그것을 본 서우진이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카 라니엘’을 겨누었다.
어떻게 잡은 승기던가.
이대로는 절대 보내줄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한다고 해서,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서우진이 움찔했다.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조금 무리인가?’
지금 서우진의 상태로는 신지환을 죽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방금 전에는 찌르기 한 방을 먹이긴 했지만, 그 정도가 전부였다.
사실 그것조차도 신지환이 방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림도 없었을 터.
‘최소한 ‘혼돈 세계’와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할 수 있어야 돼.’
그전에는 죽일 수 없다.
그 말은 곧, 이 싸움이 끝나지 않는단 뜻이었다.
“반면 나는 너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10년쯤은 햇빛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줄 수 있지.”
신지환의 표정은 진지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각 아래로 파묻어 버리든지, 아니면 아예 우주로 날려 보내든지.
죽이진 못하더라도, 신지환이 이 세계를 멸할 때까지는 서우진을 눈앞에서 치우는 건 가능하다.
그 말에 서우진이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정말로 그랬다간 낭패였으니까.
만약 쫓아오면 곧장 도망을 칠 생각으로, 신지환의 기색을 살폈다.
그런데 놈은 그럴 생각 따윈 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건 내게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 아니다.”
마의 왕.
판데모니엄의 지배자.
종이 지닌 격의 극한에 이른 존재.
그는 그에 걸맞은 품격이 있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지. 나의 군도 뒤로 물리겠다. 그러니 결판은 후에 짓는 것이 어떤가?”
이건 제안이었다.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모두 죽이고, 파괴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던 신지환의 제안.
만약 놈의 권속들이 이 대화를 들었다면, 경악하며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서우진도 놀랐다.
당연히 여기서 끝장을 볼 줄로만 알았던 놈이, 이렇게 물러나겠다고 하다니?
사실상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혹시나 자신을 속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뒤통수를 치려는 놈으로 보기엔, 눈동자가 너무도 맑았다.
‘하긴. 저 정도의 존재가 세 치 혀로 속이려 들진 않겠지.’
서우진이 본 신지환은, 입으로 싸우는 놈이 아니었다.
그러니 저 제안은 사실일 터.
“믿어도 되겠지?”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마음에 물었다.
“나는 판데모니엄의 지배자다.”
구구절절 믿어달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격을 내보일 뿐이었다.
오히려 그 모습에 더 신뢰감이 갔기에 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10일 후. 그때 제대로 붙어보자, 서로가 지닌 모든 걸 다 동원해서.”
전쟁을 길게 끌어봐야 서로 좋을 게 없었다.
차라리 만반의 준비를 끝낸 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게 낫다.
그게 훨씬 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10일이라…….”
신지환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계산을 끝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10일 후, 그때 보도록 하지.”
놈이 몸을 돌린다.
‘무슨 생각인 걸까?’
혹시 그때가 되면 서우진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단 뜻일까?
‘모르겠군.’
만약 그렇다 해도, 서우진은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10일이란 시간은 서우진에게도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어차피 지금은 결판을 내는 게 불가능했으니…….
‘최대한 힘을 키운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해서라도.
서우진은 점차 멀어지는 신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왠지 놈의 등이 너무도 거대하게 보이는 착시가 들었다.
“어쨌든.”
그걸 애써 모른 척한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집어넣었다.
“오늘은 잘 넘겼네.”
죽지 않은 게 어디인가?
“안 죽었음 이긴 거지, 뭐.”
동료들에게 돌아갈 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