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81)
581화.
그아아아아아아아-!
마수들의 포효 소리가 대지를 떨어 울렸다.
“그동안 숲속에 처박혀 있느라 많이 지루했냐?”
짙다 못해 끈적거릴 정도의 살기.
지난 10일간 본능을 억누르느라 꽤나 짜증들이 난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군을 향해 달려드는 마왕의 군세를 노려보았다.
“이 정도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소.”
곁에 있던 젤론이 상황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적의 군세는 위협적이었다.
수도 그랬고, 지닌 바 힘도 그랬다.
그런데도 젤론은 자신들이 밀릴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우리도 인간만 있는 건 아니니 말이오.”
엘프, 드워프, 요정, 수인, 심지어는 용종까지.
“거기에 하늘탑과 아이에르의 사제들이 뒤를 받쳐 주니 쉽게 밀릴 리가 없소.”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적어도 전쟁을 보는 눈은 서우진이 젤론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으니까.
“물론…….”
방금 전까지의 희망적인 관측과 달리, 이어지는 그의 음성은 조금 무거웠다.
“마왕이 나타나지만 않는단 가정하에 가능한 말이지만.”
젤론은 이전 전투를 떠올렸다.
당시에도 그리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병사들의 사기는 높았고, 적을 상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 해둔 상태였다.
그런데도 전멸의 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바로 마왕, 그 한 명이 풍긴 마기의 잔재 때문에 말이다.
만약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게 분명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정과 용종이 참전했다는 것이오. 그들이 지닌 힘이라면, 어느 정도 마기의 중화가 가능하니 전처럼 속절없이 밀리진 않겠지.”
그런데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럼 놈이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해야겠군요.”
“그 방법이 최선이긴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소?”
서우진의 말에 젤론이 허허 웃으며 물었다.
“아마도요. 저와 놈의 전장은 여기가 아니니까.”
미안한 말이지만, 이 세계의 존망이 걸린 진짜 싸움은 저들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지만, 결국엔 서우진과 신지환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렇소?”
그 사실은 젤론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자괴감이 깃든 표정으로 서우진을 돌아봤다.
“부디 승리하고 돌아오시길 바라겠소.”
진지하고 정중한 부탁.
서우진은 그런 젤론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 그러면 죽을 테니까.
‘어디냐?’
‘신룡안’을 발동했다.
순식간에 감각의 영역이 넓어지며, 주변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다들 잘 싸우고 있군.’
개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동료들을 포함한 용사들은 이미 권속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최대한 신경을 써서 팀을 조직한 덕분인지, 아주 잘 싸우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더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고 전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난데…….’
‘신룡안’으로도 신지환의 위치가 파악이 되질 않는다.
설마 아직도 ‘팔로타인 라세’ 안에 처박혀 있는 건 아닐 텐데.
혼돈기를 더욱 끌어올리며 감각의 영역을 더욱 넓게 펼쳤다.
‘으음.’
너무도 많은 정보량에 두통이 지끈 하고 생길 지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전장에 모여 있는 병력의 총합은 거의 천만에 달하니까.
서우진의 두뇌로는 그 많은 정보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룡안’을 거두는 건 안 된다.
신지환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먼저 찾아가야 했으니까.
만약 늦는다면 희생이 너무도 커진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놈을 1초라도 더 빨리 찾아내야…….
번뜩-!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감고 있던 서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거기 있었구나.’
놈을 찾았다.
놀랍게도 신지환은 이미 이곳에 도달해 있었다.
그저 너무도 높아 시야조차 닿지 않는 상공에 있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
“관음증 걸린 변태 새끼도 아니고,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냐?”
서우진이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음? 방금 뭐라고 하셨소?”
젤론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놈을 찾았네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서우진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쐐애애애애애액-!
마치 미사일이라도 발사된 것처럼, 서우진의 신형이 치솟았다.
놀라울 정도의 속도.
순식간에 구름을 뚫을 정도의 고도까지 올라간 서우진은, 곧장 ‘마왕화’를 사용했다.
화아아아아악-!
검은 빛줄기가 승천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펄럭-!
흑익(黑翼)이 날갯짓을 시작하자, 서우진은 더욱더 높은 곳까지 솟구쳤다.
평범한 인간, 아니, 초극의 경지에 오른 존재라 할지라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고도.
신지환은 그곳에서 서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왔군.”
“그래, 왔다.”
놈은 붉은 검을 꺼내든 채, 허공을 밟고 있었다.
“이번엔 처음부터 들고 있네.”
서우진이 놈의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맨 손으로는 너를 죽이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그걸 들면 가능하고? 전에도 실패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신지환은 서우진을 죽이는 것에 실패했다.
저 붉은 검으로 목을 베고, 복부를 꿰뚫었지만.
그런데도 멀쩡히 살아 있었으니까.
서우진의 도발 섞인 비꼼에도 신지환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저 심연과도 같이 깊은 눈동자로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입을 열었다.
“전혀 변한 것이 없군.”
“…뭐?”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너는 이전에 비교해도 전혀 성장하지 못했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단 표정이다.
“나를 막아내 보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랬지.”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불가능하다. 지금의 너는 전과 같은 벌레에 불과하니.”
“거 말이 좀 심한 거 아니냐?”
서우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서우진은 10일 전과 비교해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도 뭔가를 이뤄내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물론 나름대로 잠을 아껴가며 검을 휘두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놈을 만족시키기엔 턱도 없었다.
“괜한 시간 낭비를 했군.”
신지환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날 네놈의 사지를 잘라 봉인시켜 두는 편이 나았을 터인데.”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러는 네놈은? 나를 죽일 방도를 찾았냐?”
이번엔 서우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벌레와 더는 대화를 섞고 싶지 않다는 뜻일까?
신지환은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쩌억-!
“크으윽!”
‘마왕화’를 했음에도,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질 못했다.
아니, 인지도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마치 중간의 과정이 삭제된 것처럼.
갈라진 가슴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나마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상은 면했다.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살짝 비튼 덕분이었다.
“운이 좋군.”
“…아무래도 찾은 모양이야.”
방금 전의 일격으로 깨달았다.
놈은 자신을 죽일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으윽.”
정체를 알 수 없는 종류의 생소한 기운이 상처를 통해 전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건 뭐냐?”
서우진이 통증을 참으며 물었다.
“너를 죽일 힘.”
마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마력이나 신성력은 더더욱 아니다.
제3의 힘.
‘그래, 마치 혼돈기처럼.’
붉은 검에 붉게 피어오르는 기운이 눈에 들어왔다.
“불사의 존재에게 죽음을 안겨주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영화 속 친절한 악당들처럼 설명이라도 해주는 것일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나는 방법을 찾았으니, 더는 내 시간을 낭비시키지 말고 그냥 죽어라.”
‘저건 내가 자주 하던 말인데 말이지.’
서우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건, 언제나 자신이었는데…….
“설마 내가 듣게 될 줄은 몰랐네.”
다시 한번 신지환이 검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서우진이 조금 더 빨랐다.
“혼돈 세계, 셀레스티얼 윙.”
찰나를 수십 번 쪼갠 순간.
서우진의 진정한 힘이 펼쳐졌다.
화아아아아아아악-!
동시에 신지환의 검격이 스쳐 지나갔다.
핏-!
작은 핏방울이 튀었다.
서우진이 공간을 조정해 피해낸 것이다.
완벽한 회피는 실패했지만, 고작해야 생채기.
가슴에 새겨진 부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의미한 상처였다.
“후우-”
통증이 점차 사라져 갔다.
물리법칙을 초월한 채, 오직 서우진의 의지만 존재하는 ‘혼돈 세계’ 덕분이었다.
‘검상도 완전히 회복되었으면 좋았겠다만.’
아쉽게도 정체불명의 기운은 쉽사리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혼돈 세계’와 ‘셀레스티얼 윙’으로도 전혀 회복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움직임이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이 정도면 양호하다.
“또 이건가?”
신지환이 다시 한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도 겪어보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놈의 힘을 막는 건 말이다.
“그래도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수 중에는 가장 뛰어난 것들 중 하나라서 말이지.”
“무의미하다.”
서우진은 가슴팍의 피를 닦아내며 말하자, 신지환은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전에도 실패했는데 이번이라고 성공할 리는 없지. 게다가 그 요상한 힘이 있으니 더욱 그렇고.”
불사의 존재를 죽일 수 있는 힘이라니.
너무 사기 아닌가?
“이 공간 안에서의 너는 강하다. 그건 인정하지. 하지만 이전처럼 다시 파괴될 뿐.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놈의 말이 맞다.
이 안에서라면, 서우진도 신지환에게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돈 세계’는 강가스테어도 부수고 나온 적이 있다.
신지환에게는 훨씬 더 쉽고, 간단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서우진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네가 뭘 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거든?”
“그게 뭐지?”
“나는 그동안 놀고 있었던 게 아니야. 그때 숲에서 봤잖아.”
주먹만 한 크기의 구슬, ‘리야스’.
“내 나름대로 널 상대할 방법을 고민했단 말이지. 그리고 그 결과가 이 녀석.”
신지환이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서우진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짓을 할지 궁금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질과 비물질. 현상과 개념까지.’
그 모든 것을 세계에 고정시킬 수 있다는 엘프들의 보물.
“이걸 대체 어디에 사용할지 엄청 생각해 봤지.”
처음엔 드워프들의 ‘라샤스’처럼 스스로의 몸에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서우진이 세계에 고정된다면, 신지환이 무슨 짓을 해도 자신을 어딘가에 봉인시키는 게 불가능할 테니.
하지만 그 방법엔 문제가 있었다.
봉인을 피할 수 있을 뿐, 신지환을 이길 수 있단 뜻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서우진은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리야스’를 발동시켰다.
자신의 육체가 아닌 이 공간, 이 장소.
즉, ‘혼돈 세계’를 향해서.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빛이 뿜어져 나왔다.
“넌 이제 여기서 못 나가.”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진 절대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