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2)
572화.
불사(不死).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우진은 자신이 불사의 능력을 얻은 것이라 생각했다.
마왕인 신지환을 상대하며 목이 잘리고, 심장이 뚫리는 경험을 몇 번이나 했음에도…….
‘죽지 않았으니까.’
이게 불사가 아니면 뭐가 불사란 말인가?
물론, 실상은 서우진의 생각과 조금 달랐다.
그가 격의 상승을 이뤄내며 얻은 건, 불사가 아닌 불멸이었으니까.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달랐다.
그저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불사와는 달리, 불멸은 영원이다.
그 존재와 가치, 그리고 신념과 뜻이 무궁하게 이어진다.
단순히 죽지 않는단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권능이었다.
그리고 모든 우주를 통틀어 이러한 힘을 지닌 존재들은 하나의 칭호로 통일되었다.
신(神).
존재의 한계를 뛰어넘고, 윤회의 굴레를 벗어던진 존재.
서우진은 그러한 영역에 발을 디딘 것이었다.
물론, 아직 스스로는 그러한 자각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화아아아아악-!
서우진의 신형이, 빠르게 공기를 가르며 대지를 질주했다.
신지환이 일단 병력을 물리겠다고는 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 돼.’
만약 놈이 약속을 어기고 공격이라도 가한다면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을 것이다.
만약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돌아가야만 했다.
그나저나…….
“빠르기도 하다.”
신지환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서우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완전히 시야를 벗어나 버린 것이다.
덕분에 불안감이 조금 더 커졌다.
‘그렇다고 동행하는 것도 웃기지만.’
방금 전까지 서로 죽이려고 싸우다, 어깨를 맞대고 귀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조금 늦게 출발했는데, 설마하니 차이가 이렇게 날 줄이야.
“역시 ‘셀레스티얼 윙’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차이가 꽤 나는군.”
‘마왕화’ 하나만으로는 아직 신지환에게 확연히 밀린다.
남은 시간은 10일.
그전까지 어떻게든 놈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더욱 서둘러 땅을 박찼다.
콰아아아아앙-!
속도를 받은 서우진의 신형이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움직였다.
* * *
전장의 상황은 이전과 상당히 달라졌다.
엘프와 드워프들의 참전으로, 막다른 길에 몰려 있던 연합군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물론, 압도적인 물량을 지닌 마왕군을 몰아내는 건 무리였지만, 적어도 당장 무너질 위기는 넘겼다.
“마기에 침습당한 병력은 후방으로 빼세요!”
요른이 빠르게 지휘를 이어갔다.
최전방의 병력의 통솔을 맡은 게 대장군 젤론이라면, 후방에서 상황을 컨트롤하는 건 바로 요른이었다.
이종족들의 지원이 시작되자, 더는 싸울 수 없는 병사들을 후방으로 옮길 수 있는 틈이 생겼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요른은 재빨리 병력의 이동을 명했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전열이 움직였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본 마수들이 달려들었지만, 엘프와 드워프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폭격해!”
“쏘세요!”
화살과 포격이 쏟아지며, 연합군의 병력을 보호했다.
“으음…….”
하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던 요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걱정이 있으신가요?”
늦지 않게 도착한 환상수 일족의 엘프가 다가오며 물었다.
“이대로면 피해가 커질 거예요.”
상황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황이 고착되면, 그만큼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지원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지만, 이런 전투에서 병력을 잃는 것은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어서 결판이 났으면 좋겠는데요.”
요른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의 눈동자에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존재들이 들어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들의 전투는 일반 병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한 번의 충돌로 대지가 부서지고, 주변의 마수들이 짓이겨졌다.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아요.”
일진일퇴.
이미 승리한 곳도 있고, 반대로 패배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수준을 본다면, 아군이 한수 위인 듯했다.
어쨌든 일정 경지 이상에 오른 존재는, 이쪽이 더 많았으니까.
“과연 그럴까요?”
엘프의 말처럼, 금방 전투가 끝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요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싸움은 적어도 반나절은 걸릴 거예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전투의 규모를 본다면, 찰나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사이 죽어나갈 병력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터.
요른의 입장에선 결코 짧다 말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으니, 큰 문제예요.”
할 수만 있다면 병력을 쏟아부어서라도 저들의 싸움을 1초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단순한 자살행위에 불과했다.
병사들의 힘은 저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짐만 될 뿐이었으니까.
결국엔 결판이 날 때까지 지금처럼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요른은 그것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나가는 병력을 바라보았다.
아아아아악-!
이 망할 새끼들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도, 절대 그냥 죽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이들.
그것은 병사와 기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 처절한 광경에 요른의 마음이 점차 무거워졌다.
그때,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마왕군의 후방에서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요른조차도 깜짝 놀라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로 강렬한 힘이 담겨 있는 외침이었다.
“경계하세요!”
설마 새로운 적이 출현한 것일까?
이제 와서 균형을 무너뜨릴 만한 존재가 나타나는 것은, 그리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요른은 일단 엘프들에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 명령한 뒤, 전장을 살폈다.
그런데…….
“응?”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저, 저게?”
“후퇴한다고?”
주변에 있던 각국의 지휘관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 끊임없이 밀려들던 마수와 몬스터들이 물러나고 있었으니까.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방금 전에 울려 퍼진 포효는 후퇴를 뜻하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지만, 유리한 건 분명 저쪽이었다.
그런데 후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긴장을 풀지 마세요!”
요른이 소리쳤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경계하는 것이 옳다.
혹시 모를 역습에 대비해, 요른을 비롯한 지휘관들은 주변을 살피며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놈들의 후퇴는 사실이었다.
뒤를 노린 병사들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러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어떤 공격도 하지 않고 미친 듯이 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 모습에 모두가 벙찐 표정으로 바라만 볼 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다.
“대, 대열을 정리해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요른이었다.
전투는 끝났지만, 아직 전쟁이 끝난 건 아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어서 전장을 정리하고, 이어질 싸움을 준비해야만 했다.
요른의 명령이 떨어지자, 어리둥절해 하고 있던 이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규모가 규모인지라 단 시간 내에 수습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전장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수색대를 파견하세요. 눈에 보이는 수상한 건 모두 확인하고, 적들이 어디로 향했는지도 파악…….”
“요른 님!”
엘프들을 향해 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며 이름을 불렀다.
요른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크루시엘?”
안면이 있는 자였다.
갑자기 사라진 서우진과 마왕의 흔적을 쫓기 위해 움직였던, 바로 그 요원이었던 것이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요른의 앞에 도착해 곧장 보고를 이어갔다.
“적들이 ‘팔로타인 라세’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곳으로 향하는 존재는 전무하니, 함정일 가능성은 현격히 적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크루시엘은 요른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그 사실을 파악한 듯했다.
아무래도 서우진의 흔적을 찾다가, 갑자기 변한 상황에 임무를 바꾼 모양이었다.
요른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혹시 이유도 알 수 있을까요?”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간 건 알겠다.
하지만 그 이유와 놈들의 목적을 파악해야만 한다.
“그것까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니요, 아니에요.”
크루시엘에서 사과할 일은 아니었다.
“그럼 서우진 님과 마왕의 흔적은요?”
본래 그가 맡아야 할 임무.
요른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물었다.
이런 상황에 그것까지 알아내기엔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요원의 보고는 예상외였다.
“마왕의 행적은 밝히지 못했지만, 서우진 님은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입니다.”
“…네?”
설마 적들이 후퇴한 이유가 서우진이 승리했기 때문이란 말인가?
요른이 눈을 부릅떴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전쟁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럼 우리가 승리한…….”
“아쉽게도 그건 아니네요.”
요른이 기쁨에 찬 환호성을 지르려 할 때, 갑자기 뒤에서 무거운 음성이 들려왔다.
홱-!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서우진 님.”
대체 언제 도착한 것일까?
그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게 방금 전인데.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궁금한 게 있었다.
“아쉽다는 건?”
“놈을 이기지 못했다는 뜻이죠.”
‘마왕화’를 해제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서우진은 지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고 진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무승부라는 뜻일까?
어떤 전투를 치러야 그런 방식의 결과가 도출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당분간은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사이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하고, 지원군도 최대한 모집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서우진의 말은 믿는다.
그가 지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 정확한 계획과 작전을 짤 수가 있었다.
“음…….”
서우진이 잠시 턱을 긁적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결판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에 유예를 두었습니다. 일단은 서로 물러나고, 후에 제대로 싸움의 승패를 가리자고.”
요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왕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충분히 체감했다.
비록 거리가 멀었고, 그나마도 놈이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우진이 그런 놈과 싸워 지지 않고, 시간까지 벌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전과였다.
요른은 살짝 흥분한 기색으로 서우진에게 다가가며 손을 붙잡았다.
“고생하셨어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내신 거예요!”
“대단한 일이라…….”
하지만 서우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을 번 건, 그저 신지환이 양보해 준 덕분이었으니까.
슬쩍 붙잡혀 있던 손을 뺀 서우진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고작해야 10일입니다. 그전에 우리는 싸워서 이길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