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80)
580화.
요른은 이해하지 못한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상… 이나 개념이요?”
“네. 가능합니까?”
그 질문은 뜬금없어 보였지만, 서우진에겐 매우 중요했다.
진지한 그의 표정에 요른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그의 길었던 삶 속에서도 ‘리야스’에 그런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리야스’는 세계수를 세계에 뿌리내리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전부예요.”
“확실하지 않다는 건가요?”
서우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렇게 되면 나가린데…….’
“물론, 존재를 고정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긴 해요. 다른 분들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다른 분들이라면?”
“지금 이곳에 계신 분들 중엔 이루엘 님과 유론 님이 계세요.”
아는 이름들이었다.
환상수 일족이 섬기는 신목의 안에 잠들어 있던 성물을 꺼내기 위해 방문했을 때 만난, 엘프의 지도자들.
그곳에서 엘프들을 구하며 서우진은 ‘마테아의 징벌’을 얻지 않았던가?
비록 그것을 신지환이 아닌, 마르테스에게 사용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차라리 그걸…….’
생각하던 서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 영원한 안식을 안겨준 걸 후회할 순 없었다.
아쉬운 건 사실이었지만, 만약 그날이 되돌아온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서우진은 요른을 향해 물었다.
“혹시 그분들과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에요.”
요른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일족은 당신께 큰 빚을 지고 있으니, 두 분도 흔쾌히 만남을 허락할 거예요.”
현재 엘프들 중에 가장 영향력을 큰 존재를 뽑자면, 단연 요른이었다.
하지만 그게 가장 많은 지식과 전승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히려 요른은 엘프의 지식에 무지한 쪽에 속했다.
백여 년 전부터 숲을 벗어나 제국과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리야스’에 대한 건 유론이나 이루엘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터.
“지금 바로 모시고 올게요.”
서우진의 질문이 전황을 바꿀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눈치챈 요른은, 바로 방을 빠져나갔다.
“…이유를 알 수 있겠나?”
뒤에서 가만히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반 슬레인이 물었다.
“‘리야스’의 사용방법에 대해 고민할 게 좀 있거든요.”
자세한 건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내포한 대답이었다.
만약 가르쳐 주려 했다면, 벌써 말해주었을 테니까.
“부디 자네가 바라는 대로 일이 풀어졌으면 좋겠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우진과 동료들, 그리고 반 슬레인은 방에 앉은 채 요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고작 10분여가 흘렀을까?
“오네요.”
서우진의 감각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마력들이 느껴졌다.
엘프 특유의 청량한 기운이었다.
서우진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린다.
요른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그는 빠르게 다녀오기 위해 꽤 무리해서 움직였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다, 다녀왔어요.”
요른의 뒤로 낯익은 엘프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네요.”
아닌가?
시간 상 그리 오래전은 아닐 것이다.
고작해야 두어 달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느끼는 건, 그만큼 많은 일이 벌어진 탓일 테고.
“우진 님.”
“안 그래도 뵙고 싶었어요.”
유론과 이루엘이 서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일족들을 구해준 은인에게 취하는 예의였다.
“아, 그런 인사는 괜찮…….”
괜히 멋쩍어져 머리를 긁적이는데, 이루엘과 유론이 함께 말을 이었다.
“오면서 대충 이야기는 들었어요. ‘리야스’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네. 현상이나 개념, 그 이상의 무엇이든 세계에 고정하는 게 가능해요. ‘리야스’는 그걸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서우진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거 듣던 중 정말 반가운 소리네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사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왕국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쥐어짜 지원을 보내왔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종족들도 자신들의 힘을 보태왔고.
‘설마 요정도 있을 줄이야.’
손바닥보다도 작은 요정족이 무려 3만이나 도움을 주겠다며 날아왔다.
서우진은 과연 그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심스러웠지만, 이 세계의 주민들은 반응이 달랐다.
“요정족이 무려 3만이나 참전했으니, 확실히 마수나 몬스터들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걸세.”
젤론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들이 그렇게 강합니까?”
서우진이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묻자, 젤론이 껄껄 웃었다.
“물론 요정들이 지닌 힘은 그리 크지 않다네. 고작해야 병사들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이니.”
“그런데 어떻게?”
마왕의 군세를 버틸 수 있단 뜻일까?
“요정족의 날개에는 신비(神祕)가 있다네. 일종의 축복과 비슷하지. 아이에르의 사제들 수십만이 합친 것보다도 나을 걸세. 견디는 것에 국한한다면 말이네.”
“으음…….”
아직 무슨 뜻인지 정확히 파악할 순 없었다.
아무래도 직접 두 눈으로 봐야만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들의 참전이 꽤나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드워프 제 무구들도 도착했고, 용종과 수인족들도 합류했으니 이젠 전과는 다른 전투가 펼쳐질 게 분명하네.”
드워프들이 직접 만들어낸 무구도 대단했지만, 새롭게 지원을 보낸 용종과 수인족의 힘은 더욱 컸다.
수가 비록 얼마 되진 않아도, 그들의 힘은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까.
“그야말로 세계 전체가 마왕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친 거네요.”
“1차 강림 전쟁 이후로, 이만한 병력이 모인 적은 처음일세.”
그만큼 이번 강림 전쟁이 위협적으로 다가왔다는 뜻일 터였다.
‘그럼 남은 건 이제 마왕과 권속들뿐인가?’
솔직히 권속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다섯이 전부였고, 그 정도는 다른 용사들과 초극의 경지에 든 존재들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마왕.
다른 모든 곳에서 승리를 거머쥐어도, 놈을 막지 못한다면 패배다.
‘내가 끝내야 돼.’
서우진은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병력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지휘부가 파악한 대로라면, 무려 300만에 달했으니까.
아무리 서우진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의 숫자를 세는 건 무리였다.
실로 든든하기 짝이 없는 군세였다.
하지만 서우진은 더욱 부담이 되었다.
이 많은 생명이 자신의 어깨에 달려 있었으니까.
‘내가 지면, 모두 죽는다.’
그러니 반드시 승리를 해야만 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제 슬슬 출정하도록 하지.”
약속된 10일이 끝났다.
오지 않길 바랐지만, 결국엔 이날이 찾아오고 만 것이다.
“그래야겠죠.”
서우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젤론이 손을 들었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야나그다르의 뿔피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탑의 마법사들이 도움을 준 덕분에, 그 소리를 듣지 못한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출정하라아아아아!”
동시에 각 지휘관들이 명령을 내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단순히 앞을 향해 진군을 시작한 것에 불과했음에도, 대지가 울려 퍼졌다.
무려 300만.
그 압도적인 숫자는 땅을 진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보고입니다!”
본진에서 중요 전력과 함께 이동하고 있는데, 누군가 날듯이 서우진에게 다가오며 외쳤다.
‘크루시엘인가?’
당연히 크루시엘의 요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 서우진의 눈에 들어온 건,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요한?”
왜 저 양반이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날렵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저씨가, 순식간에 서우진의 앞으로 내려섰다.
“아니, 여긴 대체 어떻게?”
서우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요한이 작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크루시엘과 잠시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요한의 정보 길드와 크루시엘.
두 조직은 강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동맹을 맺고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놀랍네요.”
설마 요한이 아그나와 손을 잡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 두 조직의 힘이라면, 최소한 정보를 얻지 못할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아무튼, 무슨 보고입니까?”
요한이 직접 왔을 정도면,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닐 터.
“마왕의 군세가 다섯으로 나뉘었습니다. 각 군은 100만가량이고, 남아 있는 권속들이 통솔을 하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서우진을 비롯한 모두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지난번처럼 정면으로 맞부딪힐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설마 다섯으로 나눠서 움직일 줄이야.
“젤론 공.”
반 슬레인의 음성에 서우진이 시선을 돌렸다.
“일전에 이야기한대로, 우리 역시 병력을 나누어야 할 것 같소만.”
이쪽의 병력이 만만찮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적의 수가 더 많다.
이대로 진군만 하다 포위라도 된다면 낭패였다.
그리고 다행히 젤론은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세 번째 진형으로 변경하겠소.”
그게 뭔지 서우진은 알지 못했다.
병력의 운용은 그의 영역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각국의 지휘관들은 이미 논의를 거쳤는지, 곧바로 알아들었다.
“움직여라! 군을 나눈다!”
일사불란.
무려 300만에 달하는 병력이, 마치 하나가 된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경이로운 광경에 서우진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용사들의 분배는 그대가 맡아주시겠소?”
젤론이 서우진을 향해 정중하게 부탁했다.
아무래도 일반 병력이 아닌, 용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서우진이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이번 전투에서도 용사들의 역할은 권속을 막아내는 것이다.
남은 다섯.
그들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막아내려면, 최적의 밸런스 조절이 필요했다.
“병규야.”
그리고 이런 건 강병규가 잘했다.
“맡겨둬라. 벌써 생각해 두었으니까.”
그는 자신 있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작전팀은 이쪽으로 모여봐요. 다시 한번 팀 분배를 체크해 봅시다.”
강병규가 일부 용사들을 불러모았다.
‘저들은?’
비전투 직업을 지닌 용사들이었다.
‘행정보급관’, ‘순찰자’, ‘전략가’ 등.
직접 전투보다는 작전을 수립하고 고민하는 것에 적합한 이들.
강병규는 그들과 함께 몇 마디의 말을 나누더니, 곧장 서우진을 향해 다가왔다.
“이대로 나누면 충분할 거다. 각 직업의 특성과 등급을 고려한 팀이야.”
서우진은 강병규가 전해준 서류를 받아 들곤 확인했다.
녀석의 말대로, 지금 상황에서 나눌 수 있는 최선의 팀인 것 같았다.
“좋아. 이렇게 움직이자.”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병규가 뒤를 돌아봤다.
“움직여요, 병력과 발 맞춰서 빠르게 이동해야 될 테니.”
용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처럼 일사불란하진 않았지만, 그들에겐 없는 속도가 있었다.
마치 바람이 불어 닥치듯, 강병규의 명령을 받은 용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본진에 남아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건, 오직 서우진뿐.
‘오늘 반드시 전쟁을 끝낸다.’
주머니 속에 있는 ‘리야스’를 쓰다듬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