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82)
582화.
‘혼돈 세계’는 서우진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무한에 가까운 혼돈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셀레스티얼 윙’ 역시 영원히 발동할 수 있는 세계였으니까.
심지어는 이 안의 모든 게 서우진의 의지하에 놓여 있다.
비록 신지환이라는 존재가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는 놈인지라 상대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이긴 했다.
하지만 서우진에겐 다른 힘도 있었다.
‘불사. 그리고 끝없는 힘.’
이 두 가지라면 언젠간 신지환을 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아무리 마왕이라 해도 수십, 수백 년간 싸운다면 결국엔 지치고 말 테니까.
어차피 자신은 죽지 않으니, 뼈를 주고 살을 베어내는 수를 취해도 남는 장사였다.
그런데…….
‘정말로 나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찾을 줄이야…….’
이러면 조금. 아니, 상당히 계산을 벗어난다.
“쫄깃쫄깃하구만.”
그저 최대한 버티면서 야금야금 잡아먹을 생각이었는데, 이젠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한다.
조금은 느슨해진 마음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이 느껴졌다.
“흐음.”
신지환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혼돈, 그 자체인 공간.
“확실히 불가능하겠군.”
놈은 방금 서우진이 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깨달았다.
“이곳을 강제로 부수고 벗어나는 건.”
압도적인 힘.
불사의 존재를 죽일 수 있는 기운.
그 모든 것도 세계에 고정된 공간을 뚫을 순 없다.
신지환이 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그건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어때?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이?”
서우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섣불리 너에 대한 평가를 한 걸 사과해야겠군. 네가 생각해 낸 방법은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놈이 인정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딱히 기분이 좋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신지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조금 부족하군. 결국 이 방법은 내가 너를 죽인다면 해결될 일에 불과하다.”
“뭐, 그건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서 말이지.”
서우진이 하하- 웃었다.
그러다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놈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나 역시 쉽게 당해줄 생각은 없어.”
혼돈기가 들끓어 올랐다.
푸화악-!
지혈되었던 가슴의 상처에서, 다시 한번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몸속을 휘도는 혼돈기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상처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서우진은 신경쓰지 않았다.
이곳은 그의 공간.
원한다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세계였으니까.
“죽여.”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가, 서우진의 명령에 검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곤 신지환을 향해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패애애애애앵-!
음속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
마치 ‘혈종’처럼 자신의 피를 이용한 서우진은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콰득-!
“고작 이딴…….”
붉은 검으로 혈검을 박살낸 신지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서우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스각-!
‘카 라니엘’이 그런 신지환의 등을 내리그었다.
척추가 잘려 나가는 감각이 확실히 느껴졌다.
‘얕아.’
하지만 이 정도로 놈을 무력화시키기엔 어림도 없었다.
완벽한 순간에 완벽한 기습을 가했다.
그런데도 놈은 반응을 하며 ‘카 라니엘’을 피해냈다.
‘몸을 완전히 반으로 쪼갤 생각이었는데!’
끊어진 척추가 곧바로 이어진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정말로 괴물 같은 회복력이었다.
아니, 재생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울까?
서우진은 뒤이어질 반격을 대비해 놈과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예상했던 공격은 오지 않았다.
신지환은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생각보다 좀 아프냐?”
잘 먹히진 않을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며 도발을 해보았다.
물론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신지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그래. 고통스럽군.”
설마 저놈 입에서 고통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이야.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중2병이라도 걸린 건가?’
서우진은 신지환이 나를 아프게 한 건 네가 처음이야! 같은 소리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말이 아니었다.
“벌써 몇 번이지? 너에 대한 평가를 바꾼 것이.”
처음에는 그저 쓸 만한 놈.
두 번째는 탐이 나는 놈.
세 번째는 벌레였다.
그 이후로도 몇 번.
신지환은 서우진에 대한 평가를 몇 번이나 뒤집었다.
그만큼 계속해서 예상외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신지환은 그런 서우진이 놀라웠다.
그리고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생소했다.
“고맙다.”
갑자기 놈이 감사인사를 한다.
“뭐?”
설마 실성한 것일까?
서우진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자, 놈이 말을 이었다.
“내가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해주어서.”
신지환의 표정이 변한다.
무뚝뚝하고 무감정하던 놈의 얼굴에 흥분과 쾌감, 그리고 희열이 떠올랐다.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처음 판데모니엄에 소환되었을 때가 마지막일 테니, 적어도 200년 이상은 된 건가?”
놈은 막힌 둑을 뚫고 밀려오는 감정의 폭포에 몸까지 떨기 시작했다.
서우진은 그런 신지환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거 위험한데.’
본래도 신지환은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은 방금 전보다 몇 배는 더욱 위험해 보였다.
마치 인형과 싸우다 굶주린 맹수를 앞에 둔 느낌이었다.
서우진은 조심스럽게 혼돈기를 끌어올리며, 놈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하하하-”
대체 마지막으로 웃어본 게 언제인 걸까?
신지환의 모습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웃음을 터트린 것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젠장.’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야, 그만 웃어.”
뚝-
스피커의 전원이 내려간 것처럼, 놈이 웃음을 멈추었다.
“그래. 아직은 웃을 때가 아니지.”
심연과도 같았던 신지환의 깊은 눈동자에, 끔찍하리만치 지독한 살기가 번들거린다.
“우선은 너에게 경애를 담아, 갈기갈기 찢어주마. 기쁨은 그 이후에 만끽해도 좋을 테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짓는 놈의 모습은 서우진에게 두려움을 심어줄 정도로 강렬했다.
“…너 캐릭터가 좀 변하지 않았냐? 조금 전의 그 진중하던 놈은 어디가고, 웬 미친놈 행세를 하고 난리야.”
속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놈을 향해 이죽거렸다.
그러자 신지환이 정말로 미쳐 버린 것처럼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본래의 내 모습이다, 나도 잊고 있었던.”
살기와 투기를 풀풀 풍기며 걸음을 내디뎠다.
‘피해야……!’
화아아아아아악-!
순식간에 공간이 좁혀지며, 붉은 검이 허공에 기다란 궤적을 남겼다.
“흐읍!”
서우진이 ‘카 라니엘’을 들었다.
피하기엔 너무 늦었던 것이다.
콰아아아앙-!
다행히 제때 놈의 검을 막아냈다.
팔이 뜯겨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미친!’
확실하다.
신지환은 더 강해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놈이 말한 대로 이게 본래의 힘일 것이다.
지금까진 전력을 다할 일이 많지 않아 본능적으로 아끼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게 지금 폭발한 거고.’
서우진은 이를 악다물며 ‘카 라니엘’을 끌어당겼다.
카가가가가가각-!
붉은 검과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저리 꺼져라!”
빠르게 몸을 회전시킨 서우진이 발을 내질렀다.
콰앙-!
발끝이 신지환의 명치를 파고들었다.
“후으읍!”
놈이 숨을 들이키는 것이 보였다.
충격이 있는 모양이었다.
서우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회전에 속도를 더하며 ‘카 라니엘’을 휘둘렀다.
스아아아아아아악-!
참(斬)과 격(擊).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질이라도 가벼이 베어낼 수 있는 가공할 베기였다.
이번에는 신지환도 가볍게 볼 수 없었는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서걱-!
‘카 라니엘’의 검극이 울대뼈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뿌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지환의 육체는 눈 깜짝 할 새에 그것을 모두 회복했다.
“이번엔 내 차례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아니면 그냥 무시하는 걸까?
신지환은 방금 목이 잘릴 뻔했음에도, 그 어떤 위축감도 보이지 않고 붉은 검을 내리그었다.
피잇-!
이번엔 서우진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이마에서부터 코끝까지.
일직선으로 베인 것이다.
만약 조금만 더 깊었다면, 그대로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뻔했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서우진이 이를 악다물었다.
‘젠장.’
가슴에 입은 부상과 마찬가지로, 놈의 기운이 육체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혼돈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며 몰아내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오히려 붉은 기운과 닿은 혼돈기가 밀려날 정도였다.
그야말로 절대적이라는 단어가 절로 뛰어날 정도로, 경이로운 힘이었다.
서우진은 거칠게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는 팔을 위로 뻗었다.
“대홍련나락가!”
단순히 검만으로는 놈을 죽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무한에 가까운 혼돈기를 사용해, 스킬을 발동해야만 했다.
쩌어어어어어억-!
‘혼돈 세계’의 허공이 갈라진다.
그리고 팔한지옥 중 하나인 마하발특마지옥(摩訶鉢特摩地獄)이 이곳에 강림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절대 영도에 가까운 추위가 ‘혼돈 세계’를 뒤덮었다.
지옥의 힘을 빌려쓰는 것이 아닌, 지옥 그 자체를 통째로 소환하는 스킬.
갈라진 공간의 틈으로 붉은색의 거대한 연꽃이 피어올랐다.
미친놈처럼 웃고 있던 신지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 스킬의 위력이 심상찮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어디 한번 막아봐라, 새끼야.”
200레벨을 넘기며 얻은, 최강의 스킬이었다.
제아무리 신지환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막아낼 순 없을 것…….
“솔 레반테.”
신지환의 입에서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번쩌어어억-!
그와 동시에, 서우진이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폭발했다.
“크으윽!”
깜짝 놀란 서우진이 팔을 들어 눈을 가린 뒤, 뒤로 몸을 날렸다.
‘대체 저건?’
방금 전까지 살을 터트릴 정도였던 추위가, 단숨에 사라졌다.
지금은 반대로 땀이 흘러나온다.
‘땀이라니…….’
서우진은 사막 한가운데서 패딩을 입고 PT체조를 해도, 단 한 방울의 땀을 흘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의 육체는 인간을 아득히 초월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마에 작은 물방울들이 몽글몽글 맺혔다.
그만큼 이 빛에 담긴 열기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었다.
마치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뜻을 지닌 스킬의 이름처럼.
초고온의 열기는 순식간에 주변을 휩쓸며, 서우진마저 뒤덮었다.
“이, 이런 X발……!”
타올랐다.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피부와 근육들도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세계에 고정된 ‘혼돈 세계’는 무사했지만, 이대로라면…….
‘죽는다.’
빛에는 신지환의 붉은 기운이 담겨져 있었다.
불사의 존재조차도 죽음으로 인도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
그것이 서우진의 전신을 녹이고, 갉아먹었다.
“잊고 있던 걸 상기시켜 주어 고맙다. 그러니 이만 죽거라.”
신지환의 목소리가 서우진을 향해 사형 선고를 했다.
오