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4)
574화.
원정대가 구성되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크면 곤란하다.
이번 작전은 속도와 은밀함이 생명이었으니까.
그래서 서우진은 최소한의 인원만을 선발했다.
가장 믿음직하고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이들.
“다들 준비됐습니까?”
“딱히 준비라고 할 게 없어서, 금방 끝…….”
“아저씨! 우리끼리만 움직이는 거 진짜 오랜만이죠? 와아- 기대된다! 그쵸?”
계수지의 대답을 끊고 이지아가 수다를 쏟아냈다.
“그러네.”
함께 움직인 건 그동안 꽤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동료들만을 대동하고 어딘가로 향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땐 참 재미있었는데. 기억나요? 북방에 갔다가 기차 타고…….”
신이 나서 떠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우울해 보였다.
예전과는 달랐으니까.
“그래. 기억난다.”
서우진은 속마음을 감추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모두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김다혜.
녀석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 테니까.
이번 전투에서 수십 명의 용사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도, 그날의 괴로움을 다시 끄집어내는데 일조했다.
“추억팔이는 여기까지만 하고, 일단 움직이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언제까지고 슬픔에 잠겨 있을 순 없다.
서우진은 애써 분위기를 전환하며, 동료들에게 출발을 알렸다.
“조심히 다녀오게.”
“이 노인네도 함께 갈 수 있다면 좋았을 터인데.”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마중을 나왔다.
“괜찮아요. 여기에 남아 있는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죠. 저희끼리 다녀오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둘이라면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도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다.
이제 8일밖에 남지 않은 전쟁을 대비해야 했으니까.
이 시점에 지휘관 급의 인원이 빠질 순 없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서우진을 포함한 9인이 ‘팔로타인 라세’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네요.”
한참을 달려가던 와중, 계수지가 말했다.
“무려 400만에 달하는 괴물들이 이동했으니, 멀쩡한 게 더 이상하죠.”
푸르던 초원은 황무지가 됐고, 사람들이 살아가던 터전은 폐허가 되었다.
그야말로 쑥대밭이라는 단어 외에는 다른 게 떠오르지 않는 광경.
서우진과 동료들은 그러한 대지를 밟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전쟁이 끝나도 후유증이 상당하겠어.’
이런 꼴을 만든 게 평범한 존재들이었다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수와 몬스터다.
마기를 품고 있는 존재들.
덕분에 공기와 대지가 모두 오염되어 버렸다.
이걸 모두 정화하려면,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총동원되어도 최소한 10년 이상은 걸릴 게 분명했다.
“거기에 마왕과 권속들까지 있었으니…….”
마기의 농도가 너무도 짙었다.
마치 방사능이라도 유출된 것처럼, 아예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것이다.
‘뭐, 우리가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지.’
용사들이 해야 할 건 전쟁에서의 승리까지다.
그 이후로는 이 세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애초에 뒤통수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는 놈들을 걱정해 봐야, 괜한 심력 낭비에 불과했으니까.
물론, 그것과는 관계없는 평범한 백성들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것도 결국엔 이 세계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지금은 그저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서우진은 참혹한 죽음의 대지에서 시선을 돌렸다.
“수지 씨, 남아 있는 권속은 몇 명이나 되죠?”
신지환과 약속한 날까지 남아 있는 시간은 이제 8일이다.
마왕의 군세 역시 그때까지는 물러나 공격하지 않기로 했고.
본래라면 그날까지 서로 충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쨌든 서우진이 일시적인 평화협정을 깨고, 놈들의 영역에 몰래 잠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신지환은 몰라도, 놈들의 권속들이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걸린다면, 한바탕 전투를 피할 순 없을 터.
그러니 일단 놈들의 숫자 정도는 파악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섯을 죽였어요.”
“다섯이라…….”
생각보다 처리한 숫자가 적었다.
신지환을 막아내느라 서우진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탓이었다.
어쨌든 신지환과 함께 이 세계로 넘어온 열두 명의 권속 중 다섯이 죽었으니, 남은 건 일곱.
‘정면으로 맞붙는 건 피해야겠군.’
이길 순 있을 것이다.
동료들도 강해졌고, 무엇보다 서우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만한 수의 권속들과 싸운다면, 신지환도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게 분명했다.
‘어쩌면 동료들을 노릴 수도 있어.’
약속의 대상은 서우진이었지, 동료들이 아니었으니까.
만약의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권속들과의 충돌은 최대한 회피하기로 했다.
“대충 얼마나 강하던가요? 놈들은?”
“하나를 막는 것도 버거웠어요. 남아 있는 놈들이라면, 최소한 저희 중 넷은 붙어야 될 거예요.”
“음…….”
권속들 중에서도 강한 놈들만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그 날개 달린 여자도 살아 있는 거죠?”
“카르뤼옌. 그녀와 베니라오라는 이름의 권속은 다른 놈들보다도 강했어요.”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조심해야겠군.’
다시 한번 경각심을 떠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숲이 보였다.
마기에 의해 완전히 죽어버린 숲.
‘팔로타인 라세’였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숲의 중앙에는 이전에도 보았던 신지환의 성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 모습을 처음 본 동료들의 얼굴에 동요가 일었다.
“설마 마왕성인가요?”
“할아버지한테 듣긴 했는데…….”
“어마어마하군요.”
단순히 크기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마기.
아직 거리가 한참 남아 있었음에도, 손이 떨릴 정도로 거대한 마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다들 조심하세요. 저 안은 이미 지옥이니까.”
신지환과 권속, 그리고 수없이 많은 마수와 몬스터들까지.
그야말로 걸음걸음이 지뢰밭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민성아.”
‘팔로타인 라세’가 가까워지자, 서우진이 박민성을 불렀다.
“아, 잠시만요.”
박민성은 기다리라는 듯한 표정으로, 빠르게 자신의 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 이내, 인원수에 맞는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투명 물약’이에요. 약간의 은신능력까지 부여하니까, 마수나 몬스터들 따위한텐 걸리지 않을 겁니다.”
‘연금술사’ 박민성의 스킬은, 그야말로 만능이나 다름없었다.
B급에 불과한지라 그 성능 엄청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온갖 효과가 있는 물약의 제조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 부족했던 성능 역시 100레벨을 돌파하며 엄청나게 강화가 되었고.
꿀꺽-
‘투명 물약’을 마시자 육체가 희미해졌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인비저블과 비슷한 수준.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은연중에 새어나가고 있던 기운과 소음까지 어느 정도 억제해 주고 있었으니, 마수나 몬스터들에게 걸릴 위험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들어가죠.”
서우진이 앞장서서 조심스럽게 ‘팔로타인 라세’에 발을 디뎠다.
최대한 가볍게 움직인 덕에, 생명을 다한 나뭇잎들조차 바스러지지 않았다.
“이쪽이었지?”
서우진이 옆에 있던 강병규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서로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으로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했다.
“북서쪽.”
‘탐색’을 사용한 강병규가 ‘길잡이’ 스킬을 이용해 최단거리를 찾아냈다.
“앞장서.”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나누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방심할 때는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감각을 지닌 존재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일행은 천천히 강병규의 안내를 따라 숲 속을 이동했다.
그러다 문득, 강병규가 걸음을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적이군.’
아무래도 이동 중인 경로 사이에 적들이 주둔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돌아갈까?”
“그럼 얼마나 걸리는데?”
“음, 한 두 시간 정도는 더 소모될 것 같다.”
두 시간이라…….
그리 길진 않았지만, 이럴 때마다 돌아간다면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잡고 간다.”
최대한 은밀하게.
스스스슷-
마치 바람이 불 듯, 일행의 신형이 순식간에 숲을 가로질렀다.
‘많기도 하다.’
강병규가 감지한 것처럼, 앞에는 마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수가 서우진의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
‘2천 마리쯤 되나?’
놈들의 수가 너무도 많다 보니, 이런 작은 무리도 천 단위를 넘어섰다.
‘쯧.’
속으로 혀를 찬 서우진이, 땅을 박차고 속력을 높였다.
“내가 처리할게.”
속전속결.
‘카 라니엘’을 뽑아 든 서우진이 빛살과도 같은 모습으로 마수들을 향해 돌진했다.
‘2천 마리.’
이전에도 이 정도 숫자를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200레벨을 넘은 지금은, 훨씬 더 쉬웠다.
‘신속’.
스킬의 발동과 함께, ‘카 라니엘’이 공간을 갈랐다.
오러도 두르지 않은 단순한 횡 베기.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극에 달한 검의는 앞을 가로막은 모든 것을 끊어냈다.
투두두두두둑-
비명은 없었다.
놈들은 자신이 어떻게 죽은 것인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사이에 죽었을 테니까.
단 일 검.
그 어떤 소음도 없이, 서우진은 놈들을 몰살시켰다.
“후우-”
‘카 라니엘’을 집어넣으며 폐부에 가득 들어찬 공기를 뱉어냈다.
뒤에 있던 동료들이 헛웃음을 짓는 게 보였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를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경악과 경외, 심지어는 존경까지.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시선이 서우진을 향했다.
“가죠.”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준 뒤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의 작지만 놀라운 전투가 지나고.
마침내…….
“여기다.”
세계수에 도달했다.
하지만 기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팔로타인 라세’에 들어왔을 때보다도, 더욱 표정이 굳어졌다.
“세계수가…….”
죽었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던 일이었다.
이전에도 마왕의 마기에 밀려, 그 생명력을 잃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 넘치던 생명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스산한 사기(死氣)가 채우고 있었다.
‘단순히 마기에 먹힌 게 아니야.’
그랬다면 주변의 나무들처럼, 그저 말라비틀어져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수는 달랐다.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철저하게 파괴되고 부서진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 거대했던 나무는, 이제 장작으로도 쓰지 못할 만큼 박살이 나 있었다.
서우진은 입술을 깨물고 세계수였던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이거 헛걸음이 될 수도 있겠는데…….’
이토록 철저하게 파괴되었다면, 세계수가 품고 있던 ‘리야스’가 무사하리란 보장도 없다.
잔해만 남은 세계수의 곁에 다가간 뒤, 혼돈기를 끌어올렸다.
“신룡안.”
강병규의 ‘탐색’을 뛰어넘는 감각이 주변을 뒤덮었다.
본래라면 수많은 정보가 파악되어야 했겠지만, 지금은 오직 한 가지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 죽음, 죽음.
온통 죽음으로 가득했다.
‘결국 부서진 건가?’
서우진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혼돈기를 거두려 할 때였다.
“음?”
뭔가가 느껴졌다.
너무도 작아 ‘신룡안’으로도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기운.
‘생명력!’
서우진의 손이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