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5)
575화.
본래 세계수가 품고 있던 기운에 비하자면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 죽음으로 가득찬 숲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존재를 버텨내고 있었다.
그런 물건이 평범할 리가!
서우진은 세계수의 잔해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끔찍하리만치 역겨운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우드드득-!
이미 죽어버린 세계수의 밑동이 부서지며, 더욱 깊숙하게 들어갔다.
‘여기 어딘가…….’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했다.
하지만 마기의 방해로 인해, 정확한 자리는 알 수가 없었다.
서우진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감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주변을 헤집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동료들이 조금씩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을 때쯤.
툭-
손끝에 뭔가가 걸렸다.
단순한 뿌리가 아니었다.
접촉과 동시에 찌릿- 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거다!’
서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붙잡았다.
쑤우욱-!
마치 무를 뽑듯, 기다란 물체가 손을 따라 빠져나왔다.
‘…검?’
아니, 자세히 보니 검은 아니었다.
차라리 기다란 몽둥이에 가까운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걸 확인한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요른은 구슬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세계수의 총화가 담긴 구슬.
서우진은 그렇게 들었다.
그런데 쌩뚱맞게 몽둥이가 튀어나왔다.
‘설마 이게 아닌가?’
‘리야스’는 따로 있고, 이건 요른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보물…….
‘일 리가 없지.’
서우진이 픽- 웃었다.
몽둥이의 끝에 주먹만 한 구슬이 달려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지팡이였구만?’
세계수가 품기 전에, ‘리야스’를 지팡이로 가공해 두었던 모양이다.
‘지팡이든, 구슬이든 상관없지.’
중요한 건 그 효과였으니까.
“그거예요?”
“오, 생각보다 빨리 찾았네요.”
최소한 두어 번의 전투는 치를 줄 알았다.
마수와 몬스터들 따위가 아닌, 권속들과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놈들은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했다.
당연히 아쉬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쁜 쪽이었지.
“이제 돌아가죠. 괜히 시간이라도 끌었다가 발각이라도 되면 낭패니까.”
서우진은 ‘리야스’로 추정되는 구슬만 떼서 가져갈까 하다, 그냥 통째로 들고 가기로 했다.
혹시 자신이 모르는 능력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왔던 길로 돌아갈까?”
강병규가 물었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긴 했다.
하지만 조금 고민이 되었다.
숲을 가로지르다 권속을 만날 가능성이 컸으니까.
“아니면 숲을 벗어난 뒤, 빙- 돌아서 가는 방법도 있고.”
이쪽이 안전하긴 했다.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는 요새, 프레이온까지 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하겠지만.
‘어느 쪽이 괜찮을까?’
서우진이 잠시 서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쥐새끼들이 숨어들었군.”
선택지를 줄여줄 수 있는 음성이 들려왔다.
마치 손톱으로 철판을 긁는 듯한 불쾌한 목소리.
“…베니라오.”
계수지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놈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살기를 일으켰다.
“잘 만났다, 이 새끼야.”
구동환은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세게 입술을 깨물며, ‘진혼’을 꺼내 들었다.
“아는 놈입니까?”
동료들의 반응을 보니, 대충 짐작이 갔다.
“지난 전투에서 용사들을 가장 많이 살해한 놈이에요.”
역시…….
뱀처럼 생긴 외형의 베니라오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서우진을 바라봤다.
“네가 왕께서 죽음을 유예해 주셨다는 ‘혼돈의 왕’이로구나.”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에서, 짙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분의 호의를 이런 식으로 짓밟았단 말이지.”
놈의 입장에선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시적 평화협정을 맺은 놈이, 몰래 침입한 꼴이었으니까.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쿠드드드드드드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짙은 마기가 터져 나왔다.
“뒤로 빠져요.”
서우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거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흰 주변을 막고 있을게요.”
베니라오의 마기에 자극받은 마수와 몬스터들이 이쪽으로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가 힘들었지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동료들이 놈들을 막는 사이, 서우진은 최대한 빠르게 베니라오를 반으로 쪼개 버릴 생각이었다.
“광오하군.”
놈은 눈매를 좁히며 서우진을 노려보았다.
“네가 아무리 왕의 인정을 받은 존재라 하나, 홀로 우리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베니라오의 말에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혹시 이쪽으로 밀려드는 마수와 몬스터들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베니라오, 여기서 놈을 죽인다면 왕께서 노하시지 않을까?”
베니라오의 그림자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마치 암공 스트레인처럼, 온통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
또 다른 권속이었다.
“그분의 질책은 감수한다. 감히 왕께 이빨을 드러낸 벌레를 처단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니.”
‘젠장.’
새로 나타난 놈의 말에, 혹시 충돌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베니라오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냥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듯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놈을 죽이는 수밖에.”
그림자가 완전한 형태를 갖추었다.
흑기사.
검은색의 그림자로 이루어진 갑주를 입고, 검은색의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다.
“내 이름은 하산이야. 네 목을 베어줄 왕의 충직한 기사지.”
육중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말투였다.
하지만 그 힘만큼은 권속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강력하기 짝이 없었다.
“후우-”
딱히 대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싸우기로 결정한 이상, 남은 건 속전속결뿐.
‘마왕화.’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화아아아아아악-!
육체가 변화하는 것과 동시에 움직였다.
“죽여!”
서우진과 두 권속이 충돌했다.
* * *
‘징글징글해.’
이지아는 끝도 없이 몰려드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이맛살을 구겼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징그러울 정도였다.
마치 파도처럼 밀려드는 놈들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수가 너무도 많았다.
“하압!”
마력도 아낄 겸 스킬은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육체의 힘으로만 놈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단 일격에 수십 마리가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가장 앞에서 주먹에 얻어맞은 놈은 형체도 찾을 수 없게 박살나며, 피의 비를 뿌렸다.
후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색의 액체와 살점이 떨어졌다.
역겨운 광경이었지만, 이지아는 피하지 않았다.
몸이 더러워지는 것이 두려워 물러난다면, 놈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꾸역꾸역 대가리를 들이밀 테니까.
동료들과 함께 구축한 방어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피할 순 없었다.
‘으윽!’
비릿한 혈향에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죽어라, 이 새끼들아!”
옆에서 구동환이 쉴 새 없이 ‘진혼’을 휘두르며 놈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동환 아저씨는 괜찮으려나?’
그가 사용하는 요술봉처럼 사용하는 ‘진혼’은 꽤나 강력한 페널티가 붙어 있었다.
마기를 지닌 존재를 죽일 때마다 차츰 이성을 잃어버린다는 것.
물론. 구동환쯤 되는 존재라면 얼마든지 컨트롤이 가능하다고는 들었지만…….
‘왠지 위험해 보인단 말이야.’
이지아가 마수들을 박살내며 흘깃- 옆을 쳐다봤다.
구동환은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지만, 다행히 정신줄을 놓은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살기와 광기가 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음…….’
서우진은 분명 이성을 잃더라도 괜찮을 것이라 얘기했었다.
광전사로 탈바꿈하긴 하지만, 적대하는 대상은 오직 마기를 지닌 존재들뿐이라고 했었으니 말이다.
동료들을 걱정할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좀 위험했다.
‘만약 아저씨가 이성을 잃고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차라리 마수들을 향해 달려들면 괜찮다.
구동환이 저런 놈들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방어선에 틈이 생겨도 어떻게든 수습할 순 있었으니까.
문제는 다른 쪽으로 향했을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앙-!
뒤쪽에서 가공할 폭발이 일어났다.
“으윽!”
등이 후끈해질 정도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만약 저기로 간다면?’
이곳에서 가장 큰 마기를 품고 있는 건 마수나 몬스터 따위가 아니었다.
권속.
그것도 어느새 둘이 되어버린 그 존재들이었다.
이성을 잃은 구동환이 그 두 놈을 향해 달려든다면, 그땐 정말로 큰일이었다.
서우진은 구동환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할 게 뻔했으니까.
이성을 잃은 광전사를 보호하며 두 명의 권속과 싸운다?
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힘에 겨울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돼.’
이지아는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도, 구동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기로 다짐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조가 보인다면, 곧바로 구동환부터 막아낼 생각으로.
퍼벅- 퍼버버버버벅-!
주먹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별다른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극한까지 단련된 육체는 그것을 가능케 해주었다.
한 마리, 열 마리, 백 마리…….
순식간에 공터가 만들어졌다.
주먹세례를 버티지 못한 마수들이 모두 박살나며, 커다란 빈 공간이 생긴 것이다.
‘잠깐 숨을 좀 고를…….’
이지아가 심호흡하며 전신에 활기를 불어 넣으려 할 때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결국 우려하던 일이 생기고 말았다.
“아저씨!”
구동환의 눈이 돌아가며,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아!’
지금까지 ‘진혼’의 부작용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우진의 장담대로 구동환이 잘 컨트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팔로타인 라세’와 권속, 그리고 마왕성에서 풍겨오는 마기까지.
‘진혼’의 광기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너무도 많았다.
결국 구동환은 제대로 광전사의 영역에 발을 디디고 말았다.
거기에 상황은 이지아가 상정했던 최악으로 돌아갔다.
이성을 잃은 구동환이, 앞이 아닌 뒤로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서우진과 권속들이 싸우고 있는 쪽으로!
“이익!”
이지아가 이를 악다물었다.
그가 저 말도 안 되는 싸움 사이에 끼어들게 두어선 안 된다.
콰아앙-!
전력을 다해 땅을 박차고, 포탄처럼 질주했다.
다행히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기에, 반응이 그리 느리진 않았다.
하지만 광전사가 된 구동환의 움직임은, 평소보다 배는 더 빨라져 있었다.
미처 이지아가 따라 잡을 수도 없을 정도의 속도.
“풀 스피드!”
서우진의 ‘신속’과 비슷한 종류의 스킬을 사용했다.
본래는 더욱 빠른 주먹질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다리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화아아아악- 하며 대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어떤 때보다 빠른 움직임이었다.
다급함과 걱정이 뒤섞인 그녀의 시선이 구동환의 등을 향했다.
‘늦으면, 안 돼!’
빠르게 가까워지는 구동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금만 더!’
고작 한 뼘 정도만 남았다.
아주 조금만 더 가까워진다면, 잡아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작해야 0.0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 사이.
구동환은 서우진을 지나쳐 권속들을 향해 ‘진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안 돼!”
서우진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