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78)
578화.
‘와, X될 뻔했네.’
숲을 가로지르던 서우진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신지환이 그 타이밍에 나타날 줄이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게 기적이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놈이 이대로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보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성격이 유한 건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자존심과 자존감이 높은 거겠지.’
한 번 뱉은 말은 지킨다.
그게 설령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라 해도.
‘거기에 더해 나를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 것일 테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신지환은 그걸 궁구하고 있을 터였다.
스스로도 ‘아직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반드시 찾아낼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저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거겠지.’
괜히 골치가 아파져 왔다.
“그래도…….”
서우진이 손을 들어 품속을 더듬었다.
“이게 있으니까.”
코트의 아공간에 감춰져 있는 ‘리야스’가 느껴졌다.
요른은 이 보물이 전투에 큰 쓸모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저 ‘존재’를 이 세계에 고정시키는 역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의 말이 틀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이 ‘리야스’에게 기대하는 건, 바로 그 효과였다.
딱히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죽일 방법을 찾고 있듯, 나도 너를 죽일 방법을 찾는 중이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건 신지환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우진 자신이 더욱 필사적으로 승리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약자는 나니까.’
둘의 싸움에서 명백히 유리한 건 신지환이었다.
그러니 이기기 위해서는, 서우진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해야만 했다.
‘남은 시간은 7일.’
그 안에 신지환을 쓰러뜨릴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야만 한다.
다시 한번 ‘리야스’를 쓰다듬었다.
* * *
“오고 있네요.”
강병규의 말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숲을 벗어난 그들은 서우진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다친 곳은요?”
“음, 없어 보이네요. 딱히 쫓기는 것 같지도 않고.”
일정한 속도로 빠르게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럼 전투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서우진 혼자 뒤에 남겨놓고 떠날 때의 무거운 심정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해두죠.”
저 빌어먹을 숲은 강병규의 눈을 가릴 수 있는 존재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니 일말의 경계심도 늦춰서는 안 되었다.
다들 마력을 끌어올리고 숲을 노려보았다.
만약 서우진이 아닌 다른 존재가 튀어나온다면, 지체하지 않고 공격을 쏟아붓기 위해서.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옵니다.”
강병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빠르게 숲에서 튀어나왔다.
“아저씨!”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건 이지아였다.
끌어올렸던 마력을 그대로 터트리며, 서우진을 향해 달려갔다.
“조심해. 다칠라.”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지금의 이지아는 몬스터 수백 마리를 그 자리에서 피떡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서우진은 그런 이지아를 조심스럽게 멈춰 세우고는 미소를 지었다.
“멀리 도망가라니까, 고작 여깁니까?”
“이 정도면 꽤 멀리 온 건데요.”
뒤늦게 다가온 계수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지?”
“그래. 다행히 주먹질 한 번 안 하고 왔다.
동료들이 걱정 섞인 질문을 쏟아냈다.
“저는 보시다시피 괜찮습니다. 그냥 좀 긴장을 해서 지친 걸 제외하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동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귀찮을 만했음에도, 서우진은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신을 걱정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괜히 흐뭇해진 것이다.
“질문은 여기까지. 일단은 빨리 여기서 벗어나죠. 상황은 해결이 됐는데, 혹시 또 모르니까.”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듯하자, 서우진이 슬쩍 ‘팔로타인 라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요. 놈이 쫓아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이만 돌아가죠.”
신지환이란 존재를 털끝만큼도 믿지 못하는 이들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쪽으로 가면 되냐?”
서우진이 묻자, 강병규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경로는 이미 설정해 뒀다. 내일 아침이면 본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꼬박 반나절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멀구만.”
“우리니까 반나절이지, 평범한 사람들이 가려면 일주일은 가야 할 걸.”
전원 100레벨을 넘긴 초인이라 가능한 속도였다.
“그러긴 하겠네. 어쨌든 바로 움직이자.”
서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른 동료들처럼 신지환을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거짓말을 할 놈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서두르는 이유는, 한시라도 빨리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 고민해 볼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가죠.”
서우진의 신형이 빛살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뒤로 동료들 역시 각자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따랐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존재는 없었다.
가끔 마왕의 군세에서 낙오된 놈들이 멋모르고 달려들 때가 있긴 했지만, 접근하기도 전에 서우진의 혼돈기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렇게 반나절.
강병규가 이야기한 시간이 흐르자,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는 프레이온 요새가 시야에 들어왔다.
‘역시 정확하네.’
단순히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의 영역으로만 보자면, 서우진이 훨씬 광범위했다.
경지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벌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병규의 스킬은 단순한 감지에 그치지 않는다.
한 번 입력된 장소의 좌표는 ‘미니 맵’에 입력되고, 최단 이동경로와 같은 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심지어는 서우진에 비해 좁다뿐이지, 그가 감지하는 정보의 질은 오히려 더 뛰어날 정도.
덕분에 서우진과 동료들은 훨씬 더 빠르고 편한 길로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고생했어.”
서우진이 강병규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난 전투에 큰 도움이 안 되니까, 이런 거라도 해야지.”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강병규는 비전투 직업이다.
직접 전방에 나서 적과 싸우기보단, 후방에서 동료들을 지원하는 것에 적합한 직업과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지.’
강병규는 스스로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네가 없으면 싸움이 훨씬 힘들어질걸?”
녀석의 ‘내비게이션’ 스킬은 단순히 길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적을 상대하는 데 가장 최선의 투로(鬪路)도 보여준다.
심지어는 공격 순서와 알맞은 스킬까지 지정해 주니, 그야말로 만능이나 다름없었다.
“우진 씨 말이 맞아요. 병규 씨가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차이가 크니까.”
옆에 있던 계수지가 말을 거들었다.
실제로 권속들과 싸울 때, 강병규가 있는 팀은 훨씬 더 수월한 전투가 가능했다.
‘박민성 역시 마찬가지지.’
직접적인 전투능력은 떨어졌지만, 그의 물약을 통한 버프와 디버프는 엄청난 도움이 되어주었다.
게다가 녀석에겐 ‘철의 거인’이라는 엄청난 소환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런 생각할 시간에 놈들을 어떻게 상대할지나 고민해라, 인마.”
피식- 웃으며 격려 아닌 격려를 해주었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러자 강병규 역시 웃었다.
동료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누구냐!”
그사이 요새 앞에 도달하자,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소리쳤다.
서슬이 시퍼런 것을 보니, 방심이라곤 전혀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쁘지 않네.’
단 1초도 마음을 놓지 않고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를 보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멈추었다.
“용사 서우진입니다. 모종의 일을 끝마치고 돌아왔으니, 문을…….”
“서우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병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문을 열어라!”
그와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정확한 신분 확인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병사 한 명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 조한.”
굳이 신분 확인을 하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매시브 가디언의 백인장으로 있던 조한이, 병사들의 선임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딜 갔다가 이제 오쇼, 용사 양반?”
다른 병사들과 달리, 서우진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볼일이 좀 있어서요. 여긴 그간 괜찮았습니까?”
서우진 역시 신경쓰지 않았다.
조한과는 함께 목숨을 걸고 얼음 벌레와 싸운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으니까.
용사와 병사의 관계가 아닌, 전우였다.
“뭐, 걱정할 만한 일은 없었수. 그저 하루하루가 두렵고 피곤할 뿐이지.”
조한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잔뜩 끼어 있었다.
언제 적이 쳐들어올까, 그 가공할 힘을 지닌 마왕이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병사들에게 있어 하루는, 걱정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곧 끝날 겁니다.”
서우진이 말했다.
언제, 어떻게 끝날 거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한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용사 양반이 그렇게 얘길 해주니까 좀 편해지는구만. 드레이카스 한 마리에 벌벌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크셨수?”
껄껄- 웃으며 말하자, 주변의 분위기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제가 그간 좀 많이 컸습니다. 아무튼, 다들 안에 계십니까?”
“다른 왕국 귀족 나리들은 잘 모르겠지만, 영주님께선 성에 계시지. 안 그래도 용사 양반이 오길 기다리고 계시니, 얼른 가보쇼.”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를 마친 뒤, 프레이온 안으로 들어섰다.
‘음…….’
조한의 반응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분위기가 너무도 가라앉아 있었다.
‘사기가 떨어져 있어.’
그것을 본 서우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일전의 전투는 백중세였다.
적의 규모와 힘을 생각해 보면, 연합군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의 선전을 했다.
덕분에 ‘팔로타인 라세’로 떠나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었다.
물론, 비통과 애통함이 가득하긴 했지만,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팽배했던 것이다.
그런데 고작해야 사흘.
그사이에 병사들의 사기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평생을 전쟁이란 단어와 상관없이 살아왔던 서우진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병사들의 표정이 좋지 않네요.”
“무슨 일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겁게 가라앉은 병사들의 기색을 보곤 얼굴이 굳어진 것이다.
“한 번 가서 확인해 보죠.”
반 슬레인을 만난다면,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우진은 무사히 복귀했다는 기쁨을 뒤로한 채 조금 답답해진 심정으로 내성으로 들어갔다.
몇 번에 걸친 소소한 검문을 지나치자, 반 슬레인이 머물고 있다는 서재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똑똑-
“들어오시게.”
노크하자 청량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말투의 대답이 들려왔다.
끼익-
낡은 경첩의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책상에 앉아 높이 쌓여 있는 서류 사이에 있는 반 슬레인의 모습이 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