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6)
576화.
두 놈은 강했다.
아르제베토 급의 강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우진이 만나본 권속들 중에서는 상위에 속하는 존재들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저 흑기사 권속, 하산이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
‘루운발리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네.’
한때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을 자랑하던 사도, 루운발리를 떠올렸다.
지금의 서우진이라면 단 일 격에 수십 조각으로 잘라 버릴 수 있겠지만, 당시의 놈은 정말이지 단단했었다.
하지만 하산은 그보다 더했다.
그림자 갑주는 ‘카 라니엘’을 너무도 쉽게 견뎌낼 정도였던 것이다.
물론,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육체에 손상을 입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방지해 냈다.
반면 베니라오의 능력은 극단적으로 공격에 치중되어 있었다.
스스스스스슷-!
보랏빛 운무가 은밀하게 서우진의 발밑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
‘독!’
베니라오의 ‘마능’이었다.
서우진의 육체는 고작 독 따위에 상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도 지고한 경지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베니라오의 독은 차원이 달랐다.
치이이이익-!
육체를 뒤덮고 있던 외갑이 검은 연기를 피우며, 녹아내렸다.
물론,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었다.
‘라샤스’를 통해 격의 상승을 이뤄낸 서우진은, 이 정도 흠집은 순식간에 회복할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젠장.’
그런데도 서우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 짧은 틈.
그사이로 베니라오의 기다란 독니가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대기를 찢어발기며 가공할 속도로 다가오는 독니는,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찮은 위력이 있었다.
저걸 맞았다간, 죽지는 않아도 꽤나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본래라면 피한 뒤 기회를 노려 천천히 놈들을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최대한 빨리 저 두 놈을 베어버리고, 이 숲을 벗어나야만 했다.
그래서 서우진이 선택한 방법은, 방어를 도외시한 돌진이었다.
‘이따위!’
신지환도 죽이지 못한 자신을, 고작 이런 독니 따위가 막아설 순 없다.
서우진은 고개를 살짝 비틀며, 앞으로 질주했다.
퍼억-!
미간을 노렸던 독니가 목에 틀어박혔다.
육체의 내구력을 뛰어넘는 위력에 목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괜찮아.’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나쁘지 않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잘근잘근 씹어 먹어버리면 되니까!
서우진은 돌진하던 자세 그대로, ‘카 라니엘’을 찔러 넣었다.
뒤늦게 상황을 눈치챈 하산이 공격을 막기 위해 뛰어드는 것이 보였다.
“느려.”
저 육중한 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카 라니엘’을 막을 수 없다.
서우진이 그렇게 확신할 때였다.
‘응?’
뒤에서 뭔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적은 아니다.
그러기엔 너무도 익숙한 마력들이었으니까.
‘…동환 씨? 지아?’
저 두 사람이 왜 갑자기 이쪽으로 오고 달려든단 말인가?
서우진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구동환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아!’
그의 얼굴에서 광기가 엿보였다.
‘‘진혼’이구나!’
자신이 선물해 준 도끼.
부정적인 효과가 있긴 했지만, 워낙 성능이 좋은데다 컨트롤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서 쥐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저런 식으로 부작용이 발동될 줄은 몰랐다.
“안 돼!”
‘카 라니엘’을 거두고, 베니라오를 향해 ‘진혼’을 휘두르는 구동환의 뒷목을 붙잡았다.
이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하산이 도착하며 그 거대한 검으로 허공을 베는 것이 보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아저씨!”
뒤에서 이지아가 걱정으로 가득한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다.
“크으으윽!”
동시에 서우진은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쓰며, 몸을 뒤로 날렸다.
‘팔이…….’
구동환을 잡고 있던 팔이 반쯤 잘려 덜렁거린다.
아무래도 하산의 대검은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 대신, 서우진을 노린 모양이었다.
그가 훨씬 더 위협적이었으니까.
‘후우- 다행이다.’
너무도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서우진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만약 놈이 자신이 아닌, 구동환을 노렸더라면?
‘또 한 명을 잃을 뻔했어.’
이건 구동환의 실수가 아닌, 서우진의 잘못이었다.
‘진혼’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건네준 건 자신이었으니까.
“아저씨!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아, 팔이!”
그제야 도착한 이지아가 서우진의 상태를 보곤 비명을 질렀다.
“난 괜찮으니까, 동환 씨 좀 받아줘.”
구동환은 방금 전의 폭발로 인해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채, 놈들을 향해 다시 달려들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팔이!”
당장에라도 떨어질 것처럼 덜렁거리는 팔을 보며, 이지아가 손을 떨었다.
“난 괜찮다니까.”
서우진은 베니라오와 하산을 향한 경계심을 지우지 않은 채, 구동환을 넘겨주었다.
“보이지?”
그러면서 자신의 팔을 가리켰다.
놀라운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이대로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올 정도였다.
“어? 이, 이게?”
그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던 이지아가 눈을 끔뻑였다.
“동환 씨는 단순히 정신만 잃은 거니까, 일단은 챙겨서 돌아가. 괜히 여기에 있다가 휘말리지 말고.”
“아, 알았어요.”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지아는 서우진의 뜻에 잘 따랐다.
여전히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하긴 했지만, 기절한 구동환을 등에 엎고 그대로 물러난 것이다.
“후우-”
두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지자, 서우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경이로운 회복능력이군.”
어느새 목과 팔을 모두 회복한 서우진을 보며 베니라오가 감탄했다.
“저런 거 때문에 왕께서 인정하신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두 권속은 서우진을 바라보며 흥미로롭다는 듯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혼돈의 왕’이라는 존재치고는, 잔정이 너무 많다.”
“괜찮은 약점이 될 것 같지 않아?”
놈들의 시선이 서우진을 지나, 이지아와 구동환을 향한다.
“야.”
그 모습에 서우진이 두 놈을 불렀다.
“내가 웬만하면 조용히 끝내려고 했는데 말이지.”
우득-
목을 돌리며 근육을 푸는 서우진의 모습에, 놈들이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감히 내 동료들을 건드리려고 해?”
다른 건 다 참아도 그건 못 참는다.
“너흰 선을 좀 넘었어.”
조용히고 나발이고.
그냥 죽여야겠다.
모든 능력을 다 사용해서라도, 가장 빠르고 처참하게.
“셀레스티얼 윙.”
빛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서우진은 고작 권속들 따위가 맞상대할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났다.
* * *
“더는 무리예요.”
계수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적의 수가 끔찍할 정도로 많긴 했지만, 서로의 격차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차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구동환과 이지아가 자리를 비우며, 방어선에 구멍이 난 덕분이었다.
급히 그 자리를 메꾸기는 했지만, 손이 부족했다.
남아 있는 힘과는 별개로 수적 차이가 너무 컸다.
“어쩔 수 없어요, 언니. 우진 씨가 싸움을 끝낼 때까지는 버텨야 해요.”
만약 자신들이 뚫린다면, 서우진도 위험해진다.
물론, 그가 당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투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방심은 금물이다.
지금껏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게 한두 번이던가.
“일단 방어선을 더 좁히자. 조금이라도 뚫릴 가능성을 줄여야 해.”
“좋아요.”
두 여인은 대화를 통해 적당한 방법을 찾아냈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요! 방어선을 좁힐 거예요!”
계수지가 소리치자, 그것을 들은 동료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서우진을 중심으로 둥글게 퍼져 있던 용사들의 간격이 좁아졌다.
‘좋아.’
이 정도면 구동환과 이지아가 빠져나간 틈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순식간에 전투에 안정감이 생겼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마기가…….’
등뒤에서 느껴지는 권속들의 기운이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놈들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게 된 것이다.
“으음-”
유홍설이 얼굴을 찌푸리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버티기 힘들어?”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는 유홍설의 움직임이 조금 굼떠졌다.
말과는 달리 몸이 좀 무거워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저 서우진이 최대한 빠르게 권속들을 정리하길 바라는 수밖에.
“조금만 더 힘내요! 우진 씨가 금방 싸움을 끝낼 테…….”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크게 외칠 때였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뒤에서 압박하던 마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불쾌하고 끈적거리던 마기가 사라지고, 익숙한 기운이 미친 듯이 크기를 더해 주변을 뒤덮었다.
‘혼돈기?’
서우진의 혼돈기가 분명했다.
그것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이로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계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서우진의 압도적인 힘에, 마수와 몬스터들이 몸이 굳어져 더는 달려들지 못했다.
그사이 계수지와 동료들은 뒤의 상황을 모두 확인할 수가 있었다.
“…우진 씨?”
서우진이 ‘마왕화’를 했다는 사실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변한 외형은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기에, 그의 모습에 놀랄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계수지는 눈을 크게 떴다.
겉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힘.
마치 공간이 서우진의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붕괴되는 듯한 착시가 일어날 정도였다.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일까?
서걱-!
무언가가 베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의 시간 차를 두고, 엄청난 수의 용사를 죽인 베니라오의 육체가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놈은 자신이 어떻게 베인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수밖에.’
계수지 자신도 서우진의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었으니까.
100레벨이 넘은 용사와 권속들의 인지 범위를 아득하게 넘어서는 속도였다.
피비비빗-!
서우진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초에도 수백 번.
허공이 일그러지는 듯한 광경과 함께, 서우진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권속들은 물론이고, 대기와 대지, 심지어는 공간까지.
물질과 비물질을 가리지 않았다.
와르르- 하며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하, 하하.’
그 모습을 본 계수지가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서우진은 정말이지, 강해도 너무 강했다.
감탄과 동시에 두려움도 일었다.
물론, 서우진을 향한 건 아니었다.
마왕.
대체 그는 어떤 존재이기에, 저런 서우진조차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일까?
계수지의 그런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되었다.
“제 손으로 기회를 차버리는 건가?”
누군가의 음성이 허공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깜짝 놀란 계수지가 고개를 들자, 그가 보였다.
마왕 신지환.
권태롭고 나른한 그의 눈동자가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